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121 - Chapitre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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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보잘것없는 일?’온세아는 가슴이 날카로운 뭔가에 쿡 찔린 것 같았다.온아정과 심미란이 사람을 사주해 온세아에게 약을 먹인 끔찍한 사건이 성해연의 눈에는 그저 보잘것없는 일로 치부되고 있었다.반면 온석원이 가문을 물려받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다.어릴 때부터 온세아가 억울함을 호소할 때마다 성해연은 늘 온석원을 위해 참으라고 강요했다.그동안 성해연이 온씨 가문에서 온철환에게 외면당하고 심미란에게 구박받으며 살아온 세월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해했었다.그런데 지금 보니 성해연이 꾹 참았던 게 온세아 때문이 아니었다. 심지어 그녀의 이익을 바쳐 심미란과 온철환에게 머리를 숙이며 아부했다.성해연에 대한 실망감이 점점 더 커졌다.“엄마, 나 이제 너무 지쳤어요. 앞으로 그 누구든 나한테 상처 주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온세아는 성해연을 보며 쓸쓸한 미소를 짓고는 미련 없이 룸을 나섰다.뒤에서 성해연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와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밤의 장막이 내려앉았다.온종일 혼자 정처 없이 거리를 방황하던 온세아는 우연히 눈에 띈 바 안으로 주저 없이 들어갔다.지금 온세아에게는 복잡하고 어지러운 머릿속을 마비시켜 줄 독한 알코올이 절실했다.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아 가장 독한 술 한 병을 주문해 다짜고짜 들이켰다.반병쯤 비웠을 무렵 목구멍과 위장이 타들어 간 건 물론이고 마음까지 타버린 것 같았다.하지만 온세아는 멈추지 않고 계속 술을 들이켰다. 최대한 빨리 마셔서 취하고 싶었다. 완전히 취해버리면 고통이 좀 덜해지진 않을까?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누군가 온세아의 곁으로 다가왔다.“어이, 아가씨. 술 잘 마시네? 내가 몇 병 더 사줄까?”온세아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흐릿해진 초점을 겨우 맞춰 눈앞의 남자를 쳐다봤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낯선 남자였다.그녀는 대꾸하지 않고 계속 술을 마셨다. 그녀의 무시에도 남자는 화를 내지 않고 되레 온세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아가씨, 튕기지 말고 나랑 놀자.”온세아가 불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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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온세아의 머릿속에 순간 새하얘졌고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덩치가 크고 냉랭한 표정의 경호원 무리가 어느샌가 바 안으로 들어왔다. 소란스럽던 바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사방을 압도하는 무거운 공기에 사람들이 숨소리마저 죽였다.온세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눈앞의 남자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술기운 때문에 시야가 흐릿했다.그녀가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안녕하세요? 그쪽 우리 대표님 닮았어요...”권태혁이 온세아를 품에 끌어안았다.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하려던 참이었는데 훅 풍겨온 술 냄새에 권태혁이 미간을 찌푸리고 그녀를 내려다봤다.온세아의 볼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눈도 초점을 잃었다. 잔뜩 취한 게 분명했다. 이러니 눈앞의 권태혁도 알아보지 못했지.“같이 술 한잔... 으악...”온세아가 술을 같이 마시자고 말하려는데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권태혁이 온세아를 번쩍 들어 올려 어깨에 멨다.몸이 허공에 붕 뜨자 머리가 빙글빙글 돌며 더 어지러워졌다.온세아가 버둥거리며 권태혁의 가슴팍을 두드렸다.“내려줘요. 나 혼자... 걸을 수 있어요...”권태혁이 온세아의 반항을 가볍게 무시하고 성큼성큼 문 쪽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이 나가고 나서야 대기하던 경호원들도 철수했다.바에 있던 사람들이 그제야 참았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내려달라고요.”바깥으로 나와 찬 바람을 맞고 나니 온세아도 정신이 조금 드는 듯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속이 울렁거려 권태혁의 등을 다급하게 두드렸다.“얼른 내려줘요. 토할 것 같아요. 진짜 토할 것 같단 말이에요!”온세아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하는 걸 본 권태혁이 다급히 그녀를 내려놓았다.“우웩...”제대로 서기도 전에 옆으로 달려가 토하기 시작했다.온세아가 얼굴을 찌푸린 채 힘겹게 토하면서 두 손으로 가슴께의 옷자락을 꽉 움켜잡았다.