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영이 노발대발했다.“다혜가 유부녀만도 못하다는 소리야?”권태혁이 주저 없이 대답했다.“네, 못 합니다.”“너... 눈이 어떻게 된 거 아니니? 다혜가 어디가 어때서? 명실상부한 재벌 집 딸에 외모, 집안, 성격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데. 밖에 걔를 쫓아다니는 남자들이 줄을 섰어...”권태혁이 차갑게 말을 잘랐다.“그렇게 마음에 드시면 차라리 양딸로 삼으세요.”“양딸은 필요 없어. 며느리만 원한다고.”“조만간 며느리 보실 거예요. 하지만 그게 경다혜는 절대 아니에요.”말을 마친 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홍지영에게 더 이상 설득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권태혁이 돌아서려 하자 온세아가 재빨리 도망쳤다.지금 머릿속이 엉망이었다. 권태혁과 그의 어머니의 통화 내용을 엿들은 후 크나큰 충격에 휩싸였다.홍지영이 직접 전화를 걸어 그와 경다혜의 진전에 대해 물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조금 전 두 모자의 통화 내용으로 미루어보아 홍지영이 경다혜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하는 게 분명했다.경다혜가 이미 홍지영에게 온세아와 권태혁의 일을 일러바친 상태였다.아마 지금쯤 홍지영의 마음속에 온세아는 뻔뻔한 불여우로 낙인찍혀 있을 것이다.남편이 있으면서도 기를 쓰고 자기 아들을 꼬여낸 여자, 자기 아들이 번듯한 재벌가 딸과 이어지지 못하게 훼방을 놓는 여자라고 생각할 게 틀림없었다.온세아가 단숨에 위층 방으로 뛰어 올라갔다. 문을 닫고 문에 등을 기댄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마음이 복잡하기 그지없었고 코끝이 시큰거렸다.출신이 보잘것없는 혼외자인 온세아와 달리 경다혜는 최고 명문가 딸이었다. 경다혜와는 아예 비교도 되지 않는 존재였다.어쩌면 권태혁이 지금 육체적인 욕망과 쾌락에 눈이 멀어 그녀를 더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하지만 이 가벼운 감정이 과연 얼마나 가겠는가?신선함이 떨어지고 이성이 본능을 억누르게 되는 날이 오면 되레 그에게 꼬리 쳤다고 그녀를 원망할지도 모른다.온세아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겪었던 비극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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