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은밀한 진료:대표님의 달콤한 처방: Chapter 461 - Chapter 470

578 Chapters

제461화

요 며칠 두 사람은 각자 일로 바빠 연락할 시간조차 없었다.온세아는 권태혁이 며칠 후에 돌아올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밤 이렇게 불쑥 눈앞에 나타날 줄이야.권태혁의 표정이 어둡기 그지없었다.“말했어. 네가 건성으로 들은 거지.”“언제 말씀하셨는데요?”온세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메시지와 통화 기록을 뒤적이기 시작했다.‘최근 며칠 동안 거의 연락도 안 했는데 대체 언제 말했다는 거지?’권태혁이 차갑게 일깨워주었다.“출장 첫날에 메시지 보냈잖아. 기록 찾아봐봐.”온세아는 그제야 번뜩 생각이 났다. 출장 첫날에 권태혁이 일주일 일정으로 다녀오겠다고 메시지를 남긴 적이 있었다.그가 말한 일주일이 정말 딱 일주일일 줄은 몰랐다.이번 주 내내 업무에 시달리느라 권태혁이 정확히 언제 돌아오는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권태혁이 입을 꾹 다물었다. 온몸에서 불쾌하고도 서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온세아가 이토록 그에게 관심이 없을 줄은 몰랐다.며칠 동안 먼저 연락 한번 없는 건 그렇다 쳐도 돌아왔는데도 얼굴에 반가워하는 기색 하나 없었다. 그녀에게 권태혁이 있으나 마나 한 존재인 것처럼.“죄송해요. 깜빡했어요.”온세아가 민망해하며 사과해도 권태혁은 대꾸하지 않았다.안색이 여전히 굳어 있었고 차 안의 온도가 눈에 띄게 차가워졌다.온세아는 그가 기분이 상한 상태라는 걸 눈치챘다. 돌이켜보면 최근 그를 너무 무시한 감이 없지 않았다.하지만 마냥 그녀 탓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권태혁의 어머니가 경다혜와 그를 맺어주려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안 이후로 온세아는 무의식중에 그와 거리를 두려 했다.어찌 됐든 잠자리 파트너라 이렇게 늦은 시간에 데리러 와줬다. 권태혁이 돌아오는 날을 잊어버린 건 온세아이니 어떻게든 기분을 달래주긴 해야 했다.온세아는 살며시 다가가 듣기 좋은 말이라도 건네려던 그때 권태혁의 옆자리에 놓인 커다란 장미 꽃다발이 눈에 들어왔다.“어? 이건 누구 주려고 샀어요?”그녀가 뻔히 알면서도 묻자 권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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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읍...”온세아의 입술 사이로 작고 달콤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권태혁이 거침없이 파고들어 그녀의 숨결을 옭아맸다.일주일 만의 재회라 이성을 잃은 맹수로 변한 권태혁은 당장이라도 집어삼킬 듯이 온세아를 덮쳤다.온세아가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속수무책으로 권태혁의 거친 입맞춤을 받아내야만 했다.숨이 막혀 질식할 것만 같았다.두 사람의 호흡이 얽히고설키며 차 안의 온도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그... 그만요...”온세아가 다급히 말렸다.이대로 계속 입을 맞추다간 정말 통제할 수 없는 불길이 번질 것만 같았다. 앞에 운전기사도 있는데 차 안에서 이러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부적절했다.“싫어. 아무리 키스해도 부족해.”권태혁이 더욱 진한 키스를 퍼부으며 극도로 잠긴 목소리로 속삭였다.그의 키스에 온세아는 온몸에 힘이 풀려버렸다. 물기를 머금은 두 눈동자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볼이 부끄러움에 붉게 물들었다.온세아의 그런 모습을 보던 권태혁은 마음이 간질거렸다.“계속 이러면 지금 당장 내릴 거예요.”온세아가 부끄러움이 섞인 목소리로 경고했다. 그러자 권태혁이 그녀를 다시 품으로 끌어당기며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알았어. 키스는 여기까지만 할게.”그녀가 그의 품 안에서 버둥거렸다.“얼른 놔요. 장미꽃이 바닥에 다 떨어졌다고요.”조금 전 권태혁이 갑자기 강제로 덮친 바람에 무방비 상태였던 온세아는 바닥에 떨어진 장미꽃을 주울 새도 없었다.