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Chapter 51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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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소설아는 매번 악몽에서 깨어날 때마다 민씨에게 선택받은 것이 자신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그녀는 어려서부터 후부에 은혜를 갚아야 하며 가족을 위해 목숨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교육받았다.민씨가 말하는 그 정이라는 것이 꿀 바른 독약임을 알면서도 달게 삼켰었다.이제 보니 그것은 단지 자신을 길들이기 위한 민씨의 수작에 불과했다.다른 마차 안에서 민씨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부인님, 큰아가씨께서 너무 놀라시지 않을까요?"민씨는 가슴팍의 호신 부적을 매만졌다. "욕보이려는 것도, 망신을 주려는 것도, 겁을 주려는 것도 아니다. 은혜를 아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지금 설아가 누리는 모든 것은 내가 준 것이고, 나는 언제든 그것을 거두어갈 권리가 있다는 걸 깨닫게 해야지. 이제 설아가 어떻게 생각할지 지켜보자꾸나."민씨는 최근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다. 소설아가 언제든 자신의 통제를 벗어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이런 기분이 몹시 싫었다."부인님, 큰아가씨께서 오십니다."소설아는 마차에서 내려 두 손을 모으고 그 기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부인님께서는 그리도 자비로우신데 왜 저 여자도 함께 데려오지 않으신 겁니까? 아기 한 명 더 거두는 것이 후부에 그리 큰일도 아니었을 텐데요.""설마 부인님께서 충분히 자비롭지 않으셨던 건가요?"그녀의 맑고 투명한 눈빛에는 의문이 서려 있었고, 그것은 마치 거울처럼 민씨 마음속의 악함을 비추는 듯했다.민씨는 호신 부적을 만지던 손을 멈추고 깊은 숨을 들이마셔 가슴속의 분노를 억눌렀다.'정말 하극상도 유분수지.'..."언니, 어찌 이리 무례할 수 있습니까?! 은혜도 모르고 정말 너무하시군요!"민씨는 어제만 해도 소명주가 연 축하 잔치가 후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구박하더니, 오늘 소설아에게 면박을 당하자마자 다시 소명주와 화기애애해졌다.민씨는 소명주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친자식이 아니니 결국 벽이 느껴지는구나. 어찌 친오라버니는 돕지 않고 남의 편만 든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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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소명주가 향료 가게에 도착했을 때 가게 앞은 이미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문 앞은 명문가에서 물건을 사러 온 관리 부인들로 꽉 막혀 있었다."비키십시오, 둘째 아가씨께서 오셨습니다!"소명주는 가슴이 답답한 것을 참고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애써 침착한 척 물었다."무슨 일이냐? 왜 이리 소란스러운 것이냐?"점주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둘째 아가씨, 저분들이 환불을 요구하고 계십니다.""환불이라고?"소명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향료 같은 귀중품은 한 번 팔리면 교환이나 환불이 안 된다는 걸 모르십니까?"보국공부(輔國公府)의 관리 부인이 물건을 탁자 위에 쾅 내리치며 소리쳤다."환불 안 해주면 오늘 이 가게를 박살 내버리겠습니다!"다른 가문의 관리들도 맞장구쳤다."그래요, 가게를 부숴버립시다!""오랫동안 거래해온 단골에게 가짜를 팔다니!""당장 큰아가씨더러 나오라고 하십시오!!"점주가 달랬다."모두 진정하십시오. 지금 가게는 둘째 아가씨께서 맡고 계시니, 둘째 아가씨께 말씀하시면 됩니다."각 가문의 관리들이 향료 조각을 내밀었다."