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은밀한 진료:대표님의 달콤한 처방: Chapter 451 - Chapter 460

578 Chapters

제451화

‘나한테 병이 있다는 걸 알잖아. 이러면 내가 어떻게 참아?’온세아가 필사적으로 참았다.“대체 뭐 하려는 건데요?”권태혁이 붉게 달아오른 온세아의 볼을 응시했다.“오늘 저녁에 널 기분 좋게 해주려고.”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온세아가 애써 마음에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필요 없다고 했잖아요.”그가 또다시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여기 싫으면 여기 만지고 싶어?”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거친 숨소리가 섞여 있었다.온세아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졌다.“아니요. 이거 좀 놔요.”애초에 권태혁과 그런 짓을 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만져봐.”권태혁이 온세아의 손을 잡고 몸 이곳저곳을 쓰다듬게 했다.“읍, 싫...”온세아가 거절하려던 그때 그의 뜨거운 입술이 그녀의 귓불에 닿았다.흠칫한 그녀가 몸을 파르르 떨었다. 온몸이 불길에 휩싸인 것처럼 도망칠 곳이 없었다.권태혁이 온세아의 손을 잡고 몸을 쓰다듬게 한 뒤 벨트를 풀었다.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후 온세아는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렸다.자신의 나약한 의지가 너무나 원망스러웠다.‘분명 속옷만 챙겨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틈을 허락해서 내 손으로 직접 도와주기까지 한 거지?’욕설을 내뱉고 싶었으나 권태혁이 더없이 애틋한 표정으로 그녀의 미간에 연거푸 입을 맞추면서 달랜 덕에 속에서 끓어오르던 화도 반쯤 사그라들었다.“이거 놔요. 화장실 가서 손 씻을 거니까.”온세아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이 능구렁이 같은 남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 길이 없었다.“내가 안고 갈게. 같이 씻자.”권태혁이 온세아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았다.“됐어요.”온세아가 즉각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지난번 그와 함께 씻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분위기가 아주 야릇하고 위험하게 흘러갔었다. 두 번 다시 같은 전철을 밟고 싶지 않았다.“그럼 목욕물 받아줄게.”권태혁이 기어이 온세아를 번쩍 안아 들어 욕실에 데려다 놓고서야 내려놓았다.사실 온세아는 샤워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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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격정의 시간이 지난 후 온세아가 온몸에 힘이 쫙 빠진 채 욕조에 기대어 있었다. 고운 얼굴이 터질 것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랐다.남자에게 이런 식으로 휘둘린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온세아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욕조 끄트머리에 엎드린 자세로 두 눈을 감았다. 그냥 이대로 자고 싶은 심정이었다.권태혁의 눈이 다 번쩍이는 게 무척이나 흥분한 기색이었다.“만족했어?”그가 온세아의 등 뒤로 찰싹 달라붙으며 물었다.수치심이 밀려온 온세아가 대답을 피했다.솔직히 기분이 좋았던 건 사실이었다. 권태혁의 스킬이 정말이지 얄미울 정도로 훌륭했다. 그저 손가락만으로 사람을 이렇게...온세아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권태혁에게 화려한 수작이 너무 많아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잠자리 파트너로 지내는 게 아닌데.“네 남편이 이렇게 해준 적 있어?”권태혁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대고 물었다.온세아는 수치심과 짜증이 동시에 훅 밀려왔다. 이 상황에 난데없이 남편 얘기를 꺼낼 줄은 몰랐다.