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은밀한 진료:대표님의 달콤한 처방: Chapter 141 - Chapter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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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단숨에 사무실까지 뛰어온 온세아가 가슴을 부여잡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미션 완료한 거 맞지?’권태혁이 저녁에 경다혜를 만나러 가든 말든 어쨌든 약속은 잡아줬다. 그가 갈지 말지는 온세아가 알 바가 아니었다.그녀가 경다혜에게 답장을 보냈다.점심시간, 어제 통화했던 중개인을 만나 집을 보러 갔다.구형민과 이혼하기로 결심한 이상 집을 나오는 건 시간문제였다. 게다가 지금 구형민과 같이 산다고 해도 별거 상태였다.오래전부터 각자 살았기에 사실상 이혼한 거나 다름없었다.중개인이 보여준 집의 주인이 막 해외로 나간 참이었다. 회사에서 가깝고 도심 속에서도 조용한 동네에 보안도 철저했다.무엇보다 인테리어가 새것이라 몸만 들어가면 되었다. 그녀가 원하는 조건에 딱 맞아 바로 계약했다.회사로 돌아와 오후 내내 또 정신없이 일했다.짐을 싸야 했기에 일찍 퇴근할 생각이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뜻밖에도 백희주와 다른 비서들도 전부 퇴근 중이었다.‘뭐지? 오늘 저녁에 다들 일이 있나?’“오늘 대표님 기분이 완전 좋으시던데요? 일찍 퇴근하라고 하시다니...”“아까 커피 가져다드리러 갔을 때 대표님 혼자 피식 웃으시는 거 봤다니까요?”“대표님 연애하시는 거 아니에요?”“오늘 밤에 데이트가 있어서 우릴 일찍 보내주신 거 같은데요?”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들은 온세아가 눈썹을 치켜세웠다.‘오늘 약속 장소에 나갈 생각인가 본데?’“온 비서님, 왜 여기에 있어요?”뒤에서 강준우의 놀란 목소리가 불쑥 들려왔다.온세아가 눈을 끔벅이며 물었다.“제가 여기 안 있으면 어디에 있어야 하는데요?”‘대표님도 일찍 퇴근하라 하셨다며? 설마 나 혼자 남아서 야근하라는 소리야?’강준우가 말을 잇지 못했다.‘오늘 낮에 대표님 사무실에 갔을 때 분명 온 비서님의 취향과 입맛을 물었었는데. 오늘 저녁에 대표님이랑 데이트하는 거 아니었어?’그런데 더 묻기도 전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온세아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온세아가 집에 도착하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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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휴대폰 너머의 구형민이 멈칫했다. 한참이 지나도 대답이 없자 온세아가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빨리 사인이나 해. 날 잡아서 법원 앞에서 만나.”말을 마친 온세아가 전화를 끊으려던 그때 구형민의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네 언니 좀 챙겨줬다고 지금 나랑 이혼하자는 거야?”온세아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그래.”‘고작 그것 하나 때문에 이혼을 결심했을 리가. 네가 온아정한테 무슨 마음을 품고 있는지 뻔히 알면서 아닌 척하긴.’이제 그들의 연극에 더 이상 장단을 맞춰주기 싫었다.“너...”구형민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더 따지려 했지만 온세아가 매몰차게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녀를 털끝만큼도 사랑하지 않는 남자에게 1분 1초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예전엔 구형민의 거짓말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었으나 이제 그 남자의 속내를 깨달은 이상 변명 한마디 듣는 것조차 역겨웠다.온세아는 구형민의 연락을 받기 싫어 아예 휴대폰 전원을 꺼버렸다....구형민이 굳은 얼굴로 온아정의 병실로 돌아왔다.의사가 온아정에게 퇴원해도 된다고 했다. 사실 크게 다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발목을 살짝 삐끗했을 뿐이었다.어제는 구형민의 앞에서 일부러 꼼짝도 못 하는 척 연기한 것이었다. 병원에 꼬박 하루를 누워 있은 덕에 발목은 진작 다 나았다.온아정이 환자복을 벗고 사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화장실에서 나왔다.그녀가 어제 입었던 오프숄더 원피스를 다시 입은 걸 본 구형민이 의아해하며 물었다.“내가 새로 사다 준 원피스 왜 안 입었어?”온아정이 이틀 연속 같은 옷을 입는 걸 극도로 꺼리는 걸 잘 알기에 사람을 시켜 명품 원피스를 새로 사 오게 했다. 그런데 그녀가 입지 않았을 줄이야.“몰라서 물어? 나한테 노란색을 사다주면 어떡해?”온아정이 짜증부터 내자 구형민의 잘생긴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노란색 안 좋아해?”온아정이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색깔이 노란색이야.”구형민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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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백희주의 안색이 어둡기 그지없었다.“대표님 지금 엄청 화나셨어요. 일단 나랑 회의실로 가요.”온세아가 백희주를 따라 회의실 안으로 들어섰다.