보십시오, 이게 무슨 물건인지. 건드리기만 해도 부서지는 건 물론이고 타다가 꺼지기 일쑤입니다. 향도 뚝뚝 끊기니 우리 주인님께서 노발대발하셨습니다!"소명주는 향료 조각을 받아 들었다.그녀는 좋은지 나쁜지 구분할 줄 몰랐기에 점주가 즉석에서 향을 피워 설명해 주었다."좋은 향료는 유분이 풍부해야 하는데, 이 향은 향기가 순수하지 않고 냄새가 옅으며 심지어 코를 찌르는 듯한 악취까지 납니다. 평소 향을 즐겨 쓰는 사람이라면 단번에 알아차리시지요."소명주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우리 가게 향은 대대로 내려온 이름난 것이라 수년간 문제가 생긴 적이 없는데, 왜 이제 와서 이런 겁니까?"그녀는 소란을 피우는 관리들을 쳐다보았다."갑자기 이렇게 많은 분이 오셔서 소란을 피우시는 걸 보니 혹시 사기 아닙니까?"비싼 향료를 쓰는 집안은 대개 명문가였고, 그 집안의 관리들은 칠품 관리보다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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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미리 말해두지만, 아무리 칭찬해도 주인님이 마음에 안 들어 하시면 바로 환불할 겁니다!""걱정 마십시오. 반드시 만족하실 겁니다. 이것이 저희 가게의 향이니 냄새만 맡아보셔도 품질을 아실 겁니다!"소명주는 관리들이 옆 가게로 들어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며, 두 눈이 충혈되어 붉게 달아올랐다.채홍이 달려가 욕을 퍼부었다."동 점주, 이 파렴치한 인간 같으니라고! 우리 아가씨께 해고당해 놓고 감히 손님을 뺏어가다니?!"가게 앞의 점원이 물을 끼얹어 채홍의 얼굴을 적셨다."뺏긴 뭘 뺏어, 아직 꿈에서 덜 깼나 본데? 당신네 가게에서 가짜를 파니까 우리가 손님을 모시는 것이지!"채홍이 달려들어 싸우려 하자 소명주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됐다, 지금은 급한 일부터 처리하자꾸나."그녀는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에 자신이 있었고, 물건만 좋으면 다시 팔릴 것이라 믿었다.소명주는 조향사 두 명을 불러 엄하게 꾸짖었다."어찌 된 것이냐? 비법을 줬는데 이따위로 만들었단 말이냐?"조향사들도 억울해했다."둘째 아가씨, 비법의 문제가 아닙니다."소명주가 소리쳤다."그럼 뭐가 문제란 말이냐!?"조향사가 나직이 답했다."아가씨께서 들여오신 향료에 문제가 있었습니다.""향료 문제라고? 3만 냥어치 향료가 문제란 말이냐?!""원료는 너희 둘이 직접 검수한 것 아니냐? 그런데 왜 문제가 생긴 것이냐?!"소명주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조향사는 겁에 질려 고개를 저었다."둘째 아가씨, 저희가 검수한 게 아니라 아가씨께서 직접 검수하셨지 않습니까!"세 사람이 대조해 보고 나서야 전말이 밝혀졌다. 소명주는 조향사가 물건을 확인했을 거라 생각했고, 조향사들은 소명주가 직접 검수했을 거라 여겼던 것이다. 양측 모두 차 대접을 받으러 불려 나가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어느 쪽도 물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상황을 파악한 소명주는 눈앞이 캄캄해져 그 자리에서 기절할 뻔했다."둘째 아가씨, 정신 차리십시오! 아가씨!!"채홍이 소명주를 붙잡고 흔들자 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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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소명주는 하늘이 빙글빙글 돌고 눈앞에 별이 번쩍이는 것 같았다.간신히 숨을 몰아쉬었으나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등에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다.'어머니께 대체 어찌 설명한단 말인가?!'그녀는 민씨를 잘 알고 있었다. 민씨는 겉으로는 자비롭고 고결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돈을 목숨보다 아끼는 사람이었다.만약 민씨의 돈을 날려 먹었다면 그녀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맞아! 곡물이 있었지!'