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걸음을 멈췄던 진후는 짧게 대답한 뒤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곧바로 문을 밀고 밖으로 나갔다.그 말투는 너무도 담담해서, 별것 아닌 이야기를 듣고 지나가는 사람처럼 느껴졌다.복도 조명이 진후의 옆모습을 비췄다.그런데 진후의 표정은 자기도 모르게 한결 누그러져 있었다.주예는 역시 주예였다.늘 상대를 헤아릴 줄 알았고, 끝까지 큰 틀을 먼저 보는 사람이었다.‘주예는 정말 그대로네.’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오른손은 지금 좀 괜찮아졌을까?’서재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자, 박효주는 마치 온몸의 힘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사람처럼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박효주는 고개를 숙여, 이미 서명이 끝난 이혼합의서를 바라봤다.가슴 안쪽이 저려오면서, 불안한 감정도 함께 치솟았다.박효주는 자기 아들을 알고 있었다.진후는 이미 여러 해 전부터 한씨 가문의 일을 단계적으로 넘겨받았고, 한번 결정을 내리면 쉽게 물러서는 성격이 아니었다.그런 진후가 자기 어머니가 자신을 속여서 이혼합의서에 서명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박효주는 차마 끝까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그날 밤, 박효주는 이혼합의서에 서명된 페이지를 사진으로 찍어 주예에게 보냈다.[이미 서명은 끝났어. 원본은 해신그룹 인수 합병이 마무리된 뒤에 줄 거야. 이게 내 마지노 선이야.]...주예는 화면 속 익숙한 서명을 가만히 바라봤다.곧 주예의 입술 끝이 천천히 올라갔다.‘됐다.’주예는 핸드폰을 탁자 위에 뒤집어 놓았다.표정은 전에 없이 가벼웠다.어젯밤 병원에서는 사건이 크게 벌어졌다.경찰까지 왔으니, 기사 한 줄 없이 지나갈 가능성은 애초에 거의 없었다.예전의 주예였다면, 진후부터 떠올렸을 게 분명했다.진후에게 불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이런 문제는 처음부터 조용하게 처리했을 것이다.하지만 어젯밤은 달랐다.어젯밤 진후의 시선도 마음도, 전부 규나에게 가 있었다.주예 역시 더 이상 진후의 그런 부분까지 챙겨 줄 이유가 없었다.무엇보다도 주예는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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