권태혁이 무서운 분위기를 내뿜으며 가운데 자리에 앉아 있었다.늘 그렇듯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없었지만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노는 고스란히 전해졌다.‘대체 누가 대표님의 심기를 건드렸지? 어젯밤 경다혜 씨와의 데이트가 수틀리기라도 했나?’온세아가 아침에 늦잠을 잔 데다 눈 뜨자마자 백희주의 연락을 받고 뛰쳐나오느라 메시지를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하여 어젯밤 경다혜와 권태혁의 데이트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알지 못했다.‘대표님이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분은 아닐 텐데?’온세아가 백희주의 옆자리에 조심스레 착석했다. 바로 맞은편에 수행 비서 강준우가 앉아 있었다.그녀가 그에게 눈빛으로 상황을 묻자 강준우가 눈치를 주려던 그때 권태혁이 불쑥 강준우를 불렀다.“강 비서, 방금 들어온 상황 모두에게 보고해.”얼음장처럼 차가운 권태혁의 말투에 회의실의 온도마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강준우의 표정이 진지해졌다.“네.”그가 온세아를 힐끔 쳐다봤다가 보고를 시작했다.“오늘 아침 입수한 소식인데 BC 프로젝트의 세부 기밀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었습니다. 우리가 발 빠르게 손을 써서 퍼져나가는 건 막았지만 D국 쪽에서 이 사실을 알아버렸습니다. 우리의 실수에 대해 깊은 실망과 분노를 표하고 있어서 BC 프로젝트가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큽니다...”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회의실 안이 술렁이기 시작했다.이렇게 중요한 기밀이 어쩌다 밖으로 새어 나갔단 말인가?이 프로젝트를 위해 회사에서 천문학적인 자본을 쏟아부었다. 무산될 경우 회사가 흔들릴 수도 있었다.그때가 되면 권태혁까지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모른다.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온세아 역시 바짝 긴장했다.바로 그때 권태혁이 돌연 고개를 돌려 온세아를 빤히 응시했다.“온 비서. 내가 전에 건넸던 그 기획서 지금 가지고 있어?”온세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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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왜 없어졌지?’백희주가 다가와 말했다.“여기에 둔 거 확실해요? 잘못 기억한 거 아니에요?”온세아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분명 이 서랍에 BC 프로젝트 기획서를 넣어뒀었다. 어제 출근해서도 꺼내 봤고 퇴근할 때도 일부러 여기에 넣었다.“아니에요. 분명 이 서랍에 뒀는데.”온세아가 혼란스러운 듯 고개를 저었다. 본능적으로 초조함이 밀려왔다.‘만약 기획서를 찾지 못하면 대표님과 다른 사람들한테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그럼 다른 데도 한 번 찾아봐요.”백희주가 좋은 마음으로 조언했다.“못 찾으면 진짜 큰일 나요.”온세아가 다른 서랍들도 차례차례 열어보았지만 어디에도 없었다.백희주도 옆에서 함께 사무실 안을 뒤져봤으나 역시나 없었다.결국 두 사람은 빈손으로 회의실로 돌아왔다.“BC 프로젝트 기획서는?”권태혁이 위압적인 표정으로 차갑게 추궁했다.온세아는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마음속이 이미 엉망진창이 돼버려 그냥 모른 척하고 싶었지만 이 사태를 피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원래 책상 서랍에 계속 보관해 뒀는데 방금 찾으러 가보니까 사라지고 없었어요. 하지만 맹세컨대 제가 BC 프로젝트를 유출한 건 절대 아닙니다.”온세아가 결백을 호소했다. 하지만 회의실 안의 그 누구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려 하지 않았다.권태혁의 날렵한 얼굴에 서릿발 같은 음침함이 깔렸다.“본인이 유출한 게 아니다? 그런데 기획서가 사라졌다?”온세아가 굽히지 않고 맞섰다.“기획서를 잃어버린 것에 대해서는 제 책임이 있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기밀 유출이 저와 관련 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 거 아닌가요?”권태혁의 칠흑 같은 눈동자가 화살처럼 날카로워졌다.“온 비서 짓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 하지만 온 비서 짓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어.”가슴이 쿵 내려앉은 온세아는 뭐라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날 의심하고 있다는 뜻인가?’온세아가 회의실 안의 사람들을 쭉 둘러보았다. 모두가 의심의 눈초리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조금 전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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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온세아가 본능적으로 반박했다.“저는... 그런 게 아니라...”“그만!”권태혁이 갑자기 호통쳤다. 그가 내뿜는 기운에 등골이 다 서늘해졌고 시끄럽던 회의실이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모두의 시선이 권태혁에게 집중되었다.