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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그리움에 입 맞추다 – 20화 : 유혹(誘惑) (2)

“하아… 닥치시오!”이념은 입술을 깨물며 낮게 내뱉었다.목소리는 갈라졌지만, 그 안의 분노는 확고했다.연강의 손끝이 멈췄다.그러나 곧, ‘킥킥’거리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뭐, 아무래도 좋습니다. 우리에겐, 시간이 아주 많으니까요.”귓가를 핥듯 내뱉는 그 말들은, 마치 살갗을 타고 흐르는 듯했다.“당신은 결국 저를 간절히 원하게 되실 겁니다. 이후 님처럼 당신이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기대가 됩니다.”연강은 향로에 월초를 몇 번 더 집어넣고, 조용히 방을 나갔다.방 안은 다시 침묵으로 가라앉았다.그러나 숨을 들이쉴 때마다, 더욱 진한 기운이 가슴 깊숙한 곳을 부드럽게 긁기 시작했다.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한 향.선묵의 끈적하고 탁한 숨결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또한 밤새 곁을 지키던 랑헌을 떠올리게 만드는 향이기도 했다.애틋하고도 아득한, 마치 달콤한 악몽 같은 향기.순간 그저 이렇게 향에 취해, 모든 아픈 기억을 잊고 싶었다.그러나 이념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혀끝에 퍼지는 피 맛이, 미약하게나마 '아직 살아있다'라는 감각을 일깨웠다.그 감각을 놓지 않기 위해, 그는 더욱 깊이 입술을 깨물었다.핏방울이 목구멍을 타고 넘겨졌다.‘나는 이념이다.내 아버지는 현랑족 랑하이다.또한 나는 백호족의 순혈, 이후의 아들이다.그리고….’순간,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저릿하게 일렁였다.랑헌.그가 내밀던 손.따스했던 품.‘그러니 다시는 숨지 마십시오. 당신이 백호족이든 아니든, 괴물이든 뭐든… 나는 지금, 이 모습 이대로의 당신을 지켜드리고 싶습니다.’그의 말이, 어둠 속에서 빛나는 불꽃처럼 다시 한번 심장을 때렸다.‘잊지 마, 그 손을.그의 온기를.그 기억을… 절대 잃지 마.’***텅 빈 객잔 인근.랑하는 담벼락의 그림자 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그의 곁에, 랑헌 또한 숨을 죽인 채 앉아 있었다.정적을 깨고, 랑헌이 먼저 입을 열었다.“백호족 순혈… 그 ‘이후’라는 이름. 오래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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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그리움에 입 맞추다 – 21화 : 이영(李盈) (1)

이념은 여전히 눈이 가려진 채, 깊은 어둠 속에 갇혀 있었다.“으으… 흐윽… 흐으…”그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가쁜 숨을 겨우 내쉬었다.움켜쥔 주먹은 하얗게 바래었고, 입술 아래로 피가 잔뜩 말라붙어 있었다.월초의 향은 이미 그의 폐와 심장을 넘어 혈관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었고, 의식은 마치 뿌옇게 가라앉은 유리창 너머를 보는 것처럼 일그러지고 있었다. 조용히 문이 열리고, 길쭉한 그림자 하나가 미끄러지듯 들어왔다.“이젠 정말 한계가 왔을 텐데 말입니다….”연강은 여유있어 보였으나, 그 말끝에 흘러나오는 감정은 당장이라도 이념을 잡아먹기라도 할 듯 한없이 끈적하고 어두웠다,.그의 손끝이 이념의 뺨과 목덜미를 스치자, 이번엔 이념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듯 떨렸다.“…흐응….”다물린 이빨 사이로, 별수 없이 신음이 새어 나왔다. 맥없이 벌어진 입술을 타고 말간 침이 흐르고,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 사이로 눈물이 고였다. “으으…”“이렇게 나약해진 모습이라니, 역시 너무나도 아름다우시군요…! 이후 님도 이렇게 흔들리고 무너지는 얼굴로, 내 사촌 누이를 안으셨지요….”이념은 떨리는 숨을 억누르며 겨우 피를 게워 내듯 목소리를 쥐어짰다. “하아… 차라리 죽여라…!”비록 이리저리 갈라졌지만, 꺾이지 않은 마지막 의지였다.