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메의 아픈 다리를 치료한 것도, 황제에게 신분을 들킬까 봐 시라이엔 영애로 거듭나게 한 것도, 돌이켜보면 모두 여러 사람의 지혜가 합쳐져 나온 결론이었다.하루가 갈수록 산적한 난제들이 라이신의 가슴속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었다. 함께 모여서 황궁에서의 일을 복기하다 보니, 이 순간 지독하리만치 에스메가 보고 싶어졌다.“라이신, 표정이 좀 나아졌구나.”모두가 만나 의논을 하다 보면 자신이나 할 로드의 일도 결국 돌파구를 찾지 않을까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그려진 덕분이었다.“네. 그냥 희망을 잃지 말자고 다짐하니까 기분이 한결 좋아졌어요.”라이신은 그저 이토록 격동하는 제 운명이 신기해, 섀도우에게 넌지시 속내를 드러내 보였다.“어쩌다 어려움도 극복하고, 각하께 과분할 정도로 소중한 사람으로 대접받고 있지만······ 사실 아직도 잘 믿기지 않아요.”제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이렇게 누군가에게 지극한 사랑을 받으며, ‘결혼’이라는 달콤한 미래를 기다리게 되다니. 행복하다는 말로는 전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꿈만 같다는 고백은 라이신의 진심이었다.그녀는 휘두르던 레이피어를 잠시 내려놓고 덤덤한 눈으로 대공저의 웅장한 전경을 바라보았다.“라이신, 걱정 마라. 각하께서 전부 해결해 주실 거다.”정말 바아르에게 온전히 기대면 모든 게 해결되는 걸까.전쟁을 치르지 않고 레투니카 황가의 견제를 피하는 것, 그리고 구 도르하르 제국과 물리적인 충돌을 피하는 것. 아마 제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할 터였다. 바아르가 에스메와 혼인하고, 라이신이 도르하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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