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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مؤلف: 백소연
“알겠어요.”

전화를 끊은 온서린의 손끝은 얼음처럼 식어 있었다.

다음 날은 눈부시게 맑았다.

온서린은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딸의 옷을 챙겨 입혀 유치원에 보낼 준비를 했다.

아이는 잠옷을 입은 채 베개에 엎드려 아직 잠이 덜 깬 얼굴로 좀처럼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

온서린은 부드럽게 달래며 아이를 품에 안았다. 은은하게 풍기는 젖 내음에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딸이 자라면서 밤중에 놀라 울던 횟수도 점차 줄어들었다.

한두 살 무렵에는 한밤중에 갑자기 코피를 쏟기도 했고 성미가 고집스러워 어른이 닦아주려 해도 끝내 거부하곤 했다.

아침이면 마른 코피가 작은 얼굴에 그대로 남아 있었고 그 시간을 온서린은 거의 버티다시피 견뎌냈다.

심아린은 몽롱하게 눈을 뜨더니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아빠가 유치원에 데려다줬으면 좋겠어요. 이미 약속했단 말이에요.”

온서린은 잠시 멈칫했다. 심강후는 유치원으로 갈 때마다 늘 짧은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주었고 심아린은 그 시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래서 등교할 때마다 꼭 아빠를 찾았다.

“아빠는 지금 본가에서 손님들을 보살피고 있어. 오늘은 엄마가 데려다주면 안 될까?”

심아린은 금세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곧장 키즈워치를 집어 들어 심강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린아!”

심강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지금 와서 나 유치원에 데려다주면 안 돼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아이의 목소리에 심강후는 한층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심아린을 달랬다.

“아린아, 오늘은 아빠가 하교할 때 데리러 가면 안 될까?”

“그러면 장난감 사 온다고 약속해요. 그러면 동의할게요.”

“알겠어. 아빠가 꼭 사 갈게.”

온서린은 침대 곁에 서서 아이가 통화 마치기를 기다렸다가 옷을 입히려 했다.

그런데 전화를 끊기 직전, 수화기 너머로 육채원의 가벼운 기침 소리가 스며들었다.

“강후 씨, 나 너무 힘들어...”

그 말과 함께 전화는 끊겼고 온서린은 옷을 쥔 손을 꽉 움켜쥐었다.

옷을 갈아입은 심아린은 차 안에서 한동안 다시 잠들었다가 유치원에 도착해 문 앞에서 맞이하는 선생님의 모습에 금세 정신을 차렸다. 아이는 손을 흔들며 엄마에게 인사를 건넸다.

“엄마, 저녁에는 아빠가 데리러 온대요!”

아이의 기쁜 목소리에 온서린은 입술을 가볍게 다물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

월요일과 금요일은 온서린이 병원에서 진료를 보는 날이었다.

그 외 대부분의 시간은 가문 산하의 한생 제약 회사에서 연구개발 및 학술 기획을 총괄하고 있었다.

심씨 가문은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해 온 거대한 기업 집단이었고 제약 산업은 그중 하나의 축에 불과했다.

“온 선생님, 몸은 괜찮으세요? 매우 피곤해 보이세요.”

진료실 간호사 장은서가 물을 건네며 물었다.

“어제 잠 못 주무셨어요?”

온서린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짧게 답했다.

“어제 좀 바빴어요.”

“그러면 오늘 예약 좀 줄이실래요?”

장은서가 되물었다.

온서린의 의술은 이미 2년 전부터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

고 오춘란의 유일한 제자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로는 환자들이 끊이지 않았고 진료 한 번 예약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괜찮아요. 그대로 할게요.”

온서린은 고개를 저었다.

멀리서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그녀는 환자들을 헛걸음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늘 그렇듯 오늘 예약 환자도 백 명이었다.

“그러면 커피 한 잔 타 드릴게요.”

“고마워요, 은서 씨.”

저녁 일곱 시가 되어서야 진료가 끝났다.

병원을 나서자 작은 책가방을 멘 심아린이 우유 사탕을 입에 문 채 환하게 웃으며 달려왔다.

“엄마! 아빠가 오늘 저를 데리러 왔어요. 그리고 큰어머니도 같이 와서 사탕이랑 장난감을 사 줬어요!”

