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제복에 붉은 망토를 휘날리는 바아르의 시선은, 미하엘이 아닌 오직 라이신에게 닿아 있었다.라이신은 그의 깊고 묵직한 검은 눈동자를 마주하며 살며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거의 매일 마주하기에 이젠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그를 볼 때마다 라이신의 가슴은 매번 속절없이 두근거렸다.그럼에도 자신은 대공가의 기사였기에, 라이신은 기사로서의 정중한 예법을 갖춰 경례를 올렸다. 이내 입가에 띄웠던 미소를 거두고 흐트러짐 없는 정자세를 취했다.그때, 바아르는 방 안의 그 누구에게도 눈길 한 자락 주지 않은 채, 다짜고짜 라이신만을 응시하며 낮게 명령했다.“라이신, 너는 나를 따라와라. 이후 미하엘의 호위는 세이바로가 대신 맡을 거다.” “네! 각하!”지목된 세이바로가 환하게 웃으며 라이신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건넸다. 라이신은 미하엘에게 깍듯하게 목례를 올린 뒤 세이바로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이미 거침없이 문밖으로 향하는 바아르의 넓은 등 뒤를 서둘러 뒤쫓았다.이 밤중에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바아르의 보폭을 따라잡던 라이신은, 문득 의문이 솟구쳤으나 보는 눈이 많아 주제넘은 질문 대신 말문을 꾹 닫았다. 하지만 오히려 바아르가 먼저 고개를 돌려 라이신을 내려다보더니, 나른하게 입을 열었다.“라이신, 파르교산으로 간다.”라이신은 순간 흠칫 놀라며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파르교산을 또?’의문을 품은 그녀는 묵묵히 바아르의 뒤를 따를 뿐이었다. *** 바아르와 말에 같이 올라탄 라이신은 주변을 하나하나 살피며 지난번 보다는 마음에 여유를 갖고 파르교산에 이르게 되었다.주변은 검다 못해 시린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산속의 공기는 서늘하게 내려앉았고, 주위 분위기는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다.그럼에도 라이신은 전혀 무섭지 않았다. 바아르의 단단한 품에 안겨 있었기에, 말로 다 못할 기묘한 안도감만이 온몸을 감싸 안았다.제 등이 바아르의 넓고 단단한 가슴팍에 빈틈없이 밀착되어 있었고, 엉덩이는 그의 아랫도리와 코앞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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