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바깥 금속문 닫히는 소리가 울린 뒤, 안쪽 공기는 순식간에 달라졌다.누구도 바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선명했다. 밖에 누군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이제 여기서 나가는 길이 우리가 들어왔던 길과 같지 않을 거라는 것.도윤이 가장 먼저 태블릿을 내려다보며 낮게 말했다.“외부 열 감지 둘… 아니, 셋입니다. 정문 하나, 측면 하나, 뒤편 하나.”서아가 바로 물었다.“우리 포위당한 거야?”도윤이 짧게 답했다.“아직 확정은 아닙니다. 다만 그냥 지나가는 동선은 아닙니다.”문혜린이 아주 낮게 웃었다.“그러니까 늦었다고 했잖아.”태준이 차갑게 말했다.“누구 쪽이야.”문혜린은 그 질문을 바로 받지 않았다. 대신 책상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짚은 채 서아를 봤다.“지금 그게 먼저 중요해?”서아가 한 걸음 더 다가갔다.“중요하지.”짧은 정적.“근데 더 중요한 건 따로 있어.”문혜린의 눈이 가늘어졌다.“뭔데.”서아가 아주 낮게 말했다.“왜.”짧은 숨.“왜 이렇게까지 했는지.”공기가 조용히 가라앉았다.태준도, 도윤도, 문혜린도 바로 말을 잇지 못했다. 서아는 멈추지 않았다.“날 분류하고, 내 아이를 분류하고, 엄마까지 추적선 안에 묶고, 병원 기록 지우고, 이동시키고, 폐기니 관찰이니 같은 말을 붙여가면서.”짧은 정적.“왜 그렇게까지 했냐고.”문혜린은 한동안 서아를 가만히 봤다. 그리고 마침내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는 아직도 그걸 혈통 문제라고 생각해?”서아가 눈을 좁혔다.“아니면.”문혜린이 피식 웃었다.“혈통은 시작이지.”짧은 침묵.“목적은 아니야.”도윤이 낮게 중얼거렸다.“…역시.”서아가 바로 물었다.“그럼 목적이 뭐야.”문혜린은 대답 대신 창고 안쪽을 한 번 둘러봤다. 낡은 금속 선반, 폐기된 것처럼 위장된 장비, 숨겨진 호출 토큰, 이송 코드. 그 모든 걸 한 번에 보게 하듯, 아주 천천히 말했다.“권력.”정적.“권력을 흔들 미래의 변수들을 먼저 골라내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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