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의 모든 챕터: 챕터 711 - 챕터 720

732 챕터

제711화

소명주가 찾아갔을 때 장 도사는 아직 잠들지 않고 어린 도사들에게 부적을 그리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다.“소 아가씨, 이 늦은 시각에 어찌 아직 주무시지 않으셨습니까?”소명주는 어린 도사들을 한 번 바라보더니 무언가 말을 꺼내려다 이내 입을 다물었다.장 도사는 곧바로 눈치를 채고 어린 도사들에게 말했다.“너희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거라.”어린 도사들이 모두 물러나자 그제야 소명주가 입을 열었다.“도사님, 망혼을 천도하고 싶습니다.”그러면서 은자 꾸러미를 내밀었다.“이 망혼은 저에게 조금 특별한 사람이에요. 도사님께서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해 주세요.”장 도사는 은자를 받아 슬쩍 무게를 가늠해 본 뒤 소매 주머니에 넣었다.“소 아가씨, 안심하십시오. 응낙했으니 반드시 해 드리겠습니다.”소명주는 마음이 놓였다.“도사님께서 오늘 이미 점을 쳐서, 원혼이 저를 따라다닌다고 알아내셨잖아요. 그 원혼이 어디서 온 것인지도 짚어 내실 수 있나요?”장 도사는 자신을 시험하려는 것임을 알아챘다.“아가씨, 방석에 앉으십시오.”소명주는 장 도사의 말대로 방석 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장 도사는 향 세 대를 피운 뒤 입으로 주문을 외며 소명주의 주위를 천천히 빙빙 돌았다.향내에 둘러싸이자 소명주는 조금씩 마음이 가라앉았고, 떨리던 눈꺼풀도 어느새 잠잠해졌다.향이 거의 다 타들어 가자 장 도사는 낮게 주문을 읊조리며 향을 향로에 꽂았다.마지막으로 불진을 한 차례 휘두른 뒤 붉은 점괘 종이를 꺼내 사각사각 몇 획을 그었다. 이어 몇 글자를 적어 내려갔다.글쓰기를 마친 장 도사는 점괘 종이를 소명주에게 건넸다.소명주는 그것을 받아 들고 살펴보다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종이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사내아이의 반쪽이니, 그 아이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 숨겨진 뜻은 분명했다.사내아이를 뜻하는 말에서 반쪽만 떼어 내고, 다시 어린아이를 뜻하는 글자를 합치면 하나의 이름이 완성되었다.소명주는 그 뜻을 알아차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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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소명주는 정전 앞에 붉은 끈이 빼곡하게 걸려 있는 나무로 다가가 점괘 종이를 매달았다.조 어멈은 어둠 속에 숨어 있다가 소명주가 떠난 뒤에야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방금 걸어 둔 점괘 종이를 떼어 냈다.조 어멈은 글을 많이 알지 못했다. 점괘에 적힌 글자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그 뜻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내일 사람을 찾아가 물어볼 생각이었다.*소명주는 장 도사의 처소에서 돌아오자마자 잠자리에 들었다.그날 밤, 그녀는 꿈을 꾸었다. 여씨의 원혼이 찾아와 연화하지 말아 달라고, 곧 떠날 테니 제발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꿈이었다.잠에서 깨어난 소명주의 얼굴은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그녀는 곁의 허공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저를 모질다고 원망하지 마세요.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이미 첫발을 내디딘 이상, 이제 와서 돌아설 수는 없었다.밤새 잠을 설친 탓에 아침이 되자 소명주의 눈꺼풀은 전보다 더 심하게 떨렸고, 눈 밑도 푸르스름하게 멍든 듯했다.그녀는 세수를 마치자마자 민씨의 처소로 향했다.민씨는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딸의 얼굴이 몹시 지쳐 보이자 마음이 아파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어서 따뜻한 물 한 대야를 가져오너라.”