연강의 손끝이 잠시 멈칫하다, 이내 천천히 이념의 목을 다시 한번 감쌌다.“으… 하지 마…”이념의 어깨가 크게 들썩였다.“당신이 지금 죽고 싶을만큼 괴롭단 거, 잘 알고 있습니다.”연강은 미소를 머금고, 몸을 기울였다.그러나 이념에겐, 더 이상 연강을 떨쳐낼 힘이 없었다.그의 입술이 천천히… 이념의 일그러진 숨결을 향했다.“그러니 인제 그만, 나를 간절히 원한다고 말해요….”두 사람의 입술이 완전히 포개지려던 그 순간.…쾅!문이 부서지듯 열리며, 두 개의 그림자가 들이닥쳤다.“그 손 치워라!”랑하였다.빠른 속도로 내리꽂히는 랑헌의 칼끝이 연강의 목덜미를 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가까스로 공격을 피한 연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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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그리움에 입 맞추다 – 21화 : 이영(李盈) (2)

그 말에 이영은 눈썹을 찌푸렸다.“내가 널 죽인다고? 왜 그래야 하지?”그의 말투는 여전히 차분했다.“넌 나를 제외하면… 현재 유일한 은발과 벽안의 순혈이다. 그리고 이후의 하나뿐인 혈육이지. …내가 널 해칠 이유가 대체 뭐란 말이냐.”그 말에 이념은 순간 기가 막혔다.사실, 연강의 말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연강 그자는, 당신이 절 죽일 거라고 했습니다. 제가 아기였을 때부터, 제 목숨을 원하셨다고….”“…연강.”이영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하… 그 미친 자는 내가 진작에 죽여버리려고 했는데…. 그가 연화를 빼돌리지만 않았어도, 백호부가 근 이십 년을 너희 모자를 찾아다니는 고생은 안 했을 거다. 연화가 널 데리고 랑하, 그 현랑족 놈에게 갔을 거란 건 상상조차 못 했지만.”그 말에 이념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백호족인 친부와 어머니.현랑족인 아버지…그리고 자신.마치 모든 매듭이 한번에 풀리는 것만 같았다.그는 이영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러면 당신도, 제게 무언가 원하는 게 있으십니까.”이영의 하늘빛 눈동자가 미세하게 수축했다.“원하는 것?”“연강이 그랬습니다. 저를 통해 그들이 이룰 것이 있다고요. 당신이 정말 저를 죽이실 게 아니라면, 제게 무언가 원하시는 게 있어 데려오신 것 아닙니까.”“…내가 원하는 것이라….”이영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순간 자신의 옛 연인… 위록(偉綠)이 뇌리에 선명하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그러나 그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대답했다.“그저 이후의 유일한 자식인 네가, 무탈히 백호부로 돌아오길 바랐을 뿐이다. 하지만 그 아이를 빼다 박은 네 얼굴을 보고 있자니… 원하는 것이 곧 생길지도 모르겠구나.”그 말 또한 뜻밖이었지만, 거짓은 느껴지지 않았다.그러나 그의 속을 모두 들여다보기엔, ‘이영’이라는 존재는 너무 단단하고 거대했다.“이곳은 백호부의 안가이다. 안전한 곳이니 염려하지 말아라. 네 몸이 나아지는 대로, 극동으로 복귀할 것이다.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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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그리움에 입 맞추다 – 22화 : 설산(雪山) (1)

하얗게 얼어붙은 들판 위로, 말발굽 소리가 적막을 깨웠다.두 현랑족은 눈 덮인 길 위에서 나란히 말고삐를 당기고 있었다.바람은 차가웠고, 해는 기울었다.그러나 랑하의 눈빛은 더욱 차가웠다."이영이 아이를 데려간 뒤, 기척이 완전히 끊겼다."랑하의 말끝에는 진득한 불안이 깃들어 있었다."연화가 내게 남긴 말이 있다. 이영이… 념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그 아이의 목숨을 원했다고.”랑헌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 백호부의 수장이 이념을 죽일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까?”“그렇다….”랑하의 말끝이 흐려졌다.