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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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1화

소명주가 최희정을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괜찮아요. 추궁하지 않겠어요.”최희정이 얄밉기는 했지만, 최씨 가문은 소명주가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집안이 아니었다.그때 소명지가 가슴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하지만 저는 조금 놀랐는걸요. 최 아가씨께서 제게 사과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소명주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이 속 썩이는 동생이 또 헛소리를 한 것이다.최씨 가문은 대하의 사대 가문 중 하나였고, 최희정은 그 집안의 적녀였다. 그런 최희정에게 사과를 강요한다는 것은 곧 최씨 가문과 원수가 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어차피 다친 사람도 없으니, 이쯤에서 최씨 가문에 은혜를 베풀어 두는 편이 나았다.소명주는 속으로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이 골칫덩어리 동생은 이 정도 이치도 모른단 말인가!소명지는 소명주의 심상치 않은 기색을 알아차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명주 언니, 이렇게 쉽게 놓아주면 오히려 우리 위원후부가 기개도 없는 집안으로 보일 거예요. 사과만 하게 하는 것도 충분히 봐주는 거잖아요.”소명주는 매섭게 소명지를 노려보았다.추영우가 싸늘한 눈길로 최희정을 바라보며 호통치듯 명했다.“최희정, 얼른 소씨 가문 셋째 아가씨께 사과하거라!”최희정은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소 성정대로라면 이렇게 순순히 사과할 리가 없었다.하지만 화친왕 전하는 얼음장처럼 차갑고 위압적이어서 몹시 사나워 보였다. 최희정은 감히 거역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그녀는 쭈뼛쭈뼛 소명지 앞으로 다가가 예를 올렸다.“셋째 아가씨, 놀라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부디 넓은 아량으로 너그러이 헤아려 주시기를 바랍니다.”소명지는 꼿꼿이 앉은 채 그 큰절을 고스란히 받았다.“최 아가씨, 이번에는 용서해 드릴게요.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예상치 못한 소명지의 대답에 최희정과 소명주는 또다시 할 말을 잃었다.최희정이 사과를 마치기가 무섭게, 황궁에서도 이 소식이 용비의 귀에 들어갔다.지난번 설현정의 일로 방 상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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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2화

‘설현정, 그 요망한 것이 줄곧 휘를 노리고 있었는데… 혹 휘와 소씨 가문 아가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그래서 설현정이 그 아가씨를 없애 버리려 한 것은 아닐까…’방 상궁이 말했다.“전하께서 어찌 출신도 불분명한 양녀에게 마음을 두시겠습니까. 그 아가씨가 연화 군주를 수양어머니로 모셨다 한들, 전하의 정실이 될 자격은 없습니다.”용비가 눈을 내리깔았다.“모레 소씨 가문 큰아가씨도 함께 궁으로 불러라. 내가 직접 보면 알 일이겠지.”“마마, 역시 영명하십니다.”*“도관.”최희정이 사과를 마치자 평국공은 사람들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이제는 귀의를 찾아 설현정의 병을 고칠 방도를 마련해야 했다.돌아가는 마차 안에서 평국공 부인이 설현정을 바라보며 물었다.“그 불임약은 어디서 난 것이냐?”설현정이 그제야 대답했다.“태자빈 언니가 주셨습니다.”평국공 부인이 그녀를 흘겨보았다.“이 일은 절대로 다시 입에 올리지 말거라. 태후 마마께서 물으시거든 길가의 떠돌이 의원에게서 샀다고 하거라.”