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Chapter 141 - Chapter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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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비서실 직원들이 속속 출근하며 모두 신시아 쪽을 흘끗거렸다.오혜린은 그녀를 보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 부랴부랴 달려왔다.“시아 씨, 여기서 뭐해?”“대표님 출근하시길 기다리고 있어요.”신시아는 대답하고 나서 다시 물었다.“이따가 투표할 때 비서실...”말이 끝나기도 전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정우진이 옅은 회색 정장 차림에 날카로운 눈빛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그의 발걸음은 확고했으며 깊이를 알 수 없는 날카로운 눈빛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볼 기세였다.순간, 신시아는 더 이상 정보를 캐낼 생각을 접었다.오혜린은 그녀의 맞은편에 서서 정우진의 등장을 눈치채지 못했다.“투표가 뭐?”말끝을 흐리는 신시아를 계속 다그치려다가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금세 상황을 파악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묵묵히 옆으로 물러섰다.“안녕하세요, 대표님.”“안녕하세요, 대표님.”두 여자가 동시에 인사를 올렸다.정우진은 잠시 멈칫하더니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이에 오혜린도 센스 있게 자리를 피했다.“그럼 나 먼저 간다.”신시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정우진을 따라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이른 아침 햇살이 사무실 전체를 가득 채우며 무채색 위주의 차가운 인테리어를 황금빛으로 물들였다.그녀는 책상 앞에 반듯하게 서 있었다.정우진이 시선을 올리고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다시 돌아왔는데 특별히 생각해둔 업무 계획 같은 건 있어?”신시아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잠시 망설이더니 그녀가 입을 열었다.“계열사 근무는 분명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아직도 본인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네?”정우진이 그녀를 훑어보았다.사무실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고 정우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압박감이 그녀의 뺨에 와 닿았다.신시아는 눈치껏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 분부에 따르겠습니다.”“비서실 투표에 따라 넌 다시 비서직으로 복귀하게 됐어. 결과에 만족해?”질문인 듯하나 실제로는 답이 정해진 멘트였다. 이것만이 유일한 살길이니 받아들일지 말지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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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당연하죠. 할머니, 저 못 믿으세요?”신시아가 하선재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은 이미 정다슬의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었다.권미희의 의심스러운 말투에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반문했다.“하선재 씨 아이가 아니면 설마 우리 오빠 애겠어요?”권미희는 생각할수록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다.“결혼 생활 2년 동안 우진 오빠랑 임신 소식 한번 없었는데 이혼하고 나서 오빠가 2세 계획을 세운다고요? 말이 안 되잖아요 그건.”정다슬은 믿지 않았다.