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사랑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บทที่ 11 - บทที่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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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해미는 예리의 답변을 기다리지 않고 여유로운 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그녀의 뒤를 서준이 그림자처럼 따랐다.홀로 남은 예리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소파에 쓰러지듯 앉았다.대가만 따진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는 거래였다. 하지만 아까부터 마음 한구석의 무언가가 결정을 방해하고 있었다.커플 매니저로서 직업윤리 같은 건 없었다.굳이 만들자면 사랑을 철저히 비즈니스 수단으로 여기는 것 정도였다. 그 과정에서 고객의 마음은 철저히 배제되었다.그저 이득이 되는 조건을 계산하고 유효기간이 넉넉한 상대를 골라주면 그만이었다. 사랑을 운운하던 고객들도 조건에 딱 맞는 상대를 마주하면 금세 말을 바꾸곤 했으니까.예리가 업계 1위의 위상을 일궈낸 것도 이런 비정한 태도 덕분이었다.그런데 왜일까. 죽은 줄 알았던 양심이 자꾸만 옆구리를 찔러댔다.“그런데 생각해 보면 다를 거 없잖아…?”지금껏 처리해 온 수만 건의 의뢰와 해미의 의뢰나 본질은 같았다.VIP 전담팀이 상대하는 고객들의 요구는 99%가 일치했다. 집안에서 정해준 기준에 부합하는 재력과 배경을 갖춘 가장 매칭률 좋은 조각을 찾을 것.그들이 제시한 기준에 당사자의 진정한 사랑이나 행복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그저 이 조각 저 조각을 비교하며 자신에게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줄 맞춤형 조각을 끼워 맞추는 게 전부였다.결국 최고의 상대를 찾는 부모들이나, 최악의 상대를 찾는 박 회장이나 도긴개긴이었다.잠시 희생양이 될 유은호가 떠올랐지만, 예리는 금세 생각을 털어냈다.사랑에 빠질 결정권은 그에게 있었다. 해미의 함정에 빠져 지옥을 맛볼지 아니면 무사히 피해 갈지는 결국 그의 선택에 달린 문제였다.그렇게 결론을 내리자 마음을 괴롭히던 작은 불편함이 안개처럼 흩어졌다. 깔끔하진 않지만 충분했다.자리로 돌아온 예리는 수화기를 들어 소진을 호출했다.“박 회장님께 제안 수락하겠다고 전달해 주세요. 아, 그리고 조건 하나 덧붙이세요.”수화기를 고쳐 쥐는 예리의 목소리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어떤 방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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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왜? 뭔디! 나도 좀 보자!”혜린의 어깨 너머로 팀원들이 옹기종기 고개를 들이밀었다.그때였다. 상담실 문이 벌컥 열리며 소진이 고개를 내밀었다.“유은호 이사님 도착하셨습니다.”검은 세단이 인연 빌딩 앞에 미끄러지듯 멈췄다.문이 열리기도 전, 대기하던 두 사람이 뒷좌석으로 잽싸게 다가왔다.“어서 오십시오, 유은호 이사님.”차 문 밖으로 구두를 내딛던 은호의 발끝이 멈췄다. 문을 연 이들의 행색을 훑는 은호의 눈동자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렸다.혜린은 아랑곳하지 않고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쪽머리에 꽂은 비녀 끝의 나비 떨잠이 파르르 떨렸다.“오늘 안내를 맡은 인연 VIP 전담팀 정혜린 매니저입니다.”혜린이 옥반지 낀 손을 우아하게 들어 입구를 가리켰다.“상담실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혜린이 몸을 돌리자 옆에 선 은영이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뒤따랐다.은호가 두 비서와 짧은 시선을 주고받은 뒤 홀린 듯 로비 안으로 발을 들였다.혜린은 엘리베이터가 아닌 로비 한복판에 거대한 금색 액자 앞으로 그들을 이끌었다. 붉은 저고리를 입은 여인이 녹슨 화살을 쥐고 있는 기묘한 초상화였다.초상화를 올려다보던 은호는 여인의 커다란 눈에 담긴 서늘함에 눈을 가늘게 떴다.‘그때 손수건 준 사람이랑 분위기가 비슷하네.’“저희 인연은 이름 그대로 오랜 세월 사람 사이의 붉은 실을 이어왔습니다.”