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아르는 지금 머리가 터질 듯한 현기증을 느꼈다.“라이신이 내 침실에 왔었다는 말이지?”할트바르트와 마리나는 서로의 시선을 슬그머니 주고받더니, 이내 죄인처럼 고개를 깊숙이 조아렸다.“······네, 왔었습니다.” “그러합니다, 대공 각하.”바아르는 가슴이 가빠오는 것을 느끼며 심호흡을 크게 하더니, 할트바르트를 향해 맹수 같은 날카로운 시선을 쏘아 보냈다.분명 자신의 끔찍한 발작은 그 전날 밤에 일어났던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마치 기적처럼 온몸이 개운하고 맑은 상태로 눈을 떴었기에 이 손에 든 침대 시트가 바로 라이신의 흔적이라는 확신이 뇌리를 스쳤다. 그는 숨을 죽인 채 다시 질문을 던졌다.“왜 그날, 라이신이 내 침실에 있었던 거지?”그때 마리나가 입술을 파르르 달싹거리더니, 더는 숨길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질끈 감고 바아르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자백했다.“대공 각하께서······ 마수화 의식을 잃으신 채 직접 지하로 내려가셔서 라이신 경의 방을 찾아가셨습니다. 그리고 라이신 경을······ 강제로 침실까지 데려오셨습니다.” “내가 의식을 잃은 채로, 라이신을 직접 내 손으로 데려왔다고?”마리나의 충격적인 설명을 듣던 바아르는 눈을 크게 뜬 채 할트바르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할트바르트가 무겁게 입을 열어 쐐기를 박았다.“네, 각하. 그 뒤로 각하의 폭주하는 발작을 완벽하게 가라앉힌 라이신 경이······ 새벽녘에 홀로 방을 빠져나왔고, 각하께서는 그 상태 그대로 아무런 고통 없이 아침을 맞이하셨습니다.” “그리고 난······ 그 고마운 기억을 통째로 잊어버렸단 말이지.”할트바르트와 마리나는 천천히, 그러나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바아르는 가만히 제 손에 들린, 라이신의 잔향이 남아있는 침대 시트를 부서질 듯 꽉 쥐었다. 그리고 오만한 대공의 자존심을 버려두고, 지금 이 순간 대공저 어딘가에서 숨을 죽이고 있을 제 구원자, 라이신을 떠올렸다.‘이번에 녀석을 찾아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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