온세아의 시선도 그에게 향했다.그녀가 알고 있는 권태혁은 그 누구보다 명석하고 예리했다. 이렇게 어설픈 수작에 넘어갈 리 없었다. 게다가 속으로는 그녀를 믿어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온세아의 기대와 달리 사람을 시켜 조동윤이 정말 대표실에 몰래 들어갔는지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그녀를 응시했다.“나 역시 여기 있는 임원들과 마찬가지로 조 이사님의 인품을 믿어. 조 이사님은 절대 회사를 팔아넘길 분이 아니야.”온세아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무표정한 권태혁을 쳐다봤다.“대표님 말씀은 기밀을 유출한 범인이 저라는 건가요?”권태혁의 눈동자가 한없이 깊게 가라앉았다.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람의 숨통을 조이는 듯한 음침하고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온세아에게만 보여줬던 BC 프로젝트가 유출되었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권태혁의 심정이 어땠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배신당했다는 고통이 그를 옭아매고 있었다.권태혁도 온세아를 믿고 싶었다. 수많은 사람 앞에서 보란 듯이 그녀를 감싸주고 싶었다.하지만 그녀는 어찌하였는가? 불과 어젯밤에 이미 그를 한 차례 팔아넘겼다.데이트 신청을 해서 권태혁이 들뜬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나갔더니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경다혜였다.나중에 온세아에게 전화를 몇 통이나 걸었건만 받지도 않았고 심지어 그녀의 집까지 찾아갔으나 집에 아무도 없었다.‘날 다른 여자한테 팔아넘긴 걸 보면 공적인 일도 팔아넘겼을 수 있어.’이미 온세아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그보다 너무 깊은 상처를 받았다.권태혁이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눌렀다.“온 비서, 사직서 제출하도록 해. 내일부터 회사에 나올 필요 없어.”한숨과 함께 결국 그가 결단을 내렸다.어차피 온세아가 전부터 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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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권태혁이 회의실 책상을 쾅 하고 내리쳤다.“지금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가르치려 드는 겁니까?”그의 눈빛이 날카롭기 그지없었고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널찍한 회의실의 공기가 순식간에 꽁꽁 얼어붙었다.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 모두 숨을 죽인 채 입을 다물었고 아무도 토를 달지 못했다.대표를 화나게 했다간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저 사직서 안 냅니다.”온세아가 불쑥 고개를 들어 권태혁을 보면서 허리를 꼿꼿이 세우더니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제가 유출한 것도 아닌데 책임을 지고 나가라니요? 절대 못 합니다.”그녀의 시선이 다시 조동윤에게로 향했다.“전 누가 회사를 팔아넘기고 BC 프로젝트를 유출했는지 기필코 밝혀낼 겁니다.”권태혁이 매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온세아를 뚫어지라 응시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이 여자는 왜 내 마음을 이렇게 몰라주는 거야?’사직하라는 건 사실 그녀를 지켜주기 위한 그만의 방식이었다. 그런데 온세아가 호의를 조금도 몰라주고 걷어차 버렸다.권태혁은 솜뭉치에 주먹을 날린 것 같은 허탈감을 느꼈다.하지만 온세아의 눈빛에 깃든 전례 없는 단호함을 보고는 결국 차오르는 화를 짓눌렀다.“마음대로 해, 그럼.”이 한마디를 남긴 뒤 회의실을 성큼성큼 나갔다. 뒤이어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씩 차례로 자리를 떴다.온세아가 제자리에 서서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가슴속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억울함이 밀려왔다.강준우가 다가와 그녀를 위로했다.“온 비서님, 너무 속상해하지 말아요. 진실은 결국 밝혀지게 돼 있거든요.”권태혁이 당장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온세아를 쫓아내지도 않았다는 건 결국 그녀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준 셈이었다.온세아의 눈동자에 한 가닥의 희망이 스쳤다. 그녀가 그를 돌아보았다.“강 비서님은 절 믿으세요?”강준우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전 무조건 믿습니다.”온세아가 그제야 한결 후련해진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그녀를 믿어주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었다. 하지만 눈빛이 다시 어두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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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그 말에 조동윤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감사합니다, 회장님.”