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짐승 대공의 집착을 받은 사연:The Tale of the Beastly Archduke’s Obsessio: Chapter 191 - Chapter 200

269 Chapters

#190. 자꾸 얽히고설키게 되잖아.

바아르가 웬일로 먼저 이런 제안을 하는 건지 라이신은 어리둥절했다. 영문을 알 수는 없었지만, 그동안 너무 대공저 안에만 갇혀 지냈던 터라 어디로든 나간다는 사실 자체는 대환영이었다.“대공저 밖이라면······.”“뭐, 나들이라고 볼 수도 있지.”이건 아무리 들어도 데이트하자는 소리나 매한가지 아닌가.“좋아요!”정신이 번쩍 든 라이신이 눈을 빛내며 바라보자, 바아르는 찻물이 든 주전자를 마법으로 데우며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파르교 산도 좋고, 가르남도 괜찮고. 결계가 처진 곳은 안전할 테니 바람이나 좀 쐬자. 오늘 오후에.”“이왕이면 가르남으로 가요, 각하. 안 그래도 그곳에 볼일이 있었거든요.”볼일이 있다는 라이신의 말에 바아르는 일순 얼굴을 굳히며 김이 펄펄 나는 주전자를 내려놓았다.“볼일?”“그냥 마정석 좀 가져와서 마도구로 만들려고요.”“난 또 뭐라고.”라이신의 명쾌한 대답에 언제 굳었냐는 듯 인상을 푼 바아르는 손끝에 은밀한 마력을 피워 올렸다. 그가 마력을 운용할 때마다 도자기 주전자의 온도가 기분 좋게 상승하며 향긋한 김이 피어올랐다.“각하의 마법 구현 능력은 정말 날로 발전하시네요.”“그래. 난 앞으로 더 대단해질 거다.”바아르는 따뜻하게 데워진 차를 잔에 채워 라이신에게 건넸다. 그리고 자신도 잔을 들어 가볍게 축였다. 누구에게 제대로 된 지도를 받은 적도 없을 텐데, 그의 마법 운용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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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놀라 버린 대공가의 보물

라이신은 도르하르 제국에서 도망쳐 나왔다는 ‘자유민’들의 존재를 쉽게 넘겨버릴 수 없었다.하물며 현재 레투니카 제국은 도르하르의 핏줄과 잔당이라면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잔혹하게 숙청을 이어가는 중이었다.‘그런데 그 도르하르의 후예이자 제국의 황태자가 내게 청혼서를 보냈다니······.’머릿속이 지독하게 얽혀 들어가는 느낌에 라이신이 굳은 안색으로 생각을 정리하던 그때, 세이바로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덧붙였다.“그나마 도르하르에 우호적인 귀족 가문이 우리 캔돔가뿐이라서요. 이래저래 운명의 실타래가 묘하게 얽혀버리는 모양입니다.”역시, 그들이 목숨을 구걸하며 마음을 둘 곳은 이곳 대공가밖에 없었던 것이다.라이신은 요동치는 마음을 다잡으며 차분히 숨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노인들의 신분이나 출신을 굳이 묻지 않고, 오직 그들이 앓고 있는 고통에만 집중했다.일반 병환을 치유하는 것은 다행히도 지독한 전염병을 억누를 때보다 마력의 소모가 훨씬 적었다. 라이신은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그들의 아픔을 하나씩 지워나갔다.“천사님······. 부모 없이 홀로 남겨진 열 살배기 손주 녀석을 두고 차마 눈이 감기질 않아, 염치 불고하고 찾아왔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급한 병세만 일시적으로 막아드리는 것뿐이니, 돌아가시면 반드시 푹 쉬셔야 해요. 아시겠지요?”“네, 네! 명심하겠습니다, 천사님.”라이신은 거칠게 마르고 주름진 노인의 가슴팍 위로 살며시 손을 얹었다.스스로가 의사도, 거창한 회복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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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꿈꾸는 비련의 여인