하지만 통증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괴로워하는 온세아의 모습에 권태혁은 마음이 아팠다. 저도 모르게 온세아에게 다가가 등을 두드려주면서 뒤에서 대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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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확인해 보니 정말로 부재중 전화가 열 통 넘게 찍혀 있었는데 전부 권태혁에게서 온 전화였다.“죄송해요.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놔서 못 들었어요.”권태혁이 황급히 변명하는 온세아를 빤히 응시했다.“오늘 회사도 결근했다던데.”온세아의 고운 얼굴이 미세하게 굳어졌다. 오늘 무단결근한 것까지 권태혁이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그걸 따지러 여기까지 온 건 아니겠지?’“저... 그게...”무슨 핑계를 대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던 그때 권태혁이 갑자기 걱정스럽게 물었다.“무슨 일 있어?”“아니요. 별일 아니에요... 그냥 엄마랑 좀 다퉜는데 휴가 신청하는 걸 깜빡했어요.”온세아가 씁쓸하게 웃었다.“죄송해요, 대표님. 오늘 하루는 무단결근으로 처리해 주세요.”권태혁이 혼낼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저 온세아를 물끄러미 보기만 했다. 그 순간 커다란 손으로 온세아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흠칫 놀란 온세아가 고개를 들고 권태혁의 그윽한 두 눈을 쳐다봤다.창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불빛들이 권태혁의 선이 굵은 얼굴 위로 번졌다. 그 모습이 어쩐지 평소와 다르게 무척 부드러워 보였다.잡은 두 손을 내려다보던 온세아는 이런 친밀한 스킨십이 낯설고 어색해 본능적으로 손을 빼내고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고급 세단이 어둠을 가르며 빠르게 질주했다.온세아는 아직 술기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밤 풍경을 보다가 밀려드는 피로감에 서서히 눈을 감았다.권태혁이 옆자리에서 어느새 잠이 든 온세아를 바라보더니 팔을 뻗어 품 안으로 조심스레 끌어당겼다.은은한 몸 냄새와 술 냄새가 뒤섞여 권태혁의 코끝을 자극했다. 잠든 온세아의 얼굴을 내려다보는 권태혁의 눈빛이 한없이 깊어졌다.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인사불성인 사람을 상대로 비겁한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여 그저 온세아의 머리에 턱을 기대고 살며시 비벼댔다.“으음...”온세아가 새끼 고양이처럼 나직하게 신음을 흘린 순간 권태혁이 흠칫 놀랐다. 동시에 마음 한구석이 사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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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온세아가 새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미쳤어, 미쳤어. 대체 무슨 발칙한 생각을 하는 거야? 대표님의 몸을 탐내면 어떡해? 오랫동안 남자를 멀리한 바람에 갈증이 나서 이래. 게다가 병까지 있어서 더 심한 거고. 그래, 이게 맞아.’권태혁을 똑바로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던 온세아가 시선을 돌렸다.“깼어?”권태혁이 침대 옆으로 다가와 묻자 온세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왜 절 자택까지 데려오신 거예요?”그가 달리 방법이 없었다는 표정을 지었다.“어젯밤에 잔뜩 취해서 내 차에 달라붙어서는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질 않는데 길바닥에 버려둘 순 없잖아.”그 말을 들은 온세아는 얼굴이 화끈거렸다.어젯밤 어찌나 많이 마셨는지 정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권태혁이 그녀를 깨웠는지는 둘째 치고 남의 차에 달라붙어 민폐를 끼친 것도 모자라 남의 침대까지 차지하고 누워 있었다. 정말 면목이 없었다.온세아가 서둘러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 권태혁의 얼굴을 마주할 수 없어 시종 고개를 숙이다 보니 발이 꼬여 그만 고꾸라질 뻔했다.다행히 듬직한 팔 하나가 찰나의 순간 뻗어 나와 온세아의 허리를 잡았다.그녀가 본능적으로 권태혁의 목덜미를 꼭 껴안았다. 눈앞이 갑자기 핑그르르 돌았다.두 사람이 야릇한 자세로 바닥에 넘어졌다. 온세아가 권태혁의 몸 위에 완전히 올라타고 말았다.“엄마야!”온세아가 두 눈을 크게 뜨고 비명을 질렀다.아래에 깔린 권태혁의 잘생긴 얼굴을 본 순간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몸을 일으키려 버둥거렸으나 권태혁이 온세아의 허리를 꽉 움켜쥐는 바람에 뜻대로 되지 않았다.그녀의 부드러운 몸이 그의 몸에 빈틈없이 밀착되었다.온세아에게서 풍기는 은은하고 달콤한 살결 냄새가 권태혁을 감쌌다. 심장이 쿵쾅거린 권태혁이 침을 꿀꺽 삼켰다.“대... 대표님... 이것 좀... 놔주세요...”당황하고 쑥스러운 마음에 일어나려고 버둥거렸지만 권태혁이 온세아를 놓아주지 않았다.“싫어.”그가 깊은 눈빛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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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권태혁의 어머니가 작은아버지에게 단단히 홀린 바람에 과거 작은아버지가 그녀에게 어떻게 했었는지조차 모두 잊어버렸다.