아이를 안아 올린 온서린의 시선이 길가에 세워진 검은색 벤틀리와 그 차 옆에 선 남자에게 닿았다.

몸에 꼭 맞는 정장을 입은 심강후가 키가 큰 그는 곧게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퇴근했어? 아린이 데리고 밥 먹으러 가자.”

그가 다가와 말했다. 온서린은 아이 손에 들린 색색의 젤리 사탕을 보고 입을 열었다.

“아린이는 이런 거 먹으면 안 돼요.”

심강후의 표정이 잠깐 굳었다.

“어쩌다 한번 먹는 건데 괜찮아.”

그 사이 심아린은 몰래 손을 등 뒤로 숨겼다가 온서린이 보지 못하는 틈에 재빨리 사탕 한 알을 입에 넣었다.

“다음부터는 아이한테 이런 거 함부로 먹이지 마세요.”

온서린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단호했다.

“알겠어.”

심강후의 미간이 미세하게 내려앉았다.

“형수님은 어디 갔어요?”

온서린이 물었다.

“채원이는 일이 좀 있어서 아린이 데려온 다음에 먼저 내려줬어.”

그의 입에서 나온 ‘채원’이라는 호칭에 온서린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전에도 들었던 호칭이었지만 오늘은 유독 더 귀에 거슬렸다.

“엄마, 우리 오랜만에 밖에서 밥 먹어요. 나 외식하고 싶어요.”

심아린이 온서린의 목을 끌어안고 애교를 부렸다. 온서린은 딸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때 심강후의 전화가 울리자 그는 잠시 떨어진 곳으로 걸어가며 전화받았다.

몇 분 뒤 심강후는 어두운 표정으로 온서린을 향해 말했다.

“채원이한테 일이 생겨서 잠깐 다녀와야 할 것 같아. 아린이를 데리고 내가 예약해 둔 식당에 먼저 가 있어. 일 보고 바로 갈게.”

온서린은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이미 그는 차에 올라타고 있었다.

곧바로 그의 차는 복잡한 도로 위 수많은 차량 사이로 자취를 감추었다.

“아빠 또 가버렸네. 흥.”

심아린은 팔짱을 낀 채 화난 얼굴로 입을 삐죽였다.

온서린은 아이를 달래며 부드럽게 말했다.

“아빠가 일이 좀 생겼나 봐. 일 끝나면 다시 와서 같이 밥 먹을 거야.”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온서린의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

“엄마, 빨리 밥 먹으러 가요. 나 배고파요.”

차들이 끊임없이 오가는 도로를 바라보던 온서린은 가슴 위에 무거운 것이 내려앉은 것처럼 숨이 막혀왔다.

남편을 잃은 육채원은 분명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람이 왜 하필이면 심강후여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온서린은 자신을 스스로 비웃듯 웃고는 딸의 손을 잡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밤 아홉 시, 결국 온서린과 심아린은 둘이 저녁을 먹었다. 심강후는 오지 않았고 심지어 전화 한 통도 없었다.

“아린아, 늦었어. 우리 이만 집에 가자.”

아이의 풀이 죽은 얼굴을 보며 온서린은 조용히 말했다.

“흥, 아빠 또 거짓말했어요.”

아이는 여전히 아빠에게 마음이 쏠려 있었다.

온서린은 아이를 달래기 위해 식당 옆 장난감 가게에 들러 장난감을 하나 사 주었다.

“역시 엄마가 제일 좋아요.”

심아린이 온서린의 목을 끌어안고 볼에 입을 맞췄다.

온서린은 아이를 꼭 끌어안으며 물었다.

“아린아, 만약 엄마랑 아빠가 따로 살게 되면 누구랑 같이 있고 싶어?”

아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입을 열었다.

“엄마 아빠랑 다 같이 있을 거예요. 절대 헤어지면 안 돼요.”

딸의 그 한마디가 온서린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고 순간 공기가 멎은 듯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그날 밤, 온서린은 딸을 꼭 끌어안은 채 잠들었다가 새벽 네 시쯤 눈을 떴다.

방문을 잠시 바라보던 그녀는 조용히 일어나 방을 나갔다. 객실 문은 열려 있었고 심강후는 밤새 돌아오지 않은 듯했다.

