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기를 품은 앙큼한 그녀[The Boss and His Sly Baby-Mama]: Chapter 141 - Chapter 150

190 Chapters

#138. [서둘렀던 밤의 경계선]

태하는 경신의 뒤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팔을 둘러 안았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귓가를 스치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같이 목욕.”경신은 순간 몸이 굳었다. 귓가를 간지럽히는 묵직한 숨결에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잠깐, 이건 또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윽! 모, 모, 목욕이요?”“내 맘대로 하기로했잖아.”그의 뻔뻔하고도 당당한 말에 경신은 절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시작된 태하의 페이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직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가 얼마나 더 대담해질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른침이 삼켜졌다.“아이고. 부, 부끄러운데요.”“시간 절약을 위해.”같이 목욕하는 것이 시간 절약은 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경신은 연신 눈만 깜빡였다.“너무 야한데······.”“신, 이거 먹으면서 해.”태하는 경신의 옷을 벗겨내며 정신을 쏙 빼놓으면서도, 그 와중에 오는 길에 사 온 시원한 음료를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에헥! 먹기까지 한다고요? 바나나 고구마 스무디네. 아, 맛있겠다.”“널 안을 시간이 부족해. 한꺼번에 하자.”태하의 이 독특한 효율성 화법은 오직 경신만이 알아들을 수 있을 터였다. 태하는 너무나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말하는 바람에, 고도의 집중력과 이해력을 갖추지 않으면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기조차 쉽지 않았다.“음, 그러니까 각자 씻으면 시간이 낭비되니, 내가 이 바나나 고구마 스무디를 태하 씨 품에 안겨 먹으면서 목욕을 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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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나도 모르게 그대를 휘둘러]

암막 커튼을 치지 않았음에도 빗줄기가 가득한 침실 안은 밀도가 높은 어둠으로 가득했다.태하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경신을 침대 위로 눕혔다. 그리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날것의 몸 위로 무겁게 올라탔다. 혹여 경신의 아랫배가 압박을 받거나 부담스럽지 않도록 양팔로 단단히 축을 지탱한 그는 깊은 입맞춤을 내리꽂았다.태하의 뜨거운 숨결이 살결에 닿을 때마다 경신은 온몸의 감각이 생생하게 살아나 꿈틀거리는 기분이었다. 태하는 집요하고도 충분하게 경신을 아래서부터 자극해 나갔고, 어느 순간 지독하리만치 깊고 은밀한 사랑이 시작되었다.“하윽······!”한동안 빗소리만 가득했던 고요한 방 안에 짙은 살 맞닿는 소리와 숨소리가 겹쳐 들렸다. 태하는 끊임없이 부드러운 입맞춤을 건네고, 예민한 귓불을 살짝 깨물며 경신이 다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굴었다.“어때? 아까 졸리다며.”“음······ 괜찮, 은 것 같아요. 잠 다 깼어요.”“잘됐네. 안 멈출 거야.”더는 제대로 된 문장을 이어갈 수 없을 만큼 경신의 온 신경이 아랫배와 그 중심부로 거칠게 쏠렸다. 문득 예전에 태하가 '언젠가는 즐기게 될 것'이라 말했던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그동안 태하가 경신의 몸과 마음이 이 야릇한 쾌감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정성껏 준비해 준 덕분인지, 이번 밤은 확연히 달랐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졸음이 밀려와 두 번이나 눈을 감았던 경신이었다. 머리 한 구석이 지끈거리며 소용돌이 치고 있지만, 지금은 온몸이 터질 듯 달아올라 의식이 몸의 감각에만 집중되었다.말로 다 표현할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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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내 입술을 막아버린 남자]

경신은 기억에는 없지만 그에게 선물을 줬다니, 손을 꼭 맞잡은 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제가 좀 오락가락했나 보네요. 어쩐지.”분명 악몽에 시달렸었음에도, 태하의 얼굴을 보니 행복해한 것 같아 그것이면 되었다 싶었다. 그리고 그는 해맑음을 넘어, 조금은 장난기가 서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경신은 영문을 몰라 계속 질문을 쏟내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영 시원치 않았다.“저기요, 태하 씨. 저 왜 여기 누워있는 거예요?” “쓰러졌어.”경신은 태하를 흘겨보았다. 얼굴에 열이 올랐어도 할 말은 해야겠다 싶어 천천히 말을 뱉어냈다.“어쩐지······. 태하 씨 너무하다 했어요. 그 밤에, 어휴, 그렇게 막 뜨겁게 나를 안고, 뽀뽀하고, 사랑을 아주 넘치게 퍼부어 대니까. 음흠, 결국 몸에 무리가 온 거잖아요.”태하는 그저 가만히 고개를 까딱이며 경신의 말을 들을 뿐이었다. 그 묘한 여유에 경신은 또 이 고단수 남자에게 페이스를 빼앗기겠구나,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한국말 어렵네.” “내가 이럴 줄 알았어요.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기는. 아니, 우리가 너무 뜨거운 밤을 보내서 내가 기절한 거 아니냐고요.”태하가 풉,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전혀 엉뚱한 말이었다.“그건 아닌데.” “······네?” “그땐 멀쩡하게 잘 일어났어.” “진짜요?”잠깐. 경신은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남향인 이 병실 안으로 쏟아지는 햇살의 각도를 보니, 이미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깊은 오후였다. 비는 진작에 그쳤고, 하늘은 야속하리만치 화창했다.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다면······!“아! 어떡해! 태하 씨,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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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비밀을 가진 여자 & 지켜보는 남자]

