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의 모든 챕터: 챕터 131 - 챕터 140

174 챕터

제131화

정우진이 손을 쓴다면야 신시아가 빠져나갈 구멍이 있을까?그 남자가 얼마나 빈틈없이 구는데!“사인해 말아?”김지원이 초조하게 물었다.“우리 인해 안 가?”신시아는 몇 초간 침묵에 잠겼다. 이내 서류를 덮어버리고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답했다.“가야지! 사인할게.”그녀는 펜을 들어 서류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김지원의 목소리에 흥분이 묻어났다.“진작 그래야지. 난 항상 네 편이야. 나중에 직장 못 구하면 내가 먹여 살릴게. 너랑... 뱃속의 아이까지!”“내일 바로 사직서 낼게. 좋은 소식 기대해!”신시아는 사인을 마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하지만 여전히 가슴 한구석이 쓰라렸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먹먹함이 남아있었다.김지원은 그날 밤 바로 짐을 싸기 시작했다. 너무 들뜬 나머지 한밤중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병원.저녁 무렵, 정우진이 병실을 나섰다.그가 떠나기 바쁘게 문이 다시 열렸다.“엄마, 우진 오빠를 왜 집에 보냈어요? 저녁에 나 돌봐줘야...”별안간 은유라의 불평이 멈췄다.들어온 사람은 손연경이 아니라 하선재였으니까.“선재 씨가 여길 왜 와요?”하선재는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병실 안을 쭉 둘러보다 은유라의 침대 발치에 시선이 멈췄다.“유라야, 네가 어떻게 계단에서 굴렀는지 네 입으로 말해봐.”“그거야 당연히... 시아 씨가 밀었죠.”오늘 많은 사람이 병문안을 왔는데 그때마다 은유라는 이렇게 말했다.안 그러면 혼자 넘어졌다고 고백해서 동네 창피를 당할까?이때 하선재가 주머니에서 검은색 물건 하나를 꺼내 그녀 앞에 내밀었다.“뭔지 알지?”은유라는 자신의 신발 굽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봤다.굽에는 검붉은 보석이 박혀 있었는데 바로 그 디자인이 너무 예뻐서 보자마자 픽했던 하이힐이었다.“무슨 뜻이에요?”“이 신발 굽에 접착제가 칠해져 있었어. 누군가 일부러 네 신발 굽을 부러뜨리려고 한 거야. 널 해치려고!”하선재가 신발 굽을 다시 집어 들며 말했다.“너 진짜 독한 애구나. 감히 시아를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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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반 시간 뒤, 경원 제일 병원.신시아는 택시에서 내려 서둘러 입원동으로 향했다.3층 입원동.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서기도 전에 누군가 쏜살같이 달려들어 그녀의 손을 붙잡고 병실 밖으로 끌어냈다.한채은은 신시아를 구석의 막다른 골목으로 끌고 가서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할 틈도 없이 다짜고짜 울음을 터뜨렸다.“보나 괜찮아요?”원장님이 울자 신시아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의사 말로는 백혈병일 가능성이 크대!”한채은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을 이었다.“난 그래도 보나가 너처럼 씩씩하게 클 줄 알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일단 눈물 그쳐요. 아직 최종 결과는 안 나왔잖아요. 보나 괜찮을 거예요.”신시아는 한채은을 다독이며 한편으론 자신을 다독이고 있었다.임보나한테서 늘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착하고 성실하며 공부도 열심히 하는 아이.힘든 환경 속에서도 늘 씩씩한 임보나였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쓰이었고...“그래, 그러길 바라야지. 보나는 아직 아무것도 몰라. 절대 먼저 얘기하지 마.”한채은은 감정을 추스르며 눈물을 닦았다.“지원이가 안에서 돌보고 있어. 우리도 얼른 들어가자.”신시아는 안도의 숨을 쉬고 얼굴을 가다듬은 뒤, 한채은과 함께 다시 병실로 향했다.병실은 2인실이었고 옆 침대에는 50대쯤 되어 보이는 여인이 있었다. 무슨 병인지는 모르겠으나 방 안의 분위기가 무척이나 무겁게 가라앉았다.