بيت / 로맨스 / 아내 대행 / Chapter 51 -الفصل 60

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60

89 فصول

51. 지옥에서 걸어 나온 이윤지

시아는 눈을 크게 떴다.“넌… 몰라도 되는 사람이었어.”“근데 알고 싶어졌어. 네가 어디서 왔든, 무슨 그림자를 지고 있든.나는 그 어깨에 손 얹어줄 수 있어.”그녀는 그 말에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그 손이, 결국 피에 젖게 될 거야. 너한테까지 번질 수 있어. 그게 무서워.”“그럼 같이 젖자.”도윤의 말은 단호했다.“도망치지 마. 숨지 마. 나 여기 있을 테니까.”시아는 그 자리에 서서, 말없이 도윤을 바라보았다.그 눈빛 안엔 고통, 회한, 그리고 한 줄기 따뜻함이 있었다.그 시각, 진혁은 관할서 브리핑룸에 앉아감시자들의 정체를 추적하는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그는 동료 형사에게 말했다.“도청, 감시, 위장 거주지… 이건 개인이 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야.자금도 움직이고 있어. 이건... 조직이다.”“그 조직, 백아가 알고 있던 곳인가요?”“그 반대일 수도 있어. 백시아는 그 조직의 일부였을 수도 있고, 혹은 도망자였을 수도 있어.”진혁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중요한 건, 그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거야.그녀를 회수하려는 건지, 없애려는 건지는 아직 몰라도.”그는 시아의 사진을 조용히 꺼내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난 그녀를 지켜야 해. 이번엔, 절대 놓치지 않겠어.”밤에 시아는 도윤의 침대 옆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그는 이미 잠든 듯 고요한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그녀는 그 옆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자신이 가진 삶의 독이 그에게 스며드는 게 두려웠다.하지만 도윤이 자신을 바라보던 그 눈빛이 자꾸만 그녀를 붙들었다.조용히 그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그 손끝은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널 좋아하게 될 줄 몰랐어.”귓속말처럼, 그녀는 조용히 속삭였다.그리고 다시 어두운 거실로 걸어나갔다.그녀는 알았다. 이 평온은 오래가지 않을 거란 걸.하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그의 곁에 머물고 싶었다.그가 믿고, 자신을 받아들여 준 오늘 밤.창밖의 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았다.하지만 시아는 그 비를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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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너를 향한, 마지막 거리

도윤은 폐건물 앞에 멈춰 섰다.차창 밖으로 내리는 비가 유리창을 때리는 소리,그 너머로 무너질 듯 서 있는 낡은 건물.무언가 좋지 않은 기운이 피부로부터 서서히 스며들었다.차문을 열고 나선 그 순간, 악취 섞인 공기가 목을 찔렀다.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시아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의 발걸음은 멈출 수 없었다.계단은 부서져 있었고,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손전등을 들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서며도윤은 가슴 한가운데에서 불안이라는 이름의 심장을 움켜쥐었다.“시아…”그 이름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는 혼자서도 너무 작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귀는 미세한 기척 하나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지하로 향하는 계단. 거기,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조진혁이었다.그는 물에 젖은 셔츠를 말리지도 않은 채 벽에 등을 기댄 채 앉아 있었고,손에는 구겨진 파일과 피가 묻은 열쇠가 들려 있었다.도윤은 한 걸음 다가가 물었다.“…무슨 일이 있었습니까?”진혁은 잠시 고개를 들어 도윤을 바라보았다.그 눈엔 지친 감정이 고여 있었다.“그녀가… 끝냈어.”“…뭘요?”“자기 자신과, 그 과거와, 그 지옥 같은 기억의 원흉을 지하엔 지금, 그녀가 가둔 누군가가 있어.그리고… 그녀는 그걸로 끝냈다고 했지.”도윤은 그 말에 가만히 눈을 감았다.한동안 입을 다문 채, 조심스럽게 계단 아래를 내려다보았다.“시아는요? 어디 있습니까?”“…떠났어.”“어디로요.”“그 누구도 모르는 곳으로.”시간은 한참 흐른 뒤. 진혁은 도윤에게 작은 봉투 하나를 건넸다.그 안엔 백시아가 마지막으로 남긴 쪽지가 담겨 있었다.‘도윤. 당신 곁에 머물고 싶었어. 하지만 나는 내 손으로 피를 멈췄을 뿐이지,그 피를 지운 건 아니야.당신의 온기가 내게 처음으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어.그래서 떠날 수밖에 없어. 나는 다시 그 지옥으로 돌아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천국에 머물 자격도 없어.'당신만은 깨끗하게 남겨두고 싶었어.’도윤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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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뒤를 돌아보지 말 것