그리고 경다혜가 작은아버지의 사람이라 권태혁의 약혼녀가 될 일은 절대 없었다.“네.”온세아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경씨 가문의 딸인 경다혜에게조차 이렇게 무심할 줄은 몰랐다.‘그나저나 왜 나한테 이걸 설명하는 건데? 정말 나한테 마음이 있나? 내가 유부녀인 걸 뻔히 알고 있는데.’권태혁이 온세아에게 다가가 온세아의 가녀린 허리를 슬쩍 꼬집었다.“이래도 내 제안을 거절할 거야?”흠칫 놀란 온세아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다.“제안이라니요?”권태혁이 깊은 눈빛으로 온세아를 응시했다.“나랑 만나는 거 말이야.”그러고는 온세아가 놀라든 거절하든 다 무시하고 품에 꽉 끌어안았다.온세아의 가냘프고 굴곡진 몸매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녀를 품에 안은 순간 권태혁은 마음 한구석이 무언가로 가득 채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권태혁의 품에 억지로 안긴 온세아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귀마저 빨개졌다.그녀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권태혁이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온세아의 귓불을 살며시 입에 머금었다.온몸에 찌릿한 전류가 흘렀다. 권태혁이 그녀의 귓불에 키스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 순간 온몸이 그대로 굳어버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고 머릿속도 새하얘졌다.권태혁의 손길이 점점 대담해지더니 온세아의 스커트 안쪽으로 손을 넣었다.“안... 안 돼요...”정신이 번쩍 든 온세아가 권태혁을 힘껏 밀쳐냈다. 그리고 권태혁의 몸에서 다급히 기어 나와 허둥지둥 방을 뛰쳐나갔다.별장 밖으로 한달음에 뛰쳐나온 온세아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머릿속에 권태혁이 나직하게 속삭이던 목소리가 떠나지 않았다.“나랑 만나는 거 말이야.”만약 방금 권태혁을 밀어내지 않았다면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대표님 정말 나한테 다른 생각이 있었을 줄이야. 그런데 안 돼. 아직 이혼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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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온세아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핵심 증인인 하이솔이 경찰서에서 진술을 번복했어. CCTV 영상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나섰거든. 게다가 온씨 가문에서 압력을 넣고 있어서 심미란과 온아정에게까지 번지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이채린이 분노를 참지 못했다.“네 아빠는 진실을 밝힐 생각이 아예 없으시대? 아무리 그래도 너도 친딸이잖아. 친딸이 약물 테러를 당했는데 배후 세력이 뻔뻔하게 활개 치고 다니는 걸 그냥 두고 보시겠다는 거야?”온세아가 차갑게 웃었다.“우리 아빠 마음속에 딸은 오직 온아정 하나뿐이야. 난 그저 아빠가 애지중지하는 아들 온석원의 부속품 같은 존재일 뿐이고.”이채린이 의아해하며 물었다.“부속품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야?”온세아가 눈썹을 치켜세웠다.“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라는 뜻이지.”가슴을 후벼 파는 가혹한 말이었지만 엄연한 사실이었다.지난 세월 온씨 가문에서 온세아의 입지는 온석원의 부속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누구도 온세아를 제대로 대접해주지 않았고 온세아의 감정을 배려해주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하루빨리 그 지긋지긋한 온씨 가문에서 벗어나고 싶었다....점심 식사가 끝나고 온세아와 이채린이 비상계단 앞에서 헤어졌다.온세아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표실이 있는 층으로 올라갔다.마침 점심시간이라 비서실에 당직 비서 한 명이 남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고 다른 직원들은 모두 식사하러 갔다.그녀는 곧장 개인 사무실을 향해 걸어갔다. 사무실 앞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대표실에서 나오던 누군가와 어깨를 세게 부딪치고 말았다.“조 이사님?”온세아가 놀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이사인 조동윤은 평소 대표실이 있는 이 층에 발걸음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 조동윤과 이곳에서 마주치니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온세아를 발견하자마자 조동윤이 잠깐 당황한 기색을 보였으나 이내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온 비서님이었군요.”“죄송해요. 제가 앞을 잘 안 보고 걷다가 부딪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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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온세아는 순간 멈칫했다.