임보나는 병상에 누워 창백한 얼굴이 안쓰러울 따름이었다.“시아 언니.”아이는 신시아를 보자마자 옅은 미소를 지으며 삐쩍 마른 새하얀 손을 내밀었다.신시아는 아이의 곁에 앉아 작은 손을 부드럽게 다잡았다.“그래, 보나야.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언니가 가서 사 올게.”임보나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괜찮아요. 방금 원장님께서 호빵 사다 주셨어요.”아이는 키가 크고 여윈 체구에 머리카락은 살짝 노란빛을 띠었다. 하지만 까만 눈동자만은 맑고 순수할 따름이었다.신시아는 그런 임보나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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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신 비서님은 처음에 반나절만 휴가를 신청했는데 방금 며칠을 더 연장해 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정우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펜을 만지작거렸다. 그의 생각까지 읽기 어려웠지만 예상했다는 듯한 깊이가 느껴졌다.“알았어요. 나가봐요.”조민혁은 곧장 문밖을 나섰다.문이 닫힌 뒤, 사무실 안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옆에서 지켜보던 임정현은 숨조차 제대로 고르지 못했다.그는 정우진이 신시아에게 사직 동의서를 건넸다는 사실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다.사직 동의서에 추가된 조항들은 모두 정우진의 지시에 따라 자신이 넣었던 것이었다.“약혼식 날 일은 조사 다 끝났어?”정우진은 더 이상 신시아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임정현 역시 센스 있게 화제를 전환했다.“아직 명확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모든 정황이 주하영 씨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은유라 씨에게 받은 권한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고 차익을 챙긴 것으로 보입니다.”은유라가 드레스와 신발을 고를 때, 주하영은 줄곧 동행했었다.수억 원에 달하는 드레스는 감히 손댈 엄두가 안 나 몇천만 원짜리 신발에 눈독을 들인 주하영이었다.인터넷을 검색해 같은 공장에서 나온 A급 모조품을 찾아냈고 가격은 600만 원으로 제시되었다.하지만 계약금을 치른 뒤, 물건을 검수한 그녀는 짝퉁을 판매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고작 160만 원만 지급했다.이에 앙심을 품은 판매자가 신발에 손을 댄 것으로 추정되었다.“주하영 씨는 인성에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번에 해고된 이후로 은유라 씨가 아예 연락을 끊었어야 했어요.”임정현은 속으로 덧붙였다.‘은유라 씨는 그저 주하영 말발에 홀딱 넘어간 거지. 참 머리가 단순하단 말이야.’“주하영?”정우진도 그 이름이 약간 익숙했다.이를 눈치챈 임정현은 재빨리 말을 이었다.“기억 안 나세요? 전에 은유라 씨를 도와 신 비서님 사직서에 사인하게 했던 그 비서 말이에요.”신시아의 사직서에 사인한 것도 정우진, 나중에 번복하고 총무팀에 보낸 것도 정우진이었다.하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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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엄마, 제가 너무 늦었죠. 배고프시겠어요.”장건우가 도시락을 들고 병실로 들어와 옆 침대에 누워 있는 여자에게 나직이 말했다.병상에 누운 여자는 몸을 일으키며 간신히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요즘 너무 피곤하지? 고생시켜서 어떡해, 우리 아들.”“별말씀을요. 얼른 드세요.”장건우는 점심을 차려주며 어머니 윤경선에게 얼른 식사하라고 재촉했다.하지만 차린 후에야 수저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너무 서둘렀나 봐요. 수저를 깜빡했네요. 바로 가서 사 올게요.”윤경선이 급히 그를 말렸다.“그냥 여기 있는 빵 몇 조각 먹으면 돼. 이 반찬들 저녁에 다시 데워 먹을게. 너 곧 출근해야 하잖아. 조금이라도 쉬어.”