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아기를 품은 앙큼한 그녀[The Boss and His Sly Baby-Mama]: Bab 211 - Bab 220

231 Bab

#208. [착각과 진실 속에 찾아온 방문객]

서정우와 도윤은 병원 구내식당에 와서 일반 정식을 시킨 뒤 자리를 잡고 앉았다. 도윤도 그렇고 서정우 역시 유명인이지만 병원이라는 특수성이 작용했는지 이곳을 이용하는 일반인과 의료진들은 접근은 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사건을 접해서인지 서로 배려하는 문화가 병원에서만큼은 지켜져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하얀색 그릇에 흑미밥, 불고기와 시금치무침, 배추김치 등 정갈하게 반찬이 그 둘 사이에는 있었다. 국그릇에 담긴 미역국도 홍합이 들어가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둘은 수저를 먼저 들었다. 식욕이 돋지 않는 표정의 서정우는 그래도 도윤부터 챙겼다. “도윤아, 뭐라도 먹어.” “네, 사장님.” 도윤은 이 와중에 일어나 물컵에 물을 담아 서정우에게 갖다 주었다. 주변 사람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연예인답게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인사에 표정으로 응답은 해 주었다. “······의사 선생님이 좋은 말씀 해 주셨어.” “그럼요. 일어나기만 하면······.” 도윤은 울컥했는지 말을 삼키며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먹었다. 먹는 것인지 시늉을 하는 것인지 제대로 식사가 안 될 듯 그는 숟가락만 든 채였다. “······후회뿐이다. 이 인생이 참······.” “······저도요.” 도윤은 서정우를 바라보며 그 역시 숟가락으로 휘휘 미역국만 젓고 있을 뿐 식사를 제대로 못 하고 있었다. 그러나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허리를 펴며 다시 식사하기 위해 밥을 한술 떴다. “사장님, 실은 정말······ 어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고만 싶었어요. 다 끝내고만 싶었는데······.” “도윤아,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숟가락을 놓던 서정우는 눈을 부라리며 도윤을 바라보았다. 도윤은 의연하게 울먹거리지도 의기소침하지도 않게 당당한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누가 그러더라고요. ······그러지 말라고······.” 서정우는 지금 도윤이에게 무슨 소리냐고 호통을 치고 싶었지만, 그가 끝까지 말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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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악녀, 마녀. 잘 들어!]

