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죄송해요!”얼굴이 확 달아오른 예리가 화들짝 놀라며 은호에게서 멀어졌다. 예리가 어쩔 줄 몰라 하자 소진이 너스레를 떨며 뒤로 물러났다."자세한 설명은 우리 나 팀장님께 들으시면 됩니다. 팀장님, 이사님께 잘 설명해 드려요!"소진이 사라진 자리, 은호의 시선이 예리에게 머물렀다.예리는 언제 눌러썼는지 모를 모자챙을 더 깊숙이 당기며 고개를 푹 숙였다.은호의 시선을 피하며 그저 그의 운동화 끝만 뚫어지게 응시하던 예리가 겨우 입을 열었다."오늘 하루 저희 인연의 일일 커플 매니저가 되어주시면 돼요. 상담은 저희가 전담할 거니까 옆에서 보조만 해주시면 돼서 크게 어려운 건 없으실 거예요.""네, 알겠습니다. 오늘 제가 와서 방해만 될까 걱정했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니 다행이네요.""그럼, 설문지 보면서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설문지가…."예리가 설문지를 찾으려 부스 구석에 쌓인 상자들을 뒤적였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 뭉치째 담겨 있던 설문지 박스가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어머! 죄송해요 팀장님. 제가 다른 서류랑 착각했나 봐요. 아까 회사 차에 두고 내린 것 같은데, 제가 얼른 가서 가져올게요!"혜린이 당황한 기색으로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아니에요! 제가 다녀올게요."혜린이 채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예리가 먼저 부스 밖 주차장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어? 팀장님, 제가 가도 되는데….”거의 도망치듯 멀어지는 예리의 뒷모습을 보며 혜린이 얼떨떨하게 중얼거렸다.그 사이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던 은호가 지체 없이 몸을 틀었다.“저도 같이 다녀오겠습니다. 보조 역할이라면서요.”팀원들이 미처 말릴 새도 없었다. 은호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예리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순식간에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가람이 눈을 가늘게 떴다.“있냐. 오늘 팀장님, 좀 이상하지 않냐? 안 쓰던 모자까지 찾아 쓰고 말여. 이사님 대하는 게 꼭 죄지은 사람처럼 어색하단 말이지. 두 사람 그날 저녁 같이 묵었다더니….”가람의 눈매가
Last Updated : 2026-05-0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