회장이 직접 나서서 온세아를 치워주겠다니 이제야 마음이 푹 놓였다....짙은 어둠이 깔린 밤.대표실 안이 여전히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강준우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통유리창 앞에 홀로 서서 시가를 피우고 있는 쓸쓸하고 커다란 뒷모습을 본 그가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대표님...”그가 다가가 설득했다.“사실 이번에 유출된 BC 프로젝트 내용이 핵심 내용도 아니고 이미 제때 막았잖습니까. 대표님께서 직접 D국으로 날아가 파트너사에 잘 설명하시면 그쪽에서도 계약 해지를 고집하진 않을 겁니다.”한참이 지나서야 권태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알아.”강준우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다 아시면서 왜 이렇게...”‘걱정하시는 겁니까? 벌써 밤 11시가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퇴근할 생각을 안 하시고.’권태혁이 몸을 돌려 사무실 의자에 앉더니 미간을 꾹꾹 눌렀다.“그 일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야.”강준우가 멈칫했다. 하지만 두 눈에 곧 깨달음이 스쳤다.“혹시 온 비서님 때문인가요?”사실 진작 눈치채고 있었다. 권태혁이 온세아를 대하는 게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권태혁의 잘생긴 얼굴이 살짝 굳어졌고 두 눈에 찰나의 상실감이 스치고 지나갔다.누군가 심장을 꽉 움켜쥔 것처럼 복잡한 통증이 몰려왔다. 이건 사랑하는 이에게 배신당한 후 남겨진 깊고 깊은 흉터였다.“사실 이번 BC 프로젝트 유출이 꼭 온 비서님 소행이라는 증거가 없어요. 전 오히려 조 이사님이 더 수상합니다.”강준우가 자기 생각을 조심스레 밝혔다.오늘 하루 사람을 붙여 조동윤을 감시한 결과 회의가 끝난 직후부터 하루 종일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그고 밖으로 단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다. 도둑이 제 발 저린 게 빤히 보였다.“그 일 때문만이 아니야. 그 여자가...”권태혁의 얼굴에 상처받은 기색이 역력했다.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였지만 끝내 하지 않았다.만약 어젯밤 온세아가 그를 데이트 장소로 불러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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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본인 데이트가 꼬였다고 그 화풀이를 나한테 해? 난 그저 좋은 마음으로 다리를 놔준 것뿐인데.’“또 있나 봐요, 그럼.”온세아가 시선을 피하며 얼버무렸다.강준우가 말했다.“시간이 늦었으니 일단 퇴근해요. 대표님은 제가 다시 잘 설득해 볼게요.”온세아가 잠시 생각하더니 간곡히 부탁했다.“강 비서님, 혹시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나요? 며칠 전 대표실 문 앞 CCTV 영상을 확인해 보고 싶어요.”강준우가 그녀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렸다.“여전히 조 이사님을 의심하는 거군요?”온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부탁드릴게요.”강준우 역시 대체 누가 BC 프로젝트를 유출했는지 진실을 밝히고 싶었다.“알겠어요. 최선을 다해 보죠.”...그날 밤 온세아가 새집인 늘푸른 아파트로 돌아왔다.그제야 휴대폰을 확인할 여유가 생겨 들여다보니 어젯밤 권태혁이 전화를 여러 통이나 했었다. 어디냐고 묻는 메시지도 여러 통 와 있었다.하지만 어젯밤에 이사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데다 구형민의 연락을 받고 싶지 않아 아예 전원을 꺼버렸었다.온세아가 전화를 받지 않아 권태혁의 심기가 몹시 불편해진 게 틀림없었다.그렇다고 경다혜에게 어젯밤 데이트가 어땠는지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쨌든 그녀는 다리만 놔주었을 뿐 두 사람이 어떻게 데이트를 하든 관여할 바가 아니었으니까.하지만 오늘 회사에서 권태혁의 태도를 보니 아무래도 별로였나보다.지금 온세아가 BC 프로젝트 유출 용의자로 억울하게 몰리게 생겨 남의 연애사에 오지랖을 부릴 처지가 아니었다.침대에 누워 진범을 잡아내어 그녀의 결백을 증명할 방법을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권태혁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었다.막 차에서 내려 별장 문 앞으로 다가가던 그때 저만치서 가냘픈 실루엣 하나가 보였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다름 아닌 경다혜였다.“태혁 씨, 퇴근이 많이 늦었네요.”경다혜가 그의 집 앞에서 무려 5시간이나 기다렸다.지쳐서 계단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자동차 엔진 소리에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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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경다혜가 어릴 적부터 집안 배경이 남달라 콧대가 하늘을 찔렀다. 어지간한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고 늘 혼자 지냈다.