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품은 앙큼한 그녀[The Boss and His Sly Baby-Mama]의 모든 챕터: 챕터 131 - 챕터 140

143 챕터

#128. [마성의 천사에게 향한 시선]

5월 초, 드디어 기다리던 대학 축제 당일이 밝았다.경신은 S대학교 관악캠퍼스 한적한 구석, 과 주막 옆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었다. 그녀가 주막에서 팔 안주 재료를 열심히 다듬고 있자, 지나가던 과 친구들이 연신 걸음을 멈추고 인사를 건네느라 주변이 온통 정신이 없었다.“경신아, 진짜 고마워! 넌 좀 쉬어, 아무것도 하지 마.”“경신! 넌 진짜 우리 과의 구세주야! 내가 나중에 밥 무조건 쏠게.”“와, 진짜 대인배··· 넌 그냥 그늘에서 편하게 숨만 쉬라니까?”“오늘부로 너를 국어과 천사로 임명한다!”경신은 요 며칠 내내 동기들과 선후배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중이었다. 들을 때마다 쑥스러워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었지만, 배 속이 동동거리는 것을 보니 아가들은 엄마가 자랑스러운지 꽤 좋아하는 듯했다.사실 축제 준비 기간 내내 지옥의 레이스를 펼치느라 국어과 학생들은 하나같이 피폐하기 짝이 없었다. 다들 4년 내내 한 번도 주막을 열어본 경험이 없다 보니 모든 것이 서툴렀고, 경신을 비롯한 과 학생들 모두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 중이었다.게다가 이번 축제 때는 주막을 신청한 과가 폭증한 데다가, 하필 국어과가 배정받은 자리가 축제 메인 거리에서 한참 떨어진 외진 구석이라 악재도 이런 악재가 없었다.더 최악인 것은 사전 티켓 판매량도 저조한 데다 물가까지 급등해 재료비를 대느라 과 학생회비가 계속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었다.이를 보다 못한 경신이 결국 과에 800만 원이라는 거금을 통 크게 기부해 버렸다. 마침 국어교육과 주막의 슬로건이 『저소득층 굶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자!』이기도 했다.수익의 절반을 좋은 곳에 기부한다는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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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마음을 울리는 기적이 별건가]

