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아침, 사무실 복도에서 스쳐 지나간 하준은 예전처럼 눈을 맞추지도, 먼저 말을 걸지도 않았다.그의 인사는 짧았고, 미소는 평소보다 1도쯤 낮았다.“안녕하세요, 팀장님.”서윤은 머뭇거리며 인사를 받아쳤다.“응… 잘 잤어요?”하준은 대답 대신 조용히 웃고 지나갔다.그 순간, 서윤은 깨달았다. 이건 분명히 거리였다.바쁘다거나 할 일이 많아서로 감춰지는 종류의 회피가 아니라,마음이 다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내는 거리감.서윤은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노트북을 켰지만, 문장은 떠오르지 않았다.그녀의 머릿속을 차지한 건 다른 어떤 문장도 아닌 하준의 무표정한 뒷모습이었다.며칠 전만 해도, 하준은 그녀가 힘들어 보이면 먼저 물었다.‘괜찮아요?’,‘무슨 일 있었어요?’,‘혼자 있고 싶어요, 아니면 같이 있어줄까요?’이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리고 그게 더 아팠다.그녀는 몰랐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게 사랑이라 믿었다.하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채 그의 감정을 저울질하게 만들었다.점심시간, 서윤은 하준이 혼자 커피를 사러 나가는 모습을 창문 너머로 보았다.예전 같았으면, 그는 늘 그녀에게 함께 가자고 했고 그녀는 머뭇거리다 따라 나섰을 것이다.그런데 지금은 그가 아무 말 없이 사라졌고,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남겨졌다.그들은 같은 사무실에 있었지만 다른 세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처럼 보였다.그날 저녁. 서윤은 모처럼 먼저 하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차서윤]오늘 퇴근 후에… 잠깐 볼 수 있어요?꼭 대단한 말 하려는 건 아니고, 그냥… 같이 걷고 싶어서요.메시지를 보낸 후 그녀는 핸드폰을 손에 쥐고 기다렸다.답장은 3시간 후 도착했다.[정하준] 미안해요. 오늘은 그냥, 혼자 있고 싶어요.그 말에 서윤은 화면을 오래 바라보다 조용히 숨을 삼켰다.예전의 그였다면, “그래도 팀장님 얼굴 보면 괜찮아질 것 같아요.”라고 답했을 사람이었다.이제 그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졌다.그리고 그녀는 그의 ‘솔직함’이
Last Updated : 2026-04-0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