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깊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서윤은 침대에 걸터앉은 채, 무릎 위에 노트북을 올려두고 있었다.커서가 반짝이는 화면 앞에 앉은 지 벌써 두 시간이 넘었지만,단 하나의 문장도 입력되지 않았다.그녀의 눈은 커서의 깜빡임을 따라가며 자꾸만 멈춰 섰다.글을 쓰고 싶은데,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이상했다. 사랑 이야기를 쓰는 작가인데,지금 가장 선명한 감정을 느끼고 있음에도 그 어떤 언어도 입에 붙지 않았다.서윤은 조용히 노트북을 옆으로 밀어두고, 창문을 열었다.밤바람이 얇은 커튼을 흔들며 방 안으로 밀려들었다.그 바람 속에서, 자신의 감정도 함께 흔들리는 것만 같았다.“나는…”그녀는 중얼거렸다.“내가 쓰는 이야기처럼, 사랑이 뚜렷하고 강렬하게 오는 줄 알았어.”“하지만 지금 이 감정은, 뚜렷하기보다는 불안하고, 강렬하기보다는 조심스럽기만 해.”서윤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그리고 그 안에서,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사랑이란 감정은 때로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너무 연약하게도 만든다.’그녀는 그 말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이내 다시 노트북을 펼쳤다.타닥, 타닥.오랜만에, 손가락이 움직였다.그는 매일 그녀를 보며 사랑을 느꼈지만, 동시에 두려움도 함께 느꼈다.그 두려움은 그녀를 잃을까 봐서가 아니라, 자신이 그녀에게 충분하지 않을까 봐서였다.그녀는 그 두려움을 모른 채 매일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 했다.그 확인이 부족해질수록 그녀는 외로워졌고, 그는 더 말이 없어졌다.사랑은 서로에게 무엇을 바라느냐보다, 그 감정을 지켜내는 ‘방식’에 달려 있었다.’서윤은 그 글을 저장하고, 잠시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다.나는 하준 씨에게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 했던 걸까?그가 내 과거를 묻지 않는 만큼, 나도 그의 과거를 존중한다고 생각했는데.사실은… 내 안에 그 여자의 자리를 지우고 싶었던 걸까.그녀는 자신이 생각보다 더 이기적인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에 빠져들었다.박지현의 말처럼, 오랜 시간이라는 건 강
Last Updated : 2026-04-0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