마음이 복잡했던 온서린은 겉옷을 걸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와인을 꺼내 잔에 반쯤 따랐다.

겉으로 보기엔 온서린과 육채원은 심씨 가문의 얼굴이라 불릴 만한 두 며느리였다.

비슷한 집안 배경과 비슷한 커리어.

온서린은 대대로 명망 높은 의사 집안 출신이었고 전설적인 명의의 수제자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결혼 후 그녀는 한생 제약 연구팀에 들어가 전통 약물과 현대 약리학의 접목을 맡고 있었다.

육채원은 미엘의 명문대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은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로 심씨 가문이 공들여 키워낸 자랑이었다.

4년 전 그녀는 귀국하자마자 한생 제약에 부임해 표적 치료제와 혁신 제형 연구센터에 합류해 핵심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옛 처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길을, 다른 한 사람은 신약 개발의 최전선을 향한 길을 걷고 있었다.

그것이 심씨 가문이 미래 시장에 대한 야심이었고 중시하는 사업 중 하나였다.

온서린은 휴대전화를 꺼내 연락처 목록을 훑었다. 이윽고 심강후라는 이름 위에서 손가락이 멈춰 섰다.

남은 와인을 단숨에 들이켠 그녀는 입술을 가볍게 깨물며 망설이다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두 번 울리자마자 전화가 연결됐다.

“서린 씨.”

육채원의 목소리였다. 낮게, 조심스럽게 눌러 담은 음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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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빛나는 삶   제30화

    “그러니까 심씨 가문의 자원을 총동원해 육채원 씨의 앞길을 닦아 주고 명분까지 세워주는 걸로도 모자라, 경영상 리스크까지 감수하면서 심씨 가문에 남을 이유를 만들어주겠다는 뜻인가요?”온서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는 이전보다 한층 더 서늘해져 있었다.“그래.”심강후의 대답에는 티끌만큼 망설임도 없었다.“좋아요.”온서린은 형수님을 향한 그의 유별난 배려까지도 기꺼이 수용하기로 했다.심강후는 그녀가 자신의 결정에 동의하자 비로소 한숨을 내쉬었다.“지분 보상 외에 추가로 두 가지 조건이 더 있어요.”온서린은 운전대를 단단히 쥐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좋아, 말해봐.”심강후는 의외라는 듯 잠시 그녀를 응시했다. 온서린은 언제나 다투거나 욕심을 부리는 법이 없었다.물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그 성정이야말로 그가 그녀를 가장 높이 사는 부분이었다.그러니 그녀가 내놓는 요구 또한 자신을 크게 곤란하게 만들지는 않으리라 믿고 있었다.심강후는 술기운이 남아 있었다. 그는 온서린이 조건을 내놓기만을 기다렸지만 그녀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이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별장에 도착했을 때, 심아린은 홀로 계단에 앉아 있었다.얇은 외투를 걸친 채 손에 쥔 마술봉의 불빛을 연신 켰다 껐다 하며 시간을 보내던 아이의 얼굴이 차 소리를 듣는 순간 환하게 피어났다.차를 세우고 온서린이 막 문을 열고 내리려는 순간 심강후가 그녀보다 한발 앞서 차에서 내렸다.심아린이 환한 얼굴로 심강후의 품으로 뛰어들었다.“아빠! 왜 엄마 차 타고 왔어요?”“아빠가 술을 좀 마셨거든.”아이를 품에 안은 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다정했다.“아빠, 이제 술 마시면 안 돼요.”고사리 같은 손이 그의 어깨를 톡 건드렸다. 어른 흉내를 내는 아이의 얼굴이 사뭇 엄숙했다.“제 말 잘 들어야 해요, 알겠죠?”심강후는 낮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다음부턴 조금만 마시마.”그 광경을 바라보는 온서린의 가슴 한복판이 뜨겁게 타