붉은 망토를 위압적으로 휘날리며 검은 제복을 입은 바아르가 성큼성큼 걸어왔다.현재 별채에서 사람을 치유한다는 확증은 가지고 왔지만, 레이나까지 어두운 표정으로 라이신에게 의지하는 눈빛을 보니 바아르는 신경이 거슬려 날카로워졌다.그의 뒤를 수호하듯 따르는 호위기사들의 칼집이 서늘한 금속음을 내며 짓눌린 공기를 가르자, 라이신의 주변에 웅성거리며 모여 있던 이들이 하나둘 겁을 먹고 뒷걸음질을 쳤다.바아르는 라이신의 옆에 한 치의 틈도 없이 바짝 다가서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변을 느리게 훑었다. 오직 그의 존재감만으로도 숨이 막힐 듯한 밀도의 압박감이 쏟아져 내렸다.갑작스러운 대공의 등장에 레이나는 사시나무 떨듯 몸을 움츠렸다가, 이내 급히 고개를 숙였다.“각하, 안녕하셨어요. 저······ 라이신에게 선물을 좀 전해주려고 왔어요.”그녀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품에 안고 있던 보따리를 조심스럽게 풀어 라이신의 앞에 내려놓았다.그러나 바아르는 선물이라는 그 다정한 단어조차 그리 탐탁지 않았기에 얼음장처럼 시큰둥한 표정으로 툭 내뱉었다.“선물만 놓고 가.”자비 없는 무뚝뚝한 명령조에 레이나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더 깊이 숙였다.라이신은 레이나가 내민 보자기에 싸인 물건에 호기심이 일었는지 고개를 빼고 들여다보려 했다.하지만 그보다 바아르가 먼저 한 발 앞서 다가서서 레이나의 선물을 제 손으로 낚아채듯 대신 받아 들었다.“이거 책이잖아.”“각하, 그건······ 제가 늘 들고 다니던 초월자에 관한 고대 서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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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치명적인 협박을 받다니

레이나는 한참 동안 슬픔을 토해냈고, 대공가의 기사들은 조용히 눈치를 살피며 하나둘 자리를 비켜주었다.라이신은 울먹이는 레이나를 다독이며 차분하게 머릿속을 정리했다.만약 자신이 떠나기 전, 할 로드를 어떻게든 구해서 대공가에 데려다 놓는다면 레이나도 조금은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각하, 죄송해요. 어쨌든 이 책의 진정한 주인은 라이신 같네요. 그리고 혹시······ 캔돔가에 도르하르어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해요.”레이나는 미안함이 서린 눈빛으로 라이신과 바아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도르하르에서 몰래 탈출한 자유민들이 캔돔 대공령에 숨어 살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연한 사실이었다.“라이신에 관련된 일이라면 나 역시 궁금하군. 지식은 알아둘수록 이로운 법이니.”바아르의 묵직한 허락이 떨어지자, 레이나는 그제야 안도하며 라이신의 손을 꼭 마주 잡았다. 가늘게 떨리는 그녀의 입술 사이로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요즘 내가 참 못나게 굴어서 마음이 온통 엉망이야. 할 로드를 데리고 사라진 세실리에도 미운데······ 납치된 게 아니라 제 발로 따라갔다니, 영영 안 돌아올 것만 같아서 너무 두려워. 라이신, 너한테 부담만 줘서 정말 미안해.”라이신은 말없이 힘을 주어 레이나의 떨리는 손을 더 강하게 감싸 쥐었다.제 발로 세실리에를 따라간 할 로드, 그리고 최근 자취를 감춘 황제와 황태자. 그 수수께끼 같은 실타래의 중심에 '세실리에'라는 존재가 얽혀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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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각하의 명령은 너무 달콤해서

전쟁이라니.라이신은 눈앞이 캄캄해졌다.바아르는 도대체 어디까지 꿰뚫어 보고 있는 걸까.사실 자신 하나만 조용히 사라지면 이 캔돔 대공가에 완벽한 평화가 깃들 터였다. 게다가 어떻게든 할 로드를 무사히 구해다 놓는다면, 그 위대한 마법사가 이 영지를 든든하게 수호해 줄 것이 분명했다.“각하, 어떻게 갑자기 전쟁을 하시겠다는 건가요.”바아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더니, 긴장으로 미세하게 떨리는 라이신의 가느다란 허리를 더욱 진득하게 감싸 쥐었다.“역시, 도망갈 생각 따위를 하고 있었군. 그러니 아예 그런 마음조차 품지 말기를 바란다.”“각하······.”“일단, 하던 것이나 계속할까.”바아르의 뜨거운 입술이 가차 없이 겹쳐왔다.오직 남과 여, 두 사람만의 시간이 시작되자 별채 안의 온도가 아찔하게 상승했다. 복잡하게 얽혀 있던 머릿속 소음과 달리, 달콤하고 그윽하게 밀려드는 숨결과 옷자락 속을 파고드는 뜨거운 손길 끝에 라이신의 사고는 완전히 정지해 버렸다.그저 온전히 서로를 갈구하는 몸의 대화만이 정적을 메울 뿐이었다.***그 시각. 하르트 공작가의 연구실.“레이나, 요즘 어째 얼굴 보기 힘들구나.”마도구에 마력을 주입하며 한창 공격용 무기를 제작하던 길 소르도가 물끄러미 다가와 말을 건넸다. 그의 시선이 요즘 부쩍 초췌해진 레이나의 얼굴에 닿았다.오늘도 연구실 구석에는 완성된 마도구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레이나는 흙빛이 된 얼굴로 멍하니 기계 부품을 조물거리며 길 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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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맥락없이 저돌적인 그 대공

