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요망한 엘프랑 리벤지 리부트(Revenge Reboot: My Seductive Elf): Chapter 161 - Chapter 170

240 Chapters

#160. [인형의 주인이 움직이는 순간]

그는 제 몸으로 흘러들어오는 렘브란트와 레무르의 마력이 별 대수롭지 않은 듯 감흥 없는 눈빛으로 고문을 자행하던 마법사들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자신 곁에 선 샤나에게 무심하게 가벼운 한숨을 뱉으며 질문을 건넸다.“아, 심심하군. 지금 레투카 제국의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지?”“스틸 반 가드 캔도르 대공이 그 지역을 틀어막고 있습니다.”그러자 샤나가 마법의 지팡이를 휘둘러 제논의 앞에 커다란 상태창을 띄워 올렸다. 짙은 검은 연기 사이로 어두컴컴한 불바다가 되어가는 부르도 영지의 전경이 펼쳐졌다. 불기둥이 치솟고 마법사들이 무차별적으로 마력을 퍼붓는 참상을 보며, 제논은 천천히 화면을 훑었다.“음, 제법이네. 그래서?”그 짧은 한마디에 담긴 의미를 알아챈 샤나가 설명을 덧붙였다.“현재 이번 침공은 실패로 보입니다.”제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면 속 불기둥이 점차 사그라들고, 오히려 자신이 보낸 마법사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윽고 듀라한 유령 기사들이 전장을 휘젓고 다니는 모습을 보며 그의 파란 눈동자가 잔혹하게 반짝였다.“스틸 대공이 선전을 했군.”제논의 감미로운 음성이 지하실에 은은하게 울렸다.특히 마법력이 막강한 유령인 벤시들이 500체에 가까운 규모로 결집한 것을 보자, 제논의 붉은 입꼬리가 절로 매혹적으로 호를 그렸다.그는 천천히 샤나에게 다가가 그녀의 턱을 치켜올리며 깊게 입을 맞추었다. 비명과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이 지옥도 속에서, 은빛 망토를 두른 사내와 어둠을 닮은 여인의 극명한 대비는 기괴할 정도로 아름다운 정경을 연출했다. 주변에 다섯 명의 대마법사와 고문당하는 이들이 버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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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열락의 문이 열리는 그 밤]

지니의 몸이 서서히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안개 입자들이 빛을 머금고 공중으로 흩어지듯, 그녀의 실체는 희미하게 부유하며 사라져갔다.그러나 바로 그 순간, 강렬한 인력이 그녀를 붙잡았다. 보이지 않는 뜨거운 손길이 온몸을 구속하듯 압박해 오자, 그녀는 이것이 스틸의 완강한 의지임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주인님이 나를 품 안으로 들이고자 소환한 것이 분명해.’대체 어떻게 스틸의 마력이 이토록 대단하게 성장한 것일까. 도른의 결계를 부수고, 제논의 강력한 주술마저 극복할 정도로 그가 힘을 기른 것은 분명해 보였다. 즉, 자신이 스틸을 그리워했던 것만큼 그 역시 지니를 원했다는 사실이 영혼 깊은 곳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앞이 보이지 않는 심연 속에서 의식만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었는데, 이토록 구체화된 인간의 육체를 갖추게 되다니. 진심으로 감사하고 또 황홀하여 지니는 그저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하지만 얼마나 현신해 있을 수 있을까. 앞으로 이런 일이 또 반복된다면, 자신은 얼마나 더 제논에게 휘둘려야 하는 걸까. 무섭고 두려웠지만, 기왕 이렇게 온전한 인간의 모습이 된 김에 단 1초라도 빨리 스틸을 만나고 싶었다. 분명 자신에게 허락된 이 육체는 일시적인 방편일 터였다.어느 순간 통제력을 잃으면 또다시 제논에게 끌려가거나 허공으로 흩어져 버릴지도 몰랐다. 지니는 눈앞이 캄캄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았지만, 제 손으로 제 몸을 만질 수 있는 바로 지금, 스틸이 나타나 주기만을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주인님! 보고 싶어······. 어서 와줘!’이제 지니가 빌어 마지않는 대상은 신(神)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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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꽃향기와 핏빛이 교차하는 밤]