“예, 알겠습니다.”“아예 이 일을 희정이에게 떠넘기도록 하자구나. 태후 마마께서 물으시면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거라.”친정과 시가 사이에서 평국공 부인은 결국 시가를 택했다.“큰 어머니, 사촌 오라버니가 그래도 소설아를 아내로 맞으려 할까요?”설현정이 다급하게 물었다.평국공 부인이 말했다.“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는데, 우리가 받아들이겠다고 한들 소설아가 감히 시집을 오겠느냐?”설씨 가문과 최씨 가문은 이제 소설아와 완전히 척을 지게 된 셈이었다.이 원한은 조만간 반드시 갚아야 했다.설현정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큰 어머니, 그러면 아직 화친왕 전하께 시집갈 기회가 남아있는 건가요?”평국공 부인은 그녀를 한 번 바라보았을 뿐, 한마디로만 대답했다.“몸조리나 잘하거라.”설현정은 고개를 숙인 채 온몸을 떨었다.애끓는 슬픔 속에서도 머릿속에는 한 마디가 선명하게 떠올랐다.‘받아들일 수 없어!’화친왕비의 자리는 절대로 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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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배 도령은 줄곧 곁채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소설아가 모습을 드러내자 꼬마는 쪼르르 달려와 두 팔을 벌리며 안아 달라고 했다.소설아가 미처 그를 안아 올리기도 전에, 등 뒤에서 유난히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고개를 돌려 보니 추영우가 서경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몸은 옆으로 틀고 있었지만, 곁눈질로 이쪽을 이따금 훑어보고 있었다.배도혁이 아직 젖내 나는 목소리로 말했다.“누나,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저 한참 기다렸단 말이에요.”소설아가 웃었다.“아무것도 아니랍니다. 어른들의 시시한 일이니 너무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어요.”배도혁은 마치 세상일을 다 아는 사람처럼 진지하고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시시한 일이요? 어쩐지 오래 걸리더라니!”소설아는 그 모습이 우스워 보들보들한 그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그러자 등 뒤에서 느껴지던 시선이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주위의 기온마저 순식간에 내려간 듯했다.그 시선은 예전과는 조금 달랐다. 예전의 시선에 짙은 소유욕이 배어 있었다면, 이번에는 분명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특히 배도혁을 안고 있는 그녀의 팔에는 축축한 뱀이 감겨 있는 듯했다. 독사가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 끈적하고 차가운 흔적이 남는 것만 같았다…소설아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전하께서는 배도혁을 달가워하지 않으시고, 그녀가 배도혁을 안고 있는 것은 더욱 못마땅해하신다는 것을 말이다.그녀가 막 배도혁을 내려놓으려는데, 꼬마가 얼굴을 바싹 가져다 대고 속삭였다.“누나, 저기 빨간 옷 입은 사람이 누나를 몰래 보고 있어요. 은밀하게 훔쳐보고 있는데도, 제가 이렇게 예리하게 알아챘답니다.”“아닙니다, 도련님. 도련님께서 잘못 보신 게 분명해요. 저분은 저를 보고 계신 게 아닙니다. 지금 제 손이 아프니까, 일단 내려오시겠어요? 도련님, 그리고 저분은 화친왕 전하이시니, 너무 무례하게 구시면 안 돼요.”배도혁은 소설아의 품에서 내려오더니, 다시 손을 내밀어 잡아 달라고 했다.소설아는 배 도령의 손을 잡고 서경수와 추영우가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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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서경수가 목소리를 낮추며 몸을 기울였다.