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서늘한 공기 속에 잔잔히 스며든 희끄무레한 안개,어디선가 흘러오는 계곡물이 졸졸대는 소리.서울에서 조금 벗어난 외곽의 산자락에서는,새들이 저마다 여기서 저기로 날아다니며 지저귀었다.지겨운 평일을 버텨내고 마침네 주말을 맞아 새벽임에도 가볍게 배낭을 메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 사이로,지원과 하연도 말없이 한발, 두발 조심조심 산을 올랐다.“하연아, 춥지는 않아? 바람막이말고 기모 들어간 후드티라도 입으라니까..”한동안 유지되면 둘 사이의 정적을 깨며 지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하연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이마 위로 들러붙은,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무슨 소리.. 지금이 딱 좋아. 언니가 옆에 있어서...언니 옆에 있어서. 아, 근데.. 흐.. 힘들긴.. 하다.. 후우..”하연의 숨가쁜 말을 들으며, 지원은 딱히 특별한 대꾸너 리액션 없이, 아무 대답도 없이 옷 소매를 쥐고, 볼을 타고 흐르는 하연의 땀을 톡톡, 다정하게 닦아주었다.햇살이 아직 흐릿하게 퍼지는 새벽,듬성듬성 보이던 등산복에 스틱을 들고있던 사람들은 어느샌가 사라지고, 숲속, 나무와 나무 사이에 둘의 숨소리와 발자국 소리만이 겹겹이 쌓였다.하연은 평소의 모습보다 한결 조용했다.평소 같으면, 이런 산길은 힘들다 징징대고, 다리 아프다고, 꺾여서 부러질 것 같다고 호들갑 떨고, 올라가는 만큼 내려가야할 길도 늘어나는 이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등산이란 운동! 같은 말들을 하고, 나는 평소에 운동 많이 해서 괜찮은데 언니는 운동같은 거 안하니까 이럴 때 몰아서 운동하지 말고 일상 중에 걷기라도 많이 하고, 엘레베이터 말고 계단 좀 타라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도 하며 지원을 웃게 만들었을 텐데. 그런 하연의 모습을 상상하며, 혼자 쿡쿡거리며 웃는 지원.그러나 그때, 지원의 머리를 스쳐가는 조금은 불길한 생각.설마..“저기.. 하연아.”지원이 갑자기 멈춰 섰다.뒤따르던 하연도 따라 걸음을 멈췄다.“..혹시,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어?""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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