경신은 그야말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머릿속이 수천 장의 퍼즐 조각처럼 산산이 흩어지는 기분이었지만, 본능적으로 밀려드는 미안함이 먼저였다. 다른 누구도 아닌 태하가, 자신 때문에 그 중요한 스페인 비즈니스 일정을 통째로 날려 버린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태하 씨, 미안해요. 진짜······ 내가 이 모양이라서.”경신이 울상을 지으며 겨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태하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경신의 가냘픈 어깨를 다시 한번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조금의 틈도 주지 않은 채, 그녀의 입술 위로 살포시 자신의 입술을 겹쳐왔자.이 남자는 이제 제 입을 막아버리는 데 아주 도사가 다 되었다.더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할 말을 잃은 경신이 빤히 바라보자, 태하의 눈매가 호선을 그리며 한껏 휘어졌다. 잔뜩 신이 난 눈동자가 아름답게 빛나는가 싶더니, 이윽고 그의 입술 사이로 상상을 초월하는 대단한 말이 툭 흘러나왔다.“덕분에 JJ도 잘 다녀온 것 같아.”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스페인에 있어야 할 사람이, 기억을 잃은 자신과 함께 JJ 엔터테인먼트까지 흔들어 놓고 왔다니. 기억도 없는 그 3일 사이에 자신은 뭘 얼마나 여기저기 휘젓고 다닌 걸까.경신은 밀려드는 거대한 혼란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저 두 손으로 제 이마를 짚어 내릴 뿐이었다.***그 시각, JJ 엔터테인먼트의 녹음실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무엇보다 메인 프로듀서 봉선규는 계약 만료 전에 작업한 곡의 퀄리티가 미칠 듯이 치솟아 기분이 최고조로 달해 있었다.얼마전 갑작스럽게 태하가 경신을 데리고 이곳에 방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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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제멋대로 날뛰는 그대]

현수는 지금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것 같았다. 사람들 눈이 수두룩한 대낮에 대세 아이돌이 '선물'이라며 쇼핑백을 건넬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오늘의 히로인은 자신이었으니, 적당히 거드름을 피우며 받아도 그만이었다.하지만 귓가에 내리꽂힌 “비밀을 알고 있다”는 말은 도저히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슬쩍 들여다본 쇼핑백 안에는 딱 봐도 임산부들이 입덧할 때 먹는 짜 먹는 죽이 들어 있었다. 게다가 기범의 집요한 시선이 정확히 자신의 배를 향해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 현수는 숨을 들이켰다.“······아.”“가만히만 계시면, 비밀은 완벽하게 지켜 줄게요.”얼굴에 확 열이 오른 현수가 쭈뼛거리며 죽을 받아들었다. 옆에 선 도윤은 두 사람이 뭘 그리 다정하게 속닥거리나 하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내가 임신했다는 걸 완벽하게 알고 있어!’지난 뮤직비디오 촬영장에서 경신과 대립한 이후, 기범이 제 약점을 쥐고 흔들며 행동 똑바로 하라고 서늘한 경고를 날리는 게 분명했다.선물은 무슨! 이건 완벽한 협박이나 마찬가지였다.속에서 부글부글 화가 치밀었지만, 보는 눈이 많아 당장 폭발할 수도 없었다. 결국 현수는 도윤의 손에 이끌려 반강제로 녹음실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뭐, 일단······ 잘 받을게요.”얼버무리며 걸음을 옮기는 발길이 돌덩이를 매단 듯 무거웠다. 이런 망할. 의기양양하게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기범의 면상을 더 마주할 용기가 없어, 현수는 서둘러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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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은밀하게 거래하는 사이]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다니. 당연히 태하는 아가들이 보고 싶었을 것이다.“아, 맞다. 보호자! 나 이제 진짜 아기 아빠 보호자가 생겼네요. 태하 씨도 이제 당당하게 아가들 얼굴 보여줄 수 있게 되었어요!”경신은 마침 5월 중에 병원 진료를 받긴 해야 했기에, 태하가 곁에 있을 때 같이 가게 되어 잘됐다 싶어 물개처럼 손뼉을 쳤다. 고운 사람이 참 고운 생각만 한다고, 태하의 행동 하나하나가 어찌나 감사하고 감동인지. 경신은 그의 센스에 격하게 박수를 보내주었다.“다음에 올 때는 꼭 보호자 데려오라고 의사 선생님이 그러셔서 그동안 고민했었거든요.”“그랬어?”하긴, 지난 2월 28일도, 그 이후로도 줄곧 태하는 언제나 경신의 뒤에 든든하게 서 있어 주었다. “태하 씨, 고마워요. 내 보호자가 되어주어서.”“기억해. 처음부터 네 보호자는 나였어.”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보던 간호사는 흐뭇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제야 타인의 시선이 의식된 경신은 민망함에 태하의 품에서 슬그머니 벗어나 몸을 쭈뼛거렸다. 혹여나 모태솔로 유교걸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찐한 풍경을 그가 연출하고 있는 건 아닐까 조심스러웠다. 경신은 간호사의 눈치를 살피며 태하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슬쩍 콕 찔렀다.“태하 씨, 사람 있을 때는 조금 그러네요.”“그럼 하지 마?”“아, 음······ 그건 아니지만. 어쨌든 고마워요, 먼저 진료 보자고 해줘서요. 태하 씨 스페인 가고 나면 엄청 아쉬울 뻔했어요.”태하는 경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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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극단적으로 치닫는 커플]