“전하, 헌데 제가 이 도관에 온 건 전하께서 배 장군을 포섭하시는 걸 돕기 위해서 아니었나요? 그런데 배 도령을 혼쭐내라니… 갑자기 왜 그러시는 겁니까?”추영우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는 태연하게 말했다.“한 상자 깎겠습니다.”서경수가 다급하게 말했다.“아이고, 더이상 안 묻겠습니다. 방금 한 말은 취소하지요. 그러니, 부디 깎지 마세요!”그제야 추영우는 느긋하게 입꼬리를 슬쩍 끌어올렸다.서경수가 웃으며 말했다.“미리 말씀드리는데, 저를 팔아넘기시면 안 돼요. 제가 전하 대신 꼬맹이까지 혼쭐내 줬는데, 설마 배 장군에게 잘 보이려고 저를 넘기실 건 아니지요? 그러시면 저도 더는 못 합니다.”추영우가 말했다.“걱정 마십시오. 제가 서 형님 같은 줄 아십니까?”서경수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추영우는 소설아를 담담하게 한 번 바라본 뒤, 다시 서경수에게 시선을 돌렸다.“저는 일이 있어 먼저 가겠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금의위에 알려 주십시오.”그는 서경수를 향해 고개를 한 번 끄덕인 뒤 발걸음을 돌렸다. 허리춤에 달린 향낭이 걸음을 따라 출렁이고, 술이 가볍게 흔들렸다.바람이 옷자락을 말아 올리자 옷자락이 나풀거렸다. 그 곡선은 시원스럽고 매끄러워,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르려는 학의 깃털 같았다. 아니, 구애하는 공작의 자태에 더 가까웠다.소나무처럼 곧게 뻗은 뒷모습에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치자, 그의 모습은 유난히 맑고 서늘해 보였다.서경수가 감탄하듯 평했다.“전하의 저 풍채도 나 다음쯤은 되겠군요!”소설아가 눈을 흘겼다.“서 사장님은 참 자기 자신을 좋아하시네요.”서경수가 손을 들어 턱을 문질렀다.“전하는 참으로 이상하십니다. 한순간에는 지독하게 차가우시다가, 또 한순간에는 유난히 다정하시고, 떠나실 때는 제게 특별히 걱정까지 해 주셨잖습니까. 소 아가씨, 어찌 된 일인지 아십니까?”소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습니다.”물론 알고 있었다.전하의 냉랭함은 다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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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설아 언니, 다과가 준비되려면 시간이 좀 걸리니, 언니 처소에 잠깐 쉬다 가도 될까요?”소명주의 얼굴에 번진 웃음에는 딱 알맞은 만큼의 비위 맞춤이 배어 있었다.그녀는 소설아에게 호의를 보이려고 애쓰고 있었다.말을 마친 소명주는 소설아 일행에게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섰다. 소설아가 말을 하지 않았으니 감히 앉지도 못했다.소명지가 앉으려 하자 그마저 소명주가 붙들었다.정말로 달라진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소명주의 쉴 새 없이 뛰는 눈꺼풀 때문에 소설아는 방심할 수 없었다.“다들 들어오거라.”소설아가 말을 하고 나서야 소명주는 소명지를 데리고 자리에 앉았다.“소설아 언니의 처소는 정말 아늑하게 꾸며져 있네요.” 소명주는 고개를 돌려 한 바퀴 둘러보고는 다시 바닥을 훑어보았다. 머리카락을 찾아보려는 것이었다.바닥은 깨끗이 쓸려 있었다. 머리카락은 보이지 않았다.“과찬이구나.”소설아는 사람들에게 차를 내오게 했다.차가 채 우려지기도 전에, 소명지가 소명주의 이상한 점을 알아챘다.“명주 언니, 눈꺼풀이 왜 계속 뛰어요?”소명지는 처음에는 소명주가 자신에게 은밀한 신호를 보내는 줄로만 알았다. 한참을 보고 나서야 소명주가 계속 눈을 깜빡이고 있으며 눈꺼풀이 제멋대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았다.소명주는 깜짝 놀라 황급히 손을 들어 눈을 비볐다.“응? 내가 언제 눈을 깜빡거렸다고 그러니.”여씨는 눈을 깜빡이는 버릇이 있었다. 긴장하거나 흥분할 때마다 눈을 깜빡였다.스스로 어쩌지 못하는 버릇이었다.소명주는 여씨의 그 버릇이 몹시 싫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자신의 눈꺼풀마저 제멋대로 깜빡이기 시작했다.