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악녀라고 소문난 서정민이 자신을 어디까지 지켜본 걸까 의문이 들었지만, 기범은 본능적으로 불안한 기색을 지워냈다. 그리고 조용히 와인을 삼키며 정민의 다음 말만을 기다렸다.정민은 입고 있던 후드집업을 거칠게 벗어던지며 기범의 맞은편에 앉아 잔을 들었다. 상의는 아슬아슬한 브라탑뿐이었고, 하의 역시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레깅스 차림이었다.“다 봤다고. 역시 근사했어. 무대에서도, 주막에서도.”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정민의 도발적인 말에 기범은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깊은 새벽이었지만 한남대교 위에는 불빛을 흘리는 승용차들이 제법 오가고 있었다. 오늘따라 뒤숭숭한 기분에 기범은 잔에 담긴 와인을 단숨에 비워냈다.“그래서?”“멋졌다고, 내 남자가.”정민이 접시에 놓인 딸기를 하나 콕 집어 먹으며 어깨를 으쓱였다.기범 역시 그녀를 따라 딸기를 씹으며 속으로 가늠했다.생각보다 정민이 지독하게 집요한 구석이 있다고 여기며, 기범은 제 비어 있는 잔을 다시 채웠다.그 순간, 정민이 소리 없이 다가오더니 기범의 허벅지 위로 자연스럽게 올라탔다. 단단한 기범의 목을 끌어안은 그녀가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쪽, 쪽, 감질나게 기범을 자극하는 손길이었다.“라이브, 정말 대단하던데? 그리고 정말 섹시했어.”기범은 정민의 도발이 괘씸했지만, 그녀가 자신에게 정신이 팔려야 반대로 이용할 수 있기에 의연하게 굴었다.“뭐야, 나 졸졸 쫓아다니는 건가? 시간 많은가 봐?”정민은 기범의 입술에 진득하게 숨결을 불어넣으며 말을 쏟아냈다.“시간 없어. 그냥 호랑이가 날 받아주니 신기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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