JJ 엔터테인먼트 로비에는 항상 택배와 배달 물품이 산을 이루었다. 회사의 규모가 워낙 거대한 대기업이다 보니 일반적인 우편물이나 퀵 서비스만 해도 원래 상당한 양이었다. 게다가 소속 연예인 앞으로 전국 각지의 팬들이 보내오는 편지와 꽃, 음식 선물까지 매일 쏟아져 입구에는 이를 따로 분류하고 관리하는 전담 인력까지 상주할 정도였다.그런데 오늘 이례적으로, 배달된 특별한 물품을 직접 수령하기 위해 서정민이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다.“다들 수고가 많으세요.”무대 의상과 메이크업까지 완벽하게 마친 상태라 한눈에 봐도 바빠 보이는데, 퀵 서비스를 직접 받으러 내려온 탑스타의 등장에 물품 관리자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급히 달려왔다.“직접 내려오시다니요. 숙소나 대기실로 바로 올려다 드리려 했습니다.”“제가 워낙 기다리던 거라서요.”서정민은 탐스러운 장미꽃 100송이가 꽂힌 바구니와 그사이에 놓인 작은 쇼핑백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향기로운 꽃내음을 맡으며 다시 위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그녀는 이내 호기심을 참지 못했다.“아, 궁금해서 못 참겠네.”쇼핑백 안을 슬쩍 보니 주먹만 한 정사각형 물건이 예쁘게 포장되어 있었다. 정민은 바구니를 잠시 내려놓고 그 자리에서 포장을 뜯어내다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어머, 영양제잖아? 하하!”꽃바구니 속에는 그 흔한 카드 한 장 없었지만, 누가 보낸 물건인지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오늘 아침에 받았던 문자 한 통이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다.[오늘 15시 로비에 퀵 서비스 도착 예정. 하루에 세 번 섭취할 것. 다 먹었을 때 연락 바람. -tigre]티그레(t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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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눈을 감으면 그대가 보여]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들고 있어도 경신은 오로지 음악 속에만 머물러 있었다.비가 온 탓에 관객은 많지 않았다. 워낙 지나다니는 인원이 적었기에 과 학생들이 전부였다. 비 오는 날의 추억이라니. 그녀의 머릿속에는 그저 빗방울처럼 흐릿하게 흩어지는 기억들뿐이었다.피아노 앞에 앉은 경신의 손가락이 건반을 누르자, 오늘 하루의 실망감이 선율 위로 툭툭 흘러내렸다.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려 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 폭우처럼 쏟아지는 허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그녀는 차라리 이 눅눅한 감정을 그대로 연주하기로 했다. 쓸쓸함은 가느다란 떨림으로, 허무함은 깊은 공허함으로 변주되었다. 기대가 무너진 자리에 남은 것은 위로가 필요한 외로운 음표들뿐이었다. 마치 빗물에 번진 수채화처럼, 선율은 빗속으로 아스라하게 퍼져나갔다.마지막으로 에스트렐라의 멜로디를 나지막이 울려내었다. 연주가 이어지는 동안 경신의 해묵은 감정들도 조금씩 씻겨 내려갔다. 성공이 그리 쉬울 리가 없다. 그것은 가시밭길을 걷는 것처럼 지난하기에, 마침내 도달했을 때의 빛이 더욱 찬란한 법이니까. 하늘이 무심하다고 원망할 시간조차 아까웠다. 쏟아지는 빗방울 하나조차 놓치기 싫은 듯, 경신은 온전히 지금 이 순간의 호흡에 집중했다. 연주가 깊어질수록 마음의 응어리가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빗소리가 자아내는 천연의 선율에 몸을 맡긴 채, 그녀는 마침내 평온한 미소를 지었다.Umm Umm경신의 뒷주머니에서 나직한 진동이 울렸다. 평소엔 그저 시계 대용으로만 쓰던 핸드폰이 울리는 건 지극히 드문 일이었다. 연주를 멈추고 제 정신을 찾아갈 때쯤 왼손 약지에 걸린 반지가 은은한 주막의 불빛을 반사하며 애틋하게 반짝였다.설마 하는 대담한 예감이 스쳤다. 즉시 음악을 멈추고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묘한 직감은 언제나 비껴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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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그 남자를 길들이는 법]

다음 날, 비는 여전했다.경신은 주막을 열기 전 낮 시간을 이용해 혼자 우산을 쓰고 교정 여기저기를 거닐며 축제 현장을 눈에 담았다.사회가 아닌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머무는 학생이라는 것. 아직 품을 수 있는 꿈이 있다는 것. 그리고 세상을 채 다 알지 못한다는 것.수십 년의 세월을 몇 번이나 거쳐온 경신의 깊은 눈에, 싱그러운 그 젊음은 한없이 눈부시게만 비쳤다.경신은 다른 과의 주막들을 찬찬히 구경하기도 하고, 솜사탕이나 와플 꼬치를 파는 가판대 앞을 서성거리기도 했다. 아직 가시지 않은 입덧 탓에 섣불리 무언가를 삼키기가 조심스러워 그저 눈으로만 달콤함을 즐겼다. 홀로 마주하는 축제였지만, 제아의 호들갑스러운 걱정과 달리 경신은 그저 평온하고 즐거웠다. 빗방울이 자아내는 특유의 정취도 제법 낭만적이었고, 건물마다 실내에서 흘러나오는 활기찬 소음들을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들떴다.실내 강당에 마련된 일일 찻집이나 디저트 카페는 테이크아웃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며 활기가 넘쳤다. 각 동아리에서 준비한 다채로운 공연들도 실내에서 진행된 덕에 그야말로 대흥행을 기록하고 있었다.전생에 경신은 인생을 즐길 여유가 없었기에 이번이 그녀의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누리는 축제일지도 몰랐다. 남은 학점을 모두 이수하고 졸업을 맞이하면, 출산을 거쳐 완전히 새로운 삶의 궤도에 진입하게 될 터였다. ‘어디 보자, 체육관에서 하는 기범이 공연만 구경하고 주막으로 돌아가야겠다.’주막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친구들을 떠올린 경신은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한 뒤, 축제의 마지막 코스로 발길을 옮겼다.이미 본 공연이 시작되었는지, 체육관은 쿵쾅거리는 비트와 함께 건물 전체가 들썩이는 듯했다. 오롯이 팬의 입장으로 연예인의 무대를 관람한다는 것 역시 전생에서는 상상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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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The Universe, 내 세상에 불쑥 나타난 너]