도윤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불 꺼진 방 안, 컴퓨터 화면엔 시아의 영상이 그대로 멈춰 있었다.그의 손은 마우스 위에 놓여 있었지만, 클릭하지 못한 채 몇 시간째 멈춰 있었다.그녀는 죽었는가. 아니면, 사라진 것인가.그 두 문장의 간극 사이를 도윤은 헤매고 있었다.그녀를 지웠다고 믿으려 하면 잔향이 따라오고,그녀가 살아 있을 거라 생각하면 차가운 현실이 목을 조여왔다.그러다 그는 문득 책상 서랍을 열었다.한참을 헤집더니, 얇은 종이뭉치 하나를 꺼내 들었다.시아가 그에게 처음으로 남긴 손 편지.날짜는 그녀가 도윤의 방으로 들어온 지 한 달도 채 안 되었을 때였다.‘이상하지. 죽어야겠다고 생각한 날, 당신을 처음 봤어. 그날 키스는 나한테도 처음이었어.’‘그 순간, 난 살고 싶어졌어.’그 문장을 읽는 순간, 심장이 둔탁하게 뛰었다.도윤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USB와 메모, 그리고 영상 사본을 작은 가방에 챙겼다.그리고 조진혁을 찾아 나섰다."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진혁은 커피잔을 든 채 문을 열었다.그의 얼굴엔 피곤이 깃들어 있었지만, 도윤을 본 순간, 낯빛이 달라졌다.도윤은 말없이 가방을 건넸다.“시아와 관련된 자료예요. 당신이라면 뭔가 더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아서.”진혁은 눈썹을 찌푸리며 자료들을 훑었다.영상 파일, 메모, 사진들. 모두가 백시아의 흔적이었다.“…도윤아.”그는 한참 침묵한 후 말했다.“정말… 그녀가 살아 있다고 믿는 거야?”“…믿고 싶다는 게 더 맞는 말이겠죠.”진혁은 숨을 내쉬었다.“나도 그래. 그녀가 죽었다고 하면, 이런 모든 것들이 너무 무의미해지니까.”그는 컵에 든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탁자 위에 조용히 내려놨다.“며칠 전에… 이상한 움직임이 있었어.”“어떤?”“전직 형사였던 한 동료가 서울 근교에서 그녀와 닮은 여자를 봤다고 보고했어. 하지만 정식 보고로는 올라오지 않았지.”도윤의 눈빛이 번뜩였다.“…그게 어디예요?”“확신은 없어. 하지만, 넌 직접 가보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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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끝을 향해 걷는 사람들