병실 한가운데 놓인 동그란 테이블 주위로 경신과 태하, 그리고 기범이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기범은 지금 혼란스러웠다. 역시, 정민은 나쁜 마녀 닉네임 만큼이나 악행을 저지른 게 분명해 보였다.그러니 그 선량하고 마음 여린 경신이 이렇게 차갑게 굴고 있지 않겠는가. 경신은 환자복 주머니에서 정갈하게 봉해진 지퍼백 두 개를 꺼냈다. 그 안에는 반듯하게 접힌 종이가 나누어 담겨 있었고, 그녀는 그것을 테이블 위에 가만히 내려놓았다.대체 저 종이가 무엇이기에 이 무거운 병실까지 들고 온 것인지, 불길한 예감이 온몸을 감쌌다.지퍼백 투명한 비닐 너머로 보이는 종이는 화선지였다. 그 위에는 붓펜으로 정갈하게 적힌 글씨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글귀의 끝자락만 얼핏 보일 뿐이라, 내용을 확인하려면 고개를 바짝 숙여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할 만큼 빼곡한 분량이었다.물에 젖거나 쉽게 찢어질 수도 있고, 자칫 훼손되거나 분실될 위험이 있는 귀한 종이일 텐데, 경신이 이를 이토록 무심한 듯 불쑥 들고 나타나자 기범은 멍하니 그 종이만 바라볼 뿐이었다.태하는 서늘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기범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경신을 향해 낮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사과를 건븠다.“경신, 내가 너무 날카롭게 굴었어.”“아니에요. 충분히 이해해요.”경신의 나지막한 대답에 태하의 서늘했던 표정이 순식간에 세상 가장 다정한 빛으로 풀어졌다. 그는 경신의 어깨를 조심스레 쓸어내려 주었다.경신은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뜨며, 제 어깨를 감싸 안은 태하의 따스한 손을 살며시 겹쳐 잡았다. 조금 전 두 남자 사이에 오갔던 날 선 기류를 중간에서 부드럽게 누그러뜨리려는 다정한 배려였다.“···&mid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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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내 남자의 보호가 아직은 필요하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경신은 격앙된 마음을 정돈했다.현수와 정민은 게시판에 나라는 사람의 험담을 적어 내리며 과연 행복했을까.결국 그 악의의 끝에 남은 것이 이토록 참혹한 몰골인데, 저들은 지금 이 순간 자신들의 영혼 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전생과 현재를 통틀어 이 두 사람이 제 삶에 끊임없는 고통을 끌어들인 원인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었다.누군가를 질투하고, 뒤에서 험담을 나누며, 타인의 악의를 부추기는 일.둘만 모여도 누군가의 삶을 수군거리는 그 무심한 재미를 경신인들 왜 모르겠는가.두 사람은 게시판에 험담을 올리고 페넬로페에게 정보를 제공하며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키웠지만, 결국 그 대가로 스스로의 삶을 가혹하게 단죄받은 셈이었다.얼굴을 감싸 쥐었던 손을 내린 경신은, 두 사람이 적어 내린 자필 반성문을 조심스레 들여다보았다. 화선지 한 장을 빽빽하게 채운 글귀 속에는 처절한 속죄의 언어들이 눌러 담겨 있었다.[······이것으로 제 삶의 마지막은 경신 양을 위해 바치겠습니다. 죗값을 치르는 심정으로, 경신 양과 태하 님을 그 험한 산속에서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그동안 삐뚤어진 질투심과 악의로 경신 님을 사지로 몰아넣었습니다.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 뒤에 숨어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었습니다. 저 역시 속죄하는 마음으로 산으로 향하겠습니다.]현수와 정민도 마침내 후회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늘했던 글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자, 경신의 마음을 어지럽히던 분노와 격앙된 감정도 점차 가라앉았다.공포에 쫓기면서도 자신과 태하의 안위를 걱정해 목숨을 걸고 산으로 뛰어들었던 그들이었다.두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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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어쩌면 좋지? 고민되네]

절대 퇴원해서는 안 된다며 몇 번이고 신신당부를 거듭하던 마호가 돌아간 뒤에야, 늦은 저녁 식사가 조용히 시작되었다.경신의 밥 위로 태하는 따스한 불고기 한 점을 가만히 얹어주며 그녀가 입을 열 때까지 고요히 기다렸다.경신이 밥과 고기를 한 숟가락 삼키자, 이번에는 정갈하게 졸여진 콩자반 세 알을 숟가락 위에 가만히 올렸다. 그것마저 오물거리며 삼키기가 무섭게, 태하는 다시 아삭한 숙주나물을 집어 밥 위에 살포시 얹어주었다.“저기요, 태하 씨. 나 사지육신 다 멀쩡하거든요? 지금 나 밥 제대로 먹나 안 먹나 감시하는 중이죠?”“맞아.”태하는 깊은 숨을 삼키며 옆에 놓인 잔을 들어 물을 길게 마셨다.스페인 국적을 지닌 데다 그 뒤에 견고한 거물급 배경이 있다고는 하나, 명확한 범죄 정황과 혐의가 존재함에도 불구속이라니. 경신의 가슴속에서는 서늘한 한숨만이 짓눌려 나왔다.“태하 씨도 물만 마시지 말고 밥 드세요.”“그래, 먹어야지.”경신은 말 대신 이번엔 자신이 직접 불고기를 크게 집어 태하의 숟가락 위에 올려주었다.태하는 낮게 피식 웃으며 그것을 한입에 삼키고는 경신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잘 드시네요. 자, 이번에는 콩자반이에요.”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태하는 조용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경신의 눈치를 살폈다.실상 경신은 입맛이 완전히 달아난 듯 먹는 속도가 현저히 느렸고, 태하가 곁에서 챙겨주지 않았다면 한 숟가락도 뜨지 못했을 만큼 마음의 무게에 눌려 있었다.악인 때문에 이런 고통을 짊어져야 하는 걸까. 현수와 정민은 물론이고, 기범과의 인연 탓에 겪어야 했던 수모와 페넬로페의 광기까지. 이 현실이 씁쓸해 경신의 가슴은 베인 듯 쓰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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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눈부신 선율에 비친 그림자]