“이영은 백호부 전 족장 이명의 서자이다. …이후가 사실 적통의 후계자였지. 그러나 이영이 념이의 목숨을 원했다는 건, 나도 의문스럽긴 했다. 내가 본 이영은… 그렇게까지 탐욕스러워 보이지는 않았는데. 분명 이후를 살리겠다고, 상국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온 적도 있었고. 그래서 이렇게 일말의 희망을 걸어 보는 거지만 말이다.”"…그분은, 당신을 사랑하셨습니까?"랑하가 놀란 듯 랑헌을 돌아보았다."…이후라는, 그 백호족 순혈 말입니다."랑하의 잿빛 눈동자에, 순간 바람이 스치는 듯한 흔들림이 어렸다."그래… 그는 분명 나를 사랑했다. 나 또한, 그를 간절히 원하고 또 사랑했지.”“그런데 두 분은, 왜 함께하지 못하셨습니까?”“처음엔 분명… 그가 나를 떠났다.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정말 몰랐지만. 그러나 그 이유가 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지금은 잘 알고 있다. 한때는 많이 원망했었지만 말이다. 그러다 전쟁이 터졌고, 나는 내 아버지와 가문을 지키느라 그와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했다. 지금은… 뼈저리게 후회한다….”두 사람은 한동안 말이 없었고, 말들이 눈길을 걷는 소리만 들렸다.그러다 랑헌이 슬픈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지만 저는… 이념이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랑하가 고개를 돌려 랑헌을 바라보았다.그 시선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그렇게까지 그 아이에게 마음을 줬단 말이냐….""…그렇습니다.""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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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그리움에 입 맞추다 – 22화 : 설산(雪山) (2)

이영은 눈썹을 가만히 치켜세웠다.그는 사실… 이런 상황이 너무나도 낯설고 당황스러웠다.감히 누군가가 검신(劍神)인 자신의 면전에서, 저렇게 대놓고 분노를 드러내는 모습 자체를 본 적이 없었다.연인도 잃고 자식도 없는 그가… 유일하게 남은 혈육이라는 이유로, 이제 갓 성인이 된 저런 새파란 놈과 논쟁이라니….막상 말을 섞어보니, 이념은 제 아비인 이후보다도 훨씬 더 까다로운 상대였다.이영은 차라리 칼을 뽑아 겨누고 협박하는 게 백번은 쉽겠다고 생각했지만, 겨우 성질을 누르고 침착하게 말을 꺼냈다.“그런 감정은 너를 무너뜨릴 것이다. 너의 아버지도 결국, 그 감정 하나에 무너져 죽었지.”그러나 이념의 서늘한 시선 안에 담긴 고집은, 그 어떤 말로도 꺾을 수 없는 것이었다.이념은 이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거침없이 대답했다.“하지만 저는… 그가 없이는, 살아있다고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이영의 눈동자가 다시 한번 크게 흔들렸다.“…네가 이후를 닮았다고 해서, 그의 어리석음까지 닮아선 안 된다!”“이렇게 태어난 게 저입니다. 그러나 이 마음이 틀렸다고 말씀하시지는 말아 주십시오! 그렇게 제 감정을 부정당하면서까지 살 이유가… 제겐 없습니다!”이영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제 아비를 닮아 정말로 어리석구나…. 네가 끝내 그 현랑족과 함께 한다면, 굳이 내 손이 아니더라도, 넌 결국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도 마찬가지다. 굳이 백호족이 아니라, 상국의 그 누구도… 끝내 너희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이념은 침착하게 대답했다.“죽는 것은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그 사람을 다시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그게 더 무섭습니다. 저는 그저, 연모하는 이와 함께 있고 싶을 뿐입니다. 그 또한 저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죽음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이영의 눈빛이 마저 흐트러졌다.이념은 더 이상 그 무엇도 피하지 않을 기세였다.이영은 할 말을 잃고 한참을 침묵한 끝에, 조용히 등을 돌렸다.짓눌린 목소리가 겨우 뱉어졌다.“…잘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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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그리움에 입 맞추다 – 23화 : 애도(哀悼) (1)