밤 기차가 달리고 있었다.느릿한 궤도 소음 속에서 도윤은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기차는 서울을 빠져나와 어느새 도시의 불빛을 벗어나고 있었다.창밖은 까맣고, 그 속에 반사된 자신의 얼굴은 그가 견디기엔 너무 낯설었다.수첩 속 좌표.그곳은 그녀의 고향이었다.시아가 마지막으로 향한 곳.도윤은 이제야 그녀가 진심으로 남기고 간 메시지를 이해하고 있었다.그녀는 그를 피해 달아난 게 아니었다.그녀는 그를, 자신이 끝나야 할 자리로 이끌고 있었다.“끝은 시작이 되어야 하니까.”그녀가 남긴 마지막 말.그 말 속에 담긴 비밀은 이제 그가 직접 확인해야 할 차례였다.한편, 진혁은 같은 시각 자동차를 타고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도윤과 마찬가지로 그는 수첩 속 단서를 통해 백시아의 과거에 닿으려 하고 있었다.그는 차 안에서 녹음된 인터뷰 파일 하나를 반복 재생하고 있었다.[그 여자요… 잘 모르겠어요. 한 번 본 게 다예요. 근데… 그 눈빛이 이상했어요. 마치, 죽음을 아는 사람처럼.][분명 조화였어요. 진짜 꽃이 아니라, 플라스틱으로 된 빨간 장미. 이상했죠. 왜 그런 걸 거기 두고 갔는지…]진혁은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분명 백시아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 사람이었다.하지만 마지막 살인 이후, 그녀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다.의도적으로, 자취를 남기고 있다.도윤에게 닿길 바라는 희미한 구조 신호처럼.진혁은 알았다.그녀는 스스로를 처벌하려 하고 있다는 걸.“네가 선택한 결말이… 그를 지키기 위한 거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도윤은 기차역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택시를 타고 수첩에 적힌 주소로 향했다.도시 외곽, 오래된 주택가 골목.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그 집 앞에 도착한 순간, 도윤은 숨을 고르며 문을 바라보았다.낡고 휘어진 철문. 그 앞에 놓인 작은 화분 하나.그리고, 그 안에 꽂혀 있는 조화 한 송이.붉은 장미.도윤의 심장이 떨렸다.그녀가 여기에 있었다.그는 문을 두드릴까,아니면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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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그 사람을 살리고 싶었어

비는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시아의 손끝에서 떨어진 피가 마루 끝 돌 틈 사이로 스며드는 동안,이도윤은 눈앞에서 벌어진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채 멍하니 섰다.그녀가 쓰러지고, 칼을 든 사내가 그 위에 군림하듯 선 채,피로 얼룩진 입술을 비웃듯 핥았다.“아쉽네. 이렇게 쉽게 끝날 줄은 몰랐는데.”이도윤의 시야가 뒤틀렸다.귀에서 웅 하는 이명이 울렸고, 손끝이 떨렸다.하지만 그 순간, 어디선가 날아든 총성이 모든 흐름을 가로막았다.“움직이지 마. 그 자리에서 손 들어.”진혁이었다.건조한 음성과 함께, 그는 권총을 정확히 겨눴다.“오랜만이다. 너, 고석준이지.”칼을 들고 있던 남자의 얼굴이 굳었다.그 이름을 들은 건 정말 오래 전이었다.“…형사 나으리까지 오셨네.”“그만해. 더는 도망 못 간다.”진혁은 한 손으로 권총을 유지한 채 다른 손으로 무전기를 들었다.하지만 고석준은 망설이지 않았다.재빨리 몸을 튼 그는 시아의 몸을 방패 삼아 도망치려 했고,그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은 도윤이 그를 밀쳐냈다.주먹이 맞아들어가는 소리,몸이 나가떨어지는 소리,그리고 비명을 지르며 피범벅이 된 채 구르고 있는 백시아의 얼굴.“시아야!”도윤은 맨몸으로 그녀를 끌어안았다.그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도윤아… 왜… 나왔어…”“왜냐고? 널 죽게 둘 수 없으니까.”시아는 고개를 흔들었다.숨이 끊어질 듯한 거친 호흡 속에서 눈동자만은 여전히 선명했다.“…난 안 괜찮아. 넌 평범하게 살아야 해… 너는…”“닥쳐. 지금은, 아무것도 말하지 마.”도윤은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떨리는 손이지만,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그는 그 온기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진혁은 고석준을 체포한 뒤, 조용히 다가와 백시아를 내려다보았다.“…병원까지는 내가 데리고 가겠다.”도윤이 눈을 들었다.“그동안 왜… 왜 그녀를 못 찾은 겁니까?”“…찾으려는 마음이 부족했던 것 같다.”조진혁의 목소리는 낮고, 진심이었다.“…이젠 놓치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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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잊혀졌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난 네가 필요해