이게 지금 현실이라니.남자에게 반지를 받는 일 따위는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게다가 늘 막연하게 동경하고 연모해 마지않던 바아르가, 제 손가락에 직접 반지를 끼워 주다니.“각하······.”가슴이 뻐근하게 조여든 라이신은 마른침을 삼키며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가르남의 흐드러진 꽃밭이 만들어 낸 환상이나 꿈이 분명하다고 여겨질 만큼 비현실적인 순간이었다.“내 여자가 돼라. 그렇다면 숨이 멎는 그 순간까지······ 나 역시 너만의 남자가 되어 주겠다.”귓가를 낮게 울리는 바아르의 음성은 너무도 오만하고 웅장해서, 라이신은 숨 쉬는 법조차 잊은 채 입술을 벌렸다. 악마의 치명적인 유혹이자, 천사가 천상의 세계로 이끄는 인도 같았다.절대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이 세차게 끌려갔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를 떠나 얼굴도 모르는 도르하르 황태자에게 시집을 가겠다며 비장하게 결심했건만. 이렇듯 빈틈없는 확신을 내리꽂는 남자의 기세에, 머릿속의 모든 계산과 방어벽이 단숨에 뒤집어지고 있었다.“저, 지금······ 각하의 말씀이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물론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그의 곁에 서고 싶었고, 그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깝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가 바라는 게 주군과 기사 사이의 충성 맹세가 아니라는 것쯤은 바보가 아닌 이상 모를 수가 없었다.제 여자가 되라고 했고, 저만의 남자가 되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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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폭군의 치명적인 협박

분명 석양이 찬란하게 물들던 가르남에 있었건만, 순식간에 도달한 대공저에는 어느새 어스름한 어둠이 깔려 있었다.그리고 지금, 라이신은 자신이 바아르라는 남자의 지독한 집념을 잠시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평소의 그는 세상만사에 무심하고 차가운 사내였으나, 일단 제 신경이 쏠린 일에 한해서는 가히 무서울 정도의 집요함을 발휘하는 위인이었다. 라이신이 확실한 답을 주지 않고 망설이자, 그는 집안의 권력과 오만한 위압감으로 상황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저기······ 각하. 시간이 너무 늦었어요. 이만 주무세요.”“라이신, 넌 내게 확실한 답을 내놓아야 할 거다.”살다 살다 청혼을 협박이자 명령으로 하는 남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라이신은 입꼬리를 내리며 바아르를 향해 살짝 눈을 흘겼다.꿈결을 거닐듯 폭신폭신하고 다정했던 프러포즈는 어느새 은밀하고 질척이는 압박으로 바뀌어 있었다.“각하, 갑자기 이렇게 강제로 청혼을 밀어붙이시면······.”“그래야 네가 도망치지 않고 내 곁으로 올 테니까.”지극히 본능적이고 솔직한 응수에 라이신은 차마 반박하지 못한 채, 그가 끼워준 반지만 만지작거렸다. 바아르는 부담 갖지 말라는 듯한 시선으로 그녀의 입술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하고 싶은 말을 하라는 듯 가만히 기다려 주었다.“저도 각하가 좋아요. 일단 생각할 시간을 좀 주세요.”그 말에 바아르의 입꼬리가 슬며시 호를 그렸다. 나른하고도 여유로운 미소였다.“그래, 생각은 해. 다만, 내 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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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난관을 극복할 비책은?

할트바르트는 대공저의 집사장으로서 오랜 연륜과 지혜를 지녀 가신들의 깊은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다. 그가 바아르에게 직언을 올리며 자신을 가만히 응시하자, 라이신은 저도 모르게 위축되어 슬며시 고개를 숙였다.그러나 그 순간, 할트바르트의 입에서 흘러나온 충언은 라이신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사고의 전환을 안겨주었다.“각하의 스물네 번째 생신이 지나신 후에 혼례를 치르십시오. 결혼 자체는 찬성입니다만, 각하의 발작이 가라앉고 난 뒤가 적절할 것으로 사료됩니다.”할트바르트는 상대가 라이신이라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주군의 안전과 가장 완벽한 시기를 염려하고 있었을 뿐이었다.그의 뜻밖의 옹호에 다른 가신들 사이에서 나지막한 탄성이 새어 나왔다. 시선들이 자연스레 바아르에게로 향했다.“발작이 일어난다면 라이신이 곁에서 날 눌러줄 거다. 게다가 시라이엔의 이름으로 도착하는 청혼장 서류라면 아주 신물이 날 지경이라 말이지.”이 저돌적인 대공을 도대체 어쩌면 좋을까.하지만 이내 그는 가볍게 떠 있던 장내의 공기를 순식간에 가라앉히며, 본래의 묵직하고 서늘한 분위기로 돌아와 말을 이었다.“난 선대의 오랜 숙원과 영지민, 나아가 하르트가 공작가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전쟁을 준비해 왔다.”그의 선언에 회의실 안이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 방금 전까지의 달콤한 결혼 담론은 간데없고, 피비린내 나는 거대한 현실의 궤적이 정면에 들이닥친 탓이었다.“만약 내가 라이신과 혼인하게 된다면, 구 도르하르 제국과의 전면적인 충돌을 의미하겠지.”침묵은 깊고 무거웠다. 그 정적을 깨고, 기사단장 페르도트가 단호하고 신중한 낯빛으로 바아르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각하, 저희는 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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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아슬아슬 사람 착각하게

