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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핏빛 유산: Chapter 21 - Chapter 30

74 Chapters

21화 — 누가 회장을 죽이려 했나

태성 본관, 밤.복도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숨을 참고 있는 듯한 정적이었다.윤서아는 걸음을 멈췄다.이상하다.이 집에 들어온 이후로 계속 느껴왔던 불안감이, 지금 이 순간 유독 또렷하게 살아났다.심장이 조금 빠르게 뛴다.조금 전, 회장실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둘만 남겨. — 하나는 떨어진다.그 말은 단순한 협박이 아니었다.이미—시작됐다는 신호였다.“…설마.”그때였다.아주 짧은 소리.삑.기계음 같은, 인위적인 소리였다.서아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위층을 향했다.그리고—쾅——!!!폭발음이 건물을 뒤흔들었다.순간적으로 공기가 찢어졌다.바닥이 울리고, 벽이 흔들렸다.서아의 몸이 중심을 잃고 비틀렸다.“…뭐야!”귀가 멍해졌다.하지만—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위층이다.회장실.서아는 곧바로 달리기 시작했다.심장이 점점 더 세게,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설마…’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이미 늦었다.회장실 앞.연기와 불길이 복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경호원들이 소리쳤다.“뒤로 물러나세요!”하지만 서아는 멈추지 않았다.문을 밀어 열었다.안은—완전히 무너져 있었다.유리창은 산산이 부서졌고, 책상은 뒤집혀 있었다.타는 냄새가 폐 깊숙이 파고들었다.그리고—바닥.피.“…회장님!”누군가 외쳤다.연기 사이로 보이는 몸.움직이지 않는 손.서아의 심장이 내려앉았다.그때—“살아있습니다!”의사의 목소리가 터졌다.“맥박 있습니다!”순간—숨이 돌아왔다.죽지는 않았다.하지만—이건 확실했다.누군가.정확하게 죽이려 했다.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강태준.그리고—윤지연.세 사람이 같은 장면을 마주했다.잠깐.아주 짧은 순간—아무도 말하지 않았다.하지만—같은 생각을 했다.‘외부가 아니다.’“…출입 기록은?”태준이 낮게 물었다.경호원이 고개를 저었다.“이상 없습니다.”짧은 침묵.“외부 침입 흔적도 없습니다.”그 말은—이 안이라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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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 감옥에 갇힌 상속녀

폭발이 일어난 뒤의 태성 본관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사람은 분명히 많았다. 경호원, 직원, 경찰까지.그런데도—공기가 눌려 있었다.누군가 일부러 숨을 참고 있는 것처럼.윤서아는 그 한가운데 서 있었다.시선이 느껴졌다.수십 개의 눈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걸,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그저—천천히 숨을 골랐다.그때였다.“…윤서아 씨.”낯선 목소리.서아가 시선을 들었다.형사였다.단정한 표정. 하지만 눈빛은 이미 결론을 내린 사람의 것이었다.“…같이 가셔야겠습니다.”짧은 침묵.“이유는요.”서아의 목소리는 차분했다.형사는 준비된 듯 서류를 꺼냈다.“회장실 폭발 사건 관련해서—”잠시 말을 멈췄다.그리고—“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습니다.”순간—머릿속이 조용해졌다.이상하게도, 놀라움보다 먼저 떠오른 건 하나였다.‘빠르다.’너무 빠르다.폭발이 일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이미 ‘용의자’가 정해져 있다니.“…근거는요.”서아가 물었다.형사는 종이를 한 장 더 꺼냈다.“폭발 직전, 회장실 인근 CCTV.”사진이 내밀어졌다.흐릿한 화면.그리고—익숙한 실루엣.서아였다.그녀의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이 타이밍에?’너무 정확하다.마치—그 장면을 노리고 찍힌 것처럼.“그리고.”형사가 말을 이었다.“폭발 장치 일부에서 지문이 검출됐습니다.”서아의 시선이 형사에게 꽂혔다.“…누구 지문이죠.”형사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윤서아 씨 겁니다.”정적.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그 순간—모든 게 이어졌다.CCTV.지문.타이밍.‘조작이네.’누군가.정확하게.이 상황을 만들었다.“…거부하면요.”서아가 물었다.형사의 표정이 굳었다.“체포합니다.”짧은 침묵.서아는 잠시 눈을 감았다.그리고—다시 떴다.“…알겠습니다.”그녀는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가죠.”경찰차 안.차창 밖으로 태성 본관이 멀어졌다.서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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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 법정의 증인