권태혁이 온세아를 놓아주더니 직접 바닥에 떨어진 장미꽃을 주워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온세아가 꽃이 망가지지 않았나 다급히 살폈다.오늘 허리 라인이 들어간 검은색 롱원피스에 하얀 정장 재킷을 걸쳤다. 방금 권태혁의 거친 스킨십에 하얀 정장 재킷이 반쯤 흘러내려갔다.그 틈으로 드러난 검은색 롱원피스가 온세아의 매혹적인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온세아의 요염한 얼굴과 완벽한 몸매를 쳐다보던 권태혁은 불현듯 참을 수 없는 갈증을 느꼈다.“왜 그렇게 봐요? 내 얼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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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온세아가 응하자 권태혁의 입맞춤이 한층 더 맹렬해졌다.거친 숨소리가 얽히면서 차 안에 낯 뜨거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두 사람이 하마터면 좁은 차 안에서 선을 넘을 뻔했지만 마지막 순간 온세아가 다급히 권태혁을 밀어내며 안 된다고 말렸다.그녀가 부끄러워한다는 걸 안 권태혁은 그녀의 거절을 존중해 주었다.애써 이성의 끈을 잡고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 후 앞좌석의 운전기사에게 속도를 내라고 지시했다.운전기사가 최고 속도로 차를 몰아 권태혁이 머무는 별장에 도착했다.현관문에 들어서자마자 권태혁이 온세아를 문 뒤로 밀어붙이면서 미친 듯이 입을 맞췄다.그런데 뜻밖에도 온세아가 고개를 홱 돌렸다.“싫어요. 나 배고프단 말이에요.”권태혁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배고프면 내가 배부르게 해줄게.”온세아가 그의 가슴팍을 내리쳤다.“그런 배고픔 말고 진짜 배가 고프다고요. 아직 저녁도 못 먹었어요.”지금 그와 그런 짓을 할 체력이 전혀 없었다.권태혁이 깊고 짙은 눈동자로 그녀를 빤히 응시했다.“내가 야식 만들어줄게. 다 먹고 나면 그땐 내가 널 먹을 거야.”본래는 이대로 온세아를 놔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저녁도 못 먹고 굶었다는 말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온세아가 멍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직접 야식을 만들겠다고요?”권태혁이 눈썹을 치켜세웠다.“볼로네제 파스타 어때?”온세아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두 번 크게 울렸다.고기 소스가 듬뿍 들어간 파스타라는 말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식욕이 돌았다.“좋아요!”그녀는 먼저 욕실로 들어가 샤워했다. 씻고 나오니 식탁 위에 먹음직스러운 파스타 한 접시가 놓여 있었다. 냄새만 맡아도 군침이 돌았다.“먹어.”몹시 허기져 보이는 온세아의 모습에 권태혁이 파스타 접시를 그녀 앞으로 밀었다.온세아가 곧장 자리에 앉아 허겁지겁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이미지 따위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어찌나 빨리 먹었는지 파스타 한 접시가 불과 몇 분 만에 바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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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생리가 터지는 게 얼마나 남자의 김을 팍 새게 만드는 일인지 온세아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타이밍이 기가 막힐 줄은 온세아도 예상치 못했다.재빨리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깨끗한 바지로 갈아입고 수습을 마친 뒤 다시 방으로 돌아왔을 때 권태혁이 침대 시트를 갈아치운 걸 발견했다.민망한 나머지 온세아의 얼굴에 식은땀이 삐질 흘러내렸다.‘설마 아까 침대 시트에도 묻혔어?’“저한테 주세요.”온세아가 허둥지둥 달려가 남자의 손에서 벗겨낸 시트를 받아 들었다.“가서 쉬어. 이건 내가 빨 테니까.”권태혁의 말에 온세아가 흠칫 놀랐다. 잘못 들은 줄 알고 귀까지 의심할 뻔했다.‘권태혁이... 생리혈이 묻은 시트를 빨아주겠다고 했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하의 권태혁이?’