 무대가 코앞인데 기범이 타이를 풀어 젖히자, 옆에 있던 코디가 화들짝 놀라며 기범에게 다가왔다.  “호랑님, 왜 그래요?” “이걸로 바꿔 주세요.” 그녀가 짠 가벼운 판에 온전히 놀아나 줄 생각은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정민이 자신을 향해 뻗치는 그 발칙한 소유욕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네 우와! 구하기도 힘든 명품 타이네요. 안목 좋다.” 기범은 미소를 지은 채 목을 코디에게 내밀었다. 이 정도 정민의 애교는 안 받아 줄 이유가 없었다.  타이를 코디가 멋스럽게 매어 주는 동안 기범은 생각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자신에게 접근한 정민이었다고 해도 기범은 결코 그녀와 같은 마음은 아니었다.  코디가 타이를 다 매어 주고 난 뒤 자리를 떠나자 기범은 핸드폰을 열었다. 바로 정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연결음이 기가 차게도 에스트렐라의 노래였다. 그것도 기범이 부르는 파트라니. 제 목소리를 남 핸드폰에서 들으니 기범의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쪽, 뭐야?” - 어머, 우리 자기네. 선물은 마음에 들어? 기범은 작게 콧바람을 내뿜고는 정민을 향해 말했다.  “목줄?” -하하, 거슬렸나? 저 멀리 무대밖에 앉아있을 경신을 생각하며 기범은 전화기 너머에 있는 정민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협박도 귀엽게 하긴.”  주변에 무대로 올라가는 순서가 어떻게 되나 대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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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기적처럼 펼쳐진 너의 선율]

5월의 어느 봄날 밤, 어제와는 전혀 다른 질감의 음악이 캠퍼스 곳곳으로 아스라이 퍼져나갔다.세상 어디에서도 연주된 적 없는, 오직 서로에게 깊이 마음을 나눈 이들만이 자아낼 수 있는 기적 같은 선율이 울려 퍼졌다. 사랑에 빠져있다는 달콤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그 아름다운 음률이 대지를 적시는 빗소리와 어우러져 교정을 아늑하게 메워갔다.건반을 누르고 기타 줄을 튕기는 순간에도 두 사람의 시선은 서로에게서 단 한 순간도 멀어지지 않았다. 밀려드는 애틋함에 스며들듯, 둘은 호흡을 맞추며 멈춤 없이 연주를 이어갔다.국어과 주막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오늘따라 유독 기묘한 아우라를 품고 있었다. 듣는 이가 늘어날수록 찾는 발길은 더욱 분주해졌고, 빗속을 뚫고 퍼지는 음악 소리 또한 점점 청아하게 스케일을 키워갔다. 경신과 태하가 둘만의 세계에 빠져 황홀한 2중주를 펼치는 동안, 주막 주변은 눈이 멀 만큼 화려하게 탈바꿈하는 중이었다. 마호는 이미 봉선규를 비롯해 태하가 대동하고 온 전문 인력들과 함께 주막 주변을 완벽하게 정비했다.“봉 실장. 역시 태하의 스케일은 우리가 감히 따라갈 수가 없네.” “경신 양의 연주가 학교 전체에 더 웅장하게 울려 퍼지겠어요.”태하가 홍콩에서부터 수소문해 의뢰한 국내 최고 수준의 음향 전문가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앰프와 스피커에 꼼꼼한 방수 작업을 마친 그들이 경신의 연주를 방해하지 않으며 순식간에 시스템을 구축해 낸 것이다.전문가들의 손길은 차원이 달랐다. 지금까지의 간이 앰프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최고 사양의 음향 장비가 갖춰지자, 경신이 치던 곡은 완전히 새로운 생명력을 얻은 듯 한층 더 고아하고 웅장하게 대기를 울렸다.그뿐만이 아니었다. 대형 방수 천막과 세련된 파라솔들이 일사불란하게 자리를 잡았다.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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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하얀 거짓말은 멈춰야 할 순간]