신시아와 정우진이 결혼 생활 2년 동안 줄곧 피임을 해왔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권미희가 몇 번이나 재촉했지만, 정우진은 급하지 않다고 둘러댈 뿐이었다. 신시아와 아이를 가질 마음이 없다는 게 확고했다.그런 그가 이혼하고 나니 갑자기 아이를 가진다고? 제정신인가?권미희 역시 정다슬의 말이 일리가 있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하씨 가문 쪽은 내가 한번 찾아가 봐야겠어.”정씨 가문과 하씨 가문은 깊은 원한을 맺은 건 아니지만 단지 업무적인 마찰 때문에 양가의 관계가 항상 미지근했다.게다가 세간의 소문들로 두 가문은 서로를 경계하며 거리를 두고 있었다.“다짜고짜 찾아가서 시아 언니 일을 논의하시게요? 그 집안에서 가만있지 않을 텐데. 할머니께 얼굴을 붉힐 수도 있다고요.”정다슬은 하씨 가문에서 신시아를 받아들이고 말고는 일단 제쳐두고 하선재 그 인간쓰레기가 신시아를 책임지기 싫어서 회피하려는 수작이라고 확신했다.권미희가 집까지 찾아가서 무작정 신시아를 책임지라고 하면 하씨 가문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도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우선 두 가문의 관계부터 완화하고 기회 봐가면서 시아 얘기를 꺼내는 게 좋을 것 같아.”권미희는 이미 일석이조의 기회를 생각해두었다.“아휴, 시아가 마음고생을 덜 해야 할 텐데.”정다슬도 맞장구쳤다.“정 안 되면 우진 오빠를 조금 더 고생시키면 되죠. 어차피 여태껏 편하게만 지내왔잖아요.”권미희는 그녀를 힐끗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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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권미희는 끊임없이 정우진을 설득했다.마침내 정우진은 ‘좀 더 생각해 보겠다’라는 말로 이 화제를 마무리했다.권미희가 정우진의 사무실에서 나왔을 때 신시아가 마침 회의를 마치고 제 자리로 돌아왔다.“할머니?”그녀는 권미희를 보더니 재빨리 서류를 내려놓고 가까이 다가왔다.“그래, 시아야.”권미희가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회사 생활은 어때? 많이 힘들지?”“괜찮아요.”신시아는 고개를 저었다.“그나저나 여기까지 무슨 일로 오셨어요?”권미희는 그녀를 보자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그냥 한번 좀 둘러보려고. 너무 갑갑해서 너 보러 왔지. 저번에 할미가 말했던 거 생각해 봤니?”그제야 신시아는 할머니가 양손녀로 삼고 싶다던 말이 떠올랐다.다만 너무나 황당하고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할머니가 한순간 분위기에 도취해 그런 줄로 여겼다.그때의 열기가 식으면 이 일도 지나갈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오늘 할머니가 또다시 언급하실 줄이야.“그건 정말 안 돼요, 할머니.”권미희는 그녀를 잠시 쳐다보다가 책상 앞에 앉았다.“실은 너한테 좋은 사람을 찾아주고 싶어서 그랬어.”정씨 가문과 연이 닿았으니 신시아의 신분은 단숨에 하늘을 찔렀다.권미희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으면 굽신거리면서 재벌 2세와 결혼하는 게 아니라 되레 재벌 2세 중에서 괜찮은 사람으로 골라서 시집갈 수도 있다.비록 신시아가 결혼한 경험이 있지만, 어차피 비공개 결혼이었기에 아무도 모를 터였다.그녀는 예쁘고 능력이 출중했으며 정씨 가문 사람들의 사랑도 듬뿍 받고 있었다. 무릇 정씨 가문과 연을 맺고 싶어 하는 집안이라면 누구나 신시아를 며느리로 맞이하고 싶어 안달일 것이다.신시아는 할머니의 의도를 알고 있기에 조심스럽게 답했다.“할머니, 저는 당분간... 그런 문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그래, 그럼 일단은 생각하지 말거라.”권미희는 곧장 화제를 바꾸었다.“일은 좀 어때? 혹시라도 힘든 점 있으면 언제든 이 할미한테 말하렴. 할미가 다 알아서 해결해줄 테니.”어르신의 진심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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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문 잘 지켜. 절대 아무도 들이지 마!”