낡은 흰색 튜닉을 걸친 지니가 무릎을 꿇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로 투명한 빛의 조각들이 어른거렸다. 이윽고 눈을 뜬 지니는 입가에 눈물과 미소가 뒤섞인 표정으로 스틸을 향해 가녀린 손을 뻗었다.“지니!”지니는 가볍게 손등으로 제 눈가를 비비더니, 울컥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스틸에게 인사를 건넸다.“주인님······ 보고 싶었어.”그가 한 걸음 내딛자, 발밑의 꽃잎들이 바스러지며 황금빛 먼지로 변해갔다. 지니의 실체가 온전히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스틸의 가슴이 터질 듯 거칠게 소동쳤다.그는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 달려들어 단단한 팔로 가느다란 허리를 휘어잡았다. 그녀의 애틋한 체온이 피부에 닿는 순간, 오랫동안 마비되었던 모든 감각이 무서운 속도로 되살아났다.“지니, 그래······. 나도 너무 그리웠어.”그의 젖은 목소리에는 맹목적인 갈망과 안도가 거칠게 뒤섞여 있었다. 그는 그녀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지니의 은은한 향기가 폐부를 가득 채우자, 마치 메마른 영혼에 생명수를 들이켠 듯한 지독한 충만함이 차올랐다.***뜨겁던 정사의 열기가 한 차례 가라앉은 후, 스틸은 제 품에 무력하게 안겨 있는 지니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현실이 아닌 꿈만 같아, 그는 그녀의 살결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기를 반복했다. 지니의 가느다란 숨결이 제 가슴팍을 스칠 때마다 짜릿한 전율이 피어올랐다.“주인님, 이건 꿈일까? 꿈이라면·&mid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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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핏빛 연옥에서 피어난 생기]

“제논, 나쁜 놈! 그놈이 지껄이는 소리는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어. 악마이자 괴물이지. 미친 새끼인 건 확실하지만.”제논이 흘린 기이한 언사들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렘브란트에게도 딱 하나 확실하게 각인된 사실이 있었다. 제논이 스틸의 시녀, ‘지니’라는 존재를 집요하게 쫓고 있다는 것.그 시녀만 갖다 바치면 풀어주려나. 대체 어쩌다 자신과 레무르가 이 끔찍한 연옥에 제 발로 걸어 들어오게 된 걸까.옆에 누운 레무르는 여전히 도른 제국의 지독한 한기 속에서 흐느끼며 칭얼거렸다.“황녀님의 데뷔탕트에서 내가 주인공이 되어······ 마티어스 경이나 황태자 전하와 춤을 추고······ 나중에 누구에게 청혼장을 받게 될지······ 흑흑, 그런 달콤한 꿈을 꿨는데.”사실 렘브란트 역시 다르지 않았다. 아버지인 기니그 밀레 백작은 황녀의 에스코트를 렘브란트가 맡게 될지도 모른다며 은밀히 바람을 잡았었다. 훗날 어찌 될지 모르니 황태자의 최측근인 안젤루스와 살갑게 지내라는 조언까지 덧붙였으나, 결과는 잔혹한 파멸뿐이었다.그 와중에 아쳐 황태자는 타바를 판매할 판로를 개척하라며 자신을 압박해 댔고, 그사이 스틸은 보란 듯이 사교계의 주인공이 되어 만인의 시선을 독차지했다. 왜 그리 허우대는 멀쩡해졌는지, 이제는 자신이 보기에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수려하고 묵직한 기품을 풍기는 대공이 되어 있었다. 귀부인들이 모였다 하면 캔도르 대공가의 신비의 꽃과 스틸의 외모와 능력에 관한 이야기뿐이라, 대공가의 영화가 다시 도래하는 것이 아니냐는 수군거렸다.“흑흑, 이제 황태자 전하보다······ 스틸 대공이 훨씬 대단해졌나 봐. 오라버니······ 우리 이제 어떡해?”언제 목이 달아날지 모르는 이 시궁창 같은 감옥에 갇혀서조차 구차하게 스틸의 시대가 도래함을 걱정해야 하다니, 렘브란트는 입안이 씁쓸해졌다. 오늘도 살을 저미는 고문을 당했기에 이대로 죽을 때까지 마력만 통째로 뽑히다 말라 죽을 것 같아 억울함이 치밀었다.“만약······ 여기서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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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처절한 갈망이 쥐어준 전리품]