구형민이 이미 전남편이 되어버린 지 오래라는 사실을 그는 꿈에도 몰랐다. 지금 두 사람은 아무 관계도 아닌 남남이었다.이혼하기 전에도 구형민이 온세아의 몸에 손끝 하나 대지 않았었는데 하물며 이런 걸 해줬을 리가 있겠는가?그때 구형민의 눈엔 온아정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없어요.”온세아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솔직하게 고개를 저었다.구형민과 한 번도 잔 적이 없었다고 말해도 권태혁이 믿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권태혁의 얼굴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번졌다.“나처럼 이렇게 여자를 만족시켜 주는 남자가 흔치 않아. 그러니 얼른 기회 잡고 나한테 너의 옆자리를 내어주는 게 어때?”권태혁이 달콤하게 구슬리자 온세아가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예전에 여자를 많이 만났어요?”이렇게 스킬이 좋고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아는 걸 보면 그쪽 경험이 많은 게 틀림없었다.그가 즉각 반박했다.“아니. 내가 만난 여자는 맹세코 너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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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권태혁이 이 말을 남기고 욕실을 나갔다.온세아가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단단히 화가 난 게 분명했다. 그런데도 그의 침실을 온세아에게 내어주며 오늘 밤 자고 가라고 했다....구씨 가문 본가.“어머니, 무슨 일로 이리 급하게 부르셨어요?”구형민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주현희에게 따져 묻자 주현희가 눈을 부릅떴다.“무슨 일이긴! 당연히 너랑 세아가 이혼한 일이지. 어떻게 이렇게 큰일을 숨길 수가 있어?”구형민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았다.“어머니가 신경 쓰실까 봐 그랬죠.”그녀의 두 눈에 기쁨이 가득했다.“신경은 무슨. 너랑 세아가 갈라섰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얼마나 기뻤는데.”구형민은 지금 주현희의 저 환한 미소가 너무나 거슬렸다. 이제야 온세아와의 이혼을 내심 후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아들의 이런 속내를 알 턱이 없었던 주현희는 그저 신이 나서 제 할 말을 이어갔다.“내가 살면서 제일 후회했던 게 너랑 세아의 결혼을 허락한 거였어. 네가 좋아하는 애가 아정이라는 걸...”“저 아정이 안 좋아해요.”주현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형민이 차갑게 말을 잘랐다.그녀의 얼굴이 확 굳어지더니 놀란 눈으로 아들을 쳐다보았다.“뭐라고?”구형민이 그녀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다시 한번 쐐기를 박았다.“온아정 안 좋아한다고요.”주현희는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뭔가 생각난 듯 고개를 끄덕였다.“하긴. 이제 구씨 가문의 후계자가 됐는데 옛날하고 같을 리가 없지. 아정이가 성에 안 차는 것도 당연해.”과거의 구형민은 가문 내에서 입지도 없는 혼외자에 불과했다. 그때라면 온아정 정도만 얻어도 감지덕지였다.하지만 지금의 구형민은 단숨에 구씨 가문의 후계자로 뛰어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이혼녀인 온아정과 결혼하는 건 무조건 밑지는 장사였다.‘우리 형민이 역시 똑똑하다니까. 이젠 아정이가 급이 맞지 않는다는 걸 아네.’구형민은 주현희에게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용건만 일렀다.“세아랑 이혼한 거 아직 외부에 공개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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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경악한 주현희가 두 눈을 크게 떴다. 구형민이 온세아를 감싸고 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너...”두 사람이 이혼 도장을 찍었다는 걸 몰랐다면 구형민이 온세아에게 마음이 있다고 오해할 뻔했다.