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하는 지금 제 곁에서 재잘거리는 경신의 고운 목소리를 만끽하며, 매 순간 가슴 깊이 감사함을 느끼는 중이었다.조금 전 기범으로부터 [스페인 여신], [마녀], [악녀] 같은 묘하게 이번 경신 사건과 관련되어 있을 법한 아이디를 가진 자들에 대한 보고를 들었던 터라 더 간담을 쓸어 내렸다.현재 실종된 현수와 정민의 상황도 인간적으로는 안타까웠지만, 사람은 본디 이기적인 존재라 그런지 태하에게는 오직 경신이 겪은 고통이 훨씬 크게 다가왔다.지금 태하는 사찰 뒤편, 키 큰 침엽수들이 울창하게 우거진 숲 공터에서 경신과 함께 산림욕을 즐기고 있었다.그곳에서는 꼬물이들과 반야, 그리고 반야의 짝이 신나게 들판을 뛰어다니고 있었고, 경신은 따뜻한 차를 마시며 작은 나무 벤치에 태하와 나란히 앉아 숲의 풍경을 감상했다.세상을 평온하고 온화한 눈으로 바라보는 경신이 옆에 있자, 태하는 이 순간이 마치 천국에 온 듯 그저 행복하기만 했다.부드럽고 따스한 입맞춤을 나눈 둘은 비로소 주변의 울창한 나무들을 제대로 둘러보게 되었다."풍경이 좋네.""태하 씨가 옆에 있고 비가 그치고 나니까, 산이 이제야 제대로 눈에 들어오네요."태하가 가만히 바라보자, 경신은 문득 그때 생각이 났는지 손이 자연스럽게 배 쪽으로 향했다.경신은 제 배를 토닥이며 고개를 숙이더니, 마치 아이들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저 깊은 산속에 있는 동안 혼자라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어요. 아이들과 강아지들이 큰 힘이 되어주었거든요. 절망감이 밀려오고 아기들을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했는데, 오히려 그래서 꼭 살아남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태하 역시 손을 뻗어 경신의 배를 살며시 문질러 주었다. 자신의 손바닥에 톡톡 튀는 미세한 태동이 전해져 오자, 태하는 벅찬 감격에 다시 그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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