제논은 샤나와 격정적인 정사를 치른 뒤, 그녀를 품에 안고 유려하게 뻗은 어깨를 가만히 쓸어내렸다.“꽃의 정령들의 가호까지 받는 스틸과 빛의 요정이라니. 쯧, 항상 운이 좋은 놈들은 따로 있군.”샤나는 대답 대신 가만히 제논에게 안겨 몽환적인 온기만을 풍겨낼 뿐이었다.사실 제논이 지난 세월 동안 가장 뼈저리게 후회하는 일은 지니를 벼랑 끝으로 내몬 일이었다.요정 중에서도 유독 어린 개체였던 지니는 본디 발랄하고 생기가 넘쳤었다. 가학적인 고통을 가하면 크게 괴로워하며 정신이 피폐해지더니 어느 순간은 감정을 잃은 채 입도 닫아 버렸다. 늘 제논의 마법사 군사들에게 둘러싸여 간신히 보호받기 급급했던 보잘것없는 엘프였는데. 그런 미천한 존재의 주인이 지금은 S급 마력의 소유자가 되어 제국조차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권위를 떨치고 있다니.“전부 지나간 일이니 잊어야 하지만, 그게 잘 안 되네.”제논은 샤나의 봉긋한 가슴을 거칠게 움켜쥐면서도, 끊임없이 첫 번째 빛의 요정만을 떠올렸다.지금의 자신은 부와 명예를 모두 가졌고, 마법력으로는 제국 최고를 자랑하는 오만한 지배자였다. 하지만 가슴 한편에는 여전히 첫 번째 요정을 되찾고 싶다는 갈증이 도사리고 있었다. 어둠의 요정 샤나 역시 강력하지만, 요정계의 진정한 귀족인 '빛의 요정'이 지닌 희귀함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잃어버리고 나서야 아쉬움이 끈적하게 엉겨 붙었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로브를 대충 걸쳐 입고 테라스로 걸어 나갔다.지상 10층 높이의 황궁 탑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은 가슴이 시릴 만큼 광활했다. 테라스 곳곳에는 온기를 내뿜는 정교한 마도구가 설치되어 있어, 이곳만큼은 꼭 레투카의 나른한 봄날처럼 아늑한 온기가 가득했다.그곳엔 사시사철 흐드러지게 꽃이 만발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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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축복의 땅, 가드가 더 든든해졌다니]

그제야 지니는 제 몸과 영혼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즉 정신을 지배당했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담히 건네기 시작했다. 제논의 저주를 받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끌려갔고, 도른의 황궁 지하 깊숙한 곳에 갇히자마자 끝없는 고통에 절규해야 했던 끔찍한 시간들을 하나씩 풀어놓았다.그리고 마침내 그 구속의 사슬로부터 몸이 자유로워졌던 경위도 덧붙였다.“제논이 깊은 잠에 들어 잠시 정신 지배의 끈이 느슨해졌을 때, 정말 운 좋게 주술을 깨부수고 주인님에게 올 수 있었어. 가르나르에만 틀어박혀 있지 말고 사교계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라고 예복을 보냈던 것도 나야. 그러다 리나 선배님 생각이 나서 드레스를 지어 보냈던 거고.”“난 그것도 모르고······ 내가 못 미더운 놈이라 네가 제 발로 떠난 줄만 알았어. 역시, 그럼 그렇지.”지금 이렇게 지니와 온전히 눈을 마주하고 있으니 스틸은 감회가 새로웠다. 지니는 두 번 다시 이런 날이 오지 않을 줄 알았다며, 언제 이 기적 같은 기회가 신기루처럼 사라질지 모르니 쌓인 오해만큼은 전부 풀고 싶었다고 전했다.“사실 도중에 제논의 마력이 너무 압도적이라 또 한 번 끌려가긴 했었어. 그런데 멀리서 주인님이 날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더라고.” “그래?”스틸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정작 본인은 자신이 어떤 거대한 기적을 행했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듯했다. 지니는 그런 그의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으며 가만히 미소 지었다.“그러더니 거짓말처럼, 내가 이렇게 다시 주인님 품에 안겨 있네?”스틸의 호흡이 멎었다. 손끝이 부르르 떨리더니, 다음 순간 그는 부서질 듯 지니의 허리를 거칠게 연이어 붙잡았다. 그녀가 ‘그 뒤의 일은 잘 모르겠다’고 속삭이려던 찰나, 그의 뜨거운 입술이 지니의 말을 집어삼키며 난폭하게 덮쳤다.한동안 두 사람은 밀어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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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상상은 모두 현실이 되겠지만]