도윤은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시아가 낮게 읊조렸던 그 이름 ‘윤강’그건 단순한 옛 연인의 이름도, 사소한 인연도 아닌 듯했다.그녀의 목소리에는 두려움과 분노, 죄책감, 그리고 어딘가 깊은 슬픔이 함께 섞여 있었다.도윤은 천천히 머리를 감싸쥐었다.이제는 그녀의 과거가 자신의 일상이 되기 시작했다는 걸, 더는 부정할 수 없었다.이른 새벽, 도윤이 출근길을 준비하던 그때. 집 앞에 검은 봉투 하나가 도착해 있었다.이름도, 보낸 이도 없이 단순히 현관 앞에 놓여 있었던 그것.경계심을 안고 열어본 순간 그 안에는 낡은 사진 한 장과 짧은 메모가 들어 있었다.[그때 널 구해줬던 건 나였다. 이제, 네가 날 구할 차례야.]사진 속엔 백시아와 한 청년이 함께 있었다.흑백톤의 흐릿한 화면 속, 두 사람은 어딘가 병실처럼 보이는 공간에서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그 청년 바로, ‘윤강’.같은 시간, 조진혁 역시 그 이름을 좇고 있었다.서울 외곽의 오래된 모텔,이미 폐쇄된 지 오래된 듯 보였지만 문 앞엔 누군가의 발자국이 선명했다.진혁은 천천히 권총을 꺼내며 안으로 들어섰다.안은 비어 있었다. 하지만 책상 위엔 검은 파일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파일을 열자, 그 안엔 시아의 의료 기록,그녀가 과거에 머물렀던 심리치료센터의 보고서,그리고 윤강이라는 이름으로 바뀐 신분증 사본이 들어 있었다.“…계속 지켜보고 있었단 말이지.”진혁은 낮게 욕을 내뱉었다.그리고 그 순간,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차 조경위님, 도윤 씨에게 전달된 의문의 봉투, 우체국 CCTV로 추적해본 결과,마지막으로 나타난 인물… 윤강이 맞는 것 같습니다.]“…시작됐군.”진혁은 조용히 중얼이며 파일을 들고 방을 빠져나왔다.한편, 도윤은 병실로 다시 돌아왔다.시아는 창가에 앉아 창문 너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이거… 보냈어?”그는 그녀에게 사진을 내밀었다.시아의 눈빛이 일순 얼어붙었다.손에 들고 있던 책이 툭, 바닥으로 떨어졌다.“…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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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너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를 포기해야 한다면

새벽 3시 17분.서울지방경찰청 강력계 사무실의 불은 아직 꺼지지 않고 있었다.모니터에서 깜빡이는 사건 기록, 택배 상자의 흔적,그리고 피곤에 절어 커피를 들고 있던 조진혁.그때였다.[삐~익.]누군가 문 앞에 택배를 두고 사라졌다.초인종도 울리지 않았다.문을 연 진혁은 문턱 아래 놓인 검은 상자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상자 위엔 아무런 이름도, 주소도 없었다.단 하나, 붉은 사인펜으로 휘갈긴 글자 하나.[기억하니?]진혁은 곧장 장갑을 끼고 상자를 열었다.그 안에는 오래된 녹음기 하나와 사진이 한 장.그리고 잘게 잘린 붉은 천 조각들이 불규칙하게 뿌려져 있었다.사진 속 인물은 백시아도, 윤강도 아니었다.하지만 진혁은 그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조아진…”그 이름은 조진혁이 경찰이 되기 전, 소년원 실습 도중 만났던 아이였다.백시아와 윤강이 함께 있던 그 시절‘제3의 아이’.진혁은 녹음기를 집어 들었다.[…넌, 기억하고 있어야 해. 그날 누가 죽었는지. 그리고, 왜 죽었는지.]짧고 낮은 남자의 목소리. 윤강이었다.그는 말하고 있었다.[나는 선택하지 않았어. 다만 그 아이는 버려졌고, 나는 살아남았을 뿐이야.]시아는 그 시각, 도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긴 병원 생활 끝에 조금은 편안한 분위기였지만불현듯 찾아든 어둠은 금세 그녀를 다시 감쌌다.거실의 불빛 아래, 그녀는 도윤의 손을 붙잡았다.“도윤.”“…응?”“내가 없어지면, 그냥… 나쁜 짓 했다고 생각해줘.너랑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그렇게 믿어줘.”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그 대신, 그녀를 끌어안았다.백시아는 눈을 감으며 속삭였다.“사람 하나 구하려고, 또 다른 사람을 놓아버리는 선택은…정말 끔찍해.”도윤은 그녀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런 선택은, 네가 하지 않아도 돼. 내가 할 거야. 그리고 나는 널 절대 포기하지 않아.”그날 밤, 윤강은 다음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조용한 도시 외곽. 낡은 가정집 앞에 멈춰 선 그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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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누군가를 지키는 일은

