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범대 강의동 복도. 낡은 자판기가 덜커덕거리는 소란을 피우며 캔 두 개를 뱉어냈다. 경신은 싱그러운 청포도 주스를, 기범은 서늘한 블랙커피를 쥔 채 복도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기범아, 잘 마실게.” “이게 뭐라고. 다음에 제대로 된 밥 사줄게.”내 가방을 대신 들어준 것도 모자라 음료수까지 먼저 챙기는 기범의 배려가 못내 간지러웠다. “신아, 너 정말 크게 안 다쳐서 정말 다행이다.” “응, 걱정해줘서 고마워.”현생의 고단함 속에서 마주한 소중한 친구는 그 존재만으로도 벅찬 위안이었다. 지난 생애, 그를 떠나보내고 얼마나 많은 밤을 후회로 지새웠던가. 고백이라도 해볼걸. 아픈 곳은 없는지 한 번 더 물어볼걸. 소속사에서 무리하게 일감을 몰아줄 때 앞뒤 재지 않고 말려볼걸. 후회는 늘 늦게 찾아와 뼛속까지 시리게 파고들곤 했다.“···몸은 좀 어때? 어디 이상 있는 건 아니고? 소문에는 꽤 심각하다고 하던데.” “하하, 소문? 국어과 음침녀가 크게 다쳐서 입원했다더라고 그렇게 났나?” “뭐? 하하! 신아, 음침녀라니. 도도녀였지, 넌.”기범은 낮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짙은 눈동자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마치 낯설고 신비한 생명체를 탐구하는 듯한 시선이었다.기범이 원래 이렇게 다정했었나? 전생의 그는 어린 시절 이후 한동안 접점이 없다가, 소속사에서 곡을 주고받으며 비로소 다시 가까워진 사이였다. 지금 이 묘한 친밀감은 경신이 알던 거리감과는 확연히 달랐다. 자신이 변한 만큼, 기범의 시간에도 어떤 균열이 있었던 걸까.“도도녀라니, 참 낯설다. 기억 잃기 전의 나를 아는 사람은 태하 씨뿐인 줄 알았는데, 한 명 더 늘었네. 네가 여기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아하···.”순간, 복도를 채우던 공기의 흐름이 미묘하게 비틀렸다. 기분 탓일까. 그의 눈가에 아주 잠깐, 쓸쓸한 잔상이 스치고 지나갔다.기범은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를 느릿하게 갈무리하더니, 조금은 애틋한 손길로 내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신아, 그동안 네가 정말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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