“지금은 영양 보충이 꼭 필요하신 시기예요.”장건우는 어머니의 만류에도 손을 뿌리쳤다.다만 윤경선은 다시 그를 붙잡았고 모자가 한참 실랑이를 벌였다.옆에 있던 신시아가 적절한 타이밍에 입을 열었다.“여기 젓가락 있어요. 먼저 쓰세요.”점심을 사 오면서 그녀는 젓가락 두 쌍을 더 챙겨왔었다.윤경선과 장건우는 놀란 듯 멈칫하더니 곧이어 윤경선이 활짝 웃으면서 젓가락을 받아들었다.“고마워요.”“신시아 씨?”장건우는 그제야 신시아의 존재를 알아차렸다.한편 신시아는 윤경선에게 미소 짓고 장건우에게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건우 씨.”딱 한 번 선 자리에서 만난 게 전부였고 병원에서 다시 마주치니 둘 사이가 어색해질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간단한 인사치레로 넘어가려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지만 장건우가 어머니께 음식을 마련해준 뒤 살며시 이쪽으로 다가왔다.“시아 씨는 여기 어쩐 일로...”그는 침대에 누워 곤히 잠든 임보나를 보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가족이 아파서요.”신시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가 고아라서 보육원에서 자란 사실까지 오혜린은 미리 장건우에게 말했었다.남자는 이해한다는 듯 관심 조로 물었다.“많이 심각한가요?”“아직은 잘 몰라요. 검사 결과가 안 나왔거든요.”신시아도 잠시 머뭇거리다가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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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비록 친인척은 없지만 다른 사람과의 골수 매칭 성공률도 높다고 하니 괜찮을 거야.”신시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김지원은 벽에 기댄 채 쪼그려 앉아 있다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문제는 돈이야. 최소 1억 2천이라는데 우리 이제 경원을 떠날 수는 있을까?”이 말을 들은 신시아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며칠 전부터 막연하게 느껴졌던 불길한 예감이 지금 이 순간 최고조에 달했다.돈이 없는데 어떻게 사직서를 내고 이곳을 떠난다는 말인가?신시아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김지원을 내려다보며 점점 더 굳어지는 미간 때문에 안색이 다 일그러졌다.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시간이 일분일초 흐르고 신시아의 마음도 서서히 가라앉았다.한참 뒤, 김지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신시아 앞에 다가와 말했다.“시아야, 우리 이대로 내팽개치고 갈 순 없어. 괜히...”이어진 말은 너무 잔인해서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다.신시아도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금세 알아채고 자연스럽게 대답했다.“그냥 여기 남아있자.”짧디짧은 이 한 마디에 수많은 체념이 뒤섞여 있었다.알 수 없는 감정들이 신시아의 가슴속에서 번져 나갔다.쓰리고 아픈 감정들이 그녀의 가슴을 답답하게 짓눌러 숨을 쉴 수가 없었다.목소리도 너무 작아서 김지원은 거의 환청이다시피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시아야, 지원아.”한채은이 언제 나왔는지 다급하게 달려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의사 선생님께 다 들었어. 보나 안 볼 거야? 이대로 도망치게?”김지원은 애써 감정을 추스르며 한채은을 돌아보았다.“지금 방법을 생각 중이에요.”“뭘 더 생각해?”한채은은 경계 어린 눈길로 두 사람을 노려봤다.“가지고 있는 돈 전부 내놔. 보나 치료비에 보태야지.”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한 그녀의 태도에 신시아와 김지원은 입을 다물었다.이에 한채은은 또다시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너희 설마 나 몰라라 하려는 건 아니지? 보나 안 불쌍해? 