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밤. 서윤은 조용히 노트북을 덮었다.새로운 시리즈의 첫 원고,10년 전 자신이 처음 썼던 문장의 흔적을 다시 꺼내어 다듬고, 고쳐 쓰고,그리고 이제는 덧씌우는 작업을 끝낸 순간이었다.창밖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잔잔하고, 오래도록 내리는 비.그것은 마치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서 흘러나온 문장처럼 소리 없이 마음을 적셨다.그녀는 한참을 앉아 있다가 천천히 휴대폰을 들어 하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차서윤]오늘… 하나 부탁해도 될까요?답장은 바로 도착했다.[정하준]언제든지요.[차서윤]내가 쓴 글을, 처음으로 당신한테만 보여주고 싶어요.원고를 공유해도 괜찮을까요?이내 짧은 침묵 후, 하준은 이렇게 답했다.[정하준]영광이에요.이틀 뒤. 금요일 저녁. 작업실에서 하준은 조용히 노트북을 열고 앉아 있었다.서윤은 말없이, 그 앞에 원고 파일 하나를 열어주었다.PM_2025_new_v1“읽어보고, 어떤 감정이든 괜찮아요. 솔직하게 말해줘요.괜찮다는 말도, 조심스러운 말도, 전부 다 괜찮아요.”하준은 고개를 끄덕였고, 서윤은 조용히 그 맞은편에 앉았다.그의 눈은 한 문장 한 문장을 따라갔다.거기엔 ‘핑크문’이 쓰던 자극적 장면도 있었고,그와는 다른 부드러운 감정의 결도 함께 섞여 있었다.‘그녀는 누군가를 원한 적 없었다. 그저, 어떤 날의 밤처럼 곁에 누워손끝 하나 닿지 않고 잠드는 감각을 알아줄 사람을 원했다.’그는 그 문장을 읽는 순간,그녀가 지금까지 말하지 못했던 외로움의 모양을 어렴풋이 그려볼 수 있었다.서윤은 그가 읽는 내내 숨을 쉬는 것도 조심스러워졌다.그가 어느 단어에서 머무는지, 어느 문장에서 눈을 감는지,그 전부가 그녀에게는 자신이 받아들여지는 속도처럼 느껴졌다.읽기를 끝낸 후. 하준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서윤은 그 정적을 견디기 어려워 작게 입을 뗐다.“…너무, 너무 나를 드러낸 글이었나?”하준은 고개를 저었다.“그런 말은 못 하겠어요. 왜냐면… 이건 ‘당신’이 쓰지 않으면 안
Last Updated : 2026-04-0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