지니는 혼자서 이 아까운 시간을 몇 날 며칠이나 잠으로 축냈다는 사실이 못내 속상한지, 귀여운 목소리로 중얼중얼 스스로를 책망하고 있었다.“주인님, 인간에게 시간은 금쪽같은 건데······. 빨리 아카데미에 가야지, 어쩌면 좋아. 미안해.”사실 스틸이 속으로 얼마나 놀라 가슴을 쓸어내렸는지는 지니로선 알 턱이 없었다. 지니가 또다시 깨어나지 못할까 봐, 혹은 신기루처럼 투명해져 눈앞에서 영영 사라져 버릴까 봐 스틸은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오직 지니만을 살폈다.“방학이야. 그러니까 괜찮아.” “왜 나는 자꾸 주인님을 곤란하게 만들까. 혹시 나 때문에 주인님이 또 사교계의 망나니로 돌아가 버린 건 아니겠지?”시간 감각도, 날짜 감각도 완전히 붕괴해 버린 지니는 상황 분간이 잘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자신 때문에 폐급 운운하는 악명을 다시 뒤집어쓰고 무단결석생이 된 것은 아닐까 안절부절못하며 스틸의 아카데미 생활을 염려했다.스틸이 나른하게 웃으며 대꾸했다.“오히려 그 반대야.”그도 그럴 것이, 지금 레투카 제국의 사교계는 스틸 대공을 두고 국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느니, 제국의 국경선을 완벽히 방어해 냈다느니 하며 위대한 영웅담의 주인공으로 추앙하기 바빴다. 지니는 눈을 감고 있어 스틸의 활약상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그날 도른 제국이 침공해 왔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주인님, 정말 고생 많았어.” “네가 내 곁에 없는데, 아카데미 출석 따위가 관심도 없었어.”물론 아카데미 측에서도 대공의 결석 사유가 충분히 참작되어 파격적인 배려를 베푼 상태였다. 제대로 된 수업을 채 받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방학이 찾아왔고, 스틸은 마침내 제 품으로 돌아온 지니와 함께 이 찬란한 여름을 오롯이 즐길 생각에 슬며시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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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때로는 확인이 필요한 순간이 있지]

도른 제국의 황성 한가운데 위치한 황궁 지하 깊숙한 곳.렘브란트와 레무르는 지금 딱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잊을 만하면 끌려가 마력을 뽑히고, 다시 회복하라고 이곳에 내동댕이쳐진 다음 조금이라도 마력이 회복되면 끌고 가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니.이렇게 숨이 붙어있으면 다시 또 고문을 당하는 두려움에 떠는 것도 반복하는 중이다.“헉······ 으윽······. 이거 안 쑤신 곳이 없네. 다친 눈은······ 오늘따라 더 아파.” “오라버니······. 이러다 우리 죽지 싶어. 이제······ 희망도 없어.”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던 렘브란트는 제 동생만 없었으면 엉엉 울었을 것 같았다.평소 못 잡아먹어 안달인 여동생이지만 이리 옆에 있으니 큰 위로도 되고, 어쩌다 저 아이도 이리되었나 안쓰럽기도 하였다.다행히 제논 황제는 어제부터 렘브란트와 레무르를 찾지 않았다.해가 뜨고 밤이 오고 감각이 없어 그런지 며칠이 흘렀는지 감도 안 잡히는 그들이었다.그러나 둘에게는 이곳에 잡혀 온 지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는 없어도 죽음이 가까이 온다는 것은 확실하게 느껴졌다.둘은 겨우 수프와 말라버린 빵이지만 그것을 먹으면서 버티고 버텨내며, 옆에 있는 마지션과 비슷한 사람에게도 억지로 먹을 것을 주었다.“저기, 마법사 양반······ 이거 먹고······ 힘내십시오.”사람 목숨이 하찮다면 매우 하찮지만, 또 하늘이 준 명이니 끈질기다면 끈질길 수가 있다.렘브란트는 자신이 측은지심이 대단한 기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죽을 날만 바라보고 있다 보니 지나간 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그저 잘 좀 살 걸 하는 후회가 생겼다.“딱 죽고 싶겠지만······ 누군가 복수할 대상이 있다면······ 떠올리면서 버티시기 바랍니다.”옆에 있는 사내는 허름하고 누덕누덕 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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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인형 놀이에 빠진 미치광이]

