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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 오르반의 위상

Author: 라캣츠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13 08:13:46

어깨를 두드린 주인은 190cm의 거구인 집사였다. 그는 웃으며 서 있었다.

“아가씨께서 길을 잃으신 모양입니다. 제가 방으로 다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나잔티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돌아서서 걸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여전히 마지막 방 앞에 머물렀다.

테세르가 부모님을 설득했을까. 그보다 키오베의 실체라니?

대체 그에 대해 뭘 알고 있는 거야?

***

마에테는 황제의 집무실에 앉아 있었다. 오르반 심사 날이 얼마남지 않았으니 루시앙의 마음을 떠보려고 온 것이 분명했다.

루시앙은 마에테가 왜 그토록 오르반의 존재를 싫어하는지 그리고 없애고 싶어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에테는 그 진실을 다른 이유들로 포장하고 있었다.

루시앙이 황제에 임명됐을 때 선황께서는 오르반에 관한 일지를 남겼다. 루시앙은 황제의 비밀 결사단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심장이 고장난 것처럼 두근거렸다. 자신만의 비밀 기사라니. 그 일지를 밤을 세워가며 읽었다. 아침이 되어도 잠은 오지 않았다. 마음은 부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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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벨리테우스> : 제국을 갖는 자   29화 - 잠식하는 공포

    루신은 이언의 말에 쉽지 않다는 듯 묘하게 인상을 찌푸렸다.“마음 같아서는 다시 돌려보내고 싶은 심정이야.”“예전 일이 생각난다며.”“그래서 적응할 수 있게 억지로라도 도와줘야겠지.”루신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깨달은 사람처럼 보였다.“전에 내가 했던 방식대로.”루신은 자신을 혹사하여 훈련시켰던 일을 떠올렸다. 그러자 이언의 낯빛이 달라졌다.“너 설마….”그는 이언을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지금보다 1시각(2시간 전)만 더 일찍 일어나면 돼.”“…버티지 못할텐데.”이언이 말한 버티지 못할 사람은 나잔티아였다.“그 많은 걸 한꺼번에 시킨다는 건 아니야. 가장 중요한 체력을 먼저 기를 거니까. 그러려면 누군가의 희생은 불가피하잖아.”이언은 루신의 지독한 책임감에 난색을 표했다.“아무래도 가봐야겠어.”루신은 언덕에 오를 채비를 끝낸 채 단원들이 오른 길로 걸음을 돌렸다.예상대로 나잔티아는 맨 끝으로 뒤처졌다. 구불구불한 돌언덕을 오를 때 단원들의 모습은 아예 보이지 않았다. 갑옷을 입고 오를 수록 몸은 점점 무거워지고 발걸음이 느려졌다. 공기까지 희박해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다들 어디까지 간 거야.”정신이 혼미하다. 앞으로 갈 길이 더 많이 남은 것 같았는데 어쩌지.나잔티아는 언덕 위를 위태롭게 바라봤다.갑옷을 입고 얼마나 더 올랐을까.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떨리는 다리를 두 손으로 붙잡으며 진정시키려 했다. 그 자리에서 잠시 숨을 몰아쉬었다.갈 수 있어. 더는 뒤처지면 안 된단 말이야.눈을 꾹 감은 채 앞으로 움직이려 하자 이번엔 온 전신이 흔들렸다. 도저히 걸을 수 없게 되자 그 자리에 멈춰섰다. 언덕 중간에 혼자 남겨진 채 단원들이 지나간 길을 다시금 바라봤다. 서 있을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아 바닥에 주저 앉는데 감옷의 압력이 온 몸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훈련만 하다가 죽는 건 아니겠지…?”짓누르는 무게를 이겨내려 돌벽과 바닥에 바싹 붙여 앉았다. 중량을 분산하니 조금은 살 것 같았다.그렇게