‘대표님의 집에 나 말고 가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그 집 문턱이 그렇게나 높았어?’“정말로 대표님이 저한테 시키라고 하셨어요?”온세아의 질문에 강준우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네. 게다가 아직 몸도 다 안 나으셔서 온 비서님이 옆에서 좀 챙겨주셔야 할 것 같아요. 대표님의 전담 비서라 이런 것도 비서님 업무 범위에 들어갑니다.”그러고는 온세아가 더는 거절하지 못하도록 비서 업무 세부 지침을 그녀에게 보냈다.온세아가 고개를 숙이고 내용을 확인했다.비서로서 해야 할 일반적인 업무 외에도 대표의 식사 및 일상 전반을 관리하고 심지어 사택 청소를 포함한 가사 노동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버젓이 적혀 있었다.조항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던 온세아가 두 눈을 크게 떴다.‘이게 몸종이랑 뭐가 달라? 젠장.’초고속 승진해서 회사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게 된 건 좋았지만 맡겨진 일들이 결코 평범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요즘 세상에 남의 돈 벌어먹기가 가장 힘들다더니 딱 그 꼴이었다.하지만 온세아는 이제 막 온씨 가문과 등진 데다가 구형민과의 이혼까지 앞두고 있었다. 돈을 모아 독립해야 하는 상황이라 당분간은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었다.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온세아가 다시 권태혁의 별장에 도착했을 때 별장 전체에 불이 켜져 있어 대낮처럼 환했다.대문이 열리자 온세아가 서류철을 품에 안고 도시락을 든 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높이가 8m에 달해 거실이 탁 트여 있었고 삼면이 곡선 형태의 통유리창으로 설계되어 있었다.창밖에 푸른 잔디밭이 넓게 펼쳐졌고 야외에 커다란 수영장까지 마련되어 있었다.아침에 경황없이 도망치느라 온세아는 이 호화로운 별장을 자세히 둘러볼 겨를조차 없었다.이제야 찬찬히 둘러보니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고급스럽고 화려했다. 단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너무 쓸쓸하다는 점이었다.이토록 드넓은 별장에 사람 사는 온기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고 도우미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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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구경 다 했어?”권태혁의 낮고 굵은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온세아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정신을 차리자마자 얼굴이 순식간에 화끈 달아올랐다. 나쁜 짓을 하다가 현장에서 딱 걸린 기분이었다.“대... 대표님, 저 그러니까...”그녀가 횡설수설하며 해명하려 애썼다.“남자가 샤워하는 걸 훔쳐보는 취미가 있는 줄은 몰랐어. 남편이 밤새 굶기기라도 했나 봐?”권태혁이 두 눈을 지그시 뜨고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장난치듯 말했다.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온세아는 민망함에 그를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사실 권태혁의 추측이 맞았다. 구형민이 온세아를 굶주리게 만들고 있었다. 아니, 굶주리게 만든 게 아니라 아예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결혼한 이후 구형민은 온아정 때문에 온세아와의 잠자리를 계속 거부해 왔다. 온세아는 가지지 못할수록 더 갈망하게 되었고 급기야 병까지 앓게 되었다.온세아는 이쯤에서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더 머무르다가는 병이 다시 도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온세아가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권태혁이 돌연 욕실 문을 밀고 나왔다. 그리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 그대로 온세아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포식자 같은 강렬한 기운이 압박해 오는 걸 느낀 온세아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마침 가장 은밀한 그곳을 보고 말았다...온세아의 볼이 순식간에 터질 듯 뜨거워졌고 하마터면 코피를 쏟을 뻔했다.“오... 오지 마세요.”놀란 온세아가 서둘러 눈을 가리고 홱 돌아섰다.“일부러 들어온 게 아니에요. 강 비서님이 서류랑 도시락을 꼭 전해드리라고 하셔서...”권태혁이 어느새 온세아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깊고 검은 눈동자에 예리한 빛이 서려 있었다.“핑계가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니야? 서류랑 도시락은 1층 거실에 두고 가면 그만인데 굳이 2층 욕실까지 들어와 씻는 걸 구경했잖아.”온세아는 그제야 후회가 밀려왔다.‘그러게.