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온세아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권태혁이 시트를 챙겨 들고 베란다에 있는 세탁대로 향했다.온세아가 따라가 보니 권태혁이 세탁대 앞에서 허리를 숙인 채 진지한 얼굴로 시트를 비비고 있었다.부드러운 조명이 권태혁의 얼굴 위로 쏟아져 내렸다. 그 빛 아래 드러난 옆모습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멋졌다.문득 눈앞의 이 남자가 상상했던 것만큼 그렇게 고고하고 다가가기 힘든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심지어 여자를 위해서라면 보통의 남자들조차 꺼리는 일도 서슴지 않고 기꺼이 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하지만 그렇다 해도 온세아는 도저히 권태혁에게 이 일을 떠맡길 수가 없었다.“태혁 씨, 제가 할게요.”권태혁이 다시 한번 재촉했다.“들어가서 쉬어. 여자들 그날에는 찬물 만지는 거 아니야.”온세아가 머뭇거렸다.“하지만...”그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남편이 예전에 어떻게 챙겨줬길래 이래? 설마 생리 중에도 손에 물 묻히게 했어?”그 말에 온세아가 말을 잇지 못했다.구형민이 그녀가 생리를 하는지 안 하는지 아예 관심도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찬물을 못 만지게 하는 건 애초에 사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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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두 사람이 그저 잠자리 파트너 관계라 권태혁이 온세아를 이렇게까지 챙겨야 할 의무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잠자리 파트너 그 이상의 다정함을 보여주었다.권태혁이 온세아의 손을 잡았다.“나한테 이렇게까지 예의 차릴 필요 없어.”사실 그는 온세아가 그에게 조금 더 의지하기를 바랐다. 지금처럼 보이지 않는 벽을 사이에 둔 것 같은 거리감을 원치 않았다....구씨 가문 본가.구형민이 몇몇 명문가 딸들을 적당히 상대한 뒤 주현희의 침실로 돌아왔다.주현희가 아들을 보자마자 물었다.“그 아가씨들 어때? 마음에 들어?”그가 미간을 찌푸렸다.“어머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당분간은 그 문제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주현희가 언짢은 기색을 내비쳤다.“지금 생각 안 하면 언제 하겠다는 거야? 세아랑 이미 이혼한 마당에 평생 혼자 살 셈이니? 우리 집안의 대를 이어야 할 거 아니야.”구형민이 재차 강조했다.“세아랑 이혼한 거 당분간 공개할 생각이 없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이렇게 요란하게 저를 불러들여서 다른 집 딸들을 만나게 하시면 남들이 저랑 세아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바로 눈치챌 거라고요.”“두 사람 진작에 끝났는데 인정 못 할 게 뭐 있어? 이미 이혼한 마당에 뭣 하러 그 애 체면을 챙겨주며 숨기냐는 거야. 이혼했다는 사실을 하루빨리 세상에 알리고 너도 홀가분하게 싱글로 돌아와서 새 짝을 만나야지.”하지만 지금 구형민은 재혼에 티끌만큼도 관심이 없었다. 그의 아내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오직 온세아뿐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조금 전 주현희의 강요로 억지로 몇몇 재벌 딸들을 만났지만 전부 눈에 차지 않았고 거슬리기만 했다.구형민이 단호하게 말했다.“전 두 번 결혼할 생각 없어요.”주현희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아들을 쳐다보았다.“너... 설마 아직도 아정이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건 아니지?”구형민의 준수한 얼굴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어머니,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아정이랑은 진작에 끝났어요.”