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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ผู้เขียน: 백소연
온서린의 입술 끝이 가늘게 떨렸다.

심강후는 집안의 모든 사람, 그들의 입장과 감정을 세심하게 살피고 배려하면서도 정작 그녀의 마음만은 안중에도 없었다.

심강후는 미동도 없이 곧게 펴진 그녀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그의 어조에는 아까보다 조금 더 서늘한 엄중함이 서려 있었다.

“당신이 먼저 채원이를 찾아가서 관계를 좀 풀었으면 해. 적어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란 소리야. 회사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웃음거리가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이것이 온서린이 아는 심강후였다. 늘 자신의 방식으로 모든 것을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감정이 다치는 일쯤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사람.

“형수님을 따로 찾아갈 생각 없어요.”

온서린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 그저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말을 마친 그녀는 찰나에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버린 심강후의 얼굴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그대로 뒤돌아 침착하게 문을 열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최하경의 전화가 걸려 왔다.

“서린아, 이번 주 토요일 아빠 생신이야. 가족들 모여서 식사하려고 하는데 심 서방이랑 아린이 데리고 같이 와.”

최하경의 목소리는 늘 그렇듯 부드러웠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온서린의 눈가가 시큰하게 저렸다.

“네, 엄마. 갈게요.”

온서린은 감정을 추스르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네 형수님은 어때? 좀 괜찮아? 남편이랑 사이도 좋았잖아. 갑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해 주던 남편을 잃었으니 얼마나 힘들겠니. 너랑도 사이좋았으니까 시간 나면 네가 많이 챙겨줘.”

어른으로서 건네는 당연한 말이었지만 그 말에 온서린은 심장이 더 조여오는 것 같았다.

“엄마, 저 지금 좀 바빠서 이만 끊을게요. 토요일에 아린이 데리고 일찍 갈게요.”

“그래.”

최하경은 괜히 딸의 일을 방해할까 봐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온서린이 컴퓨터 화면을 힐끗 살폈다. 5분 뒤면 비전 3상 재검토 회의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녀는 중요한 자료를 챙겨 들고 서두르지 않는 침착한 걸음걸이로 제1 회의실을 향해 걸어갔다.

“서린 씨.”

뒤에서 들려오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온서린은 발걸음을 멈췄다.

육채원이 다정하게 미소를 지으며 온서린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든 보온병에선 한약 특유의 씁쓸한 냄새가 훅 끼쳐 왔다.

보온병을 확인한 온서린의 시선이 그 자리에 딱 멎었다.

반년 전, 온서린이 심강후의 생일 선물로 건넸던 물건이었다.

한동안 그가 밤샘 작업을 무리하게 이어가느라 위장이 망가졌을 때 한약을 챙겨주려 직접 골랐던 바로 그 보온병이었다.

그 시선을 알아챈 듯 육채원이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 이거요? 강후 씨가 준 거예요.”

온서린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무슨 일이세요?”

온서린의 목소리는 자기도 모르게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육채원은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온병을 기울여 한 모금 마셨다. 쓴맛에 잠시 미간을 찌푸렸지만 곧 미소가 다시 번져 나왔다.

“별일은 아니고 어제 프로젝트 건 이해해 줘서 고마워요.”

그 말에 온서린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

육채원은 늘 그랬듯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가볍게 잡으며 말을 이었다.

“서린 씨야말로 우리 회사에서 가장 믿을 만한 인재잖아요. 앞으로 도움받아야 할 일이 아주 많을 것 같은데 그때마다 내가 귀찮게 한다고 너무 미워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두 사람 곁을 지나가던 동료들은 살가운 육채원의 말에 육 박사는 정말 성격도 좋고 대하기 편한 사람이라고 감탄했다.

온서린이 육채원이 맡았던 프로젝트를 강압적으로 가로채려 했는데도 육채원은 오히려 온서린을 가장 아끼는 가족으로 대하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온서린의 속 좁은 행동은 갈수록 반감이 생기다 못해 역겨울 정도였다.

육채원의 말은 너무나 솔직하고 담백해서 마치 그간의 다툼이나 기싸움 따위는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다.

온서린은 그녀의 연기를 냉정하게 지켜보았다. 웃음기 어린 무고한 눈동자 너머로 승리자만이 보낼 수 있는 은근한 탐색의 시선이 읽혔다.

“프로젝트에 대한 결정권은 그 프로젝트를 맡은 사람한테 있겠죠. 그리고 도움이라면...”

온서린은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제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절차에 맞게 메일이나 회의를 통해 요청해 주세요. 회사 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일은 하겠습니다.”

육채원의 미소가 아주 잠깐 굳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다시 고개를 숙여 보온병에 든 한약을 한 모금 마셨다.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에는 다시 자연스럽고 살가운 기색이 감돌았다.