민씨는 소명주의 눈을 주물러 주려 서둘렀다.소명주는 말없이 민씨의 품에 기대었다. 따뜻한 품에 안겨 있으니 긴장이 풀린 탓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눈시울이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정말 그녀가 모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누구라도 그녀와 같은 처지에 놓였다면 결국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그녀는 어린 나이에 여씨에게 팔려 백정의 집으로 보내졌다. 겨우 네다섯 살 때부터 집안일을 거들며 돼지에게 먹이를 주고 돼지우리를 쓸어야 했다.조금 더 자라서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돼지 내장까지 씻었다. 집안의 궂은일이란 궂은일은 모두 그녀가 도맡았다.배불리 먹어 본 적도 없었고, 따뜻한 옷을 입어 본 적도 없었다.옷은 늘 몸에 제대로 맞지 않았고, 한겨울에도 따뜻하게 입어 본 적이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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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너희는 대체 설아를 어떻게 돌본 게냐?”민씨는 자애로운 어머니의 얼굴을 하고 꾸짖었다.“멍하니 서서 뭐 하느냐? 어서 나를 안으로 안내하지 못하겠느냐!”단이는 민씨를 흘끗 바라보더니 곧바로 사람들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갔다.“부인, 발밑을 조심하세요.”안채의 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창문은 두꺼운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어 안은 칠흑같이 어두웠다.민씨는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사람을 시켜 창문을 열게 했다.“창을 열어 바람을 들여라. 이리 답답하니 사람이 어찌 낫겠느냐! 설아야, 괜찮으냐? 설아야?”민씨가 다급하게 침상 곁으로 달려갔다.소설아는 눈을 뜬 채 침상에 앉아 멍한 눈빛으로 민씨를 바라보고 있었다.민씨의 얼굴에 눈에 띄게 실망한 기색이 스쳤다.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그런데 어찌 이렇게 멀쩡하게 앉아있단 말인가?민씨는 소설아가 이미 홀려 버려, 이제는 마음 놓고 소설아의 재산을 차지할 수 있게 된 줄 알았다.그런데 멀쩡하다니?“부인, 무슨 일이세요?”소설아가 하품을 했다.민씨는 침상 가장자리에 앉았다.“단이가 네가 깨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어디 불편한 곳은 없느냐?”눈빛에는 걱정이 어렸고, 말투도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민씨가 손을 뻗어 소설아의 이마에 열이 있는지 짚어 보려다가, 소설아가 싫어할까 걱정되었는지 손을 허공에 멈춘 채 간청하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빛으로 허락을 구하는 듯했다.갑자기 사람을 아낄 줄 알게 된 것 같았다. 단순히 마음을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었다.소설아가 고개를 저었다.“부인, 불편한 곳은 없어요. 괜찮습니다. 단이야, 옷 갈아입는 것을 도와다오.”단이가 옷을 들고 다가왔다.소설아는 손을 들어 머리를 문질렀다.“머리가 조금 어지러워요. 산속의 습기가 너무 짙어서인지 모르겠어요. 부인, 제가 먼저 떠나면 안 될까요?”민씨가 말했다.“나는 괜찮은 것 같은데. 습기가 있기는 해도 그리 심한 편은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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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조 어멈의 눈에는 명주 아가씨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보면 볼수록 위원후의 예전 그 외실을 닮아 보였다.“그런데 어머니, 한 가지 문제가 있어요. 언니도 이제 혼인할 나이가 됐잖아요. 언니가 시집가 버리면 어떡해요? 명지도 곧 시집을 가는데, 언니라고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수는 없잖아요!”