“어찌 됐든 넌 이제 구씨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야. 가문의 대를 이어야지. 이혼 사실을 내가 한두 번은 숨겨줄 수 있어도 평생은 못 숨겨. 네 아버지도 재혼을 밀어붙이실 거고. 그리고 다음에 결혼할 여자가 적어도 재벌 집 딸일 거야.”주현희가 아들에게 진지하게 말했다.아들의 신분이 달라졌으니 어깨에 짊어진 책임의 무게도 달라진 건 당연했다.그가 재혼을 원하든 원치 않든 후계자 자리를 굳건히 다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벌 집 딸과 결혼하여 하루빨리 아이를 낳아야 했다....온세아가 잠에서 깼을 때 창밖이 이미 환했다.간밤 그녀는 권태혁의 침실에서 잤다. 권태혁이 약속대로 한밤중에 불쑥 들어오지 않았다.그렇게 넓은 침대에서 홀로 아주 편안하게 숙면을 취했다.온세아가 침대에서 내려와 세수하러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 안에 핑크색 수건, 핑크색 칫솔, 핑크색 양치 컵 등 곳곳에 새로운 여성용품들이 가지런히 세팅되어 있었다.누가 봐도 온세아를 위해 준비해 둔 것이었다. 이 물건들이 하룻밤 사이에 하늘에서 뚝 떨어졌을 리는 만무했다.머릿속에 이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치밀한 계획이야, 이거.’권태혁이 어젯밤 온세아를 집으로 납치해 오다시피 한 데다 이런 물건들까지 싹 구비해 놓았다.이건 대놓고 동거하자고 꼬드기는 게 아닌가?어젯밤 단호하게 거절했는데도 권태혁은 아직 단념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는 모양이었다.온세아가 간단히 씻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권태혁이 주방에 있을 줄 알았건만 뜻밖에도 텅 비어 있었다.‘어디 갔지? 벌써 출근했나?’그녀가 현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때 바깥 잔디밭에 서 있는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권태혁이 등을 돌린 채 통화하고 있었다.트레이닝복 차림에 러닝화를 신고 있는 걸 보면 조깅을 막 마치고 돌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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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홍지영이 노발대발했다.“다혜가 유부녀만도 못하다는 소리야?”권태혁이 주저 없이 대답했다.“네, 못 합니다.”“너... 눈이 어떻게 된 거 아니니? 다혜가 어디가 어때서? 명실상부한 재벌 집 딸에 외모, 집안, 성격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데. 밖에 걔를 쫓아다니는 남자들이 줄을 섰어...”권태혁이 차갑게 말을 잘랐다.“그렇게 마음에 드시면 차라리 양딸로 삼으세요.”“양딸은 필요 없어. 며느리만 원한다고.”“조만간 며느리 보실 거예요. 하지만 그게 경다혜는 절대 아니에요.”말을 마친 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홍지영에게 더 이상 설득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권태혁이 돌아서려 하자 온세아가 재빨리 도망쳤다.지금 머릿속이 엉망이었다. 권태혁과 그의 어머니의 통화 내용을 엿들은 후 크나큰 충격에 휩싸였다.홍지영이 직접 전화를 걸어 그와 경다혜의 진전에 대해 물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조금 전 두 모자의 통화 내용으로 미루어보아 홍지영이 경다혜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하는 게 분명했다.경다혜가 이미 홍지영에게 온세아와 권태혁의 일을 일러바친 상태였다.아마 지금쯤 홍지영의 마음속에 온세아는 뻔뻔한 불여우로 낙인찍혀 있을 것이다.남편이 있으면서도 기를 쓰고 자기 아들을 꼬여낸 여자, 자기 아들이 번듯한 재벌가 딸과 이어지지 못하게 훼방을 놓는 여자라고 생각할 게 틀림없었다.온세아가 단숨에 위층 방으로 뛰어 올라갔다. 문을 닫고 문에 등을 기댄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마음이 복잡하기 그지없었고 코끝이 시큰거렸다.출신이 보잘것없는 혼외자인 온세아와 달리 경다혜는 최고 명문가 딸이었다. 경다혜와는 아예 비교도 되지 않는 존재였다.어쩌면 권태혁이 지금 육체적인 욕망과 쾌락에 눈이 멀어 그녀를 더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하지만 이 가벼운 감정이 과연 얼마나 가겠는가?