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녹이 한 걸음 더 다가왔다.선을 넘지 않던 그가, 어느새 블랑의 숨결이 닿을 만큼 지척까지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얇은 레이스 실내복 위로, 그의 나른하면서도 짙은 시선이 적나라하게 내려앉았다.“질투는 가장 확실한 정치적 도구입니다.”레녹이 긴 손가락을 뻗어, 블랑의 쇄골에 남은 카시안의 붉은 잇자국을 허공에서 스치듯 가리켰다. 직접 닿지는 않았으나, 소름이 돋을 만큼 농밀하고 아찔한 간격이었다.“그 미친 황제께서, 당신을 다른 사내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느끼게 만드는 겁니다. 그 순간 아이린 공녀도, 페온가도, 그 어떤 귀족도 감히 당신에게 이빨을 드러내지 못할 테니까.”“……질투라.”블랑이 헛웃음을 삼키며 되물었다.“그래서 폐하의 마음을 쥐고 흔들어라… 후작님의 입지를 위해서? 하지만 제가 얻는 건 뭐죠?”그녀는 팔짱을 끼며 레녹을 똑바로 응시했다.“폐하의 총애는 뜬구름 같은 겁니다. 제가 후작님을 위해 춤을 추다가, 폐하가 질려서 저를 버리시면요? 그때는 후작님도 저를 버리시겠죠.”“바로 그 지점입니다.”레녹이 기다렸다는 듯 한 걸음 더 다가왔습니다.안경 너머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났다.“총애는 짧고, 권력은 깁니다. 백작님은 지금 뿌리 없는 꽃입니다. 황제의 변덕이 끝나면 시들어 죽을 운명이죠.”그는 블랑의 어깨 너머, 화려하지만 텅 빈 별궁을 눈짓으로 가리켰다.“어제 일로, 페온 공작가는 당신을 죽이려 들 겁니다. 황제의 비호가 사라지는 그 순간, 이 화려한 별궁은 당신의 무덤이 되겠죠. 하지만….”레녹의 목소리가 낮고 은밀하게 깔렸다.“제가 당신의 뿌리가 되어 드린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뿌리요?”“제 손을 잡으십시오.”레녹이 블랑의 하얀 손을 잡아끌어, 자신의 창백한 입술 위로 가져갔다. 장갑을 벗은 맨살 위로 서늘한 입술이 닿자 블랑의 어깨가 움찔거렸다.그는 손등에 입을 맞춘 채, 안경 너머로 블랑을 나른하게 올려다보았다.“그러면 약속드리죠. 설령 그 변덕스러운 황제가 당신에게 질려 내치시는 날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