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윤이 퇴근을 마치고 집에 도착했을 때,문 앞엔 꽃 한 송이가 놓여 있었다.붉은 장미. 그리고진짜 꽃이 아닌, 조화였다.도윤은 손끝으로 장미를 집어 들었다.손에 닿는 감촉은 차갑고 건조했다.그 순간, 백시아가 말했다."그거… 내가 준 거 아니야."그녀는 언제부터였는지 거실에서 그를 보고 있었다.눈빛은 차분했지만, 입술은 굳게 다물려 있었다.“……그럼, 누가?”도윤이 묻자, 그녀는 천천히 다가왔다.장미를 건네받아 조심스럽게 살피던 그녀는아주 작은 눈금의 흔적 하나를 보고 숨을 멈췄다."윤강이야."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또렷했다.“나한테 경고하는 거지.넌 아직 내 손 안에 있다는 거.”“……그 사람이, 왜 나한테 이런 걸…”도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지만,시아는 더 말하지 않았다.그녀의 머릿속엔 이미이 싸움의 끝이 어떻게 나야 할지에 대한 계산이조용히, 하지만 분명하게 흐르고 있었다.밤 11시.도윤은 소파에 앉아 조명이 꺼진 거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시아는 침실로 들어간 지 오래였고, 그녀의 방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그녀가 점점 멀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무리 곁에 있어도, 그녀의 마음은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그때였다.현관문 비밀번호가 조용히 눌리는 소리가 들렸다.찰칵.문이 열리는 소리.도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시아…?"하지만 그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백시아가 아니었다.어두운 실내에 서 있는 남자.짙은 블랙 수트, 무표정한 얼굴.그리고 천천히 웃으며 말했다."도윤 씨죠?"도윤은 순간적으로 경계했다."……누구세요?""아, 나는 그냥.시아… 아니, ‘안개’의 오래된 지인입니다."도윤은 ‘안개’라는 단어에순간적으로 온몸이 굳는 걸 느꼈다.남자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그녀, 아직도 당신 곁에 있네요? 그거 참… 의외인데요.”“……당신이, 윤강입니까.”도윤이 조심스럽게 묻자, 남자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제야 인사를
Last Updated : 2026-04-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