신선함이 떨어지고 이성이 본능을 억누르게 되는 날이 오면 되레 그에게 꼬리 쳤다고 그녀를 원망할지도 모른다.온세아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겪었던 비극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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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권태혁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자청했다.“알았어. 내가 데려다줄게.”온세아가 다급히 고개를 내저었다.“아니에요. 혼자 갈게요.”그가 그녀를 지그시 쳐다보았다.“급한 일이라며?”‘왜 일부러 날 피하는 것 같지?’“그게...”결국 온씨 가문 본가까지 데려다주겠다는 권태혁의 호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가는 길 내내 온세아는 창가에 기댄 채 권태혁을 별로 거들떠보지 않았다. 머릿속에 조금 전 그가 어머니와 나누었던 통화 내용이 맴돌았다.이윽고 차가 온씨 가문 본가 앞에 도착했다.“도착했네요. 안녕히 가세요.”온세아가 안전벨트를 풀고 권태혁에게 서둘러 작별 인사를 건넸다.“같이 들어가 줄까?”권태혁이 불쑥 물었다.그 질문에 온세아가 놀란 얼굴로 권태혁을 돌아봤다.‘나랑 같이 들어가겠다고? 무슨 자격으로? 회사 대표? 아니면 잠자리 파트너?’어느 쪽이든 적절치 않았다.“아니요.”온세아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양가 어른을 만날 만큼 진지하지 않았다.말을 마친 그녀가 미련 없이 차에서 내렸다.멀어지는 온세아의 뒷모습을 쳐다보는 권태혁의 눈빛이 복잡하고 깊게 가라앉았다.오늘 그녀에게 말 못 할 고민이 있다는 걸 단박에 눈치챘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오늘 갑자기 수심이 가득 차 보였다.그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세아야!”온세아가 별장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온석원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오빠?”그녀가 다가오는 온석원을 멍하니 쳐다보았다.“방금 너 데려다준 사람 혹시 권 대표야?”온석원의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멀리서부터 온세아가 타고 온 차가 권태혁의 개인 세단이라는 걸 알아챘다.“응.”온세아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온석원이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녀에게 바싹 다가가 물었다.“너랑 권 대표 진도 어디까지 나갔어?”그녀는 그의 말을 못 알아들은 척 시치미를 뚝 뗐다.“무슨 진도? 그분은 내 상사고 난 부하 직원일 뿐인데.”온석원의 얼굴에 실망감이 가득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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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그런데 입을 열자마자 가시 돋친 말일 줄은 몰랐다. 순간 역겨움이 밀려왔다.온철환이 헛기침을 크게 하더니 불만스러운 듯 주의를 주었다.“어른한테 말하는 태도 좀 조심해. 엄마가 예의도 안 가르쳐줬어?”“예의는 존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한테나 차리는 거라고 배웠는데요.”아버지는 그녀가 존중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 다분히 담긴 말이었다.“너!”온철환이 노발대발했다.하지만 막내딸의 고약한 성질머리를 이제 그도 훤히 꿰뚫고 있었기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지난번에 네가 아정이 엄마를 구해준 걸 봐서 이번엔 그냥 넘어가 주겠다.”그가 끓어오르는 화를 꾹 누르며 말했다.그러자 온세아가 차가운 얼굴로 쏘아붙였다.“감사 인사는 안 할게요.”온철환이 또다시 뒷목을 잡을 뻔했다. 평정심을 찾으려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본론으로 들어갔다.“네 엄마한테 네가 온주 그룹에 들어오도록 설득해달라고 부탁하려고 왔어. 마침 네가 왔으니 직접 얘기할게.”온세아의 태도가 여전히 심드렁했다.“그 문제라면 예전에 이미 거절했던 것 같은데요.”온주 그룹 따위 그녀에게는 진작에 미련 없는 곳이었다.온철환의 얼굴이 눈에 띄게 일그러졌다.“솔직히 말할게. 지금 온주 그룹의 상황이 좋지 않아. 