“그렇게 까칠하게 굴면서 식단 관리해 놓고! 이 와중에 폭식한 거야? 정신 차려!”도윤은 남 속도 모르고 그렇게 현수의 역린을 정확히 건드렸다.정신을 차리라니. 지금 누구 애가 뱃속에 들어앉아 있는데!“······그런 거 아니야! 도윤 씨! 먹으라고 잔소리할 때는 언제고! 제발 나한테 신경 좀 끄란 말이야!”“어떻게 신경을 안 써? 난 현수 씨 파트너잖아.”“파트너? 아하, 내가 배라도 불룩해져서 컴백 망칠까 봐 신경 쓰여? 도윤 씨 눈부신 이미지에 먹칠이라도 할까 봐?”악에 받쳐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 현수를 보며, 도윤은 기가 찬다는 듯 젖은 머리칼을 뒤로 쓸어 넘겼다. 한숨을 깊게 내쉰 그가 거친 감정을 가라앉히려는 듯 다가와 현수의 어깨를 단단히 붙잡았다.“뭐? 내가 언제 그런 뜻으로 말했어?”“어차피! 우린 이렇게 비즈니스로 주고받고 계약서에 명시된 임시 커플일 뿐이잖아!”“말 가려 해! 내가 그동안 어떤 여자를 만나도 키스만큼은 안 했어! 현수 씨가 유일해!”“유일은 무슨! 당장 나가! 지금 내 눈앞에서 꺼져버려! 그래봤자 어차피 난 도윤 씨한테 잠시 스쳐 지나가는 여자일 뿐이잖아!”현수는 아슬아슬하게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이 툭 하고 끊어져 버린 눈으로 그렇게 소리를 질러댔다.그 순간, 도윤의 눈빛이 일순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현수의 어깨를 잡았던 손을 거둔 그가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느릿하게 팔짱을 낀 도윤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으로 현수를 내려다보며 읊조렸다.&ld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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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꽃길에 끼어든 불순물이 있다면]

‘남자친구로 겨우 자리매김한 태하 씨인데······. 단숨에 남편이라는 타이틀로 둔갑해 버리다니.’경신은 내심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태하의 반응이 걱정됐다. 이제 막 알콩달콩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에게 결혼이란 자칫 부담스럽거나 질색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결혼식을 올리고,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미래.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그 따스한 풍경이 경신에게는 그저 자신이 맞이할 수 없는 먼 나라 일처럼 느껴졌다.‘지금은 아가들이나 무사히 잘 낳아야 해. 스페인에 계신 부모님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계실 텐데······ 언감생심 결혼은 무슨.’또다시 꼬리를 물고 걱정이 밀려오자, 경신은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은 그저 눈앞의 행복만 생각하기로 했다. 진료실 앞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는 지금, 그녀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했다. 태하에게 이보다 더 많은 것을 바란다면 그건 지나친 욕심이라고, 경신은 스스로 위안하며 씁쓸하게 웃었다.“미안, 통화가 길어졌어.”“태하 씨, 나 때문에 스페인도 못 가게 만들어서 미안하고 또 죄송해요. 많이 바쁘죠?”“안 바빠.”어느새 통화를 마치고 다가온 태하는 다정하게 속삭이며 경신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고 곁에 앉았다.경신은 앞으로 또 언제 기억을 잃을지 모르고,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게 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더 이상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참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가 감사하고 사랑스러울 때마다 아낌없이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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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악녀와 마녀가 질척질척]