  • 이혼 후, 빛나는 삶   제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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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서린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얼굴은 여전히 평온하고 담담했다.“대표님의 제안은 고려해 볼 가치가 있겠네요. 하지만 현재 한생 프로젝트의 절반 이상이 제 손을 거치고 있어요. 만약 제가 자리를 옮긴다면 강후 씨가 순순히 동의하지 않을 텐데요.”“형수님...”심우혁이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제 생각엔 형도 동의하실 거예요.”온서린은 잠시 침묵을 선택했다. 그가 내민 손을 섣불리 잡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쳐내지도 않은 채 묘한 여지를 남겼다.그녀는 자신이 한생에서 차지하는 기술적 입지를 고려할 때 심강후가 쉽게 놓아줄 리 없다고 확신했다.심우혁은 온서린의 태도에 당황하지 않고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유지했다.“형수님께서 왜 망설이는지 저도 이해해요. 급할 건 없어요. 앞으로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오늘 만남은 제 성의를 먼저 보여드리기 위한 자리였다고 생각해 주세요.”온서린은 조용히 미소를 짓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자리에서 일어나 커피숍을 나선 심우혁은 다시금 싹싹하고 밝은 태도로 그녀의 곁을 걸으며 말했다.“아, 형수님. 이번 주 금요일에 내부 세미나가 하나 있어요. 업계 전문가들을 모시고 고서에 기록된 한약 처방을 현대 약리학 기술로 재탄생시킨다는 주제로 담론을 나누는 자리인데 분명 흥미로우실 거예요. 초대장은 이미 메일로 보내두었어요.”온서린은 잠시 멈칫하다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시간 되면 참석 할게요.”사무실로 돌아온 온서린은 미간을 찡그린 채 생각에 잠겼다.심우혁은 젊고 날카로웠으며 그 야심 또한 절대 작지 않았다. 그는 심씨 가문 내부의 권력 구도와 복잡한 관계를 어느 정도 꿰뚫고 있는 듯 보였다.그리고 어쩌면 그녀를 이용해 심강후가 그룹 내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에 도전장을 내밀려는 것인지도 몰랐다.혹은 전혀 다른 속내가 숨어 있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어떤 의도이든 새롭게 설립된 ‘강녕미래'라는 독립 플랫폼은 온서린에게 분명 매력적인 기회였다.그곳은 그녀가 자신의 힘을 비축하고 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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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빛나는 삶   제25화

    강도윤은 전송된 파일 몇 장을 천천히 넘겨본 뒤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에는 칭찬과 호감이 묻어났다.“서린아, 네가 수정한 부분 아주 좋아. 회의에서 논의해 보고 결과 정리해서 다시 알려줄게.”“오빠는 이번 협력 가능성을 어떻게 보세요?”온서린의 목소리에는 이 프로젝트를 반드시 성사하고 싶어 하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강도윤은 금테 안경을 가볍게 고쳐 썼다. 단정한 얼굴 위로 이성적인 판단이 깊게 내려앉았다.“초안 기준으로 보면 충분히 실행할 수 있는 안이야. 다만 예산이 예상보다 커질 거야. 특히 네가 제안한 정밀 바이오마커 분석이랑 장기 추적과 조사 부분은 한주 쪽에서도 자원이 많이 들어가거든. 선택지는 두 가지야. 일부 항목의 우선순위를 조정해서 단계적으로 진행하거나 아니면 외부 자금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법.”온서린은 그 말의 핵심을 즉각 이해했다.“알겠어요. 회사 쪽에 정식으로 신청하고 예산 문제는 제가 해결해 볼게요.”강도윤은 그녀의 확신에 찬 눈빛을 잠시 바라보다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너는 정말 한생 그룹의 미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온서린은 잠깐 멈칫하다가 이내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제 몫의 배당금은 챙겨야 하니까요. 돈 문제에 있어서는 꽤 확실하게 챙기는 편이거든요.”강도윤이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알기로 너를 데려가려는 곳은 사방에 널렸어. 네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돈일까, 아니면 사람일까?”그의 말에 온서린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으며 굳게 닫혔던 기억의 문이 조용히 열렸다.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이익 때문에 심강후와 결혼했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그녀의 마음 어딘가에는 심강후라는 이름이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몇 년 전, 바이오 업계 정상회의에서 지도교수의 갑작스러운 병가로 대신 무대에 올랐던 온서린은 한약재 단일 성분 분리 연구 자료를 발표하고 있었다.손에 쥔 마이크는 미세하게 떨렸고 그녀는 그저 이 자리를 빨리 끝내고 내려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런데 앞줄에 앉아 있던, 짙은 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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