그가 온아정과의 관계를 부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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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이튿날 아침 온세아가 잠에서 깼다.아랫배의 통증이 완전히 가셔서 한결 편안해졌다.무의식적으로 침대 시트부터 확인했는데 다행히 붉은 자국이 묻지 않았다.생리가 터질 줄 알았더라면 권태혁을 보러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씻은 후 아침 식사를 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권태혁이 온세아를 보자마자 물었다.“배는 좀 어때? 괜찮아?”온세아가 예의 바르게 감사를 표했다.“많이 좋아졌어요. 어젯밤 챙겨주셔서 고마워요.”여전히 예의를 차리는 태도였다. 잠자리 파트너도, 연인도 아닌 상하 관계나 낯선 타인이라도 되는 것처럼.권태혁의 마음 한구석에 어쩔 수 없는 씁쓸함이 번졌다. 하지만 그래도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정성껏 내린 대추차를 그녀에게 건넸다.“이거 마셔.”아침부터 친누나에게 레시피를 알아내 만든 것이었다.“네.”온세아가 잔을 받아 단숨에 들이켰다. 차가 들어가자 온몸이 따스해지는 기분이 들었다.권태혁이 아침 식사까지 직접 차려 내왔다. 식사를 마친 뒤 온세아는 권태혁의 차를 타고 출근했다.운전기사가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권태혁이 차 문을 열려던 찰나 온세아가 다급히 제지했다.“잠깐만요.”그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왜 그래?”온세아가 황급히 눈을 깜빡였다.“제가 먼저 내릴게요. 태혁 씨는 조금 있다가 내리세요.”권태혁이 단번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다.“남들이 우리 사이 눈치챌까 봐 무서워?”그녀가 되물었다.“태혁 씨는 안 무서워요?”만약 두 사람의 관계가 밝혀지면 그와 경다혜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게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그의 어머니가 당장이라도 달려와 책임을 묻고 들들 볶아댈 것이다.권태혁이 온세아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난 세상 사람들 전부가 우리 관계를 다 알았으면 좋겠는데.”“태혁 씨!”경악한 온세아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야? 여자 부하 직원이랑 그렇고 그런 관계인 걸 만천하에 알리고 싶다고? 그러면 난 이 회사에 더는 못 다녀.’이대로 가다간 권태혁과의 관계가 들통나는 건 시간문제였다. 다행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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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아직 퇴근 시간 전이라 비서실 직원들도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대로 함께 나갔다간 두 사람의 관계를 오해하지 않는 게 더 힘들 터.“같이 퇴근하면 되잖아요. 이것 좀 놔요.”온세아가 결국 고집을 꺾는 수밖에 없었다. 권태혁이 그제야 입꼬리를 씩 올리며 그녀를 놓아주었다....권태혁은 기어코 온세아를 다시 그의 별장으로 데려갔다.온세아는 그의 강요에 못 이겨 생강차를 두 컵이나 비웠다.그가 직접 주방으로 들어가 저녁까지 차려주었다. 온세아가 식사를 마친 뒤 어서 씻고 자라며 재촉하기 시작했다.“집에 갈래요.”권태혁의 집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잠자리 파트너일 뿐인 데다가 지금은 생리까지 온 상태였다.잠자리할 수도 없는데 권태혁의 집에 남아 있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생리 중이잖아. 여기 있어. 내가 보살펴줄게.”권태혁의 다정한 말에 온세아는 어이가 없었다.“저 그냥 생리할 뿐이에요. 누가 보살펴줄 필요 없다고요.”‘아픈 것도 아닌데 보살펴주긴 뭘 보살펴?’백번 양보해서 보살핌이 필요하다 쳐도 하늘 같은 대표가 직접 나설 일은 아니었다.온세아는 까닭 없이 그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아 끝까지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권태혁이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그럼 이렇게 하자. 