도윤의 하루는 지독하리만치 평범한 척 흐르고 있었다.출근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타고,직장에 도착해 자리에 앉아 메일을 확인하고, 회의에 참여하고,점심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고.하지만 그 모든 일상은 철저하게 ‘관찰되고 있는’ 감각 아래 놓여 있었다.머리 뒤쪽 어딘가에 시선 하나가 꽂혀 있는 듯한 불쾌한 예감.도윤은 점점 그 감각에 익숙해지고 있었다.“윤강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도윤은 조진혁에게 전화를 걸었다.“뭔가 있었나?”“사무실 우편함에, 사진 한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무슨 사진.”“시아와 함께 걷는 사진. 최근이에요. 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찍힌 거더라고요.”진혁의 숨이 거칠게 들렸다.“그 자식… 움직였군.”“아직은 협박 수준이에요. 명확한 타격은 없어요.”“그게 더 위험하단 걸 네가 모를 리 없잖아.”“압니다. 그래서 다음 움직임이 오기 전에 제가 먼저 흔들어보려고요.”“어떻게.”“윤강에게 제가 혼자가 아니란 걸 보여주려고요.제가 그를 견딜 수 있다는 걸, 그리고 시아를 더는 건들지 말라고 말할 겁니다.”진혁은 한참을 말없이 있었다가 조용히 대답했다.“…네가 무너지면, 그 여자는 다시 살아날 수 없어.”“무너지지 않게 도와주세요. 형.”그 시각. 시아는 오래된 편지 하나를 꺼내고 있었다.소년원에서 나올 무렵, 한 보육원 선생님이 쥐어준 종이 조각.“조아진의 연락처야. 나중에 네가 용기 생기면, 찾아가.”그녀는 그 쪽지를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다.두려웠기 때문이다.그날 이후 조아진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확인할 용기가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손을 떠는 건 여전했지만, 이번엔 눈을 감지 않았다.시아는 핸드폰을 들고, 그 번호를 눌렀다.“지금은 없는 번호입니다.”자동 응답.짧은 멘트가 울리는 동안그녀는 핸드폰을 귀에 붙인 채 가만히 눈을 감았다.‘그 아이는… 그 시간 이후로 정말로 사라졌구나.’밤이 되었다.도윤은 귀가하자마자, 백시아를 꼭 안아주었다.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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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지워진 이름, 남겨진 사진