설마 여씨의 버릇이 닮게된 것은 아닐까?긴장하자 깜빡임이 더욱 심해졌다.소설아가 말했다.“명주야, 어느 쪽 눈이 뛰니? 왼쪽 눈이 뛰면 재물이 들고 오른쪽 눈이 뛰면 재앙이 든다는데, 왼쪽 눈이라면 동생이 곧 큰돈을 벌겠구나.”미련한 소명지가 대꾸했다.“두 눈꺼풀이 번갈아 뛰어요. 재물도 들고, 재앙도 들겠네요.”소명주는 할말을 잃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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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조 어멈은 고개를 숙이고 눈꺼풀을 깜빡이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열심히 떠올려 보았다.민씨가 일러 주었다.“회화나무 골목.”예전에 위원후는 그 외실을 회화나무 골목의 한 저택에 두고 있었고, 민씨는 조 어멈을 데리고 한 번 가 본 적이 있었다.조 어멈이 손뼉을 쳤다.“아이고, 생각났습니다. 역시 부인께서는 기억력이 좋으십니다!” 그때 조 어멈은 이등 하녀였다. 민씨를 따라 출타할 때면 마차 뒤를 따라 뛰어가야 했다.그녀는 그 외실을 멀리서 한 번 본 적이 있었다.민씨 앞에서 그 외실을 깎아내리려고 외실의 생김새를 열심히 기억해 두었던 것이다.진작 잊혔어야 할 얼굴이었다. 그런데 소명주가 눈을 깜빡이는 모습을 보는 순간, 머릿속의 외실 얼굴과 소명주의 얼굴이 겹쳐졌다.명주 아가씨는 그 외실과 닮아 있었다.조 어멈의 이상한 기색을 본 소명주는 가슴이 철렁했고, 눈꺼풀이 다시 제멋대로 뛰기 시작했다.'조 어멈이 말한 눈꺼풀이 뛰던 그 사람이 설마 여씨는 아니겠지?! 아니야, 아닐 거야. 나는 여씨와 하나도 닮지 않았어. 그 사람은 이미 죽었고, 증인이 없으니 밝혀질 리 없어. 왕선우도 죽었으니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거야.'그러나 스스로를 달래 보려는 말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눈꺼풀은 오히려 더 심하게 뛰었다.“명주야, 오늘따라 정말 왜 그러니? 의원을 불러 몸을 살펴 봐야겠구나.”소명주가 사람들의 주의를 끈 틈을 타, 민씨는 소설아의 옷에서 머리카락 한 올을 슬쩍 집어 냈다.소명천도 지나가는 김에 손수건을 한 장 훔쳤다.잠시 앉아 있으려니 어린 도사가 와서 사람들에게 곁채로 가서 다과를 들자고 청했다.소명지와 소설아가 옷을 갈아입으러 가게 되어, 민씨는 소명주와 소명천을 데리고 먼저 나섰다.“역시 명주의 이 방법이 좋았구나. 소설아의 주의를 끌어서 머리카락을 손에 넣었으니.”소명주가 멋쩍게 웃었다.“손에 넣었으면 됐어요.”소명천이 말했다.“머리카락도 이미 손에 넣었으니, 명주야, 이제 눈을 깜빡이지 않아도 된다.”“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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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민씨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입을 열자마자 호통을 쳤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게냐? 어찌 명주를 그 천한 것과 견주느냐?! 그런 것을 어찌 함부로 입에 다물 수 있다더냐?”그녀의 명주는 그녀와 안호연이 사랑으로 맺은 결실이었고, 그녀의 마음속에서 견줄 데 없는 보물이었다.외실은 그토록 비천한 것이니, 어찌 그녀의 명주와 한자리에 놓고 말할 수 있겠는가.“네가 정녕 실성을 한 모양이구나!”위원후가 두었던 그 외실의 일은 시간이 꽤 흘러 있었다.예전에 민씨가 그 외실을 만나러 갔을 때, 그녀는 윗자리에 선 사람으로서 내려다보는 눈빛이었고 제대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그 외실은 그녀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녀가 찾아가 만난 것도 모욕을 주기 위해서였다.그녀는 이내 외실의 일을 잊어버렸다.그 외실의 생김새조차 똑똑히 보지 않았다. 다만 그 외실이 긴장하면 눈꺼풀을 제멋대로 깜빡였다는 것만은 기억했다. 시녀들이 한동안 그 일을 두고 그녀 앞에서 농을 하며 웃곤 했기 때문이다.