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지하를 빠져나와 차량에 올라탄 뒤에도, 아무도 바로 출발하지 않았다.엔진은 켜져 있었고, 차 안에는 미세한 진동이 흐르고 있었지만, 공기는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다.서아는 창밖을 보고 있었다.병원 건물 외벽,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서 있는 구조물, 그 안에서 방금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평온한 풍경.도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지금까지 확보한 정보 정리하겠습니다.”서아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해.”도윤이 차분하게 이어갔다.“첫째, 샘플 조작은 단독 범행이 아닙니다, 오버라이드 권한이 필요하고, 최소 두 개 이상의 승인 라인이 존재합니다, 둘째, 실행자는 병원 내부 인력이지만, 지시 주체는 외부 혹은 상위 구조입니다, 셋째—”잠깐 멈췄다.“…입막음이 즉각적으로 실행됩니다.”서아가 낮게 말했다.“말하려는 순간 죽였지.”“네, 사후 대응이 아니라, 실시간 감시입니다.”짧은 정적.서아가 천천히 물었다.“그럼 우리도 지금 보고 있다는 거네.”도윤이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가능성 높습니다.”서아가 피식 웃었다.“재밌네.”짧은 숨.“사람 죽는 거 생중계로 보는 취미라도 있나.”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침묵 자체가 답이었다.서아가 고개를 기대며 말했다.“좋아, 그럼 이제 질문 바꾼다.”도윤이 시선을 들었다.“네.”“이게 병원 일이야?”짧은 침묵.도윤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태성 일이야?”“그것도 아닙니다.”짧은 정적.“그럼 뭐야.”도윤이 짧게 숨을 내쉬었다.“…둘 다 포함된 구조입니다.”서아의 눈이 천천히 움직였다.“연결돼 있다는 거네.”“네.”도윤이 이어서 설명했다.“병원은 실행 기관입니다, 샘플 관리, 출생 기록, 데이터 조작… 물리적인 작업을 담당합니다, 그리고 태성 쪽은—”잠깐 멈췄다.“접근 권한과 승인 라인을 제공합니다.”서아가 바로 받아쳤다.“돈.”“네, 그리고 권력입니다.”짧은 침묵.“둘이 합쳐지면—”도윤이 말을 이었다
Last Updated : 2026-04-2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