기억은 점점 생생해졌다.그날, 그 시간, 아무것도 못 본 척 도망쳤던 자신.“…내가 죽였어.”시아는 혼잣말처럼 내뱉었다.“뭐라니?”“죄송합니다. 그냥… 괜찮아요.”그녀는 허리 숙여 인사하고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가슴이 무너지는 듯했다.누군가에게 한 마디라도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싶었지만,그조차 할 수 없는 시간들이 이미 너무 많이 지나가 있었다.한편, 윤강은 폐건물 한편에서 모니터 앞에 앉아 도윤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도윤이 시아를 바라보는 눈.그 눈동자에서 예전 자신이 백시아를 바라보던 감정이 보였다.“…넌 날 흉내 내고 있어.”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하지만 넌 몰라. 그 여자를 사랑한다는 건 그 여자를 죽이는 일이라는 걸.”윤강은 옆에 있는 상자를 열었다.그 안에는 도윤의 일기장이 복사된 파일,시아의 과거 주소들, 그리고 수십 장의 감시 사진.그는 마지막으로 도윤의 사진을 꺼내며 불을 붙였다.“곧, 끝을 보자.”* * * * *밤늦은 시간, 도윤은 혼자 작업실에 남아 있었다.회사라기보다는 그가 만들어 놓은 임시 거처.감시카메라, 녹음 장치, 위치 추적 앱이 설치된 태블릿,그리고 그의 노트북 안에는 윤강의 패턴을 분석한 로그 파일이 켜져 있었다.이제 그는 스스로를 미끼로 삼기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이제… 오기만 해.’도윤은 창가로 다가가 불 꺼진 거리 아래를 내려다봤다.건물 사이, 골목 저편에 정체 모를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었다.그는 미소 지었다.“왔군.”그 시각, 시아는 조아진의 마지막을 추적하기 위해조심스레 소년원 근처의 과거 자료를 검색하고 있었다.“조아진... 실종 보고는 없었고, 자살로 종결 처리…”그녀는 숨을 삼켰다.그날, 아무도 그 아이를 찾지 않았다.가족도, 보호자도, 그 누구도.그리고 자신은 그 존재 자체를 지워버렸다.“…아무도 묻지 않으면, 아무도 죄가 되지 않는 거야?”그녀는 손에 쥔 종이뭉치를 바라보다 결국 가슴을 누르고 엎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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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사랑이란 건, 끝까지 믿어주는 거니까

시아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도윤에게 연락을 수차례 남겼지만, 답이 없었다.통화 연결음만 길게 울리다가,익숙한 음성이 아닌 기계음으로 전환되는 그 찰나의 정적이 가슴을 조였다.“도윤아... 무슨 일 있는 거야?”귓가에 맴도는 자신의 목소리가 낯설게 들릴 정도였다.불길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났다는 걸 예감처럼 알아챘다.이른 아침, 시아는 집을 나서기 전 거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그녀의 눈 아래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탓에 붉게 부어 있었고,입술은 말라붙은 채 색이 바랬다.“안 돼. 이런 얼굴로는… 안 돼.”속삭이듯 말한 뒤, 그녀는 화장을 고쳤다.얇게, 아주 얇게. 무너질 것 같은 얼굴을 가려내기 위해서.거울을 바라본 채 스스로에게 말했다.“괜찮아. 넌 다시 무너지지 않을 거야.”그리고 조심스럽게 전화를 걸었다.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다행히도, 낯설지 않았다.“조진혁입니다.”“…형사님. 이도윤 씨가 사라졌어요.”“…언제부터죠?”“어젯밤. 회사에 있다던 마지막 연락 이후로… 전혀.”그 짧은 정적에, 시아는 알아챘다.그도 뭔가 느꼈다는 걸.“그 사람, 윤강이랑 엮였나요?”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그건 곧, ‘맞다’는 의미였다.진혁은 그녀에게 바로 출근하라고 했다.그녀가 도착했을 땐, 형사는 이미 상황 정리에 들어간 상태였다.“일단, 당신은 지금부터 내 보호 아래 있어야 해요.”“…도윤 씨는요?”“그 사람, 자기 스스로 위험을 끌어들인 거예요.”“형사님. 그 사람은 날 지키기 위해 그런 거예요.”시아의 목소리는 떨려 있었다.“내가 예전에 그랬듯이, 이번엔 그 사람이 나를 대신한 거라고요.”조진혁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 손에 쥔 봉투를 내밀었다.“이거, 그 사람이 남긴 메모예요.”시아는 조심스럽게 그 봉투를 열었다.그 안엔 손글씨로 적힌 메모 한 장이 있었다.‘너라면 절대 날 믿지 말라고 했겠지. 그런데 미안, 난 끝까지 믿을 거야.널 지키겠다고 결심한 순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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