에스트렐라는 마치 자신들의 단독 콘서트를 치르듯 30분 동안 무대를 치열하게 집어삼켰다.그 파급력은 대단했다. 경신의 주막은 순식간에 입소문을 타고 번져 발 디딜 틈도 없이 인파가 몰려들었다. 거센 빗줄기는 여전했으나, 우산을 받쳐 든 채 멀리서나마 에스트렐라를 눈에 담으려는 학생들로 주막 일대는 그야말로 난리가 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그 덕에 축제 기간 내내 꾸역꾸역 쌓아 두었던 주막의 모든 재료가 기적처럼 전량 소진되었다. 국어과 학생들은 본래 조를 짜서 당번제로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밀려드는 인파에 비상 연락을 돌려 총출동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화야가 수학과 아이들까지 대거 이끌고 나타나 서빙과 설거지를 자처하며 국어과 주막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었다.폭풍 같은 한바탕 소동이 지나간 후에야, 경신과 태하는 비로소 온전한 둘만의 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새벽 2시가 깊은 후에야 주막의 천막이 굳게 닫혔다.쏟아지는 빗속이지만 우산을 쓰고 교정을 걸어 돌아가겠다는 경신의 제안을, 태하는 겨우 만류했다. 밤바람에 그녀가 감기라도 걸릴까, 혹여 피곤치 않을까 염려스러웠던 터라 그는 조용히 차를 몰아 드라이브를 택했다.경신은 태하의 다정한 배려 속에서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과분하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태하 씨, 꼭 제 인생 전체를 통틀어 가장 찬란한 축제를 맞이한 기분이었어요. 이렇게 내 앞에 기적처럼 나타나 줘서 고마워요.”태하는 대답 대신 깊고 아늑한 미소를 지으며 차를 조용히 운동장 한편으로 굴렸다. 마침 그곳은 과거 태하가 경신에게 영원의 반지를 건네며 다정하게 기타를 연주해 주었던, 두 사람만의 의미 깊은 장소였다.차가 완전히 멈춰 서고, 이내 나직한 엔진음과 함께 시동이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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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나는 아이를 가진 여자입니다]

고백.그 달콤하고 찬란해야 할 단어가 오늘 밤 경신에게는 이토록 무겁게 다가올 수가 없었다.창밖으로 주룩주룩 내리는 빗줄기만큼이나, 그녀의 가슴속에도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이 일렁이며 차올랐다.경신의 눈앞에 태하가 있었다. 이 완벽한 남자에게, 경신은 지금 생애 가장 커다란 고백을 건네는 중이었다.좋아한다거나 마음을 받아달라는, 흔하디흔한 연애의 속삭임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죄인처럼 용서를 구하는 고백 또한 아니었다.하지만 이미 영원의 반지를 받았고 마음과 몸을 모두 나누었는데, 다음에 만났을 때 배가 불러온 자신을 마주한다면 태하가 느낄 충격은 얼마나 클 것인가.이번 생의 연애는 모든 게 처음이라, 경신은 그저 눈앞의 달콤함을 온전히 즐기고 싶었을 뿐이었다.오늘만 해도 태하는 경신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주막의 성공을 서포트해 주었다. 이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오직 그녀를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비행기에 몸을 실은 남자였다. 그리고 불과 몇 시간 후면 다시 국경을 넘어 멀어질 사람이기도 했다.반지를 건넨 여자가 이미 임신 중이고, 그 아이가 그의 핏줄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면 마땅히 알려야 했다. 사실 많이 늦은 고백이었다. 하지만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언제나 가장 빠를 때가 아니던가.경신은 떨리는 두 손을 아랫배에 얹었다. 아가들에게 용기를 빌려달라 나직하게 선포한 뒤, 마침내 굳게 닫혀 있던 말문을 열었다.“태하 씨, 나는 지난 2월 28일 병원에서 눈을 떴을 때······ 현생의 기억을 전부 잃은 상태였어요. 오직 전생의 기억만 간직한 채, 내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마주했죠.”태하는 고요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경신의 다음 말을 묵묵히 기다려주었다.“그러니까, 지금 이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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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너무 솔직한 여자와 지켜보는 남자]