다행히 눈은 멈추었지만, 차디찬 바람이 얼굴을 날카롭게 할퀴었다.랑하와 랑헌은 눈 덮인 산등성이 너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이곳이 마지막이다.”랑하는 낮게 중얼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허물어진 담벼락 사이로 적색과 백색의 깃발 조각들이 흩날렸다.랑헌은 그 폐허를 가만히 응시했다.피와 설한이 뒤섞였던 전장.그리고 지금 이념이… 이곳 어딘가에 있다.그는 조심스럽게 허리를 굽혀 눈 위를 살폈다.“…여기, 누군가가 지나간 흔적입니다.”랑하도 다가와 무릎을 굽히고는, 손끝으로 눈 위의 자국을 짚으며 말했다.“군더더기 없는 걸음이로구나. 잘 훈련된 자다.”랑헌이 다시 고개를 들어 설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를 바라보았다.“그들이 그 아이를 데리고, 저 너머로 향했다면….”랑하는 조용히 검집에 손을 얹었다.“우린 지금 이영의 뒤를 제대로 쫓고 있는 셈이지.”산 능선을 돌고 돌아 고지에 이르렀을 때, 마침 다시 눈발이 매섭게 날리기 시작했다.랑헌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인기척입니다!”그 순간.슥…!하늘을 가르며 날카로운 기류 하나가 두 사람 앞을 스쳤다.하얀 화살촉.“그 이상 다가오지 마라!”낮고 차가운 목소리.눈보라 너머로, 검은 외투를 두른 그림자 하나가 보였다.그의 외양은, 단성에서부터 표함산까지 랑하가 추적했던 자와 닮아 있었다.랑하가 검을 잡으며 낮게 말했다.“백호부… 이영의 수하로군.”그러나 그 그림자는 대답 없이 다시 한번 화살을 겨누었다.“이곳은 오로지, 백호족만이 밟을 수 있는 땅이다!”그러나 랑하는 한 발 더 앞으로 나섰다.“이영을 만나러 왔다. …이념의 아비로서.”일순간 긴장감이 팽팽히 감돌았다.순간 눈바람이 걷히며, 마치 얼음과 눈으로 쌓아 올린 듯한 성벽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백호부의 무사들 여럿이 검은 외투를 펄럭이며, 다시 한번 랑하의 앞을 막아섰다.모두 활을 단단하게 겨눈 채였다."정녕 죽고 싶으냐? 족장님께서는 외부인의 접견을 원치 않으신다.""그 아이를 데려간 자에게 직접 물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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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그리움에 입 맞추다 – 23화 : 애도(哀悼) (2)

해는 이미 산등성이 너머로 기울고, 눈바람이 살점을 도려내듯 몰아쳤다.랑하의 손엔 진무검이 들려 있었다.묵직하고도 올곧은, 오직 그만이 다룰 수 있는 검.그러나 그의 잿빛 눈동자엔, 그 어떤 의지도 담겨 있지 않았다.마치… 모든 것을 이미 놓아버린 듯.그의 맞은편.검은 외투를 걸친 이영의 손에는, 마치 그림자처럼 어두운 영검이 조용히 울고 있었다.은백의 머리칼이 마치 눈보라처럼 휘날리고, 서늘한 벽안은 얼음처럼 가라앉아 있었다.설산의 가장 높은 꼭대기.랑하와 이영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몇 발짝만 더 뒤로 가면 가파른 낭떠러지.물러설 길은 전혀 없었다.순간, 두 사람의 발끝이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눈꽃이 튀고, 칼날이 부딪쳤다.진무검의 무게가 대지를 내리찍었고, 영검은 그림자처럼 몸을 휘감아 배어들었다.…쾅!첫 번째 충돌에 눈밭이 움푹 꺼졌고, 허공에 쨍한 쇳소리가 흩어졌다.이영은 슬쩍 몸을 틀어 피하며, 그 틈으로 날카롭게 파고들었다.검푸른 검기가 랑하의 어깨를 스쳤고, 선혈이 투명한 눈 위에 뿌려졌다.“…윽!”그러나 이영의 몸이 다시 한번 바람처럼 날아오르자, 곧바로 진무검이 일직선으로 굉음을 내며 휘둘러졌다.“천산패월(天山覇月)!”랑하의 기합에 공기가 울렸고, 순간 눈 덮힌 나무 몇 그루가 두 동강 나듯 부러졌다.