법정 안은 숨이 막힐 듯 조용했다.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많았다.하지만 누구도 쉽게 숨을 내쉬지 못했다.윤서아는 피고석에 앉아 있었다.등은 곧게 펴고 있었지만, 손끝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긴장 때문이 아니었다.이 상황이—너무 ‘깔끔’해서였다.“피고 윤서아.”판사의 목소리가 울렸다.“회장실 폭발 사건과 관련하여—”서아는 눈을 내리지 않았다.정면.그저 정면만 바라봤다.‘이건 아니다.’너무 빠르게 진행됐다.폭발.그리고 체포.그리고 재판.마치—이미 결론이 정해진 사건처럼.“변론할 내용 있습니까.”짧은 침묵.서아는 입을 열지 않았다.지금 무슨 말을 해도—소용없다.증거는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CCTV.지문.완벽하게.그때였다.“이의 있습니다.”낮지만 분명한 목소리.법정의 공기가 흔들렸다.서아의 눈이 순간 흔들렸다.천천히—고개를 들었다.문이 열려 있었다.그리고—그 앞에 서 있는 남자.강도윤.“…늦었네요.”그가 말했다.심장이, 한 번 크게 내려앉았다.“증거가 너무 완벽해서.”도윤이 천천히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오히려 이상하더라고요.”검사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누구십니까.”“증인입니다.”짧은 대답.도윤은 서류를 꺼냈다.손끝 하나 떨리지 않았다.“태성병원 CCTV 기록입니다.”스크린이 켜졌다.영상이 재생됐다.정상.그리고—짧은 끊김.“…0.8초.”도윤이 말했다.“이 공백, 보이시죠.”법정이 조용해졌다.“단순 오류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그가 덧붙였다.“하지만.”그의 시선이 판사를 향했다.“회장실 CCTV에도 동일한 패턴이 존재합니다.”정적.“같은 길이, 같은 방식.”짧은 침묵.“이건 우연이 아닙니다.”검사가 말했다.“…그래서요.”도윤이 답했다.“편집입니다.”순간—공기가 얼어붙었다.서아의 눈이 천천히 커졌다.‘이 사람…’“그리고.”도윤이 말을 이었다.“지문.”그가 또 다른 자료를 꺼냈다.“폭발 장치에서 검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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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 돌아온 엄마

“찾았어.”차 안.조용히 흘러가던 엔진 소리 위로, 강도윤의 목소리가 떨어졌다.나는 고개를 돌렸다.“…누굴.”도윤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와이퍼가 빗물을 밀어냈다.한 번. 두 번.“…네 엄마.”심장이—잠깐 멎었다.“…뭐?”웃음이 나왔다.헛웃음.“장난해요?”“…아니.”짧은 대답.“병원 기록, 전부 지워졌어.”그가 말했다.“출산 기록, 담당 의사, 간호사— 전부.”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근데 하나 남았더라.”짧은 침묵.“죽은 사람 기록.”눈이 좁아졌다.“…뭐?”“사망 처리된 환자.”도윤의 시선이 도로를 향한 채, 낮게 가라앉았다.“근데.”짧은 침묵.“시신이 없어.”정적.“…그래서?”“이상하지.”짧은 숨.“죽었는데, 없다는 게.”나는 입을 다물었다.심장이—조금씩 빨라졌다.“…그래서 살아 있다고?”“확신은 없었어.”짧은 침묵.“근데.”그가 덧붙였다.“계속 흔적이 남더라.”“…무슨 흔적.”“현금 사용.”짧은 침묵.“같은 지역.”“…같은 패턴.”내 손이 천천히 굳었다.“…그걸 따라간 거예요?”“…응.”짧은 대답.“그리고—”차가 천천히 멈췄다.“…여기야.”문을 열었다.비가 쏟아졌다.나는 한동안 내리지 못했다.이상했다.발이—떨어지지 않았다.‘왜.’이유를 알 수 없는데—가슴이 조였다.“…가.”도윤이 말했다.“…직접 봐.”나는 내렸다.비가 얼굴을 때렸다.앞.낡은 집.불빛 거의 없음.숨이—막혔다.천천히 걸음을 옮겼다.문 앞.손이—멈췄다.“…열어.”뒤에서 들린 목소리.나는 문을 밀었다.끼익—문이 열렸다.그리고—그 안에.여자가 서 있었다.마른 몸.창백한 얼굴.그리고—눈.그 눈이—나랑 똑같았다.“…누구야.”숨이 멎었다.여자가 입을 열었다.“…서아야.”그 한마디.시간이—멈췄다.“…그만해.”목소리가 떨렸다.“…그 이름 부르지 마.”여자의 눈이 무너졌다.“…엄마야.”정적.머릿속이—하얘졌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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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 진짜 괴물