혜린이 초상화 속 인물을 향해 정중히 손을 뻗었다.“이분이 바로 나형식 대표님의 먼 선조이십니다.”그때 큼큼, 가볍게 목을 푼 은영이 뒷짐을 졌다. 마치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훈장이라도 된 듯 느릿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운을 뗐다.“비밀스럽게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조선 시대에는 세도가 아가씨와 노비의 사랑을 이어준 적도 있다고 합니다. 그 일로 온 한양에 벽보가 딱!”은영이 손바닥으로 벽을 강하게 내리쳤다.로비에 울려 퍼진 둔탁한 소리에 두 비서의 어깨가 움찔 솟았다.은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목소리의 채도를 순식간에 낮췄다."결국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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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다 끝나셨으면 계속 안내해주시죠.”은호가 평소보다 더 차갑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혜린과 은영을 지나쳐 성큼성큼 걸어갔다.멀어지는 은호의 뒷모습을 보며 갈 곳을 잃은 두 사람의 눈동자가 허공에서 부딪혔다.은영이 혜린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겼다.망했다…!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혜린과 은영이 눈빛을 교환하며 재빠르게 표정을 갈무리하고는 은호 곁으로 바짝 붙었다.“잠, 잠시만! 이쪽입니다!”상담실 앞에 도착하자 혜린이 냉큼 문 앞을 가로막아 섰다.은호가 한쪽 눈썹을 들올리자 혜린이 은호 뒤의 선우와 지유를 가리켰다.“두 분은 은영 매니저님과 잠시 다른 곳에서 대기해 주시겠어요?”“네? 하지만 저희는 이사님을 보좌해야….”은호가 손을 들어 말을 잘랐다.“괜찮습니다. 저 혼자 들어가죠.”은호의 단호한 태도에 두 사람은 연신 뒤를 돌아보며 은영을 따라 발걸음을 돌렸다. 은호가 눈을 반쯤 내리깔고 혜린을 향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대체 이 안에 뭐가 있길래?’혜린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곤 문을 활짝 열었다.상담실 안으로 발을 들인 은호의 호흡이 멈췄다.벽 한쪽에 고정되었던 시선이 천천히 방 안을 훑었다. 은호는 홀린 듯 그것들 앞으로 다가갔다.벽면을 가득 채운 드라마 포스터들. 옛날 비디오 가게를 통째로 옮겨놓은 듯 수많은 DVD와 대본집이 빼곡했다.은호는 책장에 가지런히 꽂힌 케이스 하나를 꺼내 들었다.‘뉴욕에 있을 때 봤던 거네.’케이스를 제자리에 꽂으며 시선을 옮기던 은호의 손이 멈췄다.선반 한쪽에 놓인 대나무 침통.‘ 주인공 연주의 보물 1호.’침통을 내려놓는 손이 자연스럽게 옆에 있던 만년필로 향했다.‘에서 주희가 루시퍼에게 선물한 만년필! 소량 제작에 이미 품절까지 돼서 구하기 힘든 건데 어떻게….’은호는 상체를 일으켜 다시 한번 방 안을 눈에 담았다. 굿즈 하나가 아니었다. 드라마 포스터들, 블루레이 케이스, 대본집.전부 뉴욕에 머물던 시절에 방영했던 것들이었다.“이거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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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찻잔 속의 온기가 미지근하게 식어갈 즈음, 다시 한번 상담실 문이 열렸다.“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은호는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리던 예리도 순간 흠칫하며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이 남자가… 유은호라고?찰나의 정적이 흐르고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사정없이 뒤엉켰다.기억 속의 잔상이 현재의 얼굴 위로 겹치는 순간, 은호의 입술이 먼저 열렸다.“저번에 손수건… 맞죠?”은호가 예리의 눈을 들여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와 딱 벌어진 어깨. 단정하게 뒤로 넘긴 흑발 아래 서늘한 위압감을 풍기는 눈매가 꽂혔다.하지만 그 날 선 눈동자 너머에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위태로운 기색이 묘하게 서려 있었다.