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당일 밤, 은호가 입원한 응급실을 나와 집으로 향하던 차 안.예리의 휴대폰 너머로 귀에 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여보세요? 나예리 팀장님?속삭이듯 작게 들려오는 해진의 목소리에, 운전대를 잡고 있던 소진이 옆을 힐끔거렸다.“네, 해진 씨 저예요. 몸은 괜찮으세요?”-네, 검사 마치고 지금 막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런데… 혼자 있을 때 연락드려야 할 것 같아서 전화가 좀 늦었어요. 지금은 민수 씨가 씻는 중이라 그 사이에 조용히 건 거예요.“잘하셨어요.”예리의 짧은 다독임에도 불구하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해진의 음성은 사시나무 떨리듯 잘게 흔들리고 있었다.-나 팀장님, 이제 말씀해 주세요. 아까 분명 범인이 누군지 안다고 그러셨잖아요….외면하고 싶었던 잔혹한 실체를 기어이 마주해야 하는 사람처럼, 해진의 목소리에는 다급함과 두려움이 기묘하게 뒤엉켜 있었다.“…….”잠시 숨을 고르던 예리가 마침내 무겁게 입을 열었다.“오늘 내내, 해진 씨 곁을 지키고 있던 사람.”차가운 차창 밖으로 도로의 불빛들이 빠르게 예리의 얼굴 위를 스쳐 지나갔다.“ 그 사람이 범인이에요.”-…설마 지연 씨요?순간적으로 목소리를 높인 해진이 되물었다. 스스로도 놀랐는지 다급하게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졌다.“맞아요. 그리고… 민수 씨도요. 오늘 일, 두 사람이 철저하게 계획하고 벌인 살인미수극이에요.”예리의 입에서 나온 잔혹한 진실에 해진의 목소리가 마구 젖어 들었다.-아, 아니에요, 팀장님. 민수 씨랑 지연 씨가 그럴 리가 없잖아요. 두 사람… 아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민수 씨는 절대 그런 사람 아니에요! 팀장님이 뭔가 잘못 아신 게 분명해요. 저 오늘 통화, 못 들은 걸로 할게요.현실을 부정하며 전화를 끊으려는 해진의 태도에, 예리가 차분하지만, 송곳처럼 단호하게 쐐기를 박았다.“못 믿으시겠다면, 두 사람의 대화가 담긴 녹음본을 지금 보내드리겠습니다.”예리는 어두운 숲속에서 숨을 죽인 채 켰던 휴대
Last Updated : 2026-05-2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