시집간 딸은 출가외인이라고 했다. 소설아가 혼인하고 나면 그들도 더는 대놓고 소설아에게 기대어 이익을 챙기기 어려워질 터였다.민씨가 눈살을 찌푸렸다.“그때가 되면 데릴사위를 들이게 할 방법을 찾아야지!”“데릴사위요?”소명주가 말했다.“군주 마마 쪽에서 절대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민씨는 소명주를 끌어당겨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그럼 이러면 어떻겠느냐. 외진 곳의 농가를 하나 찾아 그 아이의 친어머니 행세를 하게 하는 게다. 그리고 그 집의 사내를 어릴 적부터 정해 둔 정혼 상대라고 꾸미는 거지. 부모도 없고 마음대로 부리기 쉬운 사내를 데릴사위로 들이면 된다. 친부모가 정한 혼약이니 양부모가 정한 혼약보다야 당연히 무게가 있지 않겠느냐. 거기에 기회를 봐서 일을 되돌릴 수 없게 만들어 버리면, 결국 소설아 스스로 원한 혼인처럼 꾸밀 수 있을 게다. 그러면 연화 군주 쪽에서도 더는 할 말이 없을 게야…”“역시 어머니 생각은 뛰어나세요.”소명주는 흥분한 나머지 눈꺼풀이 더욱 심하게 떨렸다.민씨는 마음이 아파 소명주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우선 도사님께 제사를 부탁해서 네 곁의 원혼부터 천도하자구나. 네 꼴을 보니 어미 마음이 몹시 아프구나.”“네, 어머니 말씀대로 할게요.”두 사람이 정전에 이르러 보니 장 도사는 신을 즐겁게 하기 위한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도관에서 올리는 신을 위한 공연은 무대에서 배우들이 노래와 연기를 펼치면, 안주인과 집안의 여인들이 자리에 앉아 이를 관람하는 방식이었다. 위원후부뿐만 아니라 다른 고관대작 집안의 여인들도 구경하러 오곤 했으며, 명문가의 자제들이 서로 얼굴을 익히고 교류하는 자리이기도 했다.준비를 마친 장 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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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민씨는 입김을 후 불어 손을 녹인 뒤 겉옷을 더욱 단단히 여몄다.“무슨 일이냐?”조 어멈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긴장이 되었다.사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녀의 추측이었다.어젯밤 소명주와 장 도사가 나눈 대화를 그녀는 똑똑히 들었다.소명주는 장 도사에게 곁에 붙은 원혼을 혼백까지 흩어지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그 원혼의 성이 여씨라면, 위원후의 그 외실일 가능성이 매우 컸다.그렇다면 소명주는 이미 여씨를 죽였고, 이제 여씨의 원혼이 자신에게 들러붙자 그 흔적마저 뿌리째 없애려는 것이었다.조 어멈은 소명주가 너무 모질다고 생각했다.무엇보다 소명주는 부인의 친딸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컸다. 부인이 그토록 잘해 주고 있는데, 혹시라도 소명주가 부인에게 해를 끼칠까 걱정스러웠다.조 어멈은 이 일에 거의 확신하고 있었지만, 결국 어디까지나 자신의 추측일 뿐이었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그대로 부인께 말씀드렸다가는 믿어 주기는커녕, 오히려 이 일로 부인의 신임을 잃을 수도 있었다.조 어멈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말을 고르고 입을 열었다.“부인, 명주 아가씨께서…”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곁채의 문이 갑자기 열렸다.문가에서 소명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조 어멈, 내게서 뭘 발견했다는 거지?”제사를 마치자 소명주는 조마조마하던 마음이 한결 가라앉았다. 마음이 놓이자 그동안 심하게 떨리던 눈꺼풀도 자연스럽게 잠잠해졌다.조 어멈은 고개를 숙인 채 하마터면 제 침에 사레가 들릴 뻔했다.“아무것도 아닙니다. 명주 아가씨께서 옷을 너무 얇게 입으신 것 같아 말씀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이 산은 찬 기운과 습기가 심하니, 명주 아가씨께서 습기에 상하실까 걱정이 되었습니다.”“그래? 조 어멈은 참 나를 많이 걱정해 주는구나.”소명주가 눈꺼풀을 살짝 내리깔고 조 어멈을 흘겨보았다.소명주는 조 어멈의 눈빛을 보며 마음속으로 경계했다. 