서 사장이 외상으로 창고 하나 가득한 곡물을 넘겨줬으니 아직 대금을 치르지 않은 상태였다! 서 사장이 돈을 받으러 나타나기만 하면 바로 관아로 끌고 갈 작정이었다.만약 서 사장이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그 곡물들을 팔아 치우면 손해를 메울 수 있었다.지금 곡물 한 섬에 200문인데 다음 달 재해로 상황이 심각해지면 최고 천문까지 치솟을 것이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소명주는 앞뒤 가리지 않고 창고로 달려가 곡물을 확인했다.지난번의 뼈아픈 교훈이 있었기에 그녀는 창고의 곡물을 꼼꼼히 살폈다. 전부 올해 수확한 햅쌀이었고 곰팡이 핀 곳 하나 없이 상태가 아주 좋았다.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다음 달에 이 곡물들을 팔아치우면 향료에서 입은 손실을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민씨에게 약속한 이익금 3천 냥을 마련할 길이 막막했다.소명주는 잠시 생각하더니 결심했다."후부의 땅문서와 집문서를 가져오너라."지금 후부의 살림을 소명주가 맡고 있으니 가게 한두 개쯤 전당포에 맡겨도 아무도 모를 터였다.일단 민씨를 안심시키는 것이 급선무였다."오늘 일어난 일은 철저히 비밀로 해야 한다. 밖으로 새어 나가게 하는 자가 있으면 누구든 바로 팔아버릴 줄 알아라!""그리고 옆 향료 가게 주인이 누구인지 사람을 시켜 알아보거라."그녀는 직감적으로 옆 가게의 주인이 소설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만약 정말 소설아라면 그때 가서 다시 빼앗아오면 그만이었다.'이것은 후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이니 소설아는 단 한 푼도 챙겨가지 못할 거야!'향료 가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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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민씨의 관심은 온통 은표에 쏠려 있어 소명주의 초조함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명주야, 고생 많았다."민씨는 스스로 고결하다 자부하며 돈을 직접 만지는 법이 없었기에 설강에게 은표를 챙기게 했다."남은 원금은?"소명주는 고개를 숙여 눈동자의 떨림을 감추며 말했다."어머니, 남은 원금은 다음 달에 돌려드리겠습니다. 만약 늦어지면 이자를 쳐서 드릴 테니 걱정 마십시오."민씨는 기뻐하며 그녀의 손을 잡아 곁에 앉히고는 유난히 친근하게 대했다."참, 스승 모시는 일은 소설아가 뭐라고 하더냐?"소명주가 머리를 톡 쳤다."어이쿠, 어머니, 가게에서 은표 챙겨오느라 바빠서 언니한테 들르는 걸 깜빡했습니다.""지금 당장 가보도록 하겠습니다."문밖으로 나서려던 소명주가 발걸음을 멈추고 말했다."참 어머니, 드릴 말씀이 하나 더 있습니다."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나직이 입을 열었다."큰 오라버니의 혼례가 앞당겨질 것 같습니다.""이유가 무엇이냐?""임현 낭자가 회임을 했답니다."축하 잔치 날 소명준의 속내를 그녀는 보았다. 겉으로는 자신을 위하는 척하면서 실상은 자신을 방패막이로 삼아 비난을 피하려 했던 것을.그러니 고발하는 것이 배신은 아니었고, 어차피 민씨도 조만간 알게 될 일이었다.무엇보다 향료 가게 일이 들통날까 봐 걱정이었기에, 소명준을 내세워 또 다른 큰 사건을 만들어 모두의 관심을 돌리려 한 것이었다.이것으로 소명준과는 비긴 셈이었다.민씨는 숨이 턱 막혀 손톱이 부러질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이 불효자 자식이 기어이 사고를 쳤구나!""여봐라, 당장 후작님께 이 사실을 알려라!"민씨의 얼굴에 서린 분노를 본 소명주는 이번 일은 확실히 성공했다며 속으로 안도했다.임현은 경성에서 이름난 기녀였기에 민씨는 우선 그녀를 속량시킨 뒤 1년 반 정도 시간을 두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임현이라는 이름이 잊힐 때쯤 적당한 신분을 만들어 후부로 들이려던 참이었다.만약 반년쯤 지나 소명준의 흥미가 떨어져 혼인을 안 하겠다고 하면 더 바랄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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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설아야, 네 오라버니를 좀 도와주겠느냐?"