  • <벨리테우스> : 제국을 갖는 자   28화 - 훈련 시작

    대신들이 각자 흩어져 마차를 타고 이동했다.별저에는 마에테 공작 혼자 남게 되었다. 그는 별저 밖으로 나왔다. 그 앞에는 오르테움이라는 큰 산이 있었다. 산중을 바라보고 있자면 걱정과 괴로움은 사라지고 마음이 차분해졌다.새가 지저귀고 있다. 마에테는 운치 있게 펼쳐진 경관을 조용히 바라본다. 야엘리스가 없는 이상 아티셸 제국을 쥐고 펼 수 있는 건 오직 그의 손 안에 달려 있다.그 날, 아티셸 제국의 제복을 입은 기사가 그의 별저로 찾아왔다.“부르셨습니까.”기사가 예를 갖추고 마에테에게 고개를 숙였다.“오르반에는 믿을만한 놈을 잘 심어두었겠지.”“네 대공, 걱정 마십시오.”“키오베는 교관 생활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더냐.”“잘 적응하고 계십니다. 제가 옆에서 더 보필하겠습니다.”“그래, 네가 조사한 그놈에 대해 더 말해보라.”마에테의 지시에 기사는 힘있는 목소리로 읊기 시작했다.“그는 제국법으로 인해 제대로 된 장례를 치르지 못한 채로 부모님을 잃었습니다. 황제 폐하에 대한 분노가 아주 큰 것으로 압니다. 장례금과 경비에 대해서는 그의 동생에게 넉넉하게 건네 주고 오는 길입니다. 마에테 공작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그가 오르반에 관한 보고 들은 모든 것들을 빠짐없이 보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대공에 대한 충성심은 믿을만하실 겁니다.”“그러더냐. 믿을만하기만 하면 안 된다. 항상 뒷 일을 생각해야 탈이 없다. 그놈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조사하도록 해. 그리고 한 가지 더….”마에테의 눈이 가늘어졌다. 기사는 마른 침을 삼켰다.“키오베에게 문제될 일이 생기면 언제든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네, 대공. 명심하겠습니다.”기사는 긴장으로 굳은 몸을 돌린 채 그대로 물러났다.***나잔티아는 미하엔이 말한 성 문서고에 대해 가늠해보았다. 친척 오빠, 유하르가 가끔 성 문서고에 간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책을 빌려오는 것도 종종 본 적이 있다.“성 문서고라면 서가를 말하는 거 맞지.”그녀의 물음에 미하엔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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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세르의 보랏빛 각막이 소용돌이처럼 휘돌고 있다. 환청과 환영 속에서 정신을 잃을 때였다.그 순간 이실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억을 더듬으려는 순간 능력이 발휘된 것이다. 본의 아니게 이실라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나잔티아는 어때 보여?’이실라의 입에서 나잔티아의 이름이 들리자 테세르는 곧이어 정신을 차렸다. 귀를 틀어막던 손을 천천히 풀었다.어째서 그런 기억이 튀어나온 걸까.테세르가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의 일부분이었다.각막이 불규칙적으로 돌고 있다는 건 능력을 발휘하려는 몸의 폭발적인 신호였다. 루소는 자신이 유일하게 쓰는 마법으로 테세르에게 보호막을 씌워주려 하고 있었다. 차츰 테세르의 눈동자가 정상으로 돌아왔다.“괜찮아, 루소.”자리에 일어선 테세르의 얼굴이 파리했다. 루소가 그에게 가까이 다가오려고 하자 한 손을 들어 막았다.“잠시 산책 좀 하고 올게.”루소가 말을 떼기도 전에 테세르는 그대로 방을 빠져나갔다.테세르는 이실라가 어디에 있는지 그녀가 지난간 길의 흔적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테세르의 수많은 능력 중 하나였다.주변에 기사들이 테세르를 알아보자 각잡힌 경례를 하며 지나쳤다. 얼마 가지 않아 시녀들이 보였다. 테세르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었다.이실라의 방 문이 열려 있다. 테세르는 시녀들 사이를 지나간다. 시녀들은 지나가는 테세르를 볼 수 없었다.이실라의 방 안에 들어간 순간 하녀가 몸을 굳히며 말하고 있었다.“그 안에 있는 일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전하….”돌을 쥐고 있는 하녀의 손이 떨린다. 이실라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눈을 가늘게 떴다.“그게 무슨 말이야?”“어째서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소, 송구합니다, 전하.”“하.”기억이 나지 않는다고?무슨 말을 하는 건지 가늠하기 위해 테세르는 구석진 곳에 떨어져 그들의 표정과 행동을 지켜봤다.“나잔티아는 분명 여기 있는데 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거야?”“저도 그걸… 잘 모르겠습니다.”테세르는 나잔티아가 황궁에 있다는