기현주의 분노는 매우 격렬했지만, 뜻밖에도 신시아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이 말만 남긴 채 기현주는 곧장 대표이사실로 들어갔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사무실 문이 닫히자 건물 전체가 뒤흔들릴 지경이었다.신시아는 놀라움에 굳어버린 채 굳게 닫힌 문만 바라봤다.기현주가 자신에게 화를 내지 않은 것도 놀랍지만 더욱 의외인 건 아들 정우진에게 이렇게까지 분노할 줄이야.정우진이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깥은 쥐 죽은 듯 고요했고 안에서는 격렬한 다툼이 벌어졌다.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기현주의 일방적인 언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어떻게 감히 유라를 협박할 수 있어? 네가 이렇게 나오면 나더러 은씨 가문에 뭐라고 설명하란 거니?”정우진은 책상 앞에 앉아 기현주의 분노를 잠자코 받아냈다.“우진아,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지! 유라처럼 좋은 아이를 소중히 다뤄주지도 못할망정 감히 괴롭히고 있어?”기현주는 말하다 지쳐 목소리가 점차 누그러졌다. 이어서 진심 어린 충고가 시작됐다.어머니가 한결 차분해진 걸 확인하고 나서야 정우진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걔가 그러던가요?”“그럴 리가!”기현주는 언제까지나 은유라의 편을 들어주었다.“유라는 어릴 때부터 네 말이라면 뭐든지 따랐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은씨 가문 사람들이 바보는 아니야.”손연경은 은유라에게서 더 이상 신시아를 괴롭히지 말라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 속에 천불이 났다. 여태껏 참아온 분노가 점점 들끓어 올랐다.그런데 나중에 은유라가 사람들 앞에서 신시아에게 공개 사과를 하고 백영 그룹으로 다시 ‘모셔갔다’라고 하니 더는 참지 못하고 기현주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들은 정우진이 대체 무슨 생각인지 따져 묻고 싶었다.“은씨 가문에서 불만이 있으면 직접 저한테 찾아오라고 하세요!”정우진이 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굳이 어머니와 언쟁을 벌이고 싶지 않았다.순간 기현주는 분노로 얼굴이 붉어졌다.“너 그게 대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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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정우진은 신시아를 훑어보다가 대뜸 시선이 멈추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남자는 목울대를 한 번 굴리고 이 한 마디를 내뱉었다.“살쪘네?”신시아는 허리를 곧게 펴고 침을 삼켰다.거의 한 달 만에 그녀의 몸무게가 무려 5킬로그램이나 늘었다.팔다리는 큰 변화가 없지만, 몸매는 눈에 띄게 후덕해졌다.전에 입던 바지는 더 이상 맞지 않았다. 허리 사이즈도 문제였지만 허벅지가 너무 타이트해서 바지가 아예 올라가지 않았다.총무팀에 있을 때도 예전 비서실 동료들이 그녀를 보고 살쪘다고 했는데 어느덧 정우진까지 알아차리다니...“그게 실은 나이가 들면 신진대사가 떨어지고 또 사무실에 오래 앉아 일하다 보니 쉽게 살이 찌더라고요.”그녀의 서툰 변명은 정우진의 의심을 전혀 불러일으키지 못했다.애초에 정우진은 아무 뜻 없이 흘린 말이었고 그녀가 살이 찌든 말든 관심이 없으니까.네온사인이 반짝이는 화려한 도시의 밤, 신시아는 가로등 불빛 아래에 서 있었다.조그마한 얼굴은 창백하면서도 은근한 생기가 돌았고 검은 머리카락은 윤기를 머금어 살찐 모습이 오히려 더 매력적이었다.정우진은 시선을 거두고 팔에 코트를 걸친 뒤, 그녀를 지나쳐 별장으로 걸어갔다.그저 평범한 스몰 토크임에도 신시아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것만 같았다.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그녀는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며 차에 올라탔다.앞으로 일주일간 기온이 오를 거라 했는데 옷장을 다 뒤져봐도 예전 옷들은 더 이상 몸에 맞지 않았다.마침 내일이 주말이라 김지원과 함께 쇼핑하기로 했다. 새 옷 두 벌 장만하고 병원에 들러 임보나도 볼 생각이었다.김지원은 이미 복직하여 매일 밤낮없이 라이브 방송으로 바삐 돌아쳤다.