저 늙은이는 쥐새끼처럼 눈을 굴리며 무언가 눈치챈 것이 아닐까 싶었다.게다가 예전에도 왕선우가 낯익다고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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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천도가 아니었다. 여씨의 혼백은 흔적도 없이 흩어져 사라진 것이었다.조 어멈은 속으로 결심했다.후부로 돌아가면 가장 먼저 민씨의 친정에 가서 방 어멈이 말했던 그 그림부터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모든 것을 확실히 조사한 뒤에야 부인께 이 일을 알리리라.*민씨는 소명주를 데리고 무대로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명지와 소설아도 도착했다.연극이 끝나자 장 도사는 순서에 따라 후부 사람들에게 머리에 손을 얹고 복을 내려 주는 의식을 베풀었다.삼청전에는 임시로 제단이 차려졌고, 그 위에는 삼청의 신상이 모셔져 있었다.민씨는 자녀들을 데리고 줄을 서서 차례로 복을 받았다.이치대로라면 민씨가 가장 먼저 복을 받고, 그다음은 소명천, 소설아, 소명주, 소명지 순서였다.그러나 민씨가 소명주를 단단히 붙들고 있다 보니 소명천은 세 번째 순서로 밀려났다.소명천은 원래부터 소설아와 가까워지고 싶었던 터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장 도사는 도사의 예복을 갖춰 입고 낮은 목소리로 축원을 읊었다.그는 먼저 민씨에게 허리를 숙여 예를 올린 뒤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한 손에 든 불자루를 가볍게 민씨의 정수리에 대고, 다른 손으로는 비단 함을 받쳐 그녀 앞에 내밀었다. 그러고는 작은 목소리로 길한 말을 몇 마디 읊어 주었다.마지막으로 장 도사는 불자루를 민씨의 정수리 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세 바퀴 돌린 뒤, 비단 함을 건넸다.함 안에는 오색실에 꿴 금장식과, 재앙을 물리치고 수명을 늘려 준다는 뜻이 적힌 노란 부적이 접혀 들어 있었다.소설아의 차례가 되었을 때도 장 도사는 별다른 동작을 하지 않았다.복을 내려 주는 의식이 끝나자 장 도사가 말했다.“부적은 접어서 옷 속에 넣고 몸에 지니십시오. 몸을 지켜 주는 부적은 허리에 차시면 됩니다.”장 도사가 말한 호신부는 비단 함 안에 오색실로 꿰어 둔 금장식이었다. 버들잎 모양으로 만든 금장식의 앞면에는 상서로운 구름무늬가 새겨져 있어 길한 뜻을 담고 있었고, 모양도 아름다웠다.민씨는 장 도사에게 사례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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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소명주가 저지른 짓들을 소설아는 훤히 꿰뚫고 있었다. 어젯밤 그녀가 장 도사를 찾아가 퇴마 의식을 부탁한 것까지도 말이다.여씨는 죽지도 않았는데, 원혼이라니 당치도 않은 소리였다.소설아는 당연히 그딴 것을 믿지 않았다. 그저 소명주를 겁주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말한 것뿐이었다.“어머나, 명주 언니! 눈꺼풀이 왜 더 심하게 떨려요?”소명지가 고개를 돌려보니, 과연 소명주의 눈꺼풀이 미친 듯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이번에는 떨림이 훨씬 심했다. 눈가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고 얼굴 살까지 덩달아 덜덜 떨리는 모습이 섬뜩하기까지 했다.소명주가 급히 손을 들어 꾹 눌렀지만, 도무지 진정되지 않았다.민씨가 미간을 찌푸렸다. “어찌 된 일이냐? 제사를 해서 나아진 게 아니었어? 어찌 원혼이 아직도 흩어지지 않은 게야?”소설아가 허리춤의 부적을 떼어내려 하며 말했다. “부인께서 속으신 모양입니다. 전혀 영험하지 않잖아요.”민씨가 황급히 손을 뻗어 그녀를 말렸다. “잠깐! 떼지 말거라. 영험할 게다. 틀림없이 영험해! 조 어멈, 어서 가서 도사님을 모셔 와라.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여쭤봐야겠다!”조 어멈은 소설아를 힐끗 쳐다보고는 몸을 돌려 장 도사를 찾으러 갔다.소식을 듣고 달려온 장 도사는 미친 듯이 떨리는 소명주의 눈꺼풀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찌 또 시작된 겁니까?”