네 언니는 이혼한 뒤로 툭하면 잠적 아니면 미쳐 날뛰고 있고 네 오빠는 쥐뿔도 쓸모가 없으니...”온세아가 그의 말을 싹둑 잘랐다.“그게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처음에 온철환이 온세아를 온주 그룹에 들여보내 주었더라면 주저 없이 발 벗고 나섰을 것이다.하지만 그때 그는 심미란의 말만 철석같이 믿고 그녀가 온아정과 온석원에게 걸림돌이 될까 봐 온주 그룹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온갖 수를 써서 막았다.이제 온주 그룹에 위기가 닥치고 자기 사람이 필요해지자 그제야 온세아를 떠올린 것이었다.하지만 이미 온씨 가문에 실망한 온세아는 회사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나설 생각이 전혀 없었다.온철환이 미간을 찌푸렸다.“네 성이 온 씨라는 걸 잊지 마. 네 몸속에 우리 온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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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으악.”온세아가 미처 방어할 틈도 없었다.반사적으로 몸을 피했지만 바닥에 떨어진 찻잔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날카로운 파편이 그녀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이게 오냐오냐해주니까 주제도 모르고 기어올라?”온철환이 씩씩거리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온세아가 베인 왼쪽 볼을 감싸 쥐었다. 눈빛이 전에 없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세아야!”성해연이 다급하게 뛰어왔다.“무슨 일이야, 이게?”“아빠가 홧김에 찻잔을 던지셨어요.”성해연이 참지 못하고 그녀를 타박했다.“아빠가 모처럼 오셨는데 왜 또 심기를 거스른 거니?”그녀가 어이없는 눈빛으로 성해연을 빤히 쳐다보았다.갑자기 달려온 이유가 다친 딸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온철환의 미움을 샀을까 봐 걱정돼서였다.애초에 성해연에게 티끌만 한 기대라도 품는 게 아니었다.“전 그저 여사님이랑 이혼하고 엄마랑 결혼하라고 했을 뿐인데 저렇게 불같이 화를 내실 줄 누가 알았겠어요?”온세아의 설명에 성해연이 흠칫했다. 관리를 잘 받아 매끈한 얼굴에 순식간에 복잡한 감정이 나타났다.온세아가 그녀에게 명분을 주기 위해 나섰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정작 배 아파 낳은 친딸 온아정은 성해연이 친모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녀를 피해 다니기 바빴다. 그러니 온철환에게 그런 말을 꺼낼 리 만무했다.성해연이 어렸을 적부터 키운 온세아는 본성이 착한 아이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성해연의 친딸이 아니라 심미란의 친딸이었다.그녀의 출생의 비밀을 떠올릴 때마다 도무지 정을 줄 수가 없었다.“네 아빠가 아무 이유 없이 펄펄 뛰실 분이 아니야. 틀림없이 네가 또 거슬리는 소리를 했겠지.”성해연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온세아는 마음이 심란하기 그지없었다.어릴 적부터 늘 이런 식이었다. 성해연을 도우려고 할 때마다 고맙다고 하기는커녕 되레 온세아가 잘못했다고 꾸짖었다.성해연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처음 겪는 실망도 아니었기에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다.“전 그냥 온주 그룹에 들어가기 싫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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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온세아가 붉은 입술을 삐죽거렸다.“이 정도 상처로는 고의 상해죄가 성립 안 돼.”성립됐더라면 이채린이 대신 신고해 주지 않아도 온세아 본인이 직접 경찰을 불렀을 것이다.이채린이 물었다.“대체 무슨 일인데?”“무슨 일이겠어...”온세아가 오전에 아버지와 충돌하게 된 자초지종을 이채린에게 털어놓았다. 얘기를 다 듣고 난 이채린이 고개를 내저었다.“너희 아빠는 전형적인 아쉬울 때만 찾는 스타일이시네. 네가 딸로서 아빠한테 엄마랑 결혼해서 두 사람한테 떳떳한 명분을 달라고 요구하는 게 얼마나 당연한 건데. 안 해주면 그만이지, 왜 찻잔을 던지고 그래? 