‘그러니까, 해상의 얼음 왕자가 그때 그 울보라고?’“저, 팀장님?”생각에 잠긴 예리를 은호가 살며시 불렀다.예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비즈니스용 미소를 장착한 채 대답했다.“네? 아, 그때 옆자리에 앉으셨던 분이 이사님이셨군요.”예리의 확답이 돌아오자 은호의 얼굴에서 팽팽하던 긴장감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그는 인연에 들어선 이후에 처음으로 가면을 내려놓고 활짝 웃어 보였다.“저번에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려서 내내 마음이 쓰였는데, 이렇게 다시 뵙게 되네요.”은호가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예리는 싱긋 웃으며 그에게 자리를 권했다.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마주 앉았다.“역시 사람 인연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네요, 이사님.”예리의 말에 은호가 가볍게 미소 지었다.다시 만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그녀를 뜻밖의 장소에서 마주했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설레었다.“아,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인연 VIP 전담팀 팀장, 나예리입니다.”예리가 명함을 꺼내 은호 앞으로 밀어 놓았다. 명함을 건네받은 은호가 그 위에 새겨진 이름을 소리 없이 되뇌었다.‘나예리.’그토록 알고 싶던 이름이 입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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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순식간에 예리의 눈빛이 바뀌었다.눈물 고인 눈동자 너머로 칼날 같은 예리함이 번뜩였다.“이게 이사님이 믿어온 사랑의 민낯입니다. 처음부터 순수한 사랑? 그런 건 드라마에도 없어요.”깍지를 끼고 있던 은호의 손가락에 하얗게 힘이 들어갔다.“이사님께서 저희를 속물이라 부르는 이유, 압니다. 하지만 사랑이 미성숙한 단계일 땐 알맹이보다 화려한 껍데기에 먼저 손이 가는 법이죠. 그게 인간의 본능이니까요.”예리가 머리에 꽂았던 비녀를 천천히 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탐욕의 상징이었다가 끝내 사랑의 증표가 된 연희 낭자의 비녀.’달그락, 작은 마찰음이 서늘한 정적을 깼다.“우리가 고객의 배경을 확인하는 건 그 미성숙한 시작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경멸해 마지않던 공간이 돌연 낯설게 다가왔다.“아이가 어른이 될 때 성장통이 필요하듯 사랑도 마찬가지죠. 그때 길을 잃지 않게 지탱해 줄 조력자가 반드시 필요합니다.”예리가 은호 쪽으로 상체를 확 기울였다.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맞물렸다.“서툰 감정이 건강한 사랑으로 자라나도록 돕는 것. 가장 완벽한 조각을 찾아 미완성인 서로의 세계가 비로소 완성되게 만드는 것.”예리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말을 맺었다.“그게 제가 정의하는 진짜 인연의 일입니다.”상담실 안에는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묵묵히 그녀를 바라보던 은호가 마침내 굳게 닫혀 있던 입술을 뗐다.“…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제게 매달리는 거죠? 나 팀장님 말처럼 제가 아니어도 팀장님을 찾는 사람은 많을 텐데요.”은호가 잠시 말을 멈췄다.표정은 아까보다 훨씬 더 단단히 굳어졌다.“해상 박 회장의 의뢰라서? 어머니가 성공 보수를 얼마나 부르시던가요. 아, 혹시 투자를 약속하셨나.”이번엔 은호가 예리를 향해 천천히 몸을 숙였다.코가 닿을 듯한 거리였지만 예리는 피하지 않고 오히려 싱긋 웃어 보였다.“네, 상상도 못 할 대가를 약속하셨습니다. 제 평생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 만큼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그러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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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조건이라니요?”"