혹시나 했던 예감이 현실이 되자 경신의 마음 한편이 아릿하게 저려왔다. 그녀는 애써 태하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 차분히 입을 열었다.“괜찮아요.”“······뭐?”경신은 태하의 품에서 몸을 떼어내며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태하 씨는 창창한 미래가 있는 사람인데, 발목 잡기 싫어요.”스물다섯, 앞날이 눈부신 태하에게 임신은 분명 거대한 부담일 터였다. 그의 사과 역시 그런 뜻일 거라 확정 지은 경신은 제 할 말을 쏟아냈다.“집안에서 정해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 날 떠나도 괜찮아요. 아기는 부담 갖지······.”“그만.”태하가 낮게 으르렁거리며 경신의 말을 가로막았다. 놀란 경신이 눈을 동그랗게 뜨기도 전에, 태하의 커다란 두 손이 그녀의 뺨을 거칠게 감싸 쥐었다. 이내 거칠면서도 다정한 입맞춤이 밀려들었다.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어 호흡이 사정없이 엉켰다. 입술을 떼어낸 태하는 잔뜩 가라앉은 눈으로 속삭였다.“Siento haberte tenido que preocupar todo este tiempo(그동안 혼자 힘들게 해서 미안해).”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멍하니 바라보는 경신을 향해, 태하는 혹여 그녀가 또 상처받을까 다급하게 말을 이어갔다.“2월 28일부터 다 알고 있었어.”태하의 깊은 눈동자가 흔들렸다.“태하 씨, 그럼 진작 알면 안다고·····&m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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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악당들의 달콤한 밤]

천하의 악녀라고 소문난 서정민이 자신을 어디까지 지켜본 걸까 의문이 들었지만, 기범은 본능적으로 불안한 기색을 지워냈다. 그리고 조용히 와인을 삼키며 정민의 다음 말만을 기다렸다.정민은 입고 있던 후드집업을 거칠게 벗어던지며 기범의 맞은편에 앉아 잔을 들었다. 상의는 아슬아슬한 브라탑뿐이었고, 하의 역시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레깅스 차림이었다.“다 봤다고. 역시 근사했어. 무대에서도, 주막에서도.”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정민의 도발적인 말에 기범은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깊은 새벽이었지만 한남대교 위에는 불빛을 흘리는 승용차들이 제법 오가고 있었다. 오늘따라 뒤숭숭한 기분에 기범은 잔에 담긴 와인을 단숨에 비워냈다.“그래서?”“멋졌다고, 내 남자가.”정민이 접시에 놓인 딸기를 하나 콕 집어 먹으며 어깨를 으쓱였다.기범 역시 그녀를 따라 딸기를 씹으며 속으로 가늠했다.생각보다 정민이 지독하게 집요한 구석이 있다고 여기며, 기범은 제 비어 있는 잔을 다시 채웠다.그 순간, 정민이 소리 없이 다가오더니 기범의 허벅지 위로 자연스럽게 올라탔다. 단단한 기범의 목을 끌어안은 그녀가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쪽, 쪽, 감질나게 기범을 자극하는 손길이었다.“라이브, 정말 대단하던데? 그리고 정말 섹시했어.”기범은 정민의 도발이 괘씸했지만, 그녀가 자신에게 정신이 팔려야 반대로 이용할 수 있기에 의연하게 굴었다.“뭐야, 나 졸졸 쫓아다니는 건가? 시간 많은가 봐?”정민은 기범의 입술에 진득하게 숨결을 불어넣으며 말을 쏟아냈다.“시간 없어. 그냥 호랑이가 날 받아주니 신기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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