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은 에스메의 앞을 가로막으며 그녀의 작은 몸을 보호하듯 섰다. 그와 동시에 육중한 도서관 문이 거짓말처럼 활짝 열려 젖혀졌다. 레인은 침입자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눈을 가늘게 떴다. 명백한 황제의 허락이 있었고, 외부인의 출입은 엄금한다는 통보까지 받은 상태였다.그러나 통로를 지나 모습을 드러낸 인물들을 마주한 순간, 레인은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황녀 전하, 제국의 태양, 황제 폐하께서 납셨습니다.”그의 낮은 목소리에 뒤편에서 휠체어를 끌고 나오던 에스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레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에스메의 휠체어를 밀며 도서관 중앙의 이동 통로로 나아갔다.그곳에는 20여 명의 기사를 거느린 채, 황금빛 자수가 놓인 제복과 망토를 휘두른 고리타르 황제가 서 있었다. 서른 중반이라 해도 믿을 만큼 젊은 외양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그가 뿜어내는 위압감은 40대 후반의 노련한 지배자 그대로였다. 죽은 황후 이후 후처를 들이지 않았으나 소문난 호색가였던 그의 곁에는, 정부이자 대마법사인 세실리에가 그림자처럼 서 있었다.“폐하, 제가 책을 찾는 데 몰두하느라 무례를 범했습니다.” “무례라니!”고리타르의 날 선 질책에 에스메와 레인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거짓 전언으로 두 사람을 함정에 빠뜨린 보좌관, 피르닉스였다. 붉은 망토를 머리까지 눌러쓴 세실리에만이 사정을 짐작한 듯 곤란한 표정으로 에스메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20대 절세미녀의 외모를 지녔으나 제국에 이름을 날린 지 10년이 넘은, 나이조차 가늠할 수 없는 대마법사였다.“제국의 빛나는 태양, 고리타르 애셔 판 레투니카 폐하를 뵙습니다.”에스메는 휠체어 위에서도 치마폭을 우아하게 펼치며 인사를 올렸다. 부녀지간이라기엔 너무도 냉랭한, 남보다도 못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인사였다. 그러나 고리타르는 딸의 인사에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레인을 향해 손을 치켜들었다.쫙!공기를 가르는 파열음과 함께 레인의 고개가 맥없이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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