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는 주예가 저러고 있는 꼴을 보자 속에서 불이 났다. “진짜 한진후한테 그렇게까지 마음을 다 준 거야?”“주예야, 안에 있어?” 바로 그때, 밖에서 진후의 목소리가 불쑥 들려왔다. 진석과 이야기를 마치고 나왔는데 주예가 보이지 않자 직원에게 물었다가, 이곳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온 참이었다.문밖에 선 진후는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기분이 한껏 고조된 상태였다.조금 전 테라스 옆 응접 공간에서 진석은 무심한 척 서부 해안의 대형 무역항 개발 사업 이야기를 꺼냈다. 진후도 당국이 그 일대를 개발하려 한다는 낌새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다만 규모가 워낙 커서 경울시의 어느 기업도 단독으로 감당할 수 없으니, 여러 개의 세부 사업으로 나뉠 거라고 짐작했을 뿐이었다.설마 그 사업 전체를 심명그룹이 따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진석에게 그 사실을 들었을 때 진후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이 사업에 발만 걸쳐도 해신그룹의 자산 규모는 최소 세 배는 뛸 수 있었다.다만 진석은 손을 잡으려면 조 단위의 돈이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에둘러 흘렸다.지금의 해신그룹은 애초에 판에 낄 자격조차 없었다. 하지만 마침 해신그룹이 대형 인수를 추진 중이었다. 인수만 성공하고 그룹의 가용 자산까지 전부 건다면, 간신히 한자리 차지할 여지가 생기게 된다.아니면 강민그룹과 손을 잡는 방법도 있었다.진후의 눈에 걱정이 스쳤지만 금세 거센 야심이 그 자리를 삼켰다.방 안에서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를 듣자 진후의 마음이 부풀었다. ‘저 사업만 잡으면 주예는 지금보다 더 나를 떠날 수 없겠지.’진후가 입을 여는 것과 동시에 방 안의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주예는 온몸이 흠칫 굳어지면서 숨소리까지 죽였다. 문손잡이가 한 번 돌아갔다. 진후의 목소리가 바로 코앞에서 들렸다.“옷 하나 갈아입는데 이렇게 오래 걸려? 내가 들어가서 도와줄까?”주예의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진후를 돌려보낼 핑계를 찾으려던 때, 정재가 귀 가까이 몸을 숙였다.“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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