“우리 서빈이를 품에 안고 못 잔지가 벌써 두 밤째야.”아들 얘기만 나오면 김지원의 목소리에는 안쓰러움이 가득했다.그녀는 아이를 다른 사람 손에 맡겨두는 ‘쿨한’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다.원래 계획은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을 내어주고 최소한의 육아 시간을 확보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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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가게 간판에 또렷하게 박힌 [유아용품]이라는 글자와 그 안에 서 있는 신시아의 모습은 영 어울리지 않았다.손연경은 지난번 신시아와 언쟁하던 중 그녀가 배를 움켜쥐던 모습을 떠올렸다.순간 그녀의 눈동자에 경계심이 일었다.“쟤가 여긴 왜 왔대?”한편 은유라는 휠체어에 앉아 의아한 표정만 지을 뿐 더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손연경이 그런 딸아이를 밀며 가게 안으로 향했다.“가보면 알겠지! 잘됐네, 지난번 일도 따지지 못했는데 말이야.”“엄마!”은유라는 정우진의 말을 떠올리며 황급히 손연경의 팔을 붙잡았다.“쟤 오빠한테 고자질했다가 오빠가 또 화내면 어떡해요?”이 일만 생각하면 손연경은 울화통이 치밀었다.기현주가 정우진을 찾아간 후,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시아 걔는 절대 우리 유라랑 우진이 사이를 방해하지 못할 거야.”결국, 정우진이 신시아 때문에 은유라를 괴롭혔다는 사실은 쏙 빼놓은 것이다.아들 정우진을 통제하지 못하니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수작임이 뻔했다.손연경은 썩 내키지 않았다.‘신시아 건드리면 또 뭐? 우진이가 어쩔 건데? 감히 나한테 덤비기라도 하겠어!’“우진이는 이미 너랑 결혼한다고 했어. 점찍어둔 일인데 그때 가서 번복할까 봐?”은유라도 여전히 분하지만, 그동안 수차례의 ‘대결’에서 처참하게 지고 말았다.“두고 봐요! 우진 오빠랑 결혼해서 진정한 정씨 가문 며느리가 되거든 신시아 저년 아작내버릴 거라고요.”현재로선 어쩔 수 없이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그때 손연경이 휠체어를 막고 있던 은유라의 손을 뿌리쳤다.“저런 인간들은 전형적인 강약약강이야. 너 지금 물러서 봐. 쟤가 네 머리 꼭대기까지 기어오르고 그다음엔 우진이랑 네 사이를 망치려 든다니까.”“아니에요! 오빠는 분명 날 책임진다고 했어요. 난 우진 오빠 믿어요.”은유라는 엄마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두 모녀가 실랑이를 벌일 때, 김지원이 유모차를 밀고 나왔다.그녀는 신시아 곁에 멈춰 서서 어깨를 꼭 감쌌다.“엄마, 잠깐만요.”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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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한채은이 설명을 덧붙였다.VIP 병실은 병상 외에 보호자 침대도 하나 더 있었다.소파와 작은 테이블은 물론 TV까지 완비되어 있었고 마치 제집처럼 고요하니 확실히 전에 있던 병실보다 환경이 더 좋았다.“이런 데는... 꽤 비쌀 텐데.”김지원이 무심코 입을 열었다.이 병실은 일반 병실보다 최소 열 배는 더 비쌀 터였다.“하선재 씨가 입원 비용을 다 부담하셨대. 약값은 우리가... 아니 너희가 내면 돼.”한채은은 그녀들이 포장해온 도시락을 열어 테이블에 세팅했다.한편 신시아는 병상 앞으로 걸어가 검은색 비니를 쓴 임보나를 보며 말했다.“방 안에서 왜 모자를 쓰고 있어?”그녀는 말을 마치고서야 아이의 눈가가 빨갛게 부은 것을 발견했다.“왜 그래 보나야?”임보나는 코를 훌쩍이더니 금세 눈물을 글썽였다.“원장 선생님이 제 머리를 다 잘랐어요.”신시아는 깜짝 놀라 모자 한쪽을 살짝 들춰 보았다.까맣고 윤기 나던 머리카락이 이제는 듬성듬성 짧게 잘려져 있었다.“울긴 왜 울어?”이때 한채은이 옆에 앉으며 말했다.“말했잖아. 아프면 머리 잘라야 한다고. 어차피 다 빠질 텐데 그때 되면 여기저기 떨어진다니까!”임보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우리 보나, 착하지. 머리는 다시 자랄 수 있어.”신시아는 티슈 한 장을 뽑아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하지만 꽤 오래 걸릴 거야.”