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마주했던 그의 눈에 더 이상 눈물 따위는 없었다. 오히려 감정 없는 인형처럼 건조하기만 했다.하지만 예리는 그 메마른 눈동자 너머에서, 이 빌어먹을 능력 앞에 무력하게 무너졌던 어린 날의 자신을 발견했다.그래서였을까. 저도 모르게 충동적으로 말을 내뱉은 건.‘설마, 나 지금… 동정이라도 하는 건가.’예리는 가볍게 고개를 저어 잡념을 털어냈다. 그에게 가장 잔인한 덫을 놓고 있는 당사자가 정작 자신인데, 이제 와 동정이라니. 가당치 않은 소리였다.이런 어설픈 감상은 일을 그르치기에 딱 좋은 독일 뿐이었다. 예리는 차갑게 식은 눈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마음을 다잡았다.지금 중요한 건 오직 하나, 박해미와의 거래를 완벽하게 성사시키는 것뿐이었다.***주말 내내 소개팅 회원들로 북적였던 인연 본사 2층 카페도 이제는 적막만이 감돌았다. 어느덧 카페에 남은 건 은호의 테이블뿐이었다.맞은편 상대의 입술은 아까부터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지만, 무슨 내용인지 귀에 들어오지 않은 지는 이미 오래였다.은호는 넋이 반쯤 나간 채 멍하니 앞을 응시했다.“…….”맞은편의 풍경이 하도 수시로 바뀌어 지금이 몇 번째 상대인지, 이 여자의 이름이 다빈이였는지 하빈이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은호는 힐끔 창밖을 쳐다봤다. 분명 이곳에 들어올 때는 해가 높이 떠 있었는데 어느새 달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그럼, 즐거웠습니다.”마침내 앞에 앉아 있던 상대가 짧은 인사를 건넸다. 은호는 도무지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리며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도 즐거웠습니다.”여자가 가방을 챙기며 일어날 채비를 하자 은호가 곧바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은영이 무전기에 대고 연락을 취했다.잠시 뒤, 카페 안으로 들어선 예리가 활짝 웃으며 테이블로 다가왔다. 예리는 아직 자리에 앉아 있던 여자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오늘 두 분 어떠셨나요? 괜찮으셨을까요?""네, 은호 씨 말수는 좀 적으셨지만…."여자가
Last Updated : 2026-04-2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