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오후.전쟁이라니.캔돔 대공가가 레투니카 황가로부터 이토록 일방적인 습격을 당했다는 사실에, 라이신의 안에서도 결코 가라앉지 않는 분노가 들끓었다.토막 난 생각들을 정리하던 그때, 침실 문을 두드리는 둔탁한 소리가 정적을 깨웠다. 문을 열고 들어선 이는 세이바로였다.“안녕하세요, 세이바로 님.”가신들을 모아 회의를 주재할 때, 바아르는 라이신에게 전담 호위 기사를 붙여 보호하겠노라 공표했었다. 그런데 그 호위 기사가 다름 아닌 세이바로라는 사실은 라이신에게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라이신 경, 아······ 아니, 시라이엔 님. 아, 뭐라고 불러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하하.” “그냥 예전처럼 라이신이라고 불러주세요.”라이신은 자신이 가장 낮은 하인 시절부터 바아르와 얽혔던 모든 사정을 알고 있는 세이바로였기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세이바로가 그런 그녀의 속내를 읽은 듯 싹싹하게 미소를 지었다.“라이신 경, 이제 공기처럼 그림자처럼, 뒤를 보필하겠습니다.”참 알 수 없는 게 사람 인연이었다. 누군가를 지키던 처지에서, 이제는 누군가의 호위를 받는 사람이 되다니.라이신은 묘하게 갑갑해지는 가슴을 달래려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 테라스로 향했다. “세이바로 경,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네, 저도 성심껏 모시겠습니다. 이렇게 마주하고 있으니, 예전에 기사로서 미하엘 공녀님을 보필했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가네요.”하긴, 자신 역시 기사가 되어 미하엘의 뒤를 든든히 지켰던 적이 있었다. 연병장을 거칠게 뛰며 자발적으로 훈련을 하고, 할 로드와 투덕거리며 옥신각신했던 예전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그나저나······ 전 지금 할 로드가 어찌 되었는지 너무 궁금하네요.”지금 라이신의 마음 한구석에 가장 아프게 박혀 있는 파편은 바로 할 로드였다. 녀석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건강하게 잘 있어야 할 텐데.질문을 받은 세이바로가 순간 주저하며 말문을 흐렸다. 최악의 상황에서 제 한 몸을 던져 모든 침략자를 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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