이영은 가까스로 몸을 날려 피하며, 눈밭에 착지했다.숨이 거칠게 엉키고, 푸른 눈동자엔 어느덧 광기가 서려 있었다.랑하의 검이 다시금 허공을 가르려던 순간… 그대로 천천히 멈췄다.헝클어진 은백의 머리칼 사이로, 순간 너무나도 그리운 얼굴이 어른거렸다.자신을 향해 간절하게 손을 뻗던… 연인의 눈빛.쉬이이이이익……!영검이 거침없이 날아들었다.그러나 랑하는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마치 상대의 칼날이 제 목에 닿기를 기다리듯… 그는 그렇게 조용히 눈을 감았다.날아든 것은 죽음이 아니었다.시커먼 칼끝이 아슬하게 랑하의 목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검을 쥔 자의 손끝이 부서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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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그리움에 입 맞추다 – 24화 : 송별(送別) (1)

랑헌은 기척을 죽이고, 백호부 본진의 회랑 끝에 이어지는 좁은 통로를 따라 들어갔다.깊숙한 복도 끝.백호족 무사 두 명이 문 하나를 지키고 있는 것이 보였다.어느새 다가간 랑헌의 손끝이 재빨리 무사들의 급소를 누르자, 두 사람은 소리도 내지 못하고 쓰러졌다.문을 조심스럽게 열자, 희미한 불빛이 흔들리는 작은 방 하나가 나왔다.그 안에… 그가 있었다.은빛 머리카락 아래의 창백한 얼굴.그러나 푸르게 빛나는 눈동자."…랑헌!"랑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에게 다가가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순간, 억눌렀던 감정이 그대로 터져 나왔다."늦어서 미안합니다, 이념…."이념은 힘차게 도리질 치며 랑헌을 끌어안았다.숨 가쁜 포옹.뜨겁게 얽혀드는 숨결."이제 갑시다!"랑헌은 이념의 손을 붙잡고 재빠르게 방을 나갔다.그러나 어느새 출구를 막아선 무리.그들의 중심에 은백의 머리칼을 휘날리는 장신의 무사가 있었다."…거기까지다."차갑고 무정한 벽안이 랑헌을 금방이라도 찌를 듯 겨누었다."그 아이를 데리고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면, 바로 네놈의 목을 벨 것이다."그러나 랑헌은 주저하지 않고 검을 들고 맞섰다.상국 감찰부 소속인 그가 이영에 대해 모르지는 않았다.사실 그는… 죽을 각오를 하고 있었다.그러나 그때.이념이 조용히 랑헌의 앞에 나섰다.그의 눈동자가, 달빛이 없는 곳에서도 은은한 빛을 머금고 빛났다."…그렇다면 저를 먼저 베십시오."그러나 이영의 몸이 즉시 튀어 오르며 랑헌을 향해 검격을 날렸다.그 순간… 이념의 두 눈에서 은백의 기운이 폭발했다.공기를 일그러뜨리며 몰아치는 힘이 순간적으로 이영의 검을 튕겨냈다.그 충격에 둘러섰던 다른 백호족 무사들 여럿이 같이 튕겨 나갔다.“…윽!”이영의 한쪽 무릎이 바닥을 찍었다.그때 이념의 눈에, 이영의 떨리는 손끝과 어깨가 보였다.…그가 괴로워하고 있었다.이념은 서서히 자신의 힘을 거두었다.“…죽여주십시오.”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담담한 목소리.“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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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그리움에 입 맞추다 – 24화 : 송별(送別) (2)

서늘한 겨울바람이 눈 덮인 대지를 쓸고 지나갔다. 그 바람을 맞으며, 랑하와 이념, 랑헌 세 사람은, 설원의 한가운데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이념과 랑헌의 발걸음은 가벼웠지만, 랑하의 걸음은 무겁고도 더뎠다. 랑하는 앞서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깊은 한숨을 토했다. “이 땅 어딘가에, 너희 둘이 함께 살아갈 곳을 찾을 수 있을까….” 그 나지막한 목소리 안에는, 수많은 감정이 실려 있었다. 이념은 걸음을 멈추고, 랑하를 향해 돌아섰다. 그의 짙푸른 눈동자가 바람 속에서도 선명하게 빛났다. “아버지… 이 넓은 세상 어딘가에, 반드시 있을 겁니다.” 