경신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배 속의 아기들을 위해서라도 당분간은 몸을 사리고 신중해야 할 시기임은 분명했다.태하도 거듭 말렸지만, 눈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아픈 아이를 보니 같은 부모가 된 심정으로 쉽게 외면할 수가 없었다.한 걸음, 두 걸음 소년에게 천천히 다가간 경신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몸을 낮추었다.“내 피아노 연주를 좋아해 줘서 고마워.”“저도 피아노 배워서······ 흑흑, 누나처럼 꼭 멋지게 연주하고 싶어요.”누군가가 자신의 음악을 이토록 간절히 기다려 왔다니, 그리고 그 음악이 한 아이의 생명력에 자그마한 기적을 일으켰다는 사실.그것만으로 경신이 내릴 수 있는 답은 이미 하나뿐이었다.“그럼, 병원 치료 잘 받고 힘든 순간이 와도 엄마 말씀 잘 듣기로 약속하는 거다?”“네! 고맙습니다!”순간 소년의 젖은 얼굴 위로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아이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씩씩하게 외쳤다.경신은 몸을 일으켜 태하와 경호원들을 향해 방긋 웃어 보였다.“태하 씨, 오늘 피아노 잠깐만 칠게요. 딱 한 곡만요.”“사람들이 단번에 알아볼 텐데.”태하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며 경신을 바라보았다. 내키지 않는 기색이 여전히 역력했다.하지만 눈앞의 아이가 자꾸만 마음에 걸렸던 경신은, 아무 일 없을 거라는 듯 다정한 눈빛으로 태하에게 다시금 동의를 구했다.“아주 잠깐이면 돼요.”“······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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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행복을 저주하는 못난 마음]

수많은 인파 속에서 스페인어로 서늘하게 중얼거리던 여성은 공기처럼 희미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었다.단정한 단발머리에 평범한 청바지와 흰 티셔츠, 그리고 무채색의 회색 점퍼.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은 잘나지도 곱지도 않아, 지나치면 금세 잊힐 만큼 지극히 무난했다. 그 티 나지 않는 희미함 뒤에 숨어 그녀는 나지막이 말을 내뱉고 있었다. “¿Por qué eres el único que está feliz?(왜 너만 이렇게 행복한 걸까?)”지나가는 누구의 귀에도 닿지 않는 작고 고요한 읊조림이었으나,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섬뜩할 정도로 날카로웠다.“Quiero morir. Te mataré a ti y también a mí(죽고 싶어. 널 죽인 다음에 나도 죽어버릴 거야).”그 소리가 하도 나지막하여, 그 내용이 이토록 악의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Me duele mucho que parezcas tan feliz(너만 행복해 보여서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누군가는 그저 경신의 아름다운 선율에 감동하여 울컥한 것이라 여겼겠지만, 그것은 뼈를 깎는 저주나 다름없는 지독한 읊조림이었다. “Tu presencia es insoportable. Cosas como tú tienen que desaparecer rápidamente(네 존재 자체가 참을 수가 없어. 너 같은 건 하루빨리 사라져 버려야 해).”급기야 그녀는 입가에 기괴한 미소를 머금은 채 조용히 손뼉까지 쳤다. 감탄과 찬사가 가득한 선율 속에 끔찍한 저주를 녹여내며 웃음을 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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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돌고 돌고 소름 돋는 인연의 굴레]