나 팀장님께서 진행하시는 매칭 전 과정을 곁에서 직접 지켜보고 싶습니다. 저 역시 인연 그리고 나 팀장님 개인에 대한 확신이 필요해서요."‘옆에서 내 일을 지켜보겠다고? 도대체 왜?’예리가 허벅지 위에 올려놓은 손가락을 무의식적으로 까딱였다.은호의 표정엔 아까의 흔들림 대신 여유가 서려 있었다."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단순히 조건을 사고파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철학을 가지고 임하는 줄은 몰랐거든요. 제가 이 공간을 그리고 나 팀장님을 너무 단편적으로만 봤나 봅니다."은호가 책상 위로 다시 손깍지를 끼었다. 그러고는 예리를 흥미롭다는 듯 관찰하기 시작했다.“어머니께서 왜 나 팀장님을 찾아오셨는지 이제야 알겠네요. 자기 이익은 확실히 챙기면서 상대방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던지는 그 대담함.”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은호의 눈동자가 예리를 압박해 왔다.“그래서 더 궁금해졌습니다. 이런 가치관을 가진 분이 일하는 모습은 어떨지. 나 팀장님 곁에서 지켜보게만 해주세요.”은호가 낮게 읊조렸다.“그 조건만 수락해 주신다면 저 역시 나 팀장님이 요구하시는 일들에 전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예리가 내심 눈을 가늘게 떴다.누가 박 회장 아들 아니랄까 봐, 끝까지 만만치가 않다.‘침착하자, 나예리.’사실 지금까지 매칭 과정을 공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누군가 곁에서 지켜본다는 건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들킬 위험이 그만큼 커진다는 뜻이었다.소진 외에는 VIP 전담팀 팀원들은커녕 인연의 그 누구도 모르는 비밀이었다.그런 위험천만한 짓을 하필 이 남자와 함께해야 한다니. 하지만 여기서 거절한다면?머릿속에선 박 회장과 매치 랩의 임 대표가 돈다발 날개를 달고 저 멀리 하늘 위로 “하하호호” 웃으며 날아가는 환영이 그려졌다.뿌드득.예리의 어금니가 거칠게 맞물렸다.‘그 꼴은 죽어도 못 보지.’예리가 은호를 주시하며 다리를 바꿔 꼬았다.‘그래, 능력을 그렇게 쉽게 눈치채겠어? 오히려 잘됐지. 옆에서 점수도 좀 따고,
last update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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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가방 스트랩을 고쳐 쥔 예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저희도 이만 퇴근할까요? 오늘은 맘 편히 발 뻗고 잘 생각하니까 벌써 기분이 좋네.”기지개를 크게 켜며 앞장서 걷는 예리의 뒷모습을 보며 소진은 혀를 내둘렀다.“진짜 임 대표님이랑 판박이라니까. 무서울 정도로 똑같네, 증말.”멀어지는 예리의 발걸음이 오늘따라 유난히 가벼워 보였다.***갓 내려진 바닐라 라테를 한 모금 들이켜며 예리는 밤사이 도착한 메일을 확인하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똑, 똑—.고요한 사무실에 노크 소리가 울려 퍼졌다.“네, 들어오세요.”여전히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예리가 답했다.사무실로 들어선 소진은 날카로운 단발만큼이나 선명한 레드 립을 달싹이며 예리의 눈치를 살폈다. 예리의 앞까지 다가온 그녀가 주인의 기색을 살피는 강아지처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팀장님, 나 대표님께서 부르십니다.”예리는 짧은 한숨과 함께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피로가 몰린 콧등을 꾹꾹 주무르며 대답했다.“알겠어요. 지금 간다고 전해 주세요.”아침부터 호출하는 걸 보니 형식의 귀에도 벌써 소식이 들어간 모양이었다. 어떤 잔소리가 쏟아질지 벌써 머리가 지끈거렸다.육중한 고동색 나무 문 앞에 선 예리는 짧게 숨을 고르고 문을 두드렸다. 안쪽에서 형식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예리가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부르셨다고요.”“유은호 이사 만났다면서. 박 회장 의뢰 맡기로 했다는 게 정말이니?”검토하던 서류에서 시선을 뗀 형식이 물었다. 책상 앞까지 다가간 예리가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며 비아냥거렸다.“이번엔 생각보다 대표님 귀에 늦게 들어갔네요. 강 비서님이 전달을 깜빡했나 봐요.”형식이 안경 너머로 걱정 어린 시선을 던지며 예리를 올려다보았다.“예리야,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박 회장 의뢰 정말 맡을 거야?”“네. 제가 하기로 했어요.”형식이 안경테를 고쳐 잡으며 딱 잘라 말했다.“당장 거절해라. 우리 인연이 나설 일 아니야.”“아니요. 제가 할 겁니다.”“