임보나는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렸다.그 모습을 지켜보며 신시아가 나지막이 달랬다.“언니가 이제 가발 하나 사줄게. 원래 머리보다 훨씬 긴 거로 사서 쭉 쓰고 다녀. 새 머리가 다시 원래만큼 자랄 때까지 쓰고 다녀도 돼.”그제야 임보나가 눈물을 그쳤다.“정말요?”“그럼.”신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문득 한채은이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얘가 자른 머리카락 전부 팔아서 4만 원밖에 못 받았는데 가발 사는 데 돈이 더 들어가겠네!”“보나가 자른 머리카락을 팔았다고요?”김지원이 못마땅한 듯 되물었다.“내가 분명 말했잖아요. 처음 항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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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휴대폰 저편에서 권미희의 목소리는 여전히 기운이 넘쳤다.“시아야, 며칠 뒤에 너희 할아버지의 78세 생신인데 시간 내서 같이 밥 한 끼 먹을까?”신시아는 잠시 머뭇거렸다. 자신이 참석하지 않으면서 할머니가 상처받지 않을 방법이 뭐가 있을까? 그녀는 적당한 거절의 말을 찾고 있었다.“걱정 마. 우리 따로 나가서 밥 먹을 거야. 생신 잔치는 안 해. 그냥 다슬이만 데리고 나가서 먹자.”신시아가 침묵하자 어르신은 금세 그녀의 생각을 꿰뚫었다.‘할아버지 생신날은 수요일이네. 그날은 일정이...’신시아는 스케줄을 확인하고 권미희에게 말했다.“할머니, 제가 일이...”‘참석하기 힘들 것 같아요.’뒷말은 차마 내뱉지 못했다.“네가 안 바쁠 때가 언젠데?”돌연 권미희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하지만 신시아를 나무라는 뜻은 아니었다. 그녀가 누구보다 바쁜 걸 충분히 이해하니까.“이 할미한테 좋은 방법이 있지.”신시아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역시 할머니는 방법이 많다니까요. 미리 감사드릴게요.”권미희와 정태석의 호의와 관심은 그녀가 진심으로 갈망하는 가족애였다.하여 이 초대를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너희 할아버지는 네가 구운 쿠키를 좋아하시니까 그때 조금이라도 만들어와. 그거로 생일 선물 퉁 치는 거야.”권미희는 신시아가 값비싼 선물을 살까 봐 미리 정해놓았다.이에 신시아의 마음이 더욱 따뜻하고 훈훈해졌다.“알았어요, 할머니.”전화가 끊기자 그녀의 섬세한 이목구비가 한결 부드러워졌다.반쯤 열린 사무실 문, 그곳에 남자가 서 있었다. 방금 신시아가 한 말이 한 글자도 빠짐없이 그의 귀에 박혔다.정우진이 문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을 놓자 사무실 문이 완전히 열렸다.작은 소리에 신시아는 사색에서 빠져나왔다.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기 바쁘게 자리에서 일어서는 그녀였다.“대표님!”“할머니가 무슨 일로 너 찾으셔?”정우진이 성큼성큼 다가와 그녀 앞에 멈춰 섰다.“아... 그게 아니라요 대표님.”신시아는 거짓말에 서투른지라 맑은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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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어제 오후에 임정현이 회의실을 예약했고 신시아는 자리에 없던 터라 상세한 내용을 잘 몰랐다.말을 마친 그녀는 그제야 정우진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더없이 맑은 그녀의 눈동자를 마주하자 정우진의 눈빛은 더욱 짙어지고 목울대를 한번 굴렸다.“정치권 프로젝트인데 구창 그룹과 협력해서 진행할 예정이야. 구창 그룹 측 사람들과 협력할 별도의 팀을 꾸려야 해.”신시아는 그 사실을 알고 있던 터라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회의 준비하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곧장 자리를 떠났다.검은색 원피스 아래로 드러난 다리는 늘씬하면서도 살짝 육감적이었다. 거기에 피부가 희고 매끄러웠다.정우진은 시선을 내리면서 얇은 눈두덩이 아래로 점차 요동치는 감정을 감췄다.