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밤새 산자락을 두드리던 억수 같은 빗줄기가 거짓말처럼 잦아들고 하늘이 드높게 개었다.동굴 입구를 스쳐 오고 가는 바람은 청명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태하의 가슴속에 드리운 그림자는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 태아를 둘이나 품은 임산부를 차갑고 눅눅한 바위굴 속에 언제까지 묵혀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경신이 깊은 단잠에 빠져 있는 사이, 태하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동굴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기도 전에 그를 막아서는 존재들이 있었다. 진돗개 반야와 그녀의 남친이었다.녀석들은 자고 있는 경신이 깨기라도 할까 봐 짖지도 못한 채, 안절부절못하며 태하의 운동화 끝을 앞발로 톡, 톡 쳐댔다. 금방이라도 바깥세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으로 나가지 말라는 듯, 녀석들은 온몸으로 간절함을 담아 태하의 앞길을 차단했다.동물 특유의 예리한 감각이 또 어떤 위험을 예견한 것일까 싶은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그는 이내 입술을 짓씹으며 마음을 다잡았다.“지금은 이 바위굴에 숨어 있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거, 나도 잘 알고 있어.”태하는 녀석들의 애처로운 눈빛을 피하지 않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하지만 경신이 배 속에는 쌍둥이가 있어.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정밀 검진을 받게 해야 해.”태하의 단단한 결의가 전해진 것일까. 녀석들은 여전히 불안한 기색을 거두지 못하면서도 발끝을 두드리던 앞발을 거두고 걱정스럽게 그를 바라보았다.태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비구름이 완전히 걷힌 세상은 속절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형 카를로스를 하늘로 보낸 지금, 스페인에 계신 부모님의 애타는 심정을 생각해서라도 더 이상의 주저함은 사치였다.태하는 가만히 쪼그려 앉아 진돗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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