에스메의 아픈 다리를 치료한 것도, 황제에게 신분을 들킬까 봐 시라이엔 영애로 거듭나게 한 것도, 돌이켜보면 모두 여러 사람의 지혜가 합쳐져 나온 결론이었다.하루가 갈수록 산적한 난제들이 라이신의 가슴속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었다. 함께 모여서 황궁에서의 일을 복기하다 보니, 이 순간 지독하리만치 에스메가 보고 싶어졌다.“라이신, 표정이 좀 나아졌구나.”모두가 만나 의논을 하다 보면 자신이나 할 로드의 일도 결국 돌파구를 찾지 않을까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그려진 덕분이었다.“네. 그냥 희망을 잃지 말자고 다짐하니까 기분이 한결 좋아졌어요.”라이신은 그저 이토록 격동하는 제 운명이 신기해, 섀도우에게 넌지시 속내를 드러내 보였다.“어쩌다 어려움도 극복하고, 각하께 과분할 정도로 소중한 사람으로 대접받고 있지만······ 사실 아직도 잘 믿기지 않아요.”제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이렇게 누군가에게 지극한 사랑을 받으며, ‘결혼’이라는 달콤한 미래를 기다리게 되다니. 행복하다는 말로는 전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꿈만 같다는 고백은 라이신의 진심이었다.그녀는 휘두르던 레이피어를 잠시 내려놓고 덤덤한 눈으로 대공저의 웅장한 전경을 바라보았다.“라이신, 걱정 마라. 각하께서 전부 해결해 주실 거다.”정말 바아르에게 온전히 기대면 모든 게 해결되는 걸까.전쟁을 치르지 않고 레투니카 황가의 견제를 피하는 것, 그리고 구 도르하르 제국과 물리적인 충돌을 피하는 것. 아마 제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할 터였다. 바아르가 에스메와 혼인하고, 라이신이 도르하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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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그 남자가 웃잖아, 불안하게

조금 전 바아르에게 영혼까지 쏙 빼앗긴 탓에, 라이신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서야 서류를 넘길 수 있었다.그런데 정말 기분 탓일까.아까 본 은빛 연기가 도무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라이신은 손등으로 눈을 비비며 다시 한번 집무실 주변을 훑어보았다. 원래 은빛 연기는 할 로드와 연결되는 마력의 형태였다.물론 방금 느낀 연기는 할 로드가 가진 마력의 질감이나 향기와는 전혀 달랐다. 하지만 그 색만큼은 소름 끼치도록 일치했기에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일단 의문을 뒤로하고 도서관에 도착한 그녀는 할트바르트가 건넨 가신들의 명부와 렌스렌이 정리해 준 기사·병사 명단을 대조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 달 이상 부재중인 자들의 이름을 날카롭게 살폈다.갑자기 사라진 인물이라.‘어······ 마리?’명부를 짚어가던 라이신의 손끝이 멈춰 섰다. 대공저의 하녀인 마리, 그리고 기사 중에는 제크가 실종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그 밖에도 무려 10여 명이나 소식이 없다는 사실에 라이신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제발 그들이 전염병에 걸린 것만은 아니어야 할 텐데.’불안감에 휩싸인 라이신은 명단을 보고 또 보며 멍하니 들여다볼 뿐이었다.그때, 도서관 문이 열리며 미하엘과 레이나가 밝은 표정으로 걸어 들어왔다.“어머, 라이신 경. 아니, 라이신 님······ 아니지, 시라이엔 영애? 윽, 복잡해라!”“하하, 공녀님. 그냥 편하게 라이신이라고 불러주세요.”“그럼, 라이신. 일단은 그럴게요.”미하엘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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