심지어 같은 상류층 안에서도 친구가 거의 없었다.그런데 그녀보다 한참 급이 떨어지는 온세아 같은 사람과 친구가 되었다? 그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경다혜가 다급히 변명을 둘러댔다.“세아 씨랑 처음 봤을 때부터 죽이 잘 맞아서 내가...”권태혁이 코웃음을 치며 그녀의 말을 싹둑 잘랐다.“내 곁에 있는 사람을 이용해서 나한테 접근할 생각 따위 버려요.”그녀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얄팍한 속셈이 전부 들통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난...”변명하려 했지만 권태혁의 어둡고 예리한 눈빛 앞에서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권태혁이 차갑게 경고했다.“할 말은 어젯밤에 분명히 다 했을 텐데요.”경다혜가 다시 한번 움찔했다. 심장에 비수라도 꽂힌 듯 아팠다.그녀가 뭐라 하기도 전에 권태혁이 집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 문전박대를 제대로 당했다.모욕당한 기분에 경다혜가 주먹을 꽉 쥐었다.‘그저 좋아하는 남자한테 먼저 다가가고 싶었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잘못이야? 태혁 씨는 왜 매번 내 마음을 이토록 무참히 짓밟는 건데?’...다음 날.온세아가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다. 그런데 대표실 층에 도착하자마자 권태혁과 딱 마주치고 말았다.까만 정장 차림의 권태혁이 서늘하고 범접할 수 없이 묵직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온세아를 보자마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회사에는 왜 또 나왔어? 앞으론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을 텐데.”온세아가 고개를 빳빳이 들고 고집스러운 눈빛으로 맞섰다.“저도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진짜 유출자를 찾아내기 전엔 절대 못 나간다고요.”억울한 누명을 덮어쓸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찾아내겠다고? 어떻게?”권태혁이 온세아를 차갑게 내려다봤다.온세아가 입을 열기 전에 뒤에서 강준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방금 대표실 앞 며칠 치 CCTV를 확인하고 왔는데 누군가 고의로 영상을 훼손해 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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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강준우가 온세아의 사무실 문을 두드린 뒤 안으로 들어가 온세아를 달랬다.“대표님 너무 원망하지 말아요. BC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려고 대표님이 많이 애쓰셨거든요. 이 일만 잘 마무리되면 권일 그룹을 물려받을 계획이셨는데 일이 이렇게 된 바람에 계획이 다 틀어졌어요. 게다가 하필 온 비서님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이라 대표님이 많이 괴로워하시는 게 보이더라고요.”온세아가 시선을 늘어뜨린 채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정말 원망했다면 남아서 진범 잡겠다고 하지도 않았을 거예요.”강준우가 내심 놀랐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마음이 넓은 사람일 줄은 몰랐다.“고마워요. 그나저나 방법을 생각해 냈어요?”그가 다급히 물었다. 권태혁이 준 시간은 단 사흘, 그들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저의 사무실 문 앞 CCTV 영상 좀 확인해 주실 수 있나요?”온세아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간곡히 부탁했다.“방금 번뜩 든 생각인데 조 이사님이 대표실에 들어갔든 안 들어갔든 BC 기획서를 직접 만진 사람은 저랑 대표님 둘뿐이잖아요. 게다가 저의 서랍에 있던 기획서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건 기밀 유출자가 그걸 훔치러 저의 사무실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대표실 앞 CCTV는 이미 망가졌지만 저의 사무실 쪽은 진범이 미처 손을 쓰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강준우가 즉각 고개를 끄덕였다.“일리 있네요. 당장 확인해 볼게요.”...온세아는 퇴근하자마자 조동윤의 뒤를 밟았다.줄곧 그가 의심스러웠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었다. 미행하다 보면 뭐라도 꼬투리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조동윤을 따라 회사 정문을 막 나선 그때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툭 쳤다.“온세아.”이채린이었다.온세아가 재빨리 고개를 돌려 쉿 하는 제스처를 취했다.“왜 그래?”이채린이 놀란 얼굴로 묻자 온세아가 앞서가는 조동윤을 가리키며 눈짓했다.눈치 빠른 이채린이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다.요즘 회사에 온세아가 BC 프로젝트 기획서를 유출했다는 소문이 파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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