화장실에 들어선 경신은 먼저 볼일부터 보았다. 임신 중이라 그런지 수시로 배가 뭉치고 화장실을 찾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단순히 화장실 한 번 다녀오는 일조차, 마치 5박 6일 해외 출장이라도 보내듯 애틋하게 구는 태하의 태도를 생각하면 민망함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그래도 친한 친구인 화야가 바로 뒤에 밀착해 수호신처럼 동행해 준 덕분에 마음이 한결 놓였다.“우리 건물주님은 보살님을 정말 아끼시나 봐요. 세상에 둘도 없을 진정한 사랑꾼이시라니까요.”세면대 앞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태하를 향한 흐뭇한 덕담이 오갔다. “화야, 그건 그래. 나도 그래서 행복해.”“앞으로 보살님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인간들이 더 늘어날 거예요. 그럴수록 늘 당당하게 이겨내셔야 해요.”“내 인생 최고의 덕담이다. 고마워, 화야.”경신과 화야는 거울 속 서로의 눈을 맞추며 환하게 웃었다. 세면대에서 흐르는 물에 손을 씻어내던 그때였다.화장실 안에 있던 다른 이용객이 나가고, 문이 열리며 슈트 차림의 건장한 여성이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칸막이 안쪽에 서 있던 푹 눌러쓴 모자 차림의 여성이 고개를 숙인 채 밖으로 나왔다.그녀 자연스럽게 경신의 바로 옆 세면대에 서서 수도꼭지를 틀었다. 바로 그 순간.“윽······!”경신의 배가 밑을 찌르는 듯 지독하게 틀어잡혀 왔다.온몸의 털을 곤두서게 만드는 지독한 살기와 저주에 찬 기운. 경신은 굳어진 채 옆자리의 여자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직감이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이런, 설마··&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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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머리가 아주 좋은 든든한 아군]

페넬로페는 칼을 내밀며 천천히 경신의 앞으로 다가왔다.화장실 형광등 조명을 받아 번뜩이는 날카로운 칼날이 화장실의 폐쇄된 공기를 서늘하게 갈라놓았다. 두 눈을 기괴하게 번들거리는 그녀의 얼굴에는 인간으로서의 이성이나 죄책감 따위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지독한 망상과 살기만이 가득했다.“풉! 너희 둘 다 여기서 송장이 되어 나가고, 나도 빌고 또 빌어서 다음 생을 기약하면 돼! 아주 간단하잖아, 하하하!”페넬로페는 광기에 사로잡힌 채 칼을 휘두르며 한 걸음씩 다가왔다. 흥분으로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이미 완벽한 환상과 굴레 속을 헤매는 미치광이 그 자체였다. 그녀가 발을 디딜 때마다 타일 바닥을 구르는 구두굽 소리가 경신의 심장을 죄어왔다.경신은 얼른 화야부터 구출해 밖으로 내보내고 싶었다. 자신이 임산부의 몸일지언정, 그동안 자신을 위해 온몸을 던져준 소중한 친구를 방패막이로 쓸 수는 없었다. 경신의 숨소리가 가빠졌지만, 눈빛만큼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잃을 게 있는 사람이잖아, 페넬로페! 널 스페인에서 거둬 키워준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정신 차려!”“그 사람들도! 결국 날 이용했을 뿐이야! 진짜 부모도 아닌걸! 태하 씨도 그럴 테고!”슬픔과 지독한 원망, 그리고 왜곡된 피해의식이 뒤섞인 목소리였다. 페넬로페가 칼끝을 경신의 가슴팍과 배를 향해 정확히 겨누며 고함을 질렀다.“그러니까 내가 너를 죽이고! 네 친구도 죽이고! 태하 씨까지 죽여서, 전부 다 원래대로 되돌려 놓겠다고······!”“조용히 못 해? 이 망할 년이!”갑자기 엎드려 있던 화야가 칼을 든 경호원의 손을 겁도 없이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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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낙원을 탐낸 패배자에게 철퇴를]

