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화. 체포재현은 거실 벽면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서, 집 안을 헤집는 사람들을 구경하듯 내려다보았다.입가에 걸린 느슨한 비소는 마치 이 모든 상황이 자신을 위해 준비된 지루한 연극이라도 되는 양 여유로웠다.“하늘 씨 어디다 숨겼습니까!”늘 얼음장 같던 동혁의 이성이 처음으로 파열음을 냈다.평소의 절제된 모습은 간데없이, 핏발 선 눈으로 내지르는 고함이 거실의 정적을 찢었다.재현은 눈썹을 까닥이며 과장되게 몸을 움츠렸다.“와, 무서워라. 우리 팀장님, 화도 낼 줄 아는 사람이셨네? 근데 어쩌죠, 난 진짜 모른다니까요?”재현의 빈정거림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바다가 주머니에서 액정이 박살 난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떨리는 손가락이 화면을 누르자, 재현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뚫고 흘러나왔다.짐승 같은 고함과 하늘의 비명, 그리고 강제로 끌려가는 둔탁한 마찰음.순간, 재현의 얼굴에서 여유로운 가면이 조각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단단하게 고정되었던 눈매가 미세하게 경련했고, 입가에 머물던 비소가 기괴하게 일그러졌다.“이래도, 이래도 발뺌할 거야?”바다는 당장이라도 재현의 목을 물어뜯을 듯한 기세로 그를 쏘아보았다.전신을 타고 흐르는 분노 때문에 휴대전화를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재현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 셔츠 깃을 거칠게 매만지며 시선을 피했다.“……아니, 뭐. 누나를 좀 억지로 데리고 나오긴 했는데. 정말 단지 근처에서 얘기만 하고 헤어졌다니까요? 저 소리는 누나가 하도 고집을 부리니까 진정시키느라 그랬던 거고.”“이재현 씨. 아파트 CCTV 동선까지 다 확인했습니다. 당신 차 뒷좌석에 억지로 태워지는 유하늘 씨 모습, 아주 선명하게 찍혔단 말입니다. 거짓말인 거 다 아니까, 하늘 씨 어딨는지 당장 말해!”조찬수의 단호한 압박에 재현의 얼굴에서 마침내 핏기가 가셨다.막다른 골목에 몰리자, 눈빛이 번뜩였다.하지만 여기서 인정하는 순간 모든 게 끝이라는 걸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그는 턱 근육을 단단히 세우며 이빨 사이로
Last Updated : 2026-04-3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