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준은 이상했다. 평소와 다르지 않게 인사를 건네고, 점심시간에도 언제나처럼 그녀 옆에 앉아 조용히 반찬을 건네던 그녀였지만,무언가 달라졌다고 느꼈다. 말투도, 표정도, 눈동자도.아니, 어쩌면 그녀가 아니라, 자신이 달라진 건지도 몰랐다.요 며칠 사이, 하준은 점점 더 그녀의 얼굴을 자주 떠올리게 되었다. 업무 회의 중에도, 회식 자리에서도, 집에 돌아와 샤워기 아래 서 있을 때에도, 문득 고개를 돌린 방향마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녀가 하고 있는 일과 그 밤에 홀로 써내려가는 글의 무게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감지했다.그리고 하준은 알게 되었다. 그 밤, 그녀가 쓴 글을 우연히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이 단순한 존경이 아니었음을."차 서윤 팀장님."그는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서윤이 자리를 정리하려던 찰나에 불렀다.“네?”“그날 말이에요, 회의실에서 원고 떨어뜨리셨잖아요. 제가 다 주웠다고 했는데…”서윤은 움찔했다. 그날의 원고, 그 속엔 이번 분기 신작의 주요 플롯이 담겨 있었다. 철저하게 은폐해왔던 ‘핑크문’ 작가의 흔적.“…사실은, 몇 줄 정도, 봤어요.”그녀는 말없이 그의 얼굴을 응시했다. 거짓으로 덮기엔 너무 늦었다는 걸, 하준의 눈빛이 이미 증명하고 있었다.“이상하게, 너무 익숙했어요. 그 문장들이 꼭, 팀장님이 하는 말투처럼 느껴져서요.”서윤은 침묵했다. 하준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그리고 아마도, 내가 모르는 과장님의 시간들이, 저 글 안에 숨어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그 순간, 그녀는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도망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감출 수 없었다. 그의 목소리가 너무 따뜻했기에, 그의 눈빛이 너무 단단했기에.“차 서윤 과장님이 어떤 마음으로 그 글을 쓰는지, 그건 몰라도 돼요. 하지만 나는, 그 사람을 알고 싶어요.”“…왜요?”“그냥… 좋아하니까요.”그 말은 놀랍도록 가볍게 떨어졌지만, 가슴 깊숙한 곳을 울리는
Last Updated : 2026-04-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