last update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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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역광을 받으며 다가오는 그의 실루엣이 예리의 무채색 시야를 가득 메웠다. 그가 계단 근처로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며 다가오자 빛에 가려졌던 얼굴이 그제야 선명하게 드러났다.여름 햇살을 머금어 발갛게 익은 피부 위로 시원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승우였다.제멋대로 굴러온 공은 예리와 아이들이 앉아 있는 계단 아래에 멈춰 섰다. 모두의 시선이 공과 승우에게 쏠리는 동안 예리만은 서연의 눈동자에 집중했다.서연은 시큰둥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발치에 멈춰선 공을 주워 들고 승우에게 다가갔다.“자, 여기.”여전히 건조한 표정과 목소리였다.“어, 고마워 최서연!”승우는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 보이며 티 없이 맑은 인사를 남겼다. 그러곤 공을 낚아채 다시 운동장으로 뛰어갔다.서연이 자리로 돌아오자마자 옆에 앉았던 친구들이 승우의 외모를 칭찬하며 요란스러운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박승우 용안은 오늘도 빛나네.”두꺼운 뿔테 안경을 쓴 친구가 호들갑을 떨었다.“와, 급식 반이나 남겨서 배고파 죽는 줄 알았거든? 근데 얼굴 보니까 배고픈 거 싹 사라짐. 역시 잘생긴 게 최고야.”옆에 있던 친구가 눈을 반짝이며 서연의 팔을 툭 쳤다.“야, 박승우 가까이서 보니까 진짜 잘생겼지?”모두의 시선이 서연의 입술로 쏠렸다. 하지만 서연은 티끌만큼의 흥미도 없다는 듯 길게 내려온 앞머리를 귀 뒤로 쓸어 넘겨 꽂았다.“글쎄. 난 그냥 그렇던데.”친구들은 하나같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뒤로 넘어가는 시늉을 했다.“최서연, 너 눈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저 얼굴이 그냥 그렇다고?”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친구가 공중에 손을 휘저었다.“야야, 냅둬. 얘 남자한테 관심 없잖아. 머릿속에 공부밖에 없는 애 눈에 누가 들어오겠냐.”친구들의 장난 섞인 야유가 쏟아졌지만, 그 소란의 중심에서 서연은 턱을 괸 채 심드렁하게 운동장을 바라볼 뿐이었다.‘거짓말’예리는 코웃음을 치며 서연의 뒷모습을 응시했다.조금 전 서연과 승우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부딪히는 순간 서
last update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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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비에 재문이 서둘러 창문을 닫고 있을 때였다.딩동-.정적을 깨고 울린 초인종 소리에 재문이 1층으로 내려가 대문을 열었다.문 너머에는 머리카락 끝에서 툭, 툭 물방울이 떨어지는 예리가, 내리쏟아지는 빗줄기를 피할 생각조차 못 한 듯 교복 어깨 위로 진한 물기를 머금은 채 서 있었다.예리는 제 몰골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오직 품 안의 노트가 젖을세라 꼭 안고 있을 뿐이었다.재문은 예리의 눈에 서린 초조함을 읽어내고는 이내 안색을 굳혔다.재문은 예리에게 마른 수건을 건네고 서재를 가리켰다.얼마 뒤, 재문이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들어와 예리 앞에 내려놓았다. 묻고 싶은 것이 산더미 같았지만, 재문은 예리에게 문을 열어준 순간부터 단 한 순간도 입을 열지 않았다.창문에 비가 부딪히는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서재 안.