태하는 화장실 안으로 폭풍처럼 들이닥쳐 경신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두 눈을 꽉 감는 그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하마터면 바로 눈앞에서 경신과 아이를 영영 잃을 뻔했다.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의 극심한 공포가 온몸의 소름으로 돋아났다.경찰이 위치 추적 결과를 바탕으로 화장실 내부에서 신고 전화가 켜진 채 두 여성이 범죄자와 대치 중이라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당장 여성 전담 경호원부터 붙였어야 했는데, 자신의 안일함에 대한 뼈아픈 후회가 밀려들었다.“경신, 미안······.”“태하 씨, 미안하다고 하지 마세요. 잘못은 저 미친 범죄자가 한 걸요. 그리고 무엇보다 화야 덕분에 살았어요.”태하는 현장으로 달려오는 내내 경찰의 무전기 너머로 흘러나오는 내부 상황을 고스란히 듣고 있었다. 그렇기에 화야의 기지가 없었다면 경신이 유혈 사태의 희생양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에 피가 거꾸로 솟구쳤다.[아니야! 내가 전부 다 되돌려놓을 거야! ······전생에도 태하 씨는 남편이었다고!][······태하 씨도 곧 죽게 될 거야! 여기서 모두 죽어버리면 다음 생에는 완벽히 제자리를 찾겠지?]당시 차분하게 페넬로페의 폭언을 유도하던 경신의 목소리가 수신기 너머로 울려 퍼진 덕에, 범죄 현장의 모든 정황은 현행범의 증거로 경찰에 생생하게 수집되었다.전생에 자신이 저 범죄자의 남편이었다니. 황당함을 넘어 끔찍한 망상에 온몸이 오싹해지는 태하였다. 그런 일촉즉발의 순간에 경신의 친구인 화야가 목숨을 걸고 악을 쓰며 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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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완전무결 무적의 커플]

페넬로페와 멀어진 뒤에도 태하의 속은 여전히 사정없이 들끓고 있었다.그사이 도착한 의료진이 급히 휠체어를 준비했고, 경신은 정밀 검사를 위해 이동할 채비를 마쳤다.“아, 미치겠군······.”“태하 씨, 이젠 정말 다 끝났어요.”어떻게 이런 끔찍한 위협이 제 눈앞에서 번연히 일어날 수 있었단 말인가.태하는 임산부의 몸으로 미치광이를 마주하고서도, 오히려 자신을 다독이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경신을 보며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을 느꼈다.“산부인과 병동부터.”태하의 목소리는 미처 가라앉지 않은 분노 때문에 거칠게 파열되어 낮게 울렸다.경신은 휠체어 손잡이를 쥔 태하의 커다란 손 위로 자신의 온기 어린 손을 가만히 얹었다. 손가락을 마주 얽어오는 그녀의 촉감이 다정했다.“태하 씨, 나 이제 생각보다 강해요. 그러니까 너무 죄책감 느끼지 말아요. 거짓말이 아니라 배도 전혀 아프지 않은걸요.”“······이런 지독한 악의를, 널 향한 위협을 내가 용납할 수가 없어.”경신의 눈매가 살포시 가라앉았다. 그녀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듯 침묵을 지키다 이내 깊고 고요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태하 씨. 그래도 나, 조금 전 그 끔찍한 공간에서 태하 씨 덕분에 버텼어요.”“······경신.”태하가 걸음을 멈추어 섰다. 굳어진 성채처럼 서서, 천천히 고개를 내려 휠체어 위의 경신을 조용히 담아냈다.&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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