위원후가 엄숙하게 물었다.소명주가 비틀거리며 소설아 앞으로 다가와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언니, 제발 오라버니를 도와주십시오. 제가 싫다면 저를 때리고 욕해도 좋습니다. 그저 오라버니만 도와준다면...""오라버니는 재능이 뛰어나시니 훌륭한 스승님만 모신다면 반드시 급제하여 출세하실 겁니다…""언니, 제가 이렇게 빌 테니. 제발 부탁입니다..."그녀는 붉어진 눈시울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진심 어린 척 연기했다."오라버니께서 스승님을 모시고 관직에만 나간다면 임현 낭자를 맞이한 일도 젊은 날의 풍류로 아름답게 포장될 수 있을 겁니다. 언니, 제가 이렇게 절이라도 할 테니 허락해 주십시오..."소명준은 오직 자신만을 위해 애쓰는 소명주를 보며 조금 전의 불만은 눈 녹듯 사라졌다.'내가 명주를 오해했어, 명주야말로 진정으로 날 위하는 동생이야.'민씨가 입을 열었다."설아야, 후부 전체의 영욕이 네 어깨에 달려 있다."소설아는 온 가족이 자신을 압박해 이 대유에게 다시 부탁하게 할 것임을 진작에 예상하고 있었다.그녀는 제 앞에 무릎 꿇은 소명주를 아무런 감정 없이 내려다보았다."알겠습니다."그녀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으나 모두가 들을 수 있을 만큼 또렷했다.소명주는 그녀가 너무나 쉽게 수락하자 오히려 당황했다."알겠다고요? 언니, 정말 들어주시는 겁니까?"소설아가 천천히 눈을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왜, 내가 네 부탁을 들어주겠다는데 넌 기쁘지 않느냐?"소명주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정말 기쁩니다.""그럼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오늘 당장 오라버니를 모시고 이 대유님의 댁으로 가시지요."민씨의 미간에 서려 있던 수심이 걷히고 소설아를 바라보는 눈빛에 자애로움이 감돌았다.며칠 전의 압박이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소설아가 아무리 영악해 봤자 결국 열여섯 어린 계집일 뿐이었고, 민씨 또한 그 시절을 겪어봤기에 그 나이대가 얼마나 가족의 정에 굶주려 있고 인정을 갈구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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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민씨의 이 생각은 참으로 훌륭했다. 덕분에 소명준의 숙적 고윤석까지 불러 더 많은 사람이 그가 망신당하는 순간을 목격하게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의심을 피하기 위해 방 예약은 소명주가 맡았다. 소명주가 예약을 마치자 소설아는 미리 사람을 시켜 방 배치를 슬쩍 바꾸어 놓았다.그녀와 이 대유의 방을 가운데 두고 왼쪽 방에는 후부 식구들이, 오른쪽 방에는 동안백 세자 고윤석 일행이 자리하게 했다.세 방이 나란히 붙어 있어 숨죽이고 있으면 양옆 방에서 가운데 방의 대화가 고스란히 들리는 구조였다.준비를 마친 소설아는 사람을 보내 대유를 청했고, 후부 식구들은 미리 방에 들어가 대기했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소명주가 음식을 주문하기 시작했다."아버지, 뭘 드실지 좀 보시지요."위원후가 손을 저었다."네가 알아서 시키거라."소명주가 읊었다."아버지는 당면 요리, 어머니는 물고기 찜, 큰 오라버니는 닭 구이, 둘째 오라버니는 고기 볶음, 막내 동생은 쇠고기 찐빵을 좋아하니 이것들을 하나씩 시키고 이 집의 별미들도 몇 개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그러고는 차를 내오게 하여 천천히 음미했다.민씨가 고개를 끄덕였다."명주가 일 처리가 아주 야무지구나."옆방에 앉은 소설아는 후부 식구들이 소명주가 일 처리가 꼼꼼해서 큰아가씨보다 낫다며 칭찬하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잠시 후 하인이 보고했다."후작님, 부인님, 대유님께서 오셨습니다."그제야 옆방이 조용해졌다."소 낭자, 무슨 일로 나를 이곳으로 부른 것이오?"