그래서 눈을 깜빡이는 일만은 비교적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하지만 그 외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겼는지는 진작 기억에서 사라진 후였다.조 어멈이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부인, 제가 분수를 넘었습니다.”민씨는 몹시 화가 났다.“이번에는 넘어가마. 다음에 또 그런 말을 하면 스스로 뜰에 나가 한 시진을 꿇어앉아 있거라.”조 어멈이 말했다.“고맙습니다, 부인.”얼마 전, 그녀는 후부의 늙은 관사를 찾아가 예전에 기한을 정해 고용했던 하녀들의 명부를 손에 넣었다.명주 아가씨를 안고 달아난 그 유모의 이름이 바로 왕선우였다.조 어멈이 이 일을 부인께 알리려던 참에 왕선우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그녀가 몰래 가서 한번 보니, 왕선우는 들개에게 물어뜯겨 처참하게 죽어 있었다.이미 죽은 사람이니 굳이 말하지 않았다.그런데 그녀는 명주 아가씨가 왕선우의 일을 유난히 신경 쓰는 것 같다는 느낌이 어렴풋이 들었다.지난번 부인 앞에서 왕선우가 낯익어 보인다고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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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직접 한번 봐야 마음이 놓일 터였다.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면 말이다.*다과를 먹고 소설아가 처소로 돌아오기가 무섭게, 단이가 허둥지둥 달려왔다.“큰아가씨, 제가 물건을 정리하다가 손수건 한 장이 없어진 것을 알았어요. 장신구함도 누가 뒤졌는지 금비녀 하나가 사라졌고, 창턱에는 발자국까지 남아 있었어요. 잃어버린 물건이 모두 큰아가씨께서 평소 몸에 지니시던 것들이라, 혹시 나쁜 사람의 손에 들어가 큰아가씨의 명예를 더럽히게 될까 걱정됩니다.”소설아가 가만히 물었다.“당황하지 마라. 손수건은 언제 없어진 것이고, 창턱의 발자국은 언제 발견했느냐?”단이가 대답했다.“손수건은 부인 일행이 돌아간 뒤에 없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큰아가씨와 부인께서 다과를 드시러 가셨을 때, 어린 하녀가 물건을 정리하다가 손수건 한 장이 없는 것을 발견했어요. 처음에는 큰 아가씨께서 손수건을 몸에 지니고 가신 줄 알았는데, 돌아오신 뒤 장부와 대조해 보니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된 거예요. 큰 아가씨께서 재를 올리러 가셨을 때는 창문이 분명히 잘 닫혀 있었어요. 금비녀는 큰 아가씨께서 떠나신 뒤 누군가 담을 넘어 들어와 훔쳐 간 것 같아요.”소설아는 대충 무슨 일인지 짐작이 갔다. 손수건을 훔친 자들과 금비녀를 훔친 자들은 서로 다른 무리였다.단이는 발을 동동 굴렀다.“큰아가씨, 모두 제 탓이에요. 사람을 더 배치해 지키게 했더라면 이런 일이 생기지는 않았을 텐데요.”소설아는 조금도 조급해하지 않고 여전히 침착하고 느긋했다.“이미 벌어진 일이니, 아무리 조급해해 봐야 소용없다. 가서 위 천호를 모셔 오너라.”위 천호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고는 곧바로 말했다.“큰 아가씨, 걱정 마십시오. 큰 아가씨께서 바늘 하나를 잃으셨다 해도 제가 찾아 드리겠습니다.”추영우가 위 천호를 도관에 남겨 둔 것은 은밀히 소설아를 지키기 위해서였다.사실 물건을 누가 훔쳤는지 위 천호는 속으로 대충 알고 있었다.손수건은 민씨가 훔친 것이었다.오후에 위 천호는 민씨와 장 도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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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9화