어린 나이에 부모도 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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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하 대표님.”신시아는 혼란스러운 기색을 싹 감추고 검은 눈동자가 다시 맑고 또렷해졌다.그럼에도 하선재는 그녀가 고민이 있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왜 그래? 아직도 은유라 때문에 기분 상한 거야?”신시아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요.”그녀의 건조한 인사치레에 하선재가 어찌 눈치를 못 챌까.“그 문제는 내가 다 알아봤어. 주하영이라는 여자가 한 짓이야. 부당 이익을 얻고 딴 주머니를 챙기려다가 일이 크게 번져서 결국 은유라만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됐어. 그래도 싸지. 어차피 걔 은유라 사람이잖아.”은유라가 계단에서 굴렀던 것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니.신시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주하영이라는 이름을 듣고는 더욱 충격을 받았다.“은유라한테는 내가 경고했으니까 더는 널 괴롭히진 못할 거야.”하선재는 은유라가 분명 명성을 걱정해서 자신의 협박을 받아들였을 거라고 확신했다.“은유라 만났어요?”“그럼.”하선재는 가슴을 툭툭 치며 말했다.“너의 가장 든든한 뒷배가 돼 줘야지.”며칠 안 본 사이에 신시아는 그에게서 약간의 거리감과 예의를 느꼈다.그러나 지금 이 한 마디에 모든 어색함이 사라져 버렸다.“뒷배고 뭐고는 모르겠지만 선재 씨가 날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는 건 확실히 알겠네요.”신시아의 예의 바른 미소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이에 하선재는 머쓱한 듯 웃어 보였다.“그럴 리가? 다 너 걱정해서 그러는 거 아니야. 아 맞다, 너 회사 관둔다며?”“아직 결정된 건 아니에요.”신시아의 눈가에 희미한 근심이 드리웠다.‘그러니까 떠나고는 싶은데 뭔가 곤란한 상황에 처해서 망설이고 있다는 거네?’생각을 마친 하선재는 더 캐묻지 않았다.“힘든 일 있으면 바로 얘기해.”“마음만 받을게요.”신시아는 그를 지나쳐 병원 밖으로 걸어갔다.한편 하선재는 입원동을 바라보다 비로소 의문이 들었다.신시아가 왜 이곳에 왔을까?그는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몇 분 후, 하선재가 원장실에 나타났다.원장은 식은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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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기회가 되는 대로 신시아를 사람들 앞에서 너한테 사과하게 만들 거야. 이 책임은 걔가 지기 싫어도 지게 될 거라고!”이번 일은 어쨌든 누군가가 총대를 메야 한다.주하영의 존재는 모두에게 ‘은유라 본인이 어리석어 사람을 잘못 믿었다’라고 공표하는 꼴이 될 터.그렇게 되면 은유라의 체면은 바닥에 떨어질 게 뻔하다.모든 잘못을 신시아에게 뒤집어씌워야만 은유라가 피해자가 되어 명예를 지킬 수가 있다.은유라의 얼굴에 걱정이 스쳤다.“만약 정씨 가문에서 알게 되면요?”“그 집에서 알아도 현주 씨는 네 편 들 거야.”손연경은 딸의 손을 꼭 잡고 몇 번이고 쓰다듬었다.“너는 현주 씨한테 가장 사랑받는 예비 며느리잖니. 이렇게 다친 걸 보면 속상해도 모자랄 판이지!”은유라의 얼굴에 은근한 희열이 떠올랐다.“신시아만 내쫓을 수 있다면 저는 어떤 고생이든 감당할 수 있어요.”두 모녀가 몹쓸 계략을 꾸밀 때 병실 문이 철컥 열리고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손연경은 즉시 표정을 바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우진이 왔구나.” 정우진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서며 차가운 시선으로 두 사람을 훑었다.그의 매서운 눈빛에 손연경과 은유라 모두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설마 방금 한 말 엿들은 건 아니겠지?’“언제 온 거야?”손연경이 떠보듯 물었다.“방금요.”정우진은 서류 가방을 소파에 내려놓으며 대답했다.“어머님은 먼저 돌아가세요. 이제부터 제가 돌볼게요.”손연경은 소파에 놓인 가방을 챙겨 은유라에게 눈짓을 보낸 뒤 문 쪽으로 걸어갔다.“그럼 유라 잘 부탁해. 