스틸 역시 지니와 떨어져 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레벨의 변화가 비로소 궁금했다.비록 몸은 멀어져 있었을지라도 마음만큼은 더욱 굳건하게 밀착되었던 시간들이었다.그 혹독한 시련을 거치며 서로의 존재가 얼마나 절대적인지 깨달았던 두 사람이었기에, 지금 이 순간의 애틋함은 이전과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게다가 던전까지 완전히 폐쇄한 데다 축복받은 가르나르 땅에 오래 머물렀으니, 스틸의 능력치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으리란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간절한 바람을 품은 채, 스틸은 허공에 장엄하게 떠오른 마법 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그리고 이내 드러난 결과는, 실로 충격적인 전율 그 자체였다.******************************- 기타 능력 : 580,000 - 현재 레벨 : 88(S급 마력소유자, 소드 마스터)★ 물, 바람, 흙, 불 마법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됨.★ 봉인의 능력이 발현됨.★ 플로럴스피릿 (Floralspirit)의 가호를 받게 됨.★ 추가 수명 45년을 획득하였음.★ 마법 탐지, 연금술, 순간이동, 인벤토리 보유, 치유, 정화, 소환, 건축, 결계, 투명화, 흑마법, 이 증폭됨.******************************“주인님! 수명이, 수명이 정말 폭발적으로 늘어났어!”지니는 커다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스테이터스 화면을 가리켰다. 이미 수명이 꽤 늘어났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무시무시한 수치로 폭증했을 줄은 감히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스틸 역시 얼떨떨한 표정으로 뜬눈으로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45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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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가르나르의 주인이 밤에 바쁜 이유]

제논은 스스로를 돌이켜보아도 정말 꼴사납고 어이없다고 생각했다.황족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부끄러움을 느껴서는 안 되는 법이건만, 빛의 요정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에 차오르는 것은 제 손으로 버려놓고 이제 와 다시 얽매이려는 한심하고 질척이는 아욕뿐이었다.버려버린 엘프 따위, 아무런 능력이 없더라도 다시 손에 쥐고 탐하는 것이 제 욕심이었고, 이제는 그 빛의 요정을 곁에 둔 스틸이라는 남자에게로 온 관심이 옮겨가고 있었다.그 남자는 도대체 어떤 대단한 천운을 타고났기에, 빛의 요정을 낚아채 간 것일까.제논의 눈앞으로 투명한 상태창이 자욱하게 떠올랐다. 테라스를 시꺼멓게 채우는 검은 연기 속에서, 요술 램프의 팔찌가 마치 해탈한 현자처럼 묵묵히 답을 일러주고 있었다. *************************★스틸 반 가드 캔도르는 차원을 넘나든 초월자임.* 기타 능력 : 580,000 * 4개월 전이 당시 레벨 5 / 현재 레벨 : 88★ 빛의 요정(Ljósálfr)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짐. ★ 물, 바람, 흙, 불 마법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됨. ★ 봉인, 마법 탐지, 연금술, 순간이동, 인벤토리 보유, 치유, 정화, 소환, 건축, 결계, 투명화, 흑마법이 사용자. ★ 플로럴스피릿 (Floralspirit), 다른 이형의 존재에게 가호를 받게 됨. ★ 남은 수명이 45년임.************************* 제논은 시야에 허공처럼 떠오른 그 경이로운 수치들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깊은 숨을 집어삼켰다.스틸이 보통이 아닐 거라 예상은 했지만, 상상 이상으로 독보적인 능력을 품고 있어 결코 간과할 수가 없었다.“기타 능력치에······ 플로럴스피릿과 이름 모를 이형의 존재가 수호해 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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