이념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침착했다. “지금은 저도 잘 모르겠지만,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옆에서 랑헌도 결연한 눈빛으로 덧붙였다. “이념과 저는…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그 어디든 상관없습니다. 아니, 단 하루를 함께 한다 해도 만족할 것입니다.” 그들의 뜻을 막을 수 없다는 걸, 랑하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이제 가거라… 어디로든, 발길 닿는 곳으로….” “반드시 기별하겠습니다, 아버지.” 랑하는 아들을 힘 있게 끌어안았다가 이내 놓았다. “어서 가거라.” 랑하의 목소리는 한결 편안해졌다. “…살아남아라, 두 사람 모두. 그 무엇보다도, 반드시 살아야 한다.” 이념의 두 눈동자에 눈물이 고였다. 랑헌 또한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 이념과 랑헌은 랑하를 뒤로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의 발걸음은 가벼웠고, 그 뒷모습엔 아무 망설임이 없었다. 랑하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참을 말없이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 근심이 사라지고 천천히 미소가 드리워졌다. 거친 눈바람 속에서도 저리들 당당한 모습이라면… 그 어떤 어려움을 만난다 해도, 절대로 쓰러지지 않을 것 같았다. “이후… 우리의 아들이, 이제 정말 다 컸구나….” 랑하의 눈가가 천천히 젖어왔다. *** 작은 산촌 외곽의 낡은 주막. 긴 도주의 끝에… 두 사람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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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그리움에 입 맞추다 – 에필로그 : 설검(雪劍)/이안(李安)

에필로그 1 : 설검(雪劍) 월성 도위 랑하의 사가. 대청 끝, 햇살이 비스듬히 기울어지는 자리. 두 벗이 단출한 술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앉아 있었다. 한 명은 군데군데 희끗해진 검은 머리를 허리까지 드리웠다. 다른 한 명은 연갈색으로 바랜 머리카락을 질끈 뒤로 묶었다. 비록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스며들었으나, 여전히 기품 있고 준수한 모습들. 두 사람 사이에는, 한동안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오랜 친구이자 전우끼리는… 때로는 말보다 긴 침묵이 편했다. 잠시 후 염상(炎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수련은 잘 지내고 있네. 우리 환(皖)이도 장성하여, 이제 낼모레면 성인일세….” “시간이 참 빠르군. 그 아이를 본 지도 십 년은 족히 넘은 듯하네. 자넬 참 많이 닮았었는데 말이지.” “나보다는 제 어미를 더 닮았지. 웬만한 호통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네.” 랑하는 술잔을 들어 입술을 축인 후, 담담히 말을 꺼냈다. “이번에 주작(朱雀) 파 잔당들과 아주 잘 싸웠다고 전해 들었다. 당분간은 북방의 백성들이 평안하겠군. 역시, 염상 대장군이 이끄는 토벌군답게, 깔끔하고 멋진 승리였다.” 그 말에, 염상은 무심하게 대꾸했다. “자네가 해야 했을 싸움을 대신했을 뿐이지….” 랑하는 더 말이 없었다. 달그락. 잔에 술이 채워지는 소리가 가만히 공간을 메웠다. “그래서….” 랑하는 다시 입을 열었다. “…황상께는 무슨 소원을 청했나?” 치열했던 북방에서의 마지막 결전이 대승으로 끝난 후. 토벌군을 이끌었던 대장군 염상은, 상국의 관례대로 황제 앞에 나아가 소원을 아뢰었다. 다른 대신들은 논 답이나 벼슬 같은 것을 예상했지만, 그가 황제에게 청한 것은 전혀 뜻밖의 물건이었다. 염상은 옆에 두었던 길쭉한 비단 뭉치 하나를 조용히 탁자에 올렸다. 그가 가만히 비단을 풀자, 투명한 옥을 깎아 만든 보검이 하나 나왔다. “이게 뭔가?” “…이후의 검이다.” “뭐…?” 랑하의 두 눈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크게 흔들렸다.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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