한참 후, 그는 침을 꿀꺽 삼키고 마디가 선명한 손으로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쌉쌀한 맛이 입안에 퍼지고 진한 커피 향이 콧등을 맴돌았다.커피는 담배나 술처럼 중독적이진 않지만, 한동안 안 마시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특히 신시아가 탄 커피는 유난히 맛있었다.회사 각 부서에서 인원을 선발해 구창 그룹과 협력할 별도 팀을 꾸리는 것은 고된 작업이었다.각 부서에서 후보 명단을 제출했고 신시아가 그 명단을 한 번 걸러냈다.이들은 모두 백영 그룹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이었고 한때 백영의 주요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력도 있었다.신시아는 이들의 장점을 고려하여 두 개의 소그룹 명단을 초안으로 작성해 정우진에게 제출했다.10시, 회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이사들 또한 이 사안에 깊은 관심을 보여 온라인 원격 회의에 참여했다.고요한 회의실 안, 정우진은 신시아가 작성한 두 개의 초안 명단을 심도 있게 분석했다.최종적으로는 만장일치로 1팀이 선정되었다.“팀은 정해졌는데... 누가 팀을 이끌죠?”홍보팀장이 의문을 제기했다.“팀원 중에서 최적임자를 뽑으세요.”정우진은 이 팀에 지나치게 마음을 쏟아 에너지를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투명한 방식의 협력이니 구창 그룹이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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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제가 일이...”“역시 할머니는 방법이 많다니까요. 미리 감사드릴게요.”아침에 신시아가 휴대폰을 고이 받쳐 들고 통화하던 그 말이 정우진의 머릿속에 다시금 재생되었다.그의 손에 쥐여 있던 카본 펜이 쩍 하고 금이 갔다. 잠시 후, 그는 숨을 고르며 서서히 표정을 풀었다.“신 비서 생각은 어때?”생각이 어떻냐고? 이미 머리가 백지장이 돼버린 걸...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지시에 신시아는 아무런 대비도 못 했다.남자의 불쾌감을 감지한 그녀는 곧바로 거절하려 했으나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끝내 집어삼켰다.정계 프로젝트는 적어도 1년 반은 걸릴 터, 이 임무만 맡으면 정우진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가 있다.정우진이 뿜어내는 끊임없는 압박을 온몸으로 견디며 신시아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이사님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는 만큼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좋아. 아주 좋아”정우진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연이어 좋다는 말을 내뱉는 남자 때문에 회의실의 분위기가 살얼음판이 되었다.그는 혀로 뺨 안쪽을 밀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으나 그 모습이 오히려 사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어쩐지 팀 구성에 그렇게 신경 쓰더라니. 다 계획이 있었던 거였네. 그렇다면...”정우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렸다.“그럼 신 비서가 하선재랑 직접 업무 컨택해.”그는 ‘구창 그룹’이 아닌 ‘하선재’라고 했다.‘다 계획이 있었다’라고 말한 이 남자의 속내가 무엇인지 전부 알 것만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해명하지 않았다. 정우진이 오해하든 말든 이제 중요하지 않으니까.10분 후, 회의가 끝났다.신시아는 비서에서 정계 프로젝트 책임자로 ‘겸임’하게 되었다.그녀는 맨 위층에서 17층으로 사무실을 옮겼는데 정우진의 사무실 바로 아래층이었다. 이 사무실은 정우진의 예비 사무실이었다.맨 위층을 보수할 때, 그는 이곳에서 반년 동안 근무한 적이 있었다.공교롭게도 신시아와 결혼했던 2년 동안에 벌어진 일이었고 그녀는 아직도 또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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