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습한 밤이었다.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공기는 젖은 수건처럼 눅눅했고,도로는 피와 기름, 거짓말로 반짝였다.시아는 그를 죽이기 위해 웃고 있었다.붉은 립스틱을 천천히 바르며, 거울 속 자신의 눈빛을 확인했다."정말로 안 보고 싶었는데."남자는 마지막까지 그녀의 이름을 몰랐다.그건 늘 그랬다. 사랑이라 착각한 남자들의 입에서 그녀는 한 번도 누구였던 적이 없었다.욕망, 환상, 우월감 그 안에서 그녀는 언제나 타인으로 소비됐다.그러니 죽일 이유는 충분했다. 아니, 오히려 늦은 편이었다.그는 알코올에 절어 있었고, 침대는 전보다 훨씬 더럽고, 욕망은 훨씬 뚱뚱해져 있었다.시아는 그의 목을 꺾었다. 정확하게, 빠르게, 소리 없이.그녀는 죽은 남자의 가슴 위에 늘 그러했듯 붉은 장미 한 송이를 조용히 올려놓았다.조화였다. 시들지 않는 장미. 피처럼 번지지 않는..."잘 자요, 쓰레기."그녀는 뒷문을 열고 나가려다, 문득 멈췄다. 뭔가 이상했다.현관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무거운 구두. 여러 사람. 무전기 소리.‘…누가 올 리가 없는데.’그녀는 숨을 들이켰다.도어락 비밀번호를 입력할 새도 없이 문 너머에서 누군가 외쳤다.“경찰입니다! 당장 문 여세요!”심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아니, 그녀의 귓가에서 터졌다.'왜. 왜 지금. 왜 오늘.'시아는 창문을 열고 몸을 던졌다.이층. 충분히 견딜 수 있는 높이였다.무릎이 깨졌고, 손목이 비틀렸다.하지만 뛸 수는 있었다.그녀는 뒷골목을 타고 달렸다.운동화 밑창이 벗겨지고, 발바닥이 피로 번졌다.뒤에서 경찰이 외쳤다."여기서 멈춰! 움직이면 쏜다!"'거짓말... 죽이고 싶으면 죽여.'그녀는 웃음이 터질 뻔했지만, 숨이 더 급했다.숨었다. 기어들었다.낮은 환풍구, 쓰레기통 뒤, 폐간판 아래그녀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처음으로 '죽고 싶지 않다.'는 감정을 느꼈다.'지금 죽으면 너무 비참하잖아.''이렇게...이대로...마무리할 수는 없어그때였다.그녀의 시야
Last Updated : 2026-04-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