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한가운데 놓인 동그란 테이블 주위로 경신과 태하, 그리고 기범이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기범은 지금 혼란스러웠다. 역시, 정민은 나쁜 마녀 닉네임 만큼이나 악행을 저지른 게 분명해 보였다.그러니 그 선량하고 마음 여린 경신이 이렇게 차갑게 굴고 있지 않겠는가. 경신은 환자복 주머니에서 정갈하게 봉해진 지퍼백 두 개를 꺼냈다. 그 안에는 반듯하게 접힌 종이가 나누어 담겨 있었고, 그녀는 그것을 테이블 위에 가만히 내려놓았다.대체 저 종이가 무엇이기에 이 무거운 병실까지 들고 온 것인지, 불길한 예감이 온몸을 감쌌다.지퍼백 투명한 비닐 너머로 보이는 종이는 화선지였다. 그 위에는 붓펜으로 정갈하게 적힌 글씨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글귀의 끝자락만 얼핏 보일 뿐이라, 내용을 확인하려면 고개를 바짝 숙여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할 만큼 빼곡한 분량이었다.물에 젖거나 쉽게 찢어질 수도 있고, 자칫 훼손되거나 분실될 위험이 있는 귀한 종이일 텐데, 경신이 이를 이토록 무심한 듯 불쑥 들고 나타나자 기범은 멍하니 그 종이만 바라볼 뿐이었다.태하는 서늘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기범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경신을 향해 낮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사과를 건븠다.“경신, 내가 너무 날카롭게 굴었어.”“아니에요. 충분히 이해해요.”경신의 나지막한 대답에 태하의 서늘했던 표정이 순식간에 세상 가장 다정한 빛으로 풀어졌다. 그는 경신의 어깨를 조심스레 쓸어내려 주었다.경신은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뜨며, 제 어깨를 감싸 안은 태하의 따스한 손을 살며시 겹쳐 잡았다. 조금 전 두 남자 사이에 오갔던 날 선 기류를 중간에서 부드럽게 누그러뜨리려는 다정한 배려였다.“···&mid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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