JJ 엔터테인먼트 휴게실은 모여든 연습생들과 스태프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로 시장통처럼 난리법석이었다.온몸을 파르르 떨던 현수는 도저히 정신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숙소에 혼자 처박혀 있다가는 당장 술이라도 진탕 마셔버릴 것 같아 도망치듯 기어 들어온 곳이 바로 이 휴게실이었다.[그 T.K. 소문 들었어? MH 대표와 연인이래! 게다가 둘 다 카리스마가 장난이 아니던걸?][우리 사장님이 그렇게 대놓고 의식하면서 친절하게 구는 거 처음 봤다고 관계자들 사이에서 난리도 아니야.][DY랑 현수 씨는 진짜 복 터졌지. 지금 곡도 어레인지해 주고 후속곡도 T.K.가 직접 작곡해 준다고 했으니까 말이야.][잘하면 대한민국 최초 듀엣으로 미국 진출까지 노려볼 수도 있대.]이토록 찬란한 황금기에 도윤과의 사이를 제 손으로 어그러뜨려 버렸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속에서 절로 울컥 감정이 치밀어 올라 또 눈물이 터진 현수였다. 거칠게 손등으로 눈물을 훔쳐내며 한숨을 흘렸다.내가, 내 손으로 다 망친 걸까.휴게실 문틈으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들을수록 후회의 칼날이 심장을 파고들었다. 기괴하게도 소속사 구석구석마다 현수와 도윤이 잘될 거라며 시샘 섞인 부러움을 보내는 이야기뿐이었다.“안녕하세요. 잠시 실례할게요.”현수가 가면 같은 미소를 활짝 지으며 휴게실 안으로 들어서자, 대기하던 무리가 우르르 몰려들었다.“어머, 언니 오셨어요? 여기 앉으세요!”“현수 언니! 좋으시겠어요! 이제 곧 쇼케이스죠?”“DY 님하고 완전 꽃길만 걷게 되셨네요. T.K.랑은 혹시 개인적으로 친하세요?”“언니, 다이어트 대체 어떻게 하시는 거예요? 진짜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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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나쁜 여자라도 위로는 필요해]

극비리에 종합병원 1인실로 급하게 실려 온 현수는 온갖 응급 검사를 마치고서야 간신히 병상에 누웠다. 이 무거운 침묵이 감도는 병실 안에 들어온 사람은 현수를 제외하고 최훈 홍보실장과 서정민, 그리고 서정우 사장뿐이었다.짝! 짝!정적이 흐르던 방 안을 찢고 서정우의 거친 손바닥이 정민의 양쪽 뺨을 연속으로 후려쳤다.그 살벌한 파열음에 현수는 숨이 멎을 듯 입을 떡 벌렸고, 최훈 역시 흠칫 놀라며 슬그머니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소리가 얼마나 살벌하 공포감을 주는지, 병상에 누운 현수는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했다.“행동 똑바로 하라고 했지.”서정우의 서늘한 한마디가 내리꽂혔지만, 정민은 그저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거세게 뺨을 맞아 몸이 크게 휘청거렸음에도 불구하고, 정민은 그리 놀랍지도 않다는 듯 이내 자세를 고쳐 잡고 바르게 섰다.“죄송해요, 사장님.”그 가련한 만류에도 아랑곳없이 서정우는 다시 서슬 퍼런 손을 치켜들었다. 현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지난 10년간 소속사에 있으면서 서정우가 친동생에게 이 정도로 가혹하게 구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이성적이고 냉철한 서정우는 평소 깔끔한 일 처리로 업계에서 유명했다. 그런 그가 동생 서정민의 뺨을 거침없이 내리치는 폭력적인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현수는 몸조리 잘하고.”서정민의 새빨갛게 부어오른 얼굴에서 차마 시선을 떼지 못한 현수는, 자신이 그동안 받아온 냉대가 오히려 다행이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왜 임신을 숨겼냐는 둥, 사장 동생과 왜 싸웠냐는 둥, 자기 관리를 왜 이따위로 하냐는 비난은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서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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