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속의 온기가 미지근하게 식어갈 즈음, 다시 한번 상담실 문이 열렸다.“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은호는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리던 예리도 순간 흠칫하며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이 남자가… 유은호라고?찰나의 정적이 흐르고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사정없이 뒤엉켰다.기억 속의 잔상이 현재의 얼굴 위로 겹치는 순간, 은호의 입술이 먼저 열렸다.“저번에 손수건… 맞죠?”은호가 예리의 눈을 들여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와 딱 벌어진 어깨. 단정하게 뒤로 넘긴 흑발 아래 서늘한 위압감을 풍기는 눈매가 꽂혔다.하지만 그 날 선 눈동자 너머에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위태로운 기색이 묘하게 서려 있었다.‘그러니까, 해상의 얼음 왕자가 그때 그 울보라고?’“저, 팀장님?”생각에 잠긴 예리를 은호가 살며시 불렀다.예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비즈니스용 미소를 장착한 채 대답했다.“네? 아, 그때 옆자리에 앉으셨던 분이 이사님이셨군요.”예리의 확답이 돌아오자 은호의 얼굴에서 팽팽하던 긴장감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그는 인연에 들어선 이후에 처음으로 가면을 내려놓고 활짝 웃어 보였다.“저번에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려서 내내 마음이 쓰였는데, 이렇게 다시 뵙게 되네요.”은호가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예리는 싱긋 웃으며 그에게 자리를 권했다.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마주 앉았다.“역시 사람 인연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네요, 이사님.”예리의 말에 은호가 가볍게 미소 지었다.다시 만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그녀를 뜻밖의 장소에서 마주했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설레었다.“아,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인연 VIP 전담팀 팀장, 나예리입니다.”예리가 명함을 꺼내 은호 앞으로 밀어 놓았다. 명함을 건네받은 은호가 그 위에 새겨진 이름을 소리 없이 되뇌었다.‘나예리.’그토록 알고 싶던 이름이 입안에
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4-16 อ่านเพิ่มเติ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