이 대유가 들어오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이 대유님, 앉으시지요."소설아는 먼저 차를 따르고 안부를 나눈 뒤 입을 열었다."명리 오라버니가 요즘 공부를 어찌하고 있는지 여쭙고 싶어 불렀습니다."소명리 이야기가 나오자 이 대유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고, 그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그 아이는 타고난 재능도 괜찮지만 무엇보다 훌륭한 건 그 성품일세. 심지가 굳고 배움에 정진하니 내년 춘시에는 분명 급제할 수 있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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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소명리의 이야기를 할 때만 해도 이 대유는 기분이 좋아져 말이 끊이지 않았다.하지만 소명준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태도가 돌변하며 마치 소명준이 더러운 오물이라도 되는 양 피하려 했다.직접 보지 않아도 목소리만으로도 이 대유가 지금 얼마나 혐오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을지 짐작이 갔다.은혜를 모른다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가르치고 싶지 않다니, 소명준은 정말 보기 드문 멍청이임이 틀림없었다.왼쪽 방에서는 모두 조용히 음식을 먹고 있었으나, 그릇 깨지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젓가락을 멈췄다.민씨와 위원후의 미간은 깊게 찌푸러져 있었고, 소명주는 입을 반쯤 벌린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전생에 큰 오라버니는 이 대유의 유일한 제자였고 두 사람의 관계는 부자지간처럼 돈독했었다.'이번 생에는 왜 이렇게 틀어져 버린 걸까?'소명천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나 속으로는 냉소를 흘렸다.'멍청이는 역시 멍청이군. 세자 자리는 내가 차지해도 되겠어.'소명지는 상황 파악도 못 하고 계속 먹으려 했으나 모두가 가만히 있는 것을 보고 눈치를 보며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속으로 소설아를 욕했다.소명준은 의자에 주저앉아 온몸에 힘이 빠진 채 늘어졌다.방금 그 말들이 이 대유의 입에서 직접 나온 것이라고 도저히 믿고 싶지 않았다.전생에 이 대유는 를 보고 그렇게 평가하지 않았다!'분명 영기가 넘치는 글이라고 칭찬하셨는데!'가슴 한구석이 미어지듯 아파 왔다.소명준은 주먹을 꽉 쥐고 탁자를 내려치려 하자, 위원후가 그를 쳐다보며 눈빛으로 소란 피우지 말라고 제지했다.그가 폭발할까 봐 매서운 눈으로 쏘아보며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켜 조용히 하라고 압박했다.다행히 방 안이라 남들의 눈은 피할 수 있었기에 위원후부의 체면은 일단 지킨 셈이었다.소명준은 이를 악물며 일그러진 얼굴로 참아냈다.머릿속에 문득 의문이 스쳤다.'전생에 스승을 모신 것이 정말 소설아의 공이었을까? 이 대유님이 소설아 때문에 나를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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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위원후와 민씨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잠시 후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이 대유를 배웅한 소설아가 돌아온 것이었다.소설아의 앞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던 소명준은 서둘러 자세를 고쳐 앉았다.소설아는 밖에서 한참을 웃다 들어온 기색이었는데, 들어오자마자 소명준의 어두운 얼굴을 마주하자 더욱 웃음이 터져 나오려 했다.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들을 떠올리며 억지로 표정을 관리하고 고개를 저었다."세자, 들으셨겠지만 전..."위원후가 손을 들어 말을 가로막았다."그만하거라. 오늘 일은 아예 없었던 일로 하마."무슨 일이 있어도 위원후부의 체면이 최우선이었다.위원후가 주변을 훑어보았다."