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대화하늘은 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에 주방 창을 활짝 열었다.“언니, 일단 이것부터 꽂아둘게.”하늘은 장바구니에서 가장 먼저 프리지어를 꺼냈다.투명한 유리병에 물을 채우고 꽃을 꽂는 손길이 조심스러웠다.식탁 정중앙, 동혁이 앉게 될 자리를 가늠하며 꽃병의 위치를 몇 번이나 고쳐 잡았다.노란 꽃잎이 식탁 위로 화사한 그림자를 드리웠다.시은은 팔을 걷어붙이며 식재료를 꺼내기 시작했다.“자,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유 셰프님,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언니는 채소 좀 다듬어 줘. 전골은 육수가 생명이니까 제가 국물부터 낼게.”하늘은 앞치마 끈을 단단히 묶었다.멸치와 다시마, 말린 표고버섯을 넣고 육수를 끓이는 동안 주방에는 이내 구수한 냄새가 차올랐다.칼도마를 두드리는 시은의 경쾌한 소리와 보글거리는 냄새가 어우러져, 늘 정적만 감돌던 집안에 비로소 사람 사는 활기가 돌았다.재료를 손질하던 하늘의 시선이 문득 싱크대 구석에 놓인 빈 찻잔에 머물렀다.동혁이 온기를 나누며 머물렀던 그 흔적.오늘 밤 그가 다시 이 자리에 앉게 된다는 사실이 실감 나자, 손바닥에 땀이 배어 나왔다.“하늘아, 고기 밑간은 네가 할 거야?”시은의 물음에 정신을 차린 하늘이 서둘러 양념장을 만들기 시작했다.간장, 설탕, 다진 마늘을 적절히 배합하고 후추를 톡톡 털어 넣었다.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어느덧 약속한 저녁 7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전골냄비 속에는 알록달록한 채소와 맛깔스러운 고기가 정갈하게 자리를 잡았고, 식탁 위에는 정갈한 밑반찬들이 정렬을 마쳤다.띵동.짧은 벨 소리가 거실의 정적을 깼다.하늘은 잡고 있던 국자를 내려놓으며 저도 모르게 옷매무새를 다듬었다.“왔나 보다!”시은이 현관으로 마중을 나가는 사이, 하늘은 주방 조리대 뒤에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현관문이 열리고, 낮게 깔린 바다의 목소리와 그 뒤를 잇는 묵직하고도 정중한 음성이 들려왔다.“실례하겠습니다.”그 목소리 하나에 하늘의 발끝이 간지러웠다.도어록이
Dernière mise à jour : 2026-05-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