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도착한 황궁, 황녀의 거처.“에스메 황녀님!” “라이신!”이렇듯 평화롭고 좋은 날에 환한 얼굴로 마주하게 되다니, 라이신의 감회는 실로 남달랐다. “황녀님, 오랜만에 뵙네요.”레이나가 그 뒤를 이어 싹싹하게 안부를 전했고, 바아르가 묵직한 걸음으로 따라 들어섰다. 레인은 반색하며 모두를 에스메가 기다리고 있는 아늑한 응접실 안쪽으로 정중하게 이끌었다.“반갑습니다. 대공 각하, 오셨습니까.” “레인 경, 안색이 좋아 보이는군.” “바아르 각하께서도 오랜만에 얼굴이 활짝 피셨습니다. 참, 길 소르도 공작 각하께서는 군수 사업 건으로 워낙 분주하시다 들었습니다.”무뚝뚝하던 레인이 저토록 말수도 늘고 밝은 표정을 지을 수도 있었던가.섀도우 역시 소리 없이 묵직한 인사를 건넸고, 모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온기를 나누었다. 에스메는 한층 부드러워진 안색으로 귀한 손님들을 지극히 환대했다.“이쪽으로 오세요. 따뜻한 차나 한잔 나누지요.”방 안은 여전히 군더더기 없이 검소했으나, 공간을 감싸는 공기는 예전보다 훨씬 더 아늑하고 다정하게 변해 있었다.“오랜만이군.” “오셨습니까, 각하.”바아르가 가볍게 눈빛으로 인사를 건넸고, 호위 기사로서의 책무를 다하려는 섀도우는 예리하게 시선을 빛내며 주변의 경계심을 바짝 끌어올렸다.“황녀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현재 이 공간에 불길한 기운이 있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네, 섀도우 경.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현재 화려한 드레스를 갖춰 입고 가발까지 쓴 탓에 완벽한 명문가의 레이디로 변신한 라이신 역시, 본능적으로 저주나 불온한 마력의 흔적이 있는지 감각을 곤두세웠다.바아르는 당연하다는 듯 라이신의 바로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더니, 주변 상황이 아닌 오직 라이신의 얼굴만을 뚫어지게 살폈다.“각하, 그러다 라이신 얼굴이 닳아 없어지겠습니다.” “그러니 다들 라이신을 너무 빤히 쳐다보지 않았으면 좋겠군. 이곳의 보안은 나도 좀 살펴봐야겠어.”바아르의 농담 반 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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