오늘 밤 여기서 자고 가면 내가 선물 하나 줄게. 어때?”온세아가 흠칫 놀랐다.“무슨 선물이요?”그가 속을 알 수 없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내 방 침대 서랍 위에 있어. 들어가서 직접 열어봐.”그 선물은 온세아를 주려고 해외에서 특별히 사 온 것이었다.온세아는 그가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 없었다. 호기심에 이끌려 결국 위층으로 올라가 그의 방으로 들어섰다.권태혁의 말대로 서랍 위에 예쁘게 포장된 상자가 놓여 있었다. 포장을 뜯어 확인해보니 명품 브랜드의 한정판 가방이었다.온세아는 이런 명품 가방을 수집하는 취미가 없었지만 심미란과 온아정은 이런 것에 환장했다. 하여 그녀 역시 어릴 적부터 어깨너머로 주워들은 게 꽤 많았다.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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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하지만 권태혁이 보기에 온세아가 지나치게 선을 긋고 있었다.여자가 남자에게 이렇게까지 선을 그을 때가 언제인가? 상대방을 마음속에 조금도 담아두지 않을 때였다.즉 온세아가 정말로 권태혁을 잠자리 파트너로만 여길 뿐이라는 뜻이었다.권태혁의 얼굴이 차갑게 가라앉았다.“해외 출장 간 김에 그냥 하나 산 거야. 다른 뜻 없어. 정 싫으면 갖다 버리든가.”“버리라고요?”온세아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1억짜리 가방을 그냥 버리라고?’“난 한 번 준 물건을 도로 가져오지 않아.”그가 오만하게 쏘아붙였다.“알았어요.”놀라긴 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온세아가 가방을 들고 다시 권태혁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가방을 원래대로 예쁘게 상자에 담아 처음 있던 자리에 고스란히 올려두었다.버릴 거면 권태혁이 직접 버려야지, 그녀는 도저히 이 비싼 걸 내다 버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오늘 밤 그의 집에 머물 생각이 원래부터 없었다. 게다가 가방 문제로 권태혁과 싸우기까지 해서 더더욱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온세아는 그 길로 그녀가 사는 늘푸른 아파트로 돌아갔다....그 후 며칠 동안 두 사람은 냉전 상태에 돌입했다.사람들 앞에서는 철저히 대표와 비서로만 지냈고 뒤에서는 아예 말도 하지 않았다.권태혁도 잠자리를 요구하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 아마 눈치 없고 융통성 없는 온세아에게 단단히 질려버린 모양이었다.온세아 역시 원래부터 그와 거리를 두고 싶었다. 먼저 연락을 안 한다면 오히려 고마운 일이었기에 온세아가 먼저 연락할 일도 만무했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속이 타들어 가는 건 권태혁 쪽이었다. 며칠 내내 얼음장 같은 얼굴을 하고 다녔다. 그 바람에 회사 분위기마저 꽁꽁 얼어붙고 말았다.권태혁과 마주쳐야 하는 고위 임원들이 하나같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행여나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그의 심기를 건드리면 큰일이었으니까.대표실 직원들의 긴장감은 말할 것도 없었다.그날 해 질 녘.강준우가 노크하고 기획안을 들고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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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온세아가 눈치껏 매달리지 않는다고 해서 권태혁이 기뻐할 리가 없었다.그저 온세아가 왜 다른 여자들처럼 밀당을 하거나 질척거리지 않는지 원망스러울 뿐이었다.그랬다면 적어도 파고들 기회라도 있었을 텐데. 지금처럼 도무지 손쓸 기회조차 없는 막막한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다.강준우가 놀란 얼굴로 권태혁을 쳐다보았다.“대표님, 설마 내연남에서 남편이라도 되시려는 겁니까?”권태혁의 얼굴이 서릿발처럼 차갑게 굳어졌다.만약 시선으로 사람을 찔러 죽일 수 있다면 강준우는 지금쯤 천 번, 만 번은 죽었을 것이다.