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온세아도 동료들에게 커피를 돌릴 생각이었다.그런데 허빛나가 한술 더 뜨며 쏘아붙였다.“기왕 본인 돈으로 쏘시는 거면 직접 가서 사 오시죠? 그래야 수행 비서님이 아랫사람들을 아끼고 존중하는 그 마음이 더 돋보이지 않겠어요?”참으로 번지르르한 명분이었다.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온세아에게 쏠렸다. 어떻게든 직접 가게 하려는 무언의 압박이었다.온세아가 피식 웃었다.“알았어요. 까짓거 제가 다녀오죠.”‘직접 다녀오라면 기꺼이 다녀오지, 뭐. 허빛나가 친히 사람들의 환심을 살 기회를 떠먹여 주겠다는데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잖아.’허빛나의 안색이 미세하게 굳어졌다. 온세아가 절대 이 심부름을 하지 않을 거라 확신했었다.빵빵한 뒷배를 등에 업고 들어온 낙하산이라서 진하성의 이름을 들먹이며 거절할 줄 알았건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순순히 심부름을 하겠다고 나섰다.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온세아를 다시 보며 제법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허빛나가 팔짱을 낀 채 신경질적으로 재촉했다.“그럼 얼른 다녀오세요. 20분 뒤면 대표님께서 돌아오실 텐데 온 비서님이 저희 심부름하는 걸 보시면 혼내실지도 모르거든요.”‘심부름을 시키는 것도 모자라 시간제한까지 둔다고? 20분 안에 이 많은 커피를 다 사 오라니, 사람을 아주 죽일 작정이야?’“빛나 씨, 혹시 갱년기 왔어요? 사람 괴롭히는 게 재미있나 봐요.”가기 전 온세아가 허빛나의 면전에 대고 한 방 날렸다. 주변에 있던 직원들이 입을 틀어막고 킥킥거리며 웃음을 참았다.“하지만 뭐 어떻게 괴롭히든 기꺼이 맞장구를 쳐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허빛나가 유유히 멀어지는 온세아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발을 굴렀다.‘두고 봐, 온세아. 기필코 널 쫓아내고 수행 비서 자리를 되찾고 말 테니까.’...온세아가 전속력으로 1층으로 내려가 건물 내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했다. 양손에 스무 잔이 넘는 커피를 잔뜩 나눠 들고 헐레벌떡 엘리베이터로 뛰어갔다.닫히려는 엘리베이터 문을 보며 그녀가 다급히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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