수고해줘, 우진아.”정우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연경이 나가자 그는 의자를 가져와 은유라의 침대 옆에 앉았다.“오빠, 오늘 왜 이렇게 빨리 왔어?”은유라는 그에게 조금 더 다가가 수줍게 웃으면서 물었다.다만 정우진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느긋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지만,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묻어났다.“주하영은 내가 다 처리했어.”은유라는 삽시간에 웃음기가 싹 사라지고 당황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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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다음 날, 신시아는 보육원 원장 한채은의 전화를 받았는데 선금으로 4천만 원의 치료비를 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신시아는 은행에 가서 정기예금을 해지하고 한채은의 계좌로 이체했다.휴가는 아직 이틀 더 남았고 어떻게 회사로 복귀할지 정하지 못한 터라 차라리 병원에 들러 임보나를 한 번 더 보기로 했다.한 시간 후, 신시아는 과일 바구니를 들고 병실 문을 열었다.윤경선과 남편 장철준이 침대에 앉아 있다가 그녀를 보자 반갑게 웃었다.신시아는 윤경선의 침대를 지나 몇 걸음 더 걸어가다 임보나 옆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는 대뜸 걸음을 멈췄다.“시아야...”그녀를 본 한채은이 얼굴에 당황한 기색을 띠며 침대에서 내려왔다.“굳이 올 필요 없다고 했잖아...”신시아는 가까이 다가가 과일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한채은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휴가가 이틀 남아서 그냥 들렀어요.”그러고는 창가에 서서 환하게 웃고 있는 하선재를 돌아보았다.“대표님은 어쩌다 여기까지 오셨어요?”“네가 좀 힘들다는 소식을 듣고 한번 와봤어.”하선재는 신시아의 안색이 어두운 걸 알아채고 서둘러 말을 이었다.“방금 한 원장님한테도 말씀드렸는데 보나 골수 이식 문제는 내가 책임질게.”신시아는 다시 한채은에게 시선을 옮겼다.“그래. 선재 씨가 이미 다 알아봐 주셨대.”이에 한채은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하선재란 사람은 신시아가 좋아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는 존재였다.도무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하자니 결정적인 순간에는 또 기가 막히게 도움을 주었고 그렇다고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그녀가 숨겨둔 ‘시한폭탄’을 마치 농담처럼 여기며 언제 터질까 학수고대하고 있었다.“고마워요.”“뭘 새삼스럽게. 더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해.”하선재는 가슴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나 이 병원 원장이랑 아는 사이거든.”그 말을 들은 장철준 부부가 이쪽을 바라보았다.불과 며칠 사이에 윤경선은 얼굴은 훨씬 수척해졌고 처음 보았을 때보다 엄청 지쳐 보였다.신시아가 임보나를 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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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신시아는 몇 마디 짧게 대화를 나누고는 병실을 나섰다.엘리베이터에는 사람이 많아 결국 계단으로 1층까지 내려왔다.막 로비 중앙에 다다랐을 때, 정우진이 은유라의 휠체어를 밀며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은유라의 종아리에는 깁스가 되어 있었고 하얀 원피스 차림에 다리 위로 핑크색 담요를 덮었다.뒤에 있는 남자는 블랙 슈트를 차려입고 선뜻 다가갈 수 없는 압도적인 포스를 내뿜었다.양옆에 따르는 경호원들은 사람들로 가득 찬 로비에서 두 사람에게 길을 내주었다.신시아는 하필이면 그 길의 맨 끝에 서 있었다.그녀는 상황을 파악하고 서둘러 자리를 피하려 했으나 이미 한발 늦었다.“시아 씨.”