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화. 구동혁이라는 울타리정오를 알리는 알람과 함께 빌딩 숲에서 쏟아져 나온 직장인들로 식당가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찌개 끓는 냄새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가득한 한식집 안쪽, 유독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테이블이 있었다.동혁과 바다는 마주 앉은 채 정갈하게 차려진 탕 반상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평소라면 업무 이야기로 매끄럽게 흘러갔을 점심시간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기류가 사뭇 달랐다.사내에서는 완벽한 상사와 부하 직원이었으나, 사적으로는 한 여자를 사이에 둔 복잡한 관계의 파편들이 수면 위로 찰랑거렸다.바다는 숟가락을 만지작거리며 뚝배기에서 피어오르는 열기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하늘이는 좀 어떻습니까? 팀장님께 면목이 없습니다.”사적인 질문이었기에 목소리는 한없이 낮아졌다.동혁은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놓고 바다를 정면으로 응시했다.초췌해진 부하 직원의 얼굴에는 숨기지 못한 죄책감과 피로가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제 연인을 지옥 같은 고통으로 밀어 넣은 장본인이었지만, 동시에 그 연인이 목숨보다 아끼는 유일한 혈육이기도 했다.“많이 진정됐습니다.”동혁의 음성은 담백하고 차분했다.섣부른 위로나 과장된 안심은 없었다.“마음은 아직 정리가 다 된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제 앞에서는 애써 웃어 보이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그렇겠죠…….”바다가 쓰라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제 앞에서 울부짖던 하늘이의 마지막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저를 보며 숨도 쉬지 못하던 아이가, 다른 남자의 곁에서는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 한구석이 아릿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독하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밥도 제때 잘 챙겨 먹고, 잠도 잘 자고 잘 지내고 있으니까.”동혁은 물컵을 쥐며 덧붙였다.“하늘이의 마음이 풀릴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죠……?”바다가 물기를 머금은 눈으로 동혁을 올려다보았다.수십 년 동안 꽁꽁 싸매어 둔 진실의 벽은 너무
Last Updated : 2026-05-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