사무실 전체가 숨 막히는 저기압으로 뒤덮였다.강준우는 뒤늦게 파악하고는 대충 핑계를 대고 황급히 도망쳐버렸다....그날 저녁 온세아는 원래 이채린과 저녁을 먹기로 약속이 되어있었다.그런데 이채린이 소속된 프로젝트팀에 갑작스럽게 회식이 잡히는 바람에 온세아까지 억지로 끌고 갔다.온세아가 대표 비서실로 발령받은 이후 프로젝트팀 옛 동료들과 이렇게 모이는 게 꽤 오랜만이었다.모처럼의 기회에 다들 모여서 실컷 먹고 마셨다. 분위기가 무척이나 화기애애했다.식사를 마친 후 일행은 다 같이 근처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다.온세아가 가지 않으려 하자 이채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귀띔했다.“너 혼자 쏙 빠지면 옛 동료들이 네가 자기들 무시한다고 생각할걸?”어쨌거나 부서 내에서 온세아 혼자만 초고속 승진을 한 셈이니까.다른 사람들이 겉으로 말은 안 해도 속으로는 다들 질투하고 있었다.온세아야 상관없었지만 혹여나 동료들이 그녀 때문에 이채린을 따돌려서 힘들어질까 봐 걱정되었다.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노래방 룸에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지 과장님, 노래 한 곡 뽑아주시죠.”누군가의 제안에 다들 열렬히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아무래도 지영민이 지금 부서의 과장이었기에 그 정도 체면은 세워주어야 했다. 지영민이 먼저 독창으로 한 곡을 부르자 다들 환호하며 분위기를 띄웠다.이어서 지영민을 짝사랑하는 여직원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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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구형민 역시 단번에 온세아를 발견했다.온세아가 허리 라인이 들어간 검은색 롱원피스에 노란색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머리를 높게 틀어 올려 가늘고 우아한 목을 드러냈다.고혹적이면서도 청초한 분위기에 노래방 홀에 있던 다른 남자들이 자꾸만 힐끔거렸다.하지만 온세아의 곁에 지영민이 서 있었다.온세아에게 관심이 있어 연락처를 묻고 싶어 하는 남자가 있어도 지영민이 앞장서서 차단해 주었다. 온세아의 전담 수호자라도 된 것처럼.온세아도 가끔 고개를 돌려 지영민에게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나누었다.비록 거리가 꽤 떨어져 있어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구형민은 지영민이 온세아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마음이 불편해진 구형민이 무의식중에 두 주먹을 꽉 쥐었다.“구 대표님?”곁에서 대화를 나누던 남자가 구형민이 멍하니 딴 데를 보고 있자 의아해하며 불렀다. 그러고는 구형민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가 단박에 지영민을 알아보았다.“저 사람 지영민 씨 아닌가요? 지 국장님 아들이요.”구형민이 남자의 말을 무시한 채 온세아가 있는 쪽을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기세가 왠지 모르게 날카로웠다.옆에 있던 남자는 구형민이 지영민에게 인사하러 가는 줄 알고 서둘러 뒤따라갔다.“온세아!”지영민과 업무 얘기를 마친 참이던 온세아가 갑자기 들려온 귀에 익은 목소리에 흠칫 놀랐다. 멍해진 얼굴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고개를 돌려보니 놀랍게도 구형민이 서 있었다.“여기 어쩐 일이야?”온세아가 당혹스러운 얼굴로 물었다.구형민이 먼저 다가와 부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이혼하기 전에 밖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구형민은 그녀를 아는 척도 하지 않았었다.지금의 구형민은 구씨 가문의 후계자 자리로 단숨에 뛰어올라 예전과는 신분부터가 달랐다.얼마 전에는 숱한 명문가 딸들이 그와 결혼하고 싶어 안달 났다는 소문까지 들었다.온세아는 이런 공개적인 장소에서 구형민이 그녀와 엮이는 걸 극도로 꺼릴 줄 알았다. 선을 긋고 최대한 멀리 떨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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