버려진 게 아니었다.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조용해졌다. 울어야 할 것 같았는데,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머릿속이 빠르게 정리되기 시작했다.나는 눈앞의 여자를 바라봤다. 죽은 줄 알았던 엄마. 그런데 살아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비현실적인 상황이었는데,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더 이상했다.“그날… 뺏겼어.”짧은 한마디.그 안에 모든 게 들어 있었다.나는 한 발짝 다가갔다.“어디까지 기억해.”목소리는 차분했다.여자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꺼냈다.비가 쏟아지던 밤이었다고 했다. 병원 뒤쪽, 사람 없는 골목. 나를 안고 뛰고 있었다고 했다. 숨이 끊어질 것 같았지만 멈출 수 없었다고 했다.그때,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고 했다.여러 명.도망친 줄 알았는데—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고.“잡혔어.”그녀의 손이 떨렸다.“그래도 안 놔줬어. 끝까지 안 놓으려고 했어.”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미 다음을 알고 있는 것처럼.“근데…”그녀가 숨을 삼켰다.“미끄러졌어.”정적.“…떨어졌어.”그 말이 조용히 내려앉았다.나는 웃었다.“좋네.”짧게 중얼거렸다.“난 평생 버려진 줄 알고 살았는데.”그녀의 눈이 흔들렸다.“버린 게 아니야.”나는 고개를 들었다.“…알아.”이제는 알 수 있었다.버려진 게 아니라—빼앗긴 거다.나는 손을 천천히 쥐었다.“그럼.”짧은 침묵.“그날 있던 놈.”눈이 완전히 식었다.“…아직 살아 있네.”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웃었다.“좋네.”짧은 숨.“이제 시작이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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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 숨겨진 아이

문이 열리는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젖은 바람이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빗소리가 더 가까워졌고, 그 사이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나는 그를 보자마자 눈을 좁혔다.익숙했다.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이상했다.“…왜 여기 있어.”입이 먼저 움직였다.강태준.그는 아무 말 없이 안으로 들어왔다. 신발 끝에서 물이 떨어졌다. 그가 걸음을 멈춘 건, 내 앞이 아니라— 조금 뒤였다.엄마가 있는 방향.짧은 침묵.“…오랜만입니다.”그가 낮게 말했다.그 말 한마디로 충분했다.내 시선이 바로 돌아갔다.“…뭐야.”심장이 이상하게 뛰었다.“둘이 아는 사이야?”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너무 길었다.나는 눈을 좁혔다.“태준.”목소리가 낮아졌다.“설명해.”그는 잠시 나를 바라봤다.피하지 않는다.그래서 더 불쾌했다.“…따라왔어.”짧은 대답.“…뭐?”“네가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부터.”정적.“…미행했어?”“확인.”그가 정정했다.짧은 침묵.“도윤이 움직인 것도 알고 있었어.”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공기가 식었다.나는 웃었다.“…처음부터였네.”“확신은 없었어.”그가 덧붙였다.“근데 계속 걸렸어.”짧은 침묵.“너.”그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그리고— 병원.”심장이 내려앉았다.“…그날.”그가 말했다.“…나도 거기 있었어.”머릿속이 멈췄다.“…뭐?”“전부는 아니야.”짧은 숨.“근데 봤어.”정적.“누가— 데려가는 건.”손끝이 차가워졌다.“…누군지 알아?”나는 낮게 물었다.그는 잠시 시선을 떨궜다가—고개를 저었다.“얼굴은 못 봤어.”짧은 침묵.“근데 확실한 건 하나야.”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그 집 사람이야.”태성.그 단어가 굳이 나오지 않아도 느껴졌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신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그리고—입을 열었다.“…그래서.”짧은 숨.“지금까지 보고 있었던 거야?”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답이었다.나는 웃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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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 되찾아야 할 것