은유라가 먼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신시아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정 대표님, 은유라 씨, 여기서 뵙네요.”“오빠, 우리 얼른 저쪽으로 가자.”은유라가 정우진의 손을 잡고 말했다.정우진은 알겠다며 그녀를 밀고 신시아의 앞으로 다가왔다.드디어 은유라의 쇼가 시작되었다. 그녀는 신시아를 올려다보며 가련한 표정을 지었다.“저희 엄마 대신 정중하게 사과드릴게요, 시아 씨. 엄마가 시아 씨를 오해해서 저를 위한답시고 너무 괴롭힌 것 같네요. 정말 죄송해요. 지난 일은 부디 마음에 담아두지 말았으면 좋겠네요.”신시아는 눈두덩이가 흠칫 떨리고 이해가 안 된다는 식으로 은유라를 쳐다봤다.거만하기 짝이 없고 자신 앞에서 그토록 으스대던 은유라는 대체 어디에?갑자기 손연경을 대신해 사과까지 하다니? 이건 또 무슨 경우란 말인가!“알아요. 저 때문에 시아 씨한테 너무 많이 폐 끼쳐드렸죠? 다시는 그럴 일 없으니 계속 백영 그룹에 남아주시고 우진 오빠를 위해 일해주시면 안 될까요?”은유라는 더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적이 없던지라 신시아는 대체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가늠이 안 갔다.설마 하선재의 개입이 정말 효과를 본 걸까?백영 그룹에 남을 수 있는 길이 이렇게 쉽게 열리다니.하지만 그럼에도 신시아는 이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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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하선재 씨 쪽에 조금이라도 희망이 보였다면 나도 다시 백영으로 돌아갈 생각 따위 안 했어.’신시아의 말은 마치 정우진의 귓가에 맴도는 주문 같았다. 그 말이 반복될수록 남자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정우진은 매서운 눈빛으로 돌변하여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신시아를 빤히 쳐다봤다.휴대폰 너머로 김지원 역시 신시아의 말에 동감하며 한참을 불평했다. 이어서 그녀에게 백영 그룹으로 들어가거든 꼭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까지 잊지 않았다.신시아는 복잡한 감정에 휩싸여 친구의 말을 묵묵히 들었다.김지원 쪽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그제야 그녀도 다시 입을 열었다.“알았어. 얼른 애부터 챙겨. 다음에 또 통화하자.”전화가 끊기고 신시아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은 채 돌아서려 했다.별안간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어느 한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놀랍게도 정우진의 따가운 시선과 마주쳤다.신시아는 목이 바짝 타들어 가고 숨통이 조여왔다.실눈을 뜬 정우진은 날카로운 기운을 내뿜으며 감히 똑바로 바라볼 엄두가 안 났다.그녀는 애써 외면하려 했지만, 남자의 뚫어질 듯한 시선 때문에 피할 수 없었다.마지못해 정우진을 향해 몇 걸음 다가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대표님, 아직 안 가셨네요.”“응.”정우진은 콧소리로 짧게 대답했다.“신 비서, 유라가 했던 말은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걔가 워낙 마음이 여려서 그래. 그리고 나도 굳이 신 비서를 붙잡아 둘 생각은 없어!”신시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가 마음이 여리다’라는 한 마디에 신시아의 입장만 어정쩡해졌다.고개를 푹 숙인 채 아랫입술을 깨물고 복잡하게 흔들리는 시선을 감추려고 하는데 정수리 위로 남자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나가고 싶으면 사직서에 서명해.”정우진은 이 말을 끝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훤칠한 뒷모습에서는 오만함이 느껴졌다.신시아는 재빨리 그를 쫓아가 따져 물었다.“제가 싫다면요?”“이제 다 성장해서 떠나겠다고 하는데 막을 이유가 없지.”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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