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예는 홀 안을 가득 메운 서화와 고서, 골동품 진열장을 천천히 둘러봤다. 직업 때문인지, 주예는 그런 물건을 보면 저절로 걸음을 늦추게 됐다. 시선도 하나씩 오래 머물렀다.그러다 겉보기에는 수수하고 오래된 잔 앞에서 주예의 표정이 다시 묘하게 바뀌었다.그 물건은... 어릴 적 정재의 거실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때 주예는 철이 없었고, 장난도 심했다. 주예는 그 잔으로 붓을 헹군 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정재는 끝까지 그 물건이 얼마나 귀한 건지 한마디도 꺼낸 적이 없었다.진후는 그런 주예를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주예의 표정이 어딘가 어색하고 굳어 있는 걸 본 진후는, 주예가 아직도 이런 자리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받아들였다. 진후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앞으로는 이런 자리에 더 자주 데리고 다녀야겠네.’그때 규나와 강빈도 연회장 안으로 들어섰다.규나는 들어오자마자 진후를 발견했다. 지난번 병원 소동 이후, 진후는 규나를 얼음처럼 차갑게 대했다.규나는 몇 번이나 진후를 찾아갔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규나는 속으로 생각했다.‘내가 그날 조금 심하게 밀어붙였나?’그래서 오늘은 강빈을 따라 이 자리에 왔다. 규나는 진후한테 조금 살갑게 굴고,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여 주면 분위기가 풀릴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진후 옆에 선 사람이 주예라는 걸 본 뒤, 규나는 그대로 표정이 굳어졌다.진후가 주예를 데리고 이런 자리에 나온 건 처음이었다.질투가 규나의 이성을 조금씩 갉아먹었다.규나는 숨을 크게 한 번 고른 뒤, 진후를 스쳐 지나서 주예 쪽으로 다가갔다. 규나는 친한 사람에게 말을 거는 척 자연스럽게 웃었다.“주예 언니, 뭘 그렇게 열심히 보고 계세요?”규나는 주예의 시선이 머문 쪽으로 함께 고개를 돌렸다.“아, 보고 계신 게 이 청화백자 용무늬 잔이군요. 몇백 년 전에 만들어진 거예요. 원래는 한 쌍이었다고 하는데, 전란을 거치면서 하나가 유실됐다고 하더라고요”“그래서 지금 남아 있는 이 한 점이 더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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