한동안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비는 여전히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고, 그 소리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내 머릿속에는 한 문장만 계속 맴돌고 있었다.— 살아 있어.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서 있는 강태준을 똑바로 바라봤다. 도망치지 않는 시선. 피하지 않는 표정.그래서 더 확실했다.“언제부터 알고 있었어.”내 목소리는 차분했다. 놀라울 정도로.태준은 잠시 말을 고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아주 짧게 답했다.“확신한 건… 얼마 안 됐어.”나는 웃었다.“근데 의심은 계속 했겠지.”짧은 침묵.“…그래.”그는 부정하지 않았다.그게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나는 한 발짝 다가갔다.“그래서 살린 거야?”그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죽을 것 같았으니까.”짧은 대답.하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감정은, 생각보다 무거웠다.“그래서 숨겼어?”“…응.”“그리고 뺏겼고?”이번에는 대답이 조금 늦었다.“…그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상하게도 화가 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화보다 먼저 정리가 됐다.내 인생.그리고—내 아이.둘 다 같은 방식으로 사라졌다.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위치.”짧게 말했다.태준이 나를 봤다.“태성.”나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구체적으로.”짧은 침묵.“…연구동.”그 단어 하나로 충분했다.일반적인 공간이 아니다. 기록이 남지 않는 곳. 필요하면 사람 하나쯤은 아무렇지 않게 사라질 수 있는 곳.나는 웃었다.“…좋네.”짧은 숨이 새어 나왔다.“숨기기엔.”도윤이 조용히 끼어들었다.“…확실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해.”이건 증거가 아니라—감각이었다.“내 애야.”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더 이상 흔들림이 사라졌다.태준이 말했다.“…이동할 거야.”나는 시선을 돌렸다.“…언제.”“오늘 안에.”짧은 대답.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이유.”“위험해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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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 24시간

시간은 이미 흐르고 있었다.누가 시작 버튼을 누른 건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하나였다.— 24시간.그 안에 끝내지 못하면, 끝이다.나는 차에 올라탔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바깥의 소음이 단절됐다. 대신 심장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출발.”내가 말했다.태준이 바로 시동을 걸었다.엔진이 낮게 울렸다.차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정확한 위치.”내가 물었다.“연구동.”짧은 대답.“지하 쪽.”나는 눈을 좁혔다.“보안은.”“높아.”짧은 침묵.“근데— 지금은 비어 있을 가능성 커.”“…왜.”“이동 준비 중이니까.”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긴장이 더 올라갔다.나는 창밖을 봤다.빛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이동 경로는.”“모름.”짧은 대답.“그래서 시간 제한 있는 거야.”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건 단순한 잠입이 아니다.추적이다.시간과의 싸움.“놓치면?”도윤이 물었다.태준이 대답했다.“…끝이야.”짧은 침묵.“다시는 못 찾을 수도 있어.”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나는 웃었다.“…안 놓쳐.”짧은 숨.“한 번 당한 걸로 충분해.”차가 크게 방향을 틀었다.멀리—태성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어둠 속에서도 압도적인 크기.빛은 거의 없지만,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나는 고개를 들었다.“…저기네.”짧은 침묵.“가까워.”태준이 말했다.나는 손을 꽉 쥐었다.손끝이 차가웠다.근데—머릿속은 이상하게 맑았다.“들어가면 바로 찾을 수 있어?”“아니.”짧은 대답.“그래서 시간 더 중요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좋네.”짧은 숨.“게임 같네.”도윤이 말했다.“…틀리면 끝나는 게임.”나는 웃었다.“…난 그런 거 잘해.”차가 멈췄다.태성.바로 앞.나는 문을 열었다.차가운 공기가 폐로 밀려 들어왔다.숨이 짧게 흔들렸다.그리고—나는 걸음을 옮겼다.망설임 없이.“이번엔—”작게 중얼거렸다.“…끝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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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 태성 내부 침투