“비전 3상 재검토팀에 들어갔다고 들었어요. 일이 많겠네요. 그럼 수고하시고 좋은 결과 있길 바랄게요.”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에요.”

온서린은 짧게 대답을 마친 뒤 회의실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심강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아린이 데리고 본가 가는 중이야. 할머니께서 다 같이 식사하재. 너도 퇴근하면 이쪽으로 와.”

온서린은 원래 거절할 생각이었으나 딸이 그곳에 있기에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

날이 저물고 부슬부슬 내리는 가랑비에 가을 특유의 습하고 찬 기운이 짙어졌다.

온서린은 베이지색 코트를 걸친 채 본가 거실로 들어섰다.

장엄하고 화려한 거실을 비추는 수정 샹들리에 아래로 가까운 친족의 죽음이 남긴 압도적이고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온서린이 다소 늦게 도착한 탓에 이미 긴 식탁 위에는 풍성한 저녁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상석에는 성미경이 앉아 있었고 그 오른편에는 심강후가 심아린을 무릎에 앉힌 채 자리하고 있었다. 시어머니 오나영과 몇몇 친척들도 함께였다.

심아린은 아빠 무릎 위에 앉아 작은 입으로 음식을 먹으며 큰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오늘 이 자리에는 육채원이 없었다. 그녀의 부재는 무언가를 무언으로 선포하고 있는 듯했다.

식사가 이어지는 동안 사람들은 회사 일과 날씨 같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다 성미경이 숟가락을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가를 가볍게 닦아내고는 입을 열었다.

“채원이 출국 수속은 이미 사람을 시켜서 진행 중이다. 다음 주 금요일에 집사가 공항까지 배웅할 거야. 외국에서 지낼 곳이며 필요한 것들도 다 준비해 두었으니...”

공기가 한순간 가라앉았고 몇몇 어른들이 눈치를 보며 말을 아꼈다.

그때, 심아린은 아빠 무릎에서 내려와 온서린 쪽으로 달려오며 말했다.

“엄마, 나 물고기 먹고 싶어요.”

온서린은 말없이 생선 살을 발라 가시를 골라낸 뒤 아이의 그릇에 담아주었다.

심강후도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는 곧바로 입을 열지 않고 조용히 와인잔을 가볍게 흔들며 복잡한 표정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다들 그가 동의한 줄 알고 있던 그때 심강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할머니, 채원이 외국으로 가면 안 돼요.”

단호한 그의 목소리에 성미경의 표정이 한층 굳어졌다.

“강후야, 이미 정해진 일이다. 이제 와서 안 된다니 무슨 소리야?”

“저는 동의한 적 없습니다.”

심강후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형이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요. 이런 상황에서 유족을 서둘러 내쫓듯 해외로 보내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정이라곤 하나도 없고 남편을 잃은 여자 하나 품어줄 여유조차 없다고 손가락질할 겁니다.”

그의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좌중의 귓가에 내리꽂히는 무게감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묵직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성미경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해외로 보내는 건 다 그 아이를 위해서야. 여기 있으면 슬픔만 더해질 테고 과거에서 벗어나기 더 힘들지 않겠니. 다 채원이를 생각해서 결정한 거야.”

“할머니의 그 말을 저는 못 믿겠는데요.”

심강후의 입가에 온기 없는 웃음이 스쳤다.

“정말 그 사람을 위한다면 가장 위로가 필요한 지금 이렇게 내보내는 게 아니라 어른으로서 또 가족으로서 곁을 지키며 힘든 이 시기를 버틸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강후야, 할머니한테 대들지 말고 그만해.”

오나영이 적절한 시기에 끼어들며 주의를 주자 심강후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엄마, 채원이가 엄마한테는 딸이나 다름없다면서요? 이런 상황이라면 엄마도 한마디하셔야죠.”

“너나 좀 가만히 있어.”

오나영이 눈을 가늘게 뜨며 아들을 가볍게 쏘아붙였다.

심강후는 서늘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주변에 앉아 있던 친척들은 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한 채 눈치를 살폈다.

심씨 가문의 후계 구도는 본래 심강후와 심강혁 두 형제가 쥐고 흔들었으나 이제 심강혁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그룹 내 심강후의 발언권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을 만큼 막강해진 상태였다.

“심강후, 너 지금 그게 무슨 막말이야?”

집안에서의 위신이 확고부동한 성미경이었다. 크고 작은 일을 도맡아 결정해 온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손자에게 정면으로 반박당하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할머니, 저는 제가 지금 무슨 말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심강후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몸을 미세하게 앞쪽으로 기울이며 한층 더 단호하고 힘 있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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