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아래층에 놓고 가는 건데.’권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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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수증기가 자욱한 욕실 안에 묘한 분위기가 흘러넘쳤다.권태혁은 온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그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마주한 순간 온세아는 심장이 철렁했다.“대... 대표님... 저 이만 가볼게요...”말을 마치기 무섭게 욕조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런데 권태혁의 움직임이 한 발 더 빨랐다.권태혁이 온세아를 단숨에 품 안으로 끌어당기더니 잠긴 목소리로 온세아의 귓가에 속삭였다.“이제 와서 도망치기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위험천만한 기류가 주변을 감쌌다.온세아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당황함에 휩싸였다.“이거 놔요.”권태혁을 밀어내려 필사적으로 버둥거렸지만 권태혁이 온세아의 허리를 더욱 꽉 감싸 안으며 욕조 가장자리로 밀어붙였다.“남자의 품 안에서 버둥거릴수록 정복욕을 자극한다는 걸 몰라?”권태혁의 눈빛이 금방이라도 온세아를 태워버릴 것처럼 뜨거웠고 뜨거운 숨결이 온세아의 얼굴 위로 사정없이 쏟아져 내렸다.온세아는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직감했다.“대표님, 이러지 마세요...”그녀가 경계하는 눈빛으로 권태혁을 보며 경고했다.“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권태혁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새어 나오더니 온세아를 향해 커다란 손을 뻗었다.“이건 뭐야, 그럼?”온세아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권태혁의 손길이 결국 온세아의 몸에 닿았다...‘이 변태 자식!’머릿속이 새하얘진 온세아가 망설임 없이 손을 번쩍 들어 권태혁의 따귀를 내리쳤다.찰싹.날카롭고 찰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권태혁이 벼락이라도 맞은 듯 그대로 굳어버렸다. 온세아도 얼얼한 손바닥을 멍하니 내려다봤다.‘나 방금 대표님의 따귀를 때린 거야? 어떡해, 망했어!’온세아의 눈동자에 뒤늦은 두려움과 후회가 스쳤다.“감히 날 때려?”권태혁의 두 눈에 살기가 스쳤는데 눈앞의 먹잇감을 집어삼키려는 굶주린 맹수 같았다. 그리고 온세아가 헤아리지 못한 소유욕이 일렁이고 있었다.온세아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왜 날 집어삼킬 것 같은 맹수의 눈빛으로 쳐다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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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온세아가 경찰서로 달려갔다.구형민과 진하성 모두 얼굴 여기저기에 상처가 난 상태였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온세아가 구형민에게 다가가 부축하려 하자 구형민이 혐오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밀어냈다.“신경 꺼!”그녀가 애써 감정을 억눌렀다.‘내가 신경 쓰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아직은 서류상 와이프라서 어쩔 수 없이 이러는 거라고.’온세아가 하루빨리 이 지긋지긋한 혼인 관계를 끝내려면 구형민의 협조가 절실했다. 괜히 지금 대립각을 세워 이혼 진행에 차질이 생길까 봐 이 늦은 밤에 경찰서까지 달려온 것인데 구형민은 고마워하기는커녕 되레 짜증을 냈다.구형민이 온세아를 본체만체하자 옆에서 진술서 작성을 마친 진하성이 참다못해 끼어들었다.“구형민, 지금 이게 무슨 태도야? 와이프가 보석해주러 왔으면 고마워할 줄 알아야지, 어디서 짜증이야?”구형민이 주먹을 움켜쥐고 살기를 내뿜었다.“세아는 내 와이프야. 네가 뭔데 끼어들어?”그러고는 또다시 진하성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았다.“쓸데없는 일에 참견할 거면 집에 가서 아정이나 좀 잘 챙겨.”진하성이 코웃음을 쳤다.“내가 집에 들어가든 말든, 온아정을 챙기든 말든 생판 남인 네놈이 왜 신경 써?”“이게 진짜!”구형민이 핏발이 선 두 눈으로 쳐다보면서 또다시 진하성에게 주먹을 날리려 했다. 그 모습을 본 온세아가 재빨리 다가가 말렸다.“구형민, 미쳤어? 여기 경찰서야!”‘진하성을 폭행해서 경찰서까지 왔는데 여기서도 소란을 피운다면 오늘 밤 안에 풀려나기는 글렀다는 걸 모르나?’“비켜.”구형민이 온세아를 밀어냈다. 그 바람에 온세아가 중심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순간 움찔한 구형민이 그녀를 부축하려던 그때 진하성이 구형민보다 빠르게 움직여 온세아를 부축했다.“괜찮아요?”그의 걱정 어린 질문에 온세아가 고개를 저은 뒤 구형민을 쳐다봤다. 가슴 깊은 곳에서 다시금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구형민이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않고 당장이라도 경찰서를 뛰쳐나가고 싶었다.그때 경찰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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