태성 건물은 밤이 되면 더 조용해진다.그 조용함이 이상했다.나는 건물 앞에 서서 한 번 더 위를 올려다봤다. 불이 거의 꺼진 외벽. 창문은 검게 잠겨 있었고, 안쪽에서 움직이는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그런데—비어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이상하지.”내가 낮게 말했다.옆에 서 있던 도윤이 짧게 답했다.“…너무 조용해.”맞는 말이었다.이건 단순한 야간 정적이 아니다.비워놓은 느낌.의도적으로.나는 입꼬리를 아주 조금 올렸다.“…이미 알고 있는 거네.”내 말에, 태준이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길어질수록 확신이 생겼다.“그래도 들어간다.”그가 낮게 말했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했다.여기까지 와서 멈출 이유는 없었다.우리는 정문을 피해서 건물 옆쪽으로 이동했다. 직원 전용 출입구. 일반 방문객이 사용하는 곳이 아니라, 내부 인원만 드나드는 통로였다.태준이 카드키를 꺼냈다.“…그거 아직 살아 있어?”도윤이 물었다.태준이 짧게 대답했다.“죽일 이유가 없으니까.”삑—문이 열렸다.안쪽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차갑다.너무 차가워서— 순간적으로 숨이 멎었다.나는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복도는 길고, 어두웠다. 비상등만 희미하게 켜져 있었다. 발소리가 이상하게 크게 울렸다.“CCTV.”내가 말했다.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돌고 있어.”“피해야 돼?”짧은 침묵.“…아니.”나는 눈을 좁혔다.“…왜.”“그냥 둬.”그가 말했다.“우리가 들어온 거— 보게 해야 하니까.”정적.나는 웃었다.“…좋네.”짧은 숨.“숨을 생각은 없다는 거네.”그는 대답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의도였다.우리는 빠르게 이동했다.복도는 점점 더 깊어졌다. 구조가 단순하지 않았다. 몇 번 꺾고, 계단을 내려가고, 다시 문을 통과했다.일반 건물 구조가 아니다.숨기기 위해 만든 구조.나는 멈췄다.“연구동.”앞에 보이는 철문.두껍고, 무겁고, 그리고—완전히 닫혀 있었다.나는 태준을 봤다.“…여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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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 피로 묶인 것

불이 켜졌다.하나.그리고—또 하나.순서대로 공간이 드러났다.나는 걸음을 멈췄다.숨이 끊겼다.눈앞에 펼쳐진 건—단순한 방이 아니었다.유리벽으로 나뉜 공간.의료 장비.그리고—중앙.작은 침대.그 위에—아이.“….”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머릿속이 비어버렸다.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발이 바닥에 닿는 감각이 이상하게 멀게 느껴졌다.유리벽 앞.손을 올렸다.차갑다.그 안쪽—아이가 있었다.숨을 쉬고 있었다.작게.조용하게.살아 있다.그 사실 하나로 충분했다.“…내 애야.”그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확신이었다.증거도 필요 없었다.그 순간—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알아보네.”나는 돌아봤다.남자가 서 있었다.어둠 속에서 천천히 걸어나왔다.“…누구야.”내가 물었다.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아주 느리게 웃었다.“관리하는 쪽.”짧은 대답.“여기.”나는 눈을 좁혔다.“…내놔.”그는 고개를 기울였다.“그 애?”짧은 침묵.“그건 안 되지.”공기가 식었다.“…왜.”그는 한 발 더 다가왔다.“그 애— 그냥 애 아니거든.”심장이 내려앉았다.“…무슨 뜻이야.”그는 잠시 말을 고르듯 멈췄다가—입을 열었다.“피.”짧은 침묵.“가치가 있어.”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말을 듣는 순간—본능적으로 느껴졌다.이건 돈 문제가 아니다.“그래서.”내가 낮게 말했다.“거래하자는 거야?”그는 웃었다.“가능하면.”짧은 침묵.“근데—”그의 시선이 나를 훑었다.“넌 못 가져.”정적.“…왜.”그는 천천히 말했다.“그 애 있으면—”짧은 침묵.“…판이 뒤집히거든.”공기가 얼어붙었다.나는 아이를 봤다.그리고—결정했다.나는 유리벽을 향해 한 발 다가갔다.손을 쥐었다.“…그래서.”짧은 숨.“…더 가져가야겠네.”그 순간—경보음이 울렸다.삐이이이—공간이 붉게 물들었다.도윤이 외쳤다.“서아!”늦었다.나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유리벽을 향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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