금비녀를 바꿔치기하는 일쯤은 금의위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위 천호는 오늘 밤 틈을 봐서 최씨 가문 저택에 잠입해 금비녀를 소리 없이 바꿔 놓을 수 있었다.“제가 이미 최희정에게 사람을 붙여 놓았습니다.”위 천호가 말했다.소설아가 웃었다.“고마워요, 위 천호.”최희정이 나쁜 짓만 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최희정과 가까운 사이는 아니지만, 본성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오히려 조금 어리석은 쪽이었다.오늘 차를 올린 일은 십중팔구 설현정이 부추긴 것이다.설현정은 그녀를 해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제 몸마저 불임으로 만들었으니, 지금쯤 이불 속에 숨어 울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생각이라고는 없는 최희정은 다음에 나쁜 짓을 하기 전에도 십중팔구 다시 설현정에게 도움을 청할 것이다. 두 사람이 나쁜 마음만 먹는다면, 다치는 쪽은 결국 설현정이었다.“부인 쪽에서는 큰 아가씨의 손수건으로 좋지 않은 일을 벌일 모양이었습니다. 제가 제멋대로 손수건을 되찾아 왔습니다.”위 천호가 소설아에게 손수건을 건넸다. 손수건과 함께 머리카락 한 올이 딸려 나왔다.소설아는 머리카락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이건?”위 천호가 말했다.“제 짐작이 틀리지 않다면 큰 아가씨의 머리카락일 것입니다. 부인께서 무엇을 하려 하셨겠습니까? 아마 염승술일 것입니다.”금의위는 경성 전체의 정보를 장악하고 있었으니, 이 도관 역시 예외일 리 없었다.그는 예전에 사건 하나를 맡은 적이 있었다. 어느 집 적출 도령이 아무 까닭 없이 미쳐 버렸는데, 알고 보니 그 집 서출이 적출 도령의 생년월일시를 짚 인형에 묶어 놓고 사람을 불러 법술을 부렸던 것이다.조사는 결국 이 도관의 도사에게까지 이르렀다.그는 이런 사악한 술법을 믿지는 않았지만 뜻밖의 일이 생길까 걱정이었다. 그래서 발견하자마자 손수건과 머리카락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었다.소설아가 손수건을 받아 보니 향재가 조금 묻어 있었고, 머리카락이 손수건에 몇 바퀴 감겨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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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명주 언니,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요?”소명지는 소명주 앞으로 다가와 손을 흔들었다. “어머, 명주 언니, 눈꺼풀이 왜 또 뛰어요?”소명주는 눈을 감고 손바닥의 도톰한 부분으로 눈꺼풀을 문질렀다.“명지야, 이제 안 뛰니?”소명지가 말했다.“괜찮아졌어요, 괜찮아졌어요. 명주 언니, 큰 오라버니랑 형부 것만 남았어요. 큰 오라버니랑 형부의 생년월일시를 알아요?”“아, 알지.”소명주는 소명지가 건네준 붉은 종이를 받아 두 사람의 생년월일시를 적어 돌려주었다.소명지가 받아 들었다.“언니, 잠깐만 기다려요. 큰 오라버니랑 형부를 위해 등을 밝히고 올게요.”그녀는 은전을 내고 등잔 두 개를 받아 생년월일시를 등잔 밑에 눌러 놓았다.일을 마친 소명지는 소명주를 끌고 방석 위에 나란히 무릎을 꿇었다.“명주 언니, 우리 큰 오라버니랑 형부를 위해 절하고 소원을 빌어요.”소명주에게 소원을 빌 마음이 있을 리 없었다. 그녀는 여씨의 원혼이 흩어지지 않고 자신에게 들러붙어 있을까 걱정이었다.그녀는 한 번 회귀한 몸이라, 귀신의 일을 굳게 믿었다.어떻게든 여씨의 원혼을 천도해야 했다.아니, 천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여씨의 원혼을 아예 없애 버려야 했다.소명지는 방석 위에 무릎을 꿇고 정성껏 소원을 빌었다.‘큰 오라버니와 형부가 진사에 높은 성적으로 급제하게 해 주세요. 하지만 주 도련님보다 높은 순위는 안 돼요. 큰 오라버니와 형부도 급제할 수는 있지만, 절대로 주 도련님보다 뛰어나서는 안 돼요. 주 도련님이 과거에서 좀 더 좋은 성적을 거두면 집안 형편의 부족함을 메울 수 있어요. 저는 반드시 민영하, 그 천한 것보다 더 잘 시집가게 해주세요.'두 자매는 저마다 다른 생각을 품은 채 문창 도군전 본전에서 나오다가, 마침 소설아와 마주쳤다.소명주가 웃으며 말했다.“설아 언니, 여긴 웬일이세요? 이 늦은 시각까지 아직 안 주무셨어요?”벌써 술시였다. 평소라면 이 시각에는 모두 잠자리에 들었을 터였다. 다만 도사가 밤에 소원을 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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