진짜 구제 불능인 영감탱이야.”온세아가 한숨을 내쉬었다.“아빠는 내가 본처랑 이혼하고 우리 엄마랑 결혼하라고 한 게 주제넘는 요구라고 생각했겠지.”어쩌면 온철환은 애초에 성해연과 결혼할 생각조차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비참한 건 온세아가 아니라 성해연이었다.하지만 온세아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건 온철환의 태도가 이러한데도 성해연이 여전히 맹목적으로 그의 편을 들고 감싸고 돈다는 사실이었다.그녀가 아무리 성해연을 수렁에서 건져내려 해도 도무지 힘이 닿지 않았다.이채린이 진심으로 걱정하며 조언했다.“넌 그냥 이 일에서 빠져 있는 게 낫지 않아? 네 엄마가 직접 나서서 말씀하셔야 무게가 실리지. 네가 말해봤자 소용없어.”온세아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나도 알아.”이번 일을 겪으며 온세아 역시 완전히 마음을 접었다. 앞으로 두 번 다시 온철환에게 이런 ‘주제넘는’ 요구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두 사람이 저녁 식사를 이어가며 다른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눴다.그러다가 온세아가 문득 고개를 들고 물었다.“있잖아. 어떤 남자가 있는데 그 사람 어머니가 이미 아들의 짝을 정해둔 상태야. 그런데 그 남자는 따로 마음에 둔 여자가 있어. 그럼 결국 그 남자는 어떤 선택을 할까?”이채린이 흠칫 놀랐다. 온세아가 갑자기 이런 뜬금없는 질문을 던질 줄은 몰랐다. 놀란 것도 잠시 곰곰이 생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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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해외.권태혁은 밤이 되어서야 바쁜 일정을 겨우 마무리 지었다.개인 휴대폰을 켜며 온세아에게서 연락이 와 있기를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며칠 전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메시지도 없었다.그가 출장을 떠난 이후로 두 사람은 거의 연락이 끊긴 상태나 다름없었다. 권태혁의 마음속에 어쩔 수 없는 좌절감이 밀려들었다.바로 그때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즉시 화면을 켜서 확인해보니 누나 권민지가 보낸 사진 몇 장이었다.[빨리 골라줘 봐. 어느 가방이 제일 예뻐?]누나의 한가한 고민이나 들어줄 기분이 아니었던 터라 성의 없이 짧게 답장을 보냈다.[고르기 힘들면 다 사.]메시지를 전송한 후 휴대폰을 침대 위로 툭 던져두고 욕실로 씻으러 들어갔다.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하반신에 하얀 수건만 대충 두른 채 젖은 머리를 닦으며 다가가 전화를 받았다.“누나!”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권민지였다.“진지하게 골라줘. 대충 넘기려 하지 말고.”권민지가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권태혁이 어쩔 수 없이 그녀가 보낸 사진들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그러면서 무의식적으로 온세아가 이 가방들을 메고 있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그러고는 마침내 가방 하나를 골랐다.“이걸로 해. 이 색깔이 누나한테 어울려.”권태혁이 마음에 든 가방 사진을 전송했다. 사진을 확인한 권민지가 크게 기뻐했다.“나랑 보는 눈이 똑같네. 이거 샤넬 한정판이라 매장에서도 구하기 힘든...”권민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권태혁이 불쑥 말을 끊었다.“여자들은 다 명품 가방을 좋아해?”권민지는 재벌 딸들 중에서도 보기 드물게 소박한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품 가방만큼은 좋아했다.“당연하지. 명품 가방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여자는 없어.”그녀가 문득 예리하게 캐물었다.“갑자기 그건 왜 물어? 혹시 명품 가방 선물하고 싶은 여자가 생겼어?”“여성 고객이야.”권민지가 믿지 않는 눈치였다.“무슨 고객이길래 네가 직접 명품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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