  • <벨리테우스> : 제국을 갖는 자   26화 - 이제 시작이다

    나잔티아가 하달할 내용을 끝마쳤을 때 일부 단원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웃음을 참아냈다. 루신은 나잔티아의 사기를 떨어트리기 위해 이같은 지시를 한 건지도 모른다.단상에서 내려왔을 때 되려 마음이 차분해졌다. 7년 전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얼굴을 땅에 처박고 있었겠지.아니, 그보다는 오르반에 대해 알려고 하지도 들어오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당황하지 않은 나잔티아의 모습이 루신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자리에 섰다. 나잔티아 옆에 서 있던 불만 많던 소년은 의외라는 듯 그녀를 쳐다봤다.이제 시작이다. 돌이킬 수 없어. 나잔티아는 자신을 향해 작게 속삭였다.“무조건 끝을 볼 거야.”그때 옆에 서 있는 소년이 말했다.“그럼 재밌어지겠네.”소년은 뒤늦게 통성명을 했다.“내 이름은 미하엔 로웰이다.”나잔티아는 속으로 곱씹었다. 미하엔 로웰.“난….”나잔티아도 자신을 소개하려던 찰나였다.“알아, 나잔티아 엘리자 벨룸.”그가 나잔티아의 이름 전체를 알고 있다.“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나잔티아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본다. “이 안에서 널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걸.”날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미하엔은 나잔티아만 들리도록 작게 속삭인다.“황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열쇠가 뭔지 궁금하지 않아?”—루신 루크번이다. 우리는 황금 별안초를 상징하는 페어고든이다. 이 상징의 의미를 가장 잘 해석한 단원에게는 황궁을 드나들 수 있는 열쇠를 주겠다.나잔티아는 루신이 한 말을 떠올린다.왜 미하엔이 열쇠에 관심을 가지는 거지? 열쇠에 대한 단순한 궁금증일까? 그러기엔 그의 목소리는 호기심 보단 확신으로 가득차 있다.“그 열쇠에 대해 알고 있는 것처럼 얘기하네.”미하엔은 한쪽 입꼬리를 비죽 올리며 말한다.“그거 하나는 알지.”“뭘?”“황궁에는 성 문서고가 있어.”“성 문서고?”나잔티아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이실라는 테세르와 황궁 생활