민씨도 다급하게 물었다. “도사님, 분명 원혼을 천도하지 않으셨습니까?”소명지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앙칼지게 소리쳤다. “설마 쫓아내지 못해서 원혼이 악귀로 변한 건 아니겠죠!”안 그래도 불안했던 소명주는 그 말에 기겁했고, 눈꺼풀의 경련은 한층 더 격렬해졌다.소설아가 말했다. “명주야, 눈이 꼭 귀신 씐 것처럼 깜빡거리는구나.”소명지가 소리쳤다. “꺄악! 귀신이 왔어요!”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공포에 질려 우왕좌왕하자, 장 도사가 서둘러 그들을 진정시켰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빈도가 여기 있는 한, 원혼이 감히 장난을 치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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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소명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 이제 괜찮아요.”장 도사가 두 사람 뒤를 따르며 불자를 휙 휘둘렀다. “부인, 악귀가 비록 사납기는 하나 결국 저에게 제압되었습니다.”소설아는 고개를 숙여 살짝 웃고는, 고개를 들 땐 다시 잔뜩 겁에 질린 척했다. “도사님, 생각났어요. 꿈속에서 그 여씨 성을 가진 여인이 자신을 명주의 친어머니라고 했답니다. 명주가 친어머니를 살해했으니 지옥에 떨어질 거라고 하더군요!”소명주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정상으로 돌아왔던 눈꺼풀이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이번에는 떨림이 훨씬 심해서 아예 눈을 감을 수조차 없었다!소설아가 말했다. “어머 명주야, 병이 낫긴 글렀나 보구나!”소명지가 소리쳤다. “귀신이 또 왔어요! 도사님, 어서 부적 태운 물이라도 언니한테 먹이세요!”조 어멈은 곁에서 묵묵히 들으며, 자신의 생각에 더욱 확신을 가졌다.혼란스러운 틈을 타 소설아는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다.그녀는 부적을 떼어냈다.단이가 비단 상자 안에서 누런 부적을 꺼내며 말했다. “큰 아가씨, 이 물건 아무래도 좀 께름칙합니다. 제가 그냥 가져가서 태워버리겠습니다!”소설아가 말했다. “태우지 말거라. 남겨둬.”단이가 물었다. “남겨서 어디에 쓰시려고요?”소설아가 답했다. “증거로 남겨둬야지. 이 부적을 위 대인에게 가져다주렴.”그녀가 대략 계산해 보건대, 이 도관은 꽤나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민씨를 응대한 이 사흘 동안만 해도 최소 수천 냥은 벌어들였을 것이다.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도관은 거대한 정보 조직이기도 했다. 매달 이렇게 수많은 명문가의 부인과 아가씨들을 접대하니, 대체 얼마나 많은 은밀한 사생활을 주워듣겠는가.“장 도사가 내게 염승술을 썼으니, 내게 수만 냥을 배상한다고 해도 과한 건 아니겠지?”단이의 눈이 반짝였다. “수만 냥을 물어내는 것도 그 늙은 도사한테는 싸게 먹히는 거죠! 제가 지금 당장 위 대인께 가져다드리겠습니다.”소설아는 단이를 가까이 불러들여 작은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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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소명주는 한밤중이 되도록 시달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녀는 정말로 악귀에 씌기라도 한 것처럼 눈꺼풀 떨림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고, 심지어 선잠이 들었을 때도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민씨가 줄곧 곁을 지켰지만, 어찌나 애가 탔는지 입술에 커다란 물집이 잡힐 정도였다.소명주는 정말로 병이 난 듯했다. 병은 갑작스레 찾아왔고, 그녀는 아무것도 삼키지 못한 채 구역질만 해댔다.민씨가 처소로 돌아간 후, 소명주는 방 안에 채홍 한 사람만 남겨두었다.“너…”소명주가 기운 없는 목소리로 채홍을 보며 입을 뗐다. “네가 혹시…”채홍이 즉시 바닥에 엎드렸다. “둘째 아가씨, 저는 맹세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제가 다른 사람에게 입을 놀렸다면, 제 명에 죽지 못하고 죽어서도 지옥에 떨어질 것입니다!”