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실 안 공기는 묘하게 차가웠다. 누가 화를 내는 것도 아니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없는데 이상하게 심장이 조여들었다. 책상 위에 놓인 흰 봉투 하나가 그 이유였다.윤지연은 그 봉투를 회장 쪽으로 밀어놓은 채, 등을 곧게 세우고 서 있었다. 얼굴에는 익숙한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눈은 조금도 웃고 있지 않았다. 반대로 서아는 회장실 문 앞에서 한 걸음 늦게 멈춰 섰다. 방금 막 불려 올라왔다는 티가 아직 몸에 남아 있었다.회장은 먼저 서아를 보더니, 다시 봉투를 손끝으로 두드렸다.“늦었군.”서아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오며 대답했다.“갑자기 부르셨잖아.”회장은 그 말에는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책상 위 봉투를 밀어 서아 앞에 놓았다.“이걸 봐라.”짧은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이미 결론이 어느 정도 기울어 있다는 느낌이 섞여 있었다.서아는 봉투를 집어 들었다. 도윤은 문 옆에 멈춰 섰고, 태준은 회장실 한쪽에 조용히 서 있었다. 지연은 서아가 봉투를 열어보는 순간만을 기다리는 것처럼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서류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서아의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태성병원 로고. 검사기관 승인 마크. 그리고 그 아래 굵게 박힌 문장.[친자 관계 불일치]도윤이 아주 낮게 숨을 들이마셨다.서아는 아무 말 없이 한 장 더 넘겼다. 샘플 채취 일자, 접수 코드, 분석 결과, 전자서명. 겉으로 보기엔 흠잡을 곳이 없었다. 오히려 너무 완벽해서 이상할 정도였다.그런데도 서아는 바로 반응하지 않았다. 한참 동안 서류를 내려다보던 그녀가 마침내 시선을 들었다.“…이걸 지금 가져온 거야?”지연이 웃었다.“응. 생각보다 별거 없지? 언니가 그렇게 버티던 이유가 뭔가 했는데, 결과는 되게 단순하네.”서아는 다시 서류를 내려다봤다. 회장은 팔짱을 끼고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설명해봐라.”서아는 고개를 들었다.“뭘.”회장의 눈이 가늘어졌다.“네가 친딸이라고 주장해 온 근거와, 지금 이 서류가 정면으로 충돌한다.
Last Updated : 2026-04-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