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유난히 맑던 아침이었다.하지만 도윤의 세상은 여전히 어두웠다.병실. 하얀 벽, 고요한 기계음,그 속에 놓인 빈 침대 위엔 그녀의 체온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도윤은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린 채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그녀의 장례는 단출했다.가족이 없었고, 친구도 알려진 이 없었다.결국, 유일하게 상주로 이름을 남긴 사람은 그 이도윤이었다.연고자: 없음.가족 관계: 없음.상주: 이도윤.그 문서를 보며 도윤은 무너졌다.그녀가 얼마나 외롭게 살아왔는지,얼마나 많은 걸 숨기고 지냈는지 그제야, 고스란히 가슴으로 느껴졌다.며칠 후.도윤은 백시아의 물건이 남아있는 작은 원룸에 혼자 있었다.좁은 방, 낡은 책상,깔끔하게 정리된 책들과 옷들,그리고 손때 묻은 작은 서랍장.그는 조심스럽게 서랍을 열었다.첫 번째 칸, 두 번째 칸엔 별다른 건 없었다.세 번째 칸. 그 속엔 작은 종이상자가 있었다.누렇게 바랜 흰 봉투 하나와 접혀 있는 흑백사진 한 장.사진 속엔 백시아가 웃고 있었다.어릴 적, 지금보다 훨씬 맑은 눈동자.도윤은 손끝으로 사진을 쓰다듬었다.그리고 봉투를 열었다.안엔 편지가 한 장 들어 있었다.‘도윤에게.’도윤아. 이 글을 네가 읽고 있다는 건 내가 옆에 없다는 뜻이겠지.미안해. 내가 마지막까지도 너를 아프게 하게 돼서.처음 널 만났을 땐, 난 숨는 데만 익숙한 사람이었어.도망치고, 버리고, 지우고. 그게 내가 살아온 방식이었고, 그걸로 스스로를 지켰어.근데 널 만나고 나서, 처음으로 누군가 곁에 있고 싶단 생각을 했어.네가 건네준 말들, 따뜻하게 웃던 얼굴,어색하지만 매일같이 밥 챙겨주던 손길.그 모든 게, 나한테는 기적이었어.도윤아.내가 살아온 시간 대부분은 어두웠지만,너와 함께한 그 시간만은 빛이었어.고마워. 정말 고마웠어.도윤은 편지를 쥔 손을 떨었다.숨을 참고 버티던 감정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오열도, 비명도 아니었다.그저 너무 조용한
Last Updated : 2026-04-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