소명주가 눈을 감았지만, 눈꺼풀은 여전히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채홍의 맹세가 거짓이 아니라면, 소설아는 분명 여씨에 대한 일을 모르는 것이 확실했다.소설아가 여씨의 일을 알았다면 진작에 민씨에게 일러바쳤을 것이지 지금까지 끌 리도 없었다.그렇다면, 소설아는 정말로 여씨의 원귀를 꿈에서 보았다는 뜻인데…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소명주는 방안을 두리번거렸고, 온몸에 오싹한 소름이 돋았다.설마 여씨의 원혼이 정말로 찾아오기라도 한 걸까…“채홍아, 널 의심하는 게 아니야. 일어나서 내 옆에 바짝 붙어 자거라!”채홍 역시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며 침상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둘째 아가씨, 설마 여 부인의 원혼이 목숨을 거두러 온 건 아니겠죠?”둘째 아가씨를 뫼신 지 꽤 되었지만 아가씨에게 눈꺼풀이 제멋대로 떨리는 병 따위는 없었다. 그런데 지금 갑자기 이렇게 심해진 것을 보면 여씨의 원혼이 복수하러 온 것 말고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소명주가 앙칼지게 소리쳤다. “입 닥쳐!”채홍이 몸을 움찔 떨었다.소명주가 그녀를 침상으로 끌어당겨 눕히고는 바짝 다가붙었다. “겁내지 말거라. 장 도사님이 계시잖니. 비록 악귀가 되어 돌아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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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민씨는 뜰 입구에서 배율승과 서경수를 마주쳤다.소설아가 병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배율승이 배도혁을 데리고 문병을 온 것이었다. 배율승은 약재 한 상자를 들고 왔고, 서경수는 빈손이었다.배도혁이 다짜고짜 소설아의 방으로 돌진하자, 서경수가 그의 뒷덜미를 낚아채어 번쩍 들어 올렸다.“여인의 규방에 남자가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되지!”배도혁이 고개를 돌려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고양이처럼 낮게 으르렁거렸다.옆에 있던 유모가 통역을 자처했다. “서 군왕 전하, 작은 도련님은 아직 네 살배기 아이일 뿐입니다.”서경수는 아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배율승에게 넘겨주었다. “아이라도 들어가면 안 된다. 환자의 휴식을 방해할 테니.”배율승이 아들을 받아 들고는 뒷덜미를 살짝 꼬집었다. “서 군왕 전하, 제가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입니다. 도혁아, 어서 서 군왕 전하께 사과드리거라.”배도혁은 오동통한 얼굴을 잔뜩 굳힌 채 서경수에게 읍을 했다.그리고는 배율승이 보지 못하는 틈을 타 서경수를 향해 재빨리 눈을 까뒤집었다.이번에는 유모도 통역하지 않았다.서경수는 입을 꾹 다물었다.민씨가 말했다. “배 장군, 서 군왕 전하, 괜찮으시다면 명천의 처소에 가서 잠시 쉬시지요.”두 사람은 소설아의 상태가 궁금했던 터라 그녀를 따라나섰다.민씨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제부터 소설아의 인맥을 하나하나 자신의 것으로 만들 작정이었다.“배 장군, 서 군왕 전하, 어서 들어와 앉으시지요.”소명천은 민씨가 손님들을 데려온 것을 보고 얼굴에 기쁜 기색이 역력했다. 눈가에 반가움이 넘쳐흐르자, 민씨가 주의를 주었다. “설아는 방금 잠들었으니 넌 가서 방해하지 말거라.”소명천은 그제야 근심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의원은 불렀습니까? 어서 의원을 모셔와 대기하게 하십시오.”서경수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는 고개를 숙여 미소를 지었다.자리에 앉자, 배율승이 걱정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최 낭자 때문은 아닐까요? 불임약은 저희가 찾아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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