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재문과 눈을 맞추던 예리가 품에 안고 있던 노트를 펼쳐 보였다.“할아버지는 이게 뭔지 아시죠? 대체 이게 뭔지, 왜 하필이면 저한테 이런 게 보이는 건지. 오늘은 꼭 들어야겠어요.”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었다.예리를 조용히 응시하던 재문이 한참 뒤에야 무거운 입술을 뗐다.***“…리 팀장님!”“…….”“나예리 팀장님!”“네?”예리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렸다. 멍한 표정의 예리를 보며 회의실 안 팀원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예리가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서둘러 펜을 쥐었다.“아, 미안해요. 그래서 어디까지 이야기했죠?”“유 이사님 질문 리스트업 중이었어요. 팀장님, 혹시 어디 아프신 건 아니시죠?”은영이 걱정스러운 눈길로 예리를 살폈다.“아니에요, 멀쩡해요.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그래서 유 이사 측이랑 상담 스케줄 조율은 끝났나요?”혜린이 손을 들고 대답했다.“이번 주 금요일 점심 이후로 가능하다고 하셔서 오후 2시로 픽스했습니다.”예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유 이사 같은 타입의 고객은 지난번 브리핑 때 말씀드린 것처럼 일반적인
last update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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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큐피드라더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네.”지유에게 건네받은 태블릿 속 자료를 훑어내리는 은호의 목소리에 묘한 탄성이 섞였다.예리의 실력을 입증하듯 인연을 거쳐 간 VIP 회원 명단은 스크롤을 내려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국내 내로라하는 가문의 절반 이상이 이곳에서 짝을 찾았다는 소문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본래부터 실력 하나는 정평이 나 있던 곳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인연은 업계에서 조금 더 잘나가는 업체 중 하나에 불과했다. 지금처럼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선 것은 나예리가 VIP 전담팀을 꾸리며 전면에 나선 직후부터였다.무심하게 화면을 넘기던 은호의 손길이 한 잡지 인터뷰 사진에서 멈춰 섰다.[사랑의 인연, 우리가 잇겠습니다 — ‘인연’ 나형식 대표 & 나예리 팀장]“…….”은호는 한참 동안 사진 속,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예리의 앳된 미소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동안 마주해온 모습과 달리 사진 속 예리는 무척이나 해맑게 웃고 있었다.가슴 한구석이 뭔가 이상했다. 은호는 이를 애써 무시하며 무표정한 얼굴로 침을 삼켰다.그러다 페이지 하단에 적힌 문구를 발견하고는 짧은 실소를 터뜨렸다.‘인연의 새로운 큐피드, 성혼율 100%에 도전하다.’"백 퍼센트? 이 비서님, 사람 마음에 백 퍼센트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저도 처음엔 그냥 흔한 과장 광고인 줄 알았습니다."곁에서 지시를 기다리던 지유가 태블릿 화면을 빠르게 넘겨 인연의 실제 성적표를 보여주었다.예리가 프로젝트를 전담하기 시작한 이후 성혼율은 정말로 백 퍼센트에 수렴하고 있었다.놀라운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예리가 맺어준 커플 중 이혼에 이른 사례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였고, 그마저도 얼마 못 가 재결합으로 끝을 맺었다."이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입니까? 경력 10년 동안 단 한 번의 실패도 없고, 이혼율까지 제로에 가깝다는 게?"지유가 차분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이사님, 솔직히 저희도 조사하면서 눈을 몇 번이나 의심했습니다. 사람 감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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