  • <벨리테우스> : 제국을 갖는 자   25화 - 제국민의 환영 속에서

    프라빈의 역사상 한 사람을 위해 제국민이 모여드는 건 드문 일이었다.루시앙이 이런 환호를 받아본 적이 있던가. 기억나지 않는다. 제국민은 엄숙하고 진중한 자세로 황제를 맞이할 뿐이다.그런데 그들이 이토록 환호하고 기뻐할 줄 아는 자들이었던가.루시앙은 손에 든 잔을 깨트릴 것처럼 꽉 쥐었다. 그러자 손바닥이 창백해진다.지금의 제국민은 단지 테세르의 등장만으로 하늘을 찌를 듯 환호성을 내고 있지 않은가.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테세르는 무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어느덧 프라빈에 도착했다. 그때 한 아이가 테세르가 탄 마차를 발견한다. 마차가 출발하자 뛰어오기 시작한다.그 아이의 모습을 본 테세르가 다급히 창문을 열어 소리친다.“위험해!”“테세르 왕자님, 황궁으로 오신 걸 축하드립니다!”주변의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그렇게 소리친다. 테세르는 대답대신 창밖으로 크게 손을 흔든다.드디어 황궁 앞에 도착했을 때 테세르는 수많은 함성을 들으며 마차에서 내렸다. 모두들 그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보려고 모여들었지만 제국의 기사들이 필사적으로 막아내고 있었다.마차에서 내리자 테세르가 황궁으로 들어올 수 있게 기사들이 지나가는 길을 열어두었다. 그 틈으로 한 소년이 테세르 앞으로 꽃을 내밀었다.“왕자님!”그러자 테세르가 그 꽃을 받았다. 그러자 제국민이 그의 앞으로 자신들이 가진 꽃을 던지기 시작했다. 테세르는 날아오르는 꽃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황궁 안에 들어가자 대신들이 테세르를 맞이하기 위해 서 있었다.그들은 모두 루메르 꽃을 들고 있다. 떠오르는 아침 해를 닮았다고 해서 루메르의 꽃말은 영원한 귀환이었다.테세르는 그 꽃을 받고 환하게 웃으며 뒤돌아 제국민을 향해 크게 손을 흔들었다.“왕자님 축하드려요!”“프라빈에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테세르 왕자님!”모두가 소리치며 기뻐하고 있다. 그렇게 성문은 천천히 닫혔다.대신 중 한 사람이 테세르 앞에 다가가 큰 소리로 말했다.“아티셸 제국에서 테세르 왕자님의 존재가 이 정도로

  • <벨리테우스> : 제국을 갖는 자   24화 - 테세르, 황궁으로

    드래곤은 테세르의 얼굴과 손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슬금슬금 한 발짝씩 다가오더니 폴짝 뛰어서 테세르의 손 안으로 착지했다. 그 모습을 본 테세르는 미소 지었다. 오돌토돌한 머리를 만지자 드래곤은 기분이 좋은지 눈을 감고 쓰다듬는 방향을 따라 두상을 움직였다.집사의 발소리가 들리자 테세르는 다급히 드래곤을 안주머니 안에 숨겼다.“이제 가셔야 할 시간입니다.”집사는 마지막 짐을 들고 서 있었다. 테세르는 대저택을 한 번 돌아보았다.가져가지 못한 물건들은 흰 천으로 덮여 있다. 그중 천으로 덮지 않은 물건이 딱 하나가 보인다.테세르는 벽에 걸려 있는 큰 그림을 바라본다. 그 그림 속 여인을 올려다보며 말한다.“갔다 올게.”저택에 남겨진 그림에는 어린 테세르와 그의 어깨를 붙잡은 아름다운 여인이 앉아 있다.엄마가 원했던 일이었잖아, 내가 황궁에 다시 들어가는 일 말이야. 엄마와 함께였다면 정말 좋았을텐데.액자 속 여인은 테세르의 엄마, 로샤크 자할라다.언제든 다시 올게. 그러니까 혼자 있다고 서운해하지 말아줘.테세르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어린 테세르가 왕자가 아닌 황자였을 때의 일이다. 황궁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황제, 하야오가 테세르의 방 안을 휘젓고 다닐 때마다 시종들은 안절부절하지 못했다.테세르는 벽장 안에 숨어 있어야 했다.—그 괴물이 어디 있느냐!하야오는 테세르를 그렇게 불렀다. 벽장 앞에 나타난 건 그의 황후 로샤크였다. 자신의 남편이자 황제를 똑바로 바라보며 서 있었다.—이대로 사라져 드리겠습니다.하야오는 신경쇠약인 것처럼 어깨를 떨었다. 그 괴물이 아니라 자신을 버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내가 아니라 저 괴물을 택하겠다 이말인가?그의 핏발 선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로샤크는 시종들이 듣지 못하게 황제의 귓가에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당신 자식은 괴물이 아니야.로샤크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야오를 노려보았다.테세르가 눈을 떴을 땐 낯선 장소였다. 매일 보는 유모가 아닌 엄마 로샤크가 곁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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