오늘 일은 절대로 밖으로 새어 나가서는 안 된다.""예, 아버지.""예, 후작님."소설아는 자리에 앉아 빈 그릇을 집어 들었다."음식을 다 시켜놓았는데 아까우니 다 먹고 가시지요."소설아가 좋아하는 음식은 하나도 없었지만, 천배취의 요리는 맛이 괜찮으니 먹어볼 만했다.그녀는 남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느긋하게 식사를 즐겼다.소명지는 먹고 싶으면서도 눈치를 보느라 못 먹다가 소설아를 향해 쏘아붙였다."설아 언니, 큰 오라버니가 저 꼴인데 음식이 넘어가십니까?"소설아는 찻잔을 들어 입술을 축였다."한 상에 천 냥이나 하는데 안 먹으면 낭비잖니. 부인님께서도 우리 후부는 사치와 낭비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하셨다."소명지는 말문이 막혔다."제 말은 오라버니 걱정은 눈곱만큼도 안 하냐는 겁니다! 오라버니가 힘들어하시는데 위로 한마디 없다니요!"소설아가 답했다."후작님께서 이 일을 다시는 입에 담지 말라고 하셨잖니."소명지가 씩씩거렸다."언니는 정말 피도 눈물도 없으시군요!"소설아가 대꾸했다."그렇게 걱정되면 네가 직접 이 대유님께 가서 빌지 그러느냐? 난 가서 빌고 왔는데도 걱정 안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구나.""소명지, 네가 지금 무슨 억지를 부리는지 생각해보거라."소명지가 다시 입을 열려 하자 위원후가 호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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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소명준은 들것에 실려 후부로 돌아왔다.그는 주막을 나설 때만 해도 억지로 몸을 가누며 걷다가 대문을 나서 인적이 없는 곳에 이르러서야 기절했다.체면을 지켰다고 생각했으나 비열한 고윤석이 하인을 시켜 뒤를 밟게 한 것이 화근이었다.하인은 그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달려가 보고했고, 이는 다시 방 안 사람들의 큰 웃음거리가 되었다.하루도 안 되어 소 세자의 사건은 경성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퍼졌다.위원후는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소설아, 당장 무릎을 꿇거라!"후부에 도착하자마자 위원후는 모두를 대청으로 불러 모았다.정신을 차린 소명준은 소설아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소설아, 다 네가 꾸민 짓이지!""아버지, 소설아가 우리 후부를 망쳤으니 반드시 엄벌에 처해야 합니다!"위원후는 화가 난 나머지 관자놀이의 핏대가 솟아올랐다."설아야, 이번에는 네가 정말 너무했다. 내가 너를 벌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다!""너에게 벌을 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정신을 차리게 하려는 것이다."민씨는 염주를 굴리며 눈을 감고 나직이 "나무아미타불"을 읊조렸다.소명주가 위원후의 팔을 붙잡으며 달랬다."아버지, 언니도 처녀인데 너무 심하게 벌하지 마십시오. 여자들은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잖습니까."그러고는 소설아를 보며 겁먹은 표정으로 말했다."언니 걱정 마십시오, 아버지는 가장 공정하신 분이니 억울하게 벌주지는 않으실 겁니다. 어서 아버지께 잘못을 비십시오."하녀 둘이 대나무 판을 들고 다가왔다.후부의 가법 중 하나인 '입술 때리기'였다.위원후는 고작 공부의 보잘것없는 칠품 관리에 불과했으나, 집안에서는 형부 상서라도 되는 양 온갖 형벌을 만들어 두었었다."후작님."소설아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으나 마치